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바람 정규 1집 ‘호구의 정열’
5년만의 앨범. 밴드 첫 정규 앨범.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소통 불가능한 대화가 있지만, 그 중 하나가 바로 ‘시와 바람’의 음악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제대로 설명하는 것이다.
그것은 축농증 환자에게 커피 향을 설명하거나, 노르웨이인에게 습진의 고통을 설명하거나, 사진기로 냄새까지 찍어내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일단은 ‘시와 바람’의 음악을 한 번 들어보길 바란다.
자, 듣고 돌아왔다면 이제 아래 문장부터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시와 바람은 세상의 흐름과 유행을 역행하는 밴드다.
가사는 직설적이되 문학적이고,
멜로디는 단선적이지만 복합적이고,
구성은 회귀적이지만 미래지향적이다.
밴드 결성 7년 만에 첫 정규 앨범이 나왔다.
정규 1집 <호구의 정열>은 마치 음악 단막극 같은 앨범이다.
'호구’라는 한 남성 화자가 한 여자만을 지독히 짝사랑하며 좌절하고(듣지를 않아) 구애하고(나는 정말정말) 버림받아 맴돌고(이별의 대상, 얼빠진 남자), 혼자 치유를 하고(로드 투 양평), 혼자 연애를 했다고 착각을 하다, 결국 재회하여 아무렇지 않게 살아간다(허수아비, 아! 미운 사람)는 서글픈 이야기다. 그 이야기를 슬프지 않게 담으려 노력했다.
녹음에만 3년, 믹싱 및 후반 작업에만 1년이 걸린 이 첫 정규 앨범에는 시와 바람 멤버들의 땀이 트랙마다 녹아있다. 그 결과 다채로운 색깔의 곡들이 채워졌는데, 록은 물론, 포크, 컨트리, 트로트, 보사노바에서 쌈바로 전환되는 곡까지, 그야말로 음악대백과 사전 같은 앨범이 탄생했다. 또한 첫 EP 앨범 <난봉꾼>은 보컬 최민석의 곡들로 채워졌지만, 이번 정규 앨범에는 기타리스트 김완형의 곡(허수아비), 베이시스트 손현의 곡(아! 미운사람)이 더해져 밴드가 무르익어 감을 느낄 수 있다.
01. 듣지를 않아
이 곡을 쓴 것은 무려 7년 전이다. 첫 EP 앨범 발매 당시 이미 작곡이 된 곡이었으나, 정규 앨범 발매를 위해 이때껏 묵혀 두었다. 다행히 그간 곡은 여러 번의 합주와 새로운 시도를 거쳐, 마치 와인처럼 적당히 숙성이 되었다.
정규 앨범 ‘호구의 정열’은 하나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데, 이 곡은 스토리의 서문에 해당한다. 화자가 무슨 말을 해도 상대는 물론, 세상까지 관심이 없다.
아직 자신의 진가를 인정받지 못했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모든 젊은이들을 위한 곡이다.
02. 나는 정말 정말
가장 ‘시와 바람’다운 곡을 꼽으라면, 이 곡을 택하고 싶다. 이 곡에는 ‘시와 바람’이 추구하는 6-70년대 사운드와 정서, 그리고 ‘상처 받은 화자의 심정’이 모두 담겨 있다. 이 곡 역시 7년 전에 쓴 곡인데, 이번 앨범을 위해 발표를 미뤄왔다. 도입부의 기타를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썼고, 여전히 이 곡의 매력 포인트라 생각한다.
‘호구의 정열’ 스토리 중, 화자가 짝사랑의 바다에 풍덩 빠져 자아를 상실하는 대목이다.
03. 이별의 대상
고백을 하려면 손 편지를 써야했고, 찻집에서 성냥개비 탑을 쌓으며 기다리며, 급한 일이 있어도 공중전화 박스 앞에서 줄을 서야 했던 시절의 짝사랑을 쓰고 싶었다. 그 정서를 담기 위해서는 우선 가사가 함축적이되, 따라 부를 수 있을 만큼 반복적이어야 했다. 그 생각으로 이 곡을 썼다. 이 역시 6년 전에 쓴 곡인데, 편곡하는 과정에서 ‘시와 바람’ 다운 색깔이 필요하다 싶어 간주에 웅장한 키보드를 더했다. ‘시와 바람’만의 포크 송이다.
여전히 화자 ‘호구’는 짝사랑 중이다. 하지만, 그 대상이 다른 사람이 생겨서 이번엔 ‘짝사랑의 바다’에서 완전히 표류한 상태다.
04. 얼빠진 남자
이번 앨범 중 가장 거친 사운드의 곡이다. 중동 여행 중 기도 시간이 될 때마다 매우 중독적인 회교도 찬송을 들었는데, 언젠가 우리 곡의 도입부로 쓰면 좋겠다 여겼다. 여기에 스페인 세비야 지역의 전통곡을 듣다가, 현재의 도입 멜로디를 떠올렸다. 그 뒤부터는 일필휘지로 곡을 썼다. 가사는 직설적이지만, 화자의 분노하고 억울한 심정을 표현하기에는 오히려 낫겠다 싶었다. 간주마다 후크 같은 멜로디로 반전을 주려 했다.
가능하다면, 이 곡은 공연에 와서 라이브로도 들어주길 바란다. 음원에서 느낄 수 없는 에너지를 전달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호구’는 거절당하는 데 지쳐 자아를 부정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세상을 탓하고, 짝사랑 상대를 원망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받아달라고 애원한다.
‘짝사랑의 바다’에서 표류하다 어느 정도 포기한 상태다.
05. 로드 투 양평
유일한 컨트리 송이다. 말 그대로, 시골에 관한 노래이기 때문이다.
한 때 친가가 양평에 있어 종종 갔는데, 갈 때마다 길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하여, 어느날 도무지 주체할 수 없어 갓길에 차를 대고 이 곡을 썼다. 예전 개그콤비 ‘남철, 남성남 식’의 엇박자 춤을 떠올리며, 그 박자에 맞게 곡을 만들었다. 하나의 단막극처럼 기승전결을 갖춘 곡인데, 도입부와 1절, 간주와 내레이션, 그리고 후반부의 구성까지 들어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호구’가 짝사랑을 포기한 채, 스스로 치유 여행을 떠나는 단계에 이르렀다.
06. 아임 낫 어 김치 (Remix)
EP 앨범 <난봉꾼>에 발표한 곡인데, 잘 알려지지 않아 재수록 했다. 리믹스를 한 김완형의 군의 아이디어 덕에 펑키한 기타 사운드와 브라스가 더해졌다. 원곡과 달리, 6-70년대 미국 수사물의 배경음악 같은 느낌이 재현됐다.
07. 오빤 알아 (Remix)
이 역시 첫 EP 앨범 <난봉꾼>에 발표된 곡인데, 애착이 있어 재수록 했다. 신디 사운드를 추가해 좀 더 현대적이고, 흥겨운 곡으로 재탄생시켰다.
08. 허수아비
김완형 군의 트로트 사랑이 물씬 담긴 곡이다. 비록 내가 부르긴 했지만, 그가 작사 작곡을 맡았다. 합주를 할 때마다 우리는 ‘미8군악대’ 같은 사운드를 내길 원했고, 그러한 정서가 담긴 곡이다.
이제 ‘호구’는 자신에게 마음을 주지는 않지만, 자신을 멀리하지는 않는 상대를 부정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짝사랑의 바다’에서 자력 탈출을 시도중이다.
09. 아! 미운 사람
손현 군이 억눌러 왔던 B급 취향을 폭발적으로 표출한 곡이다. 애초에는 애절한 트로트였는데, 김완형 군의 ‘허수아비’와 겹치지 않기 위해 과감한 편곡을 했다. 브릿지는 보사노바로 전환됐다가, 후주는 쌈바로 끝이 난다. 이 앨범이 하나의 단막극 같은 공연이었다는 듯, MC가 등장하여 4개 국어로 장대한 작별인사를 건넨다.
마침내 ‘호구’는 상대와 연애를 하지도 않았으면서, 짝사랑도 사랑이었다며 기억을 왜곡하고 살아간다. 이런 자의적 왜곡마저 없다면, 우리의 삶은 너무 외롭지 않은가.
글. 최민석(밴드 보컬, 소설가)
[Credit]
01. 듣지를 않아
작사: 최민석
작곡: 최민석, 김완형, 손현, 손준호
편곡: 최민석, 김완형, 손현, 손준호
보컬: 최민석
코러스: 최민석, 김완형, 손현
드럼: 손준호
E.B: 손현
E.G: 김완형
E.P: 유지훈
02. 나는 정말 정말
작사: 최민석
작곡: 최민석, 김완형, 손현, 손준호
편곡: 최민석, 김완형, 손현, 손준호
보컬: 최민석
코러스: 최민석, 김완형, 손현
드럼: 손준호
E.B: 손현
E.G: 김완형
E.P: 유지훈
03. 이별의 대상
작사: 최민석
작곡: 최민석, 김완형, 손현, 손준호
편곡: 최민석, 김완형, 손현, 손준호
보컬: 최민석
코러스: 최민석
드럼: 손준호
E.B: 손현
E.G: 김완형
E.P: 유지훈
04. 얼빠진 남자
작사: 최민석
작곡: 최민석, 김완형, 손현, 손준호
편곡: 최민석, 김완형, 손현, 손준호
보컬: 최민석
코러스: 최민석, 김완형, 손현
드럼: 손준호
E.B: 손현
E.G: 김완형
05. 로드 투 양평
작사: 최민석
작곡: 최민석, 김완형, 손현, 손준호
편곡: 최민석, 김완형, 손현, 손준호
보컬: 최민석
코러스: 최민석, 김완형, 손현
드럼: 손준호
E.B: 손현
E.G: 김완형
06. 아임 낫 어 김치 (Remix)
작사: 최민석
작곡: 최민석, 김완형, 손현, 손준호
편곡: 최민석, 김완형, 손현, 손준호
보컬: 최민석
코러스: 최민석, 김완형, 손현
드럼: 손준호
E.B: 손현
E.G: 김완형
E.P: 손현
Programing: 김완형, 손현
07. 오빤 알아 (Remix)
작사: 최민석
작곡: 최민석, 김완형, 손현, 손준호
편곡: 최민석, 김완형, 손현, 손준호
보컬: 최민석
코러스: 김완형
드럼: 손준호
E.B: 손현
E.G: 김완형
E.P: 손현
E.P2: 이창웅
Brass: 손현
08. 허수아비
작사: 김완형
작곡: 김완형, 최민석, 손현, 손준호
편곡: 김완형, 최민석, 손현, 손준호
보컬: 최민석
드럼: 손준호
E.B: 손현
E.G: 김완형
E.P: 유지훈
09. 아! 미운사람
작사: 손현
작곡: 손현, 최민석, 김완형, 손준호
편곡: 손현, 최민석, 김완형, 손준호
보컬: 최민석
드럼: 손준호
E.B: 손현
E.G: 김완형
E.P: 유지훈
All Songs Recorded at Son Studio By 손현
Except.
드럼 녹음 at 석기시대 by 허정욱, at 토마토
Mixed at Son Studio by 손현
Mastered by 김남윤
Art Work: 안민진
제작: 시와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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