모든 것이 지나치게 푸른 사이키델릭 인디 팝
사차원정 데뷔 싱글 Everything is So Green
“봄과 여름의 녹색은 너무나도 흔해서, 우리는 그 다양한 녹색의 아름다움을 잊고 삽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가을을 지나치게 되면, 문득 그것들이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퍼커시브한 비트가 빙글빙글 돌며 무심히 춤춘다. 기타와 드럼이 등장하며 이내 환해지지만 쉽사리 흥분하지 않는다. 남자는 지나치게 또박또박한 한국식 영어로 달콤한 멜로디를 성의 없게 읊조린다. 댄스 곡이지만 신나기보다는 나른하다. 주문을 거는 듯, 연달아 “Confusing”이라고 외친다. 이상한 세계로 빠져든다. 모든 것이 지나치게 푸른 세계.
사차원정4Dwonjung은 대구의 예술가다. 본명은 이원정. 굳이 예술가란 표현을 쓴 것은,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림을 그리거나 비디오를 만드는 등, 하나로 정의하기 어려운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는 까닭에서다. 대구의 대표적인 기타 팝 밴드인 전복들의 기타리스트였으며 지금은 오래된 친구와 함께 하는 인디팝 듀오 시나몬잼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데뷔 싱글을 낸다. 데뷔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사차원정은 늦게서야 용기를 냈다. 자신의 말을 고르고 삼키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에게는 그만큼의 확고함이 있다. 자신만의—헐겁고 이상하게 비틀려 있지만 차분한 아름다움을 지닌—세계.
<Everything is So Green>은 사차원정의 크리에이티브에 기초해 만들어진 밴드 전복들의 시그니처송 <봄나물>을 스스로 오마주해 만든 곡이다. 이 귀여운 댄스 곡에는 스탠다드한 팝 뮤직의 유연함 대신 애티튜드로서의 인디 혹은 아마추어리즘에 기반한 투박함이 있다. 그 풍경은 왠지 다다이즘이나 팝아트의 영향을 받은 현대미술의 어떤 부류가 보여주는 미감과도 닮았다. 가사의 내용 역시 초현실주의적이다. 다리 위에 서고, 머리 위로 기차가 지나가며, 빛이 없고, 우리는 모르는 산에 있다가, 비가 오고, 키스하고 춤을 춘다. 어찌되건 간에 모든 것이 지나치게 푸르다. 혼란스럽고, 푸르다.
<Everything is So Green>은 사차원정이 불특정다수를 자신의 세계로 초대하기 위해 보내는 첫 번째 초대장이다. 좋은 소식은, 그에게는 쌓아 둔 트랙이 아주 많다는 것. 연이어 새로운 푸르름을 만나기를 고대하며.
—단편선(음악가, 음악 프로듀서)
프로듀스의 만남
작년 여름이었나, 여름이 끝나갈 무렵이었나 대구에서 공연을 했다. 공연도 좋았지만 끝나고 다 같이 갔던 막창집이 대박이었다. 잊을 수 없는 미친 맛집이었다. 그날은 삼 일에 걸친 투어의 마지막 날이었다. 후련한 마음으로 신도시, 전복들 멤버들과 술 먹고 웃고 친해지는 귀한 시간을 가졌다. 그날 함께 했던 사람들끼리 이상하게 죽이 잘 맞아서 지금까지도 연락하고 지내고 있다.
내 옆자리에는 전복들의 멤버 이원정이 앉아있었다. 나이도 비슷하고 유부남이면서 밴드맨의 삶을 살아간다는 공통점이 있어서 그런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만난 지 얼마 안 되었는데도 벌써 오랜 친구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그의 아내는 중국 선양에서 왔다는 것이 아닌가. 난 하얼빈인데! (가까움) 암튼 그렇게 살아온 얘기와 최근의 고민을 나누면서 친구가 된 우리는 서울로 오고 나서도 계속 연락을 하고 지냈다. 그 사이에는 각자 인생의 변곡점도 있었다. 나는 부친상을 당했고, 그는 오랜 고향 같은 밴드의 해체를 겪었다. 서로의 아픔을 위로해주는 친구로 발전하면서 그는 자신의 데모를 나한테 들려주기도 하고 나 역시 내 의견을 말해주었는데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자연히 어느새 나는 그의 프로듀서가 되어버린 것 같다. 이 노래 ‘Everything is green’에서는 특히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그저 잘하고 있다는 확신을 주고 특히 어떤 점이 좋은지를 구체적으로 얘기했을 뿐. 지금은 이 글을 쓰면서 곧 나올 다른 곡들도 듣고 있다. 이원정은 아직 세상에 보여주지 못한 장점이 많은 음악가다. 나와 함께 그의 음악 여정을 즐겁게 구경할 응원자, 목격자들을 모집 중이다.
—서상욱(제 8극장, 음악 프로듀서)
나는 지금 어느 계절일까요?
Everything is So Green 곡은 제가 작곡작사한 밴드 전복들 ”봄나물”곡을 오마주 한 곡입니다.
봄과 여름의 녹색은 너무나도 흔하여 우리는 그 다양한 녹색의 아름다움을 잊고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은 흘러 가을을 지나치면서 그것들이 그리워집니다.
(곡의 배경)
"가야 할 길이 아직 많이 남았지만, 차를 잠시 멈추었다. 비인지 안개인지 알 수 없었고, 세상은 젖어 있었다. 차에서 내려 그녀와 언덕에 덩그러니 서 있는 아까 본 그 나무로 향하였다. 땅은 이미 젖었고, 녹색의 풀과 돌은 마음껏 물을 머금고 있었다. 민트색 체크무늬 남방을 입은 그녀는 조심스레 나를 따라왔다.
세상은 몇 달 전 봄에서 봤던 연녹색에서 이미 짙은 녹색으로 변하였고, 그 무한한 녹색은 검은색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것들은 우리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그저 바라만 보기에 그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깨끗한 순간이었다.
우린 그것들을 간직하고 싶었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나무를 중심으로 춤을 추었다. 순간 누군가가 우리를 지켜보는 느낌을 받았다. 돌아보니 노란색 소 4마리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 뒤 어린 소와 다른 소들이 보였다. 소들의 몸은 한 방향으로 향해 있었고, 고개만 돌려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갑자기 그들의 등장으로 두려움을 느낀 나는 발길을 돌렸다. 그러자 소무리는 우리를 따라오며 경계를 풀지 않았다. 우린 급하게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소들은 역시 따라왔다. 다행히 그들과 사이에 울타리가 있어서 안전하였다. 안심한 나는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우린 너희들의 적이 아니다. 잠시 있다가 여길 떠나야 하며 너희들을 해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의 눈빛은 여긴 너희들이 있을 곳이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우린 급하게 차에 타고 그곳을 떠났다."
후략…..
—원정(음악가)
CREDIT
- 노래 : 원정
- 기타 : 원정
- 베이스 :원정
- 드럼 : 원정
- 키보드 : 원정
- 피처링 : 박은아
- 작사 : 원정
- 작곡 : 원정
- 편곡 : 원정
녹음 : 원정 @사차원음악연구소
믹싱, 마스터링 : 박장미
아트워크, 사진 : 원정
PUBLISHED BY BISCUIT S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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