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Lian의 유려한 연주가 재즈 기타리스트 김재우가 추구해온 자연스러운 차분함이 만나 한층 멋지게 피어났다. 내밀하면서도 결코 좁지 않은 음장감과 따뜻하고 풍성한 음향도 주목할 만하다>
‘크로스오버’라는 말이 무슨 마법의 주문처럼 음악계 전반을 휩쓸었던 시절이 있었다. 대략 20여 년쯤 전의 얘기다. 당시 유행을 타고 쏟아져 나온 음악 가운데 일부는 상당히 파격적이었지만, 퍽 설익은 시도에 그치고 만 경우도 적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여러 장르를 성공적으로 융합한 음악이 늘어갔고, 이제는 크로스오버라는 용어 자체가 진부할 지경이 되었다. 기존의 클래식 명곡에 재즈나 다른 장르의 음악 어법을 결합하는 시도도 그렇다. 키스 자렛이나 자크 루시에 트리오 등의 이정표적인 작업이 보여주듯이, 잘만 해낸다면 클래식에 재즈의 유연성을 더한 멋진 결과가 나온다. 문제는 항상 그렇듯이 ‘잘’ 해내느냐이다.
차분하고 이지적인 해석으로 이름난 첼리스트 Lian이 연주하고 재즈 기타리스트 김재우가 편곡과 반주를 맡은 이 음반은 전체적으로 높은 완성도가 눈길을 끈다. 예를 들어 ‘그대를 원해요’를 들어보자. 에릭 사티의 가곡을 편곡한 이 음악은, 진하고 유려한 첼로와 통통 튀는 듯한 기타가 멋지고 사랑스러운 대비를 보여준다. 동시에 내밀하지만 결코 좁게 느껴지지 않는 음장감과 따뜻하고 잘 울리는 음향으로 미루어 보건대 녹음에도 상당히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크로스오버라는 말 자체는 이제 뒤안길로 사라져가고 있지만, 멋진 음악은 앞으로도 변함없이 남을 것이다. 이 음반 역시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황진규 / 음악 칼럼니스트
CREDIT
cello by Lian
guitar by Jaewoo Kim
recording by Jimin Kim @minorswing studio
mixed & mastered by Juhwan Kim
artwork by Sungho Kang
producer : Juhwa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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