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우 ‘카페인’
각성과 몽환, 전진과 성장 사이
어린 시절, 커피를 마시면 키가 크지 않는다는 어른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근거 없는 속설일 가능성이 높지만 직접적인 성분 탓이 아닌 간접적인 수면 방해 때문이라면 마냥 괜한 소리가 아닐지도 모른다. 반대로 생각하면 커피가, 취향으로써 카페인이, 마치 어른이라도 된 듯한 증거처럼 여겨지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그것이 수면과 꿈을 결정적인 성장의 동력으로 더는 취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선언이 되기 때문이다.
이 노래 ‘카페인’에는 신인으로서 신인답지 않게 현실을 적극적으로 마주하는 아티스트 손성우의 시선이 가사로 담겨 있다. 화자는 커피를 손에 든 채 인생의 활기를 끌어올리며, 일상이 낙원이 된 마냥 진정으로 살아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당신의 얼굴이 나를 바라보고 있음을 당신의 눈을 통해 생생하게 바라본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카페인’의 가사가 세상의 일부 관점처럼 커피를 손에 쥔 현대인을 일 중독자로, 과도한 에너지의 도시인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커피가 선사하는 각성과 더불어 그것이 별도로 상징하는 낭만, 여유를 동시에 덧대어 각성과 몽환 상태를 오가는 듯한 오묘한 순간을 묘사한다.
지글거리는 효과를 활용해 레트로 분위기를 의도한 인트로, 이를 이어받는 건반과 트럼펫의 재지한 연주가 선명한 일상이 아닌 마치 어제의 꿈결을 걷는 듯한 감성을 자아낸다. 커피가 아닌 알코올에 살짝 취하기라도 한 듯 달콤하고 부드럽게 그러나 깊고 너르게 노래를 풀어가는 손성우의 농염한 보컬에는 조바심보다는 여유가 묻어난다. 넘치는 자기과시보다는 한 줌 덜어낸 현재에 대한 애정이 우러난다. 날카로운 트럼펫과 뭉툭한 트롬본의 교차가, 영롱한 키보드 사운드와 청초한 코러스 파트의 드나듦이 각성과 몽환 사이 잔잔한 현실의 꿈을 꾸게 한다.
편안히 꿈속을 날아오르기는 쉽고, 현실의 야망을 향해 일방통행으로 질주하는 건 왠지 야박하다. 당연하게도 피어오르는 아련한 낭만과 전진하는 일상의 생기 위 하늘과 땅을 향해 동시에 시소를 타는 건 즐겁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손성우와 이 노래는 벌써 그 감각을 쥐고 있는 듯하다.
- 대중음악평론가 정병욱
credit
voice : 손성우
lyrics : 손성우
music : 손성우
arrangement : 정마태 김혜현
brass arrangement : 홍태훈
keys : 김혜현
trumpet : 홍태훈
trombone : 최수진
midi programing : 정마태 김혜현
recorded by groove & Balance studio, johnny studio
mixed and mastered by Ju-Hwan Kim
vocal directed by Ju-Hwan Kim
all produced by Ju-Hwa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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