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합니다!
'지금 나오는 노래 완전 좋은데, 이건 다 누가 알고 선곡하는 거지?' 이런 생각, 해 보신 적 있나요?
요즘 '핫'하다는 거기! 감성 충만한 분위기에 흐르는 노래마저 힙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바로 거기!
이 음악을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도 넣고 싶은데, 주변 소음 때문에 검색에 실패하는 일이 다반사.
그렇다고 점원에게 물어보기는 조금 부끄러운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 - 한 달에 두 번, [핫플힙플]이 전하는 흥미로운 선곡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자료제공: 비스킷 사운드
HOT PLACE 이목동 그릇
홍대 입구 8번 출구로 나와 카페와 음식점이 즐비한 골목으로 들어서면 맞닥뜨리게 되는 삼거리. 단정하고 해사한 상점 하나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이경한 도예가와 재즈 보컬리스트 장정미 대표 부부가 운영하고 있는 그릇가게이자 갤러리 '이목동 그릇'이 걸음을 잡아당긴 그곳이다. 이경한 도예가의 작품으로 가득한 이곳의 이름은 작가의 작업실 지명인 세종시 이목동에서 따왔고 작가와 대표 부부를 뜻하는 '두 나무 (二木)'라는 의미도 함께 담겼다. 작가의 예술성이 깃든 그릇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기 넘치는 에너지와 음악가인 장정미 대표가 고른 편안하면서도 고아한 음악들이 시너지를 내는 공간 <이목동 그릇>에서 유쾌한 웃음을 지닌 장정미 대표와 공간과 음악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INTERVIEW 장정미 대표
Q.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재즈 보컬리스트이자 <이목동 그릇>을 운영하고 있는 장정미입니다.
Q. 판교에서 먼저 가게를 시작하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네 맞아요. <이목동 그릇>은 판교에서 먼저 시작했어요. 2013년부터 운영을 했고요. 그러다 홍대와 판교 두 곳에서 가게를 했는데 두 곳 다 운영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이제는 홍대에서만 운영을 하고 있어요.
Q. 상호가 '이목동 그릇'이에요. 이렇게 이름을 지으신 이유가 궁금해요.
작가의 작업실이 위치한 곳이 세종시에 있는 이목동이에요. 그리고 또 다른 뜻으론 저와 작가를 의미하는 '두 나무가 있다'라는 뜻의 이목 (二木)이라는 의미도 들어 있죠. 로맨틱하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는데 실상은 그렇지도 않아요 (웃음).
Q. 공간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이목동 그릇>에는 거의 대부분이 이경한 작가의 작품이 놓여 있는데요. 이 공간은 소박하고 정겨운 작가의 모습과 사뭇 닮아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작품들이 그저 편안하게 잘 보일 수 있는 공간이면 충분하다는 마음으로 인테리어를 했어요. 여기 있는 선반들은 자연 친화적인 소재를 사용해 작가가 손수 재단해 만든 것들이에요. 군더더기가 없죠. 도예품의 특성상 멀리서 찾아오시는 마니아층 손님들도 있고 홍대에 위치해 있어서 지나가다 들르시는 분들도 있어요. 머무시는 분들이 편안하게 작품들 감상하며 좋은 음악과 향기로운 차로 지친 마음을 힐링하고 가신다면 좋겠다는 부부의 마음이 담긴 공간이에요.
Q. 그릇들이 참 많아요. 이경한 작가님의 작품 외에 다른 작가님의 작품도 있나요?
이경한 작가의 작품이 95%에요. 백자부터 다기, 면기, 화병, 찻잔과 접시 등 다양하게 있죠. 그런데 좀 많이 있죠? 제가 정리를 좀 더 잘 했어야 하는데 (웃음) 그래도 막 쌓아 놓은 것은 아니랍니다 (웃음).
#2. 소박하고 정겨운 작가의 모습이 그대로 녹아 있는 공간
Q. 이 선반들을 직접 만드셨군요. 듣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치장이 없고 기능에 충실한 선반이네요. 워낙 도예품들이 가득 있는 곳이라 솔직히 처음 인상은 선반도 고급스럽고 '뭔가 있어 보였'습니다.
그런 느낌을 받으셨다면 그건 인테리어나 공간 때문이 아니라 그릇들 덕분이 아닐까 해요. 인테리어는 보시는 것처럼 심플하잖아요. 드러내거나 뭔가 있어 보이려는 것 없이요. 저도 살면서 알았는데 작가가 그런 가치관이 있더라고요. 공간은 그 사람의 향기가 확 나죠. 작가의 시골의 작업장을 봐도 참 소박해요. 겨울엔 성형과정 중인 기물들을 얼지 않게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데 그냥 연탄난로를 태워요. 집도 정말 뭐 없어요 (웃음). 모습도 그냥 동네 이장님 같죠 (웃음). 그게 그냥 작가인 것 같아요. 그런데 작품을 들여다보면 그 섬세함과 정교함에 놀라곤 해요. 그럴 땐 저도 작가가 다시 보여요 (웃음). 그게 바로 작가가 존재하는 이유가 아닌가 해요. 작가는 본인의 것들을 작품에 다 담아내고 우리는 작품에서 그 힘과 향기를 느낄 수 있잖아요. 그리고 그게 이 공간 자체이기도 하고요.
Q. 이경한 작가님의 작품에 대한 장정미 대표님의 생각도 들어 보고 싶어요.
뭐라고 표현을 해야 될까요. 세상을 향한 문을 닫고 내면의 길을 택한 작업 인생이죠. 한결같이 흘러가는 물과 흙, 그리고 불… 그 연결고리의 삶을 살아내는 인생이요. 오랜 세월 속에서 퇴적되어 가는 한 고목의 자태처럼 자연의 한 조각이 되어 살아가는 그 자신이 작품에 투영된 것 같아요. 작가의 삶은 자극적인 문명의 것들을 피하고 자연 속 변화무쌍하고 촉촉한 영감과 에너지를 벗 삼아 자신 안으로 섬세하게 다듬어 들어가는 노동의 세월이에요. 그렇게 하루하루를 지내 온 인고의 결과물들, 그것이 작가의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Q. 그릇뿐만 아니라 차(茶)도 판매하시는군요. 설명이 쉽게 쓰여 있고 향기도 맡아 볼 수 있고 참 좋네요.
이전에 작가가 생활이 어려울 때도 차를 즐겨 마시더라고요. 차로 가득 찬 벽장이 하나씩 하나씩 생기고 말이죠 (웃음). 작가는 차를 정말 좋아하고 깊게 알고 있어요. 20년간 '차(茶) 생활'을 하다 보니 정확하고 섬세한 기준으로 좋은 품질의 차를 알아볼 수 있죠. 그런 만큼 합리적인 가격의 좋은 차들도 알고 있고요. 좋은 품질의 접근이 용이한 차들을 작가가 직접 추려서 이곳에서 편히 접하게끔 소개해 드리고 있어요. 소량으로도 구입하실 수 있고요.
#3. 미술과 음악의 만남, 그 시너지
Q. 대표님은 도예 전공을 하셨고 현재는 재즈 보컬리스트로 활동 중이시죠. 이곳에서 들리는 재즈의 선율이 예사롭지 않더라고요. 직접 선곡하세요? 어떤 기준으로 선곡하시는지?
판교에서는 좀 더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음악을 틀었다면 여기는 그런 음악들과 함께 홍대라는 위치의 특성상 방문하게 되는 젊은 분들의 감성도 생각을 하는 편이에요. 장르의 구애는 없지만 재즈 뮤지션의 곡이 많은 편이죠. 클래식과 가요도 틀어요. 클래식 기타 소리는 그 울림이 작품들과 조화롭게 어우러지죠. 클래식을 틀 땐 자칫 관성적인 갤러리 BGM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해요. 가요도 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것들을 틀고요. 제가 미술을 전공했고 음악이 업이다 보니 시너지는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이걸 못 느끼는 분들에게는 그 힘이 미미할 수 있겠지만 알고 느끼는 분들은 또 알아봐 주세요. 가장 중요한 건 모든 게 편해야 한다는 거예요. 초자극인 세상이잖아요.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올드하지는 않게 이곳에 발걸음 하신 분들께 촉촉함을 줄 수 있는 음악이기를 바라죠.
Q.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뮤지션이 궁금합니다.
브랜포드 마샬리스 (Branford Marsalis), 마커스 로버츠 (Marcus Roberts), 키스 자렛 (Keith Jarrett)을 좋아해요. 특히, 시간이 지나도 절대 질리지 않고 유니크하면서도 시간을 뛰어넘어 세련되게 다가오는 음악들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Q. 음악이 공간에 주는 영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음악은 제3의 공간으로 나를 데려다주죠. 이런 매장에서 일하는 건 마치 내 시간과 삶을 저당 잡히는 것과 같단 느낌을 받아요. 잠재적 방문객들과의 암묵적 시간 약속이 늘 잡혀 있는 거잖아요. 솔직히 그런 면에서 저는 좋은 점수를 받긴 힘들 것 같아요 (웃음). 여하튼 가게에서 일을 한다는 건 그런 생활의 연속인데, 그럼에도 음악 안에서는 어디든 갈 수 있어서 좋아요. 그래서 저는 참 감사해요. 작품이 주는 에너지와 음악, 그리고 신앙이 제게는 삶을 살아낼 원동력을 주거든요. 이것들이 제게 없었다면 참 쉽게 고갈되었을 것 같아요. 그런 감사함을 문득 깨닫는 순간이 제 삶의 이유와 역할을 느끼는 순간이죠. 뮤지션들을 보는 순간들도 마찬가지예요. 물질 논리를 뛰어넘어 자신의 예술성을 쌓아 올리는 과정들을 보면서 영감을 얻고 숙연해지고 감사함을 느껴요.
Q. 판교에서는 '우리동네 예술프로젝트'로 많은 공연을 기획하셨고 그 외에도 공연을 많이 여셨죠. 앞으로는 이 안에서 어떤 걸 하고 싶으신지?
<이목동 그릇>에서뿐만 아니라 제가 어쩌다 보니 공연 기획을 하고 있더라고요 (웃음). 그리고 또 어쩌다 보니 일주일에 몇 번씩 수많은 공연을 올리고 있었더라고요 (웃음). 공연을 통해서 좋은 걸 많이 봤어요. 뮤지션의 힘도 많이 느꼈고요. 제가 음악을 시작했던 시절에는 이 정도 퀄리티는 아니었다고 생각이 드는데, 요즘 국내 연주자들의 앨범을 듣고 있으면 실력은 물론 녹음의 사운드나 여러 면에서 정말 놀랍다는 생각을 해요. 가능성도 많이 봤고요. 앞으로는 그동안 신경을 좀 못 쓴 <이목동 그릇> 운영에 불을 지펴보려고 해요. 생각하는 것들로는 '티 하우스 (Tea House)' 운영과 문화 사업이 있어요.
Q. 특히 인상적이었던 국내 팀과 음악을 추천해 주신다면요.
신명섭 그룹의 [Circular Dilemma], 조민기의 [Invisible], 오정수의 [어제가 있는 자화상], 이선재의[Entropy] 앨범을 추천하고 싶어요. 재즈에 관심이 없는 분들이라면 듣는 이에 따라 다소 어려울 수도 있지만 이런 음반들이 있고 국내의 이런 멋진 뮤지션들이 있구나 한 번쯤 알아가는 것도 좋을 거라 생각해요.
Q. 본업인 보컬리스트로서의 활동도 기대해 볼 수 있겠죠? 마지막으로 <이목동 그릇>은 앞으로 어떤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지?
뮤지션으로서의 활동도 조금씩 불을 좀 올려놓아야죠 (웃음). 판교에서는 지역 주민들을 바탕으로 마니아들이 오시는 편이었어요. 이 마니아라는 분들은 돈이 많은 분들만 뜻하진 않아요. 특히, 이런 도예작품은 돈이 문제가 아니라 관심이거든요. 관심과 안목이 있으면 돈을 모아서라도 사셔요. 그런데 최근에는 뭔가 달라지는 걸 느껴요. 무엇보다도 작가에게서 최근 나온 작품들은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을 정도로 (웃음) 더욱 완성도가 높아지고 새로운 것들이 나오고 있어요. 이제는 이것들이 마니아층에 국한되지 않고 저변이 확대되어 많은 분들에게 다양하게 가닿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언젠가 때가 되면 이 그릇들을 더 쉽게 보여드릴 수 있는 전시관도 만들고 티 하우스도 만들어서 문화사업의 일환으로 음악과 함께 넓게 알리고 쉽게 경험할 수 있게 해 드리고 싶어요. 작품을 통해 문화를 향유하고 나아가서 넓은 의미의 선순환으로 연결되는 역할을 하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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