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밤에 내리는 ‘비’의 노래
한밤중 모두가 잠든 새벽, 홀로 깨어 의자에 기대어 앉는다. 창문을 두드리는 비처럼, 그의 노래는 마음을 토닥이며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비가 딱딱하게 굳은 땅을 천천히 적시며 낮은 곳으로 흘러가듯이 그가 들려준 담담한 이야기들은 가장 낮은 곳에, 어두운 밤이 가장 오래 머무는 마을에 당도할 것이다. 그 마을에서 오래 잠들지 못하고 서성이는 너에게 가 닿을 것이다. 이번 생을 내내 앓고 있는 중인 너를 위해서.
모든 곡의 작사, 작곡, 편곡을 홀로 하는 그는 이전 싱글 ‘상념’과 다른 트랙에서 보여준 비워진 편곡과 담담한 목소리와는 달리 타이틀에선 감정의 폭발과 편곡의 확장을 보여주었다. 앨범을 한 사람의 화자가 부른다 생각해보자. 다른 트랙에선 내내 아픔을 무던히 견디던 화자가 ‘moon’에선 견딜 수 없는 상실을 경험하곤 감정이 폭발한다. 우리는 그런 존재인 것이다. 언제나, 누구나, 어느 정도의 아픔을 가지고 살아간다지만 그것으로는 더 이상 위로가 되지 않을 때 우리는 감정을 폭발시킬 필요가 있다. ‘김금’은 그것을 때로는 담담히, 때로는 강력히 자신의 음악에 녹여놓는다.
앨범 커버 또한 그의 음악을 잘 표현해냈다. 앨범 커버를 보면 우리는 앨범 타이틀 ‘타인의 자리’를 쉽게 연상시킬 수 있다. 누군가의 방에 놓여있는 누군가의 자리 하나. 우리는 그의 사적인 이야기가 담긴 공간에 들어와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혼잣말처럼 되뇌이지만 그것을 엿듣는 우리는 왜인지 공감하고 위로 받는다. 타인의 이야기는 우리의 이야기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앨범 커버는 일러스트레이터 ‘방현지’의 작업으로 만들어졌다. 그녀가 작업한 이전 싱글과 ep 두 장의 커버는 ‘김금’이 생각하는 자신의 앨범 이미지가 잘 표현됐고 두 앨범에 정체성과 통일성을 부여했다.
CREDIT
작사 / 김금
작곡, 편곡 / 김금
어쿠스틱 기타 / 김금
키보드 / 노수민
믹싱, 마스터링 / 문정환
일러스트 / 방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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