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합니다!
'지금 나오는 노래 완전 좋은데, 이건 다 누가 알고 선곡하는 거지?' 이런 생각, 해 보신 적 있나요?
요즘 '핫'하다는 거기! 감성 충만한 분위기에 흐르는 노래마저 힙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바로 거기!
이 음악을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도 넣고 싶은데, 주변 소음 때문에 검색에 실패하는 일이 다반사.
그렇다고 점원에게 물어보기는 조금 부끄러운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 - 한 달에 두 번, [핫플힙플]이 전하는 흥미로운 선곡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자료제공: 비스킷 사운드
사진: 김성찬
HOT PLACE <더블하모니>
벽면에 가득 걸린 시계가 마치 ‘이상한 나라’로 데려다줄 것만 같은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카페 <더블하모니>. ‘윈 제과’, ‘커피미학’ 등 유명 제과점과 커피숍을 거친 후 카페 메뉴 컨설팅과 교육을 해 오다 카페를 차리고 10년간 자신의 개성이 담긴 커피를 내고 있는 박민수 대표의 공간이다.
취재를 할 때마다 모든 가게에는 사장님만의 개성이 묻어 있고 이런 건 복제할 수 없다는 걸 체감한다. 개인의 철학, 일하는 방식, 자기 일에 쏟는 마음, 손님들의 흔적… 이런 걸 어떻게 따라 하겠는가. 사장님이 내주신 놀라울 만큼 풍부한 커피 맛을 느끼며 인터뷰를 하는 동안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중 그가 재즈 바를 운영했을 때의 내용이 담긴 글이 생각났다.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을 짓게 할 수는 없다. 열명 가운데 한 명이 ‘상당히 좋은 가게다’, ‘마음에 든다’, ‘또 오고 싶다’라고 생각해 주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러나 그 한 사람에게는 철저하게 마음에 들게 만들 필요가 있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아홉 명에게 이곳은 인테리어 요란하고 가격은 비싸고 메뉴를 주문했는데 20분 넘게 기다려야 하는 카페일지 모른다. 그러나 필자에게 <더블하모니>는 바쁨을 잠시 내려놓고, 커피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는 커피 명가(名家)다.
INTERVIEW <더블하모니> 박민수
#1. 자기만의 시간으로 즐기는 커피 한 잔의 여유 <더블하모니>
Q. 안녕하세요!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더블하모니> 박민수 입니다.
Q. <더블하모니>는 생긴 지 얼마나 되었나요? 이곳을 운영하기 이전에도 커피를 하셨어요?
원래 <더블하모니>는 여기가 아니었거든요. 맞은편에서 8년, 이곳에서 2년 가까이 되었네요. 커피는 1999년부터 했는데요, <더블하모니>를 하기 전에는 숍이 아니라 컨설팅하고 교육하고 납품하는 사업을 했습니다. 그 이전에는 제 사업장이 아닌 카페에서 일했고요.
Q. 1999년이요? 그때는 카페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을 때인데, 어떻게 커피를 이렇게 일찍 시작하게 되셨어요?
지금처럼 많지 않았죠. 프랜차이즈가 들어오기 전이니까요. 그래도 많진 않았지만 원두커피 전문점이 있긴 있었어요. 커피숍에서 일하기 전에 제빵을 배워서 제과점에서 일을 했어요. ‘리치몬드’, ‘나폴레옹’만큼 유명한 청담동의 ‘윈 제과’라는 곳이었는데요. 함께 일하던 형이 일본에서 유명한 카페에서 일을 했다는 거예요. 커피도 있고 식사도 간단하게 하고 디저트도 가볍게 먹을 수 있는 형태의 카페에서 말이죠. 국내에는 그런 곳이 없었기 때문에 신기했는데 한국에도 그런 데가 있다고 저를 데려간 곳이 ‘커피미학’이었어요. 당시 제가 일하는 제과점과 숙소 사이에 ‘커피미학’이 있었기 때문에 퇴근길에 거기서 원두를 사고 그랬어요. 그러다 나중엔 ‘커피미학’에서도 일하게 됐죠. 이후 바로 제 가게를 차린 게 아니라 교육하고 납품하는 컨설팅을 해 오다 더 늦기 전에 내 카페를 해봐야겠다. 싶은 마음에 <더블하모니>를 시작하게 되었죠.
Q. <더블하모니>는 무슨 뜻이에요?
누군가에게 설명하려고 지은 이름은 아니에요. ‘하모니 (harmony)’가 이미 여러 가지가 조화되었다는 뜻인데 거기에 또 ‘더블 (double)’이라는 단어까지 들어가서 중복되는 느낌이지만 그냥 이렇게 붙였어요. 카페에 여러 요소가 있잖아요. 인테리어가 있고 음악도 있고 당연히 음료와 먹을거리들이 있죠. 그리고 제일 중요한 사람들이 있잖아요. 이런 요소들이 겹치고 겹쳐서 조화를 이루는 곳이 카페라고 생각해서 이름을 이렇게 지었어요.
#2. 커피는 사는 보람이자 개성의 표현이고 또, 삶 자체
Q. 묵직한 메뉴판에는 단순히 메뉴만 적혀 있는 게 아니라 여러 단계의 농도와 산미 정도를 고를 수 있도록 적혀 있네요.
네. 농도를 단계별로 주문할 수 있어요. 여기는 메뉴판 안 보고 ‘아메리카노 주세요’라고 하시기보다 커피 맛을 세밀하게 고를 수 있는 곳이긴 해요. 정보가 많으면 피곤하고 귀찮고 관심에서 멀어진다는 걸 알고 있긴 하지만 저는 이렇게 하고 있어요. 그리고 여기 메뉴판에 공부하실 분들은 다른 매장을 이용 바란다고 적혀 있기도 하고 디저트 메뉴에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물어보실 분들은 주문하지 말라는 내용까지 적혀 있어서 보시고 굉장히 욕을 많이 하세요 (웃음). 메뉴판도 복잡하고 다른 카페 같지 않은 이런 것들이 불친절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저는 만들어져 있는 걸 파는 게 아니라 디저트도 직접 만들고 비엔나커피에 올리는 크림도 주문하면 그때 치거든요. 이만큼의 정성이 들어가는 게 저에게는 중요하고 의미가 있는데 시대의 트렌드는 아닌 거죠.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그냥 저에게 의미 있는 게 점점 다른 분들에게 의미가 없게 되니까 저도 이게 고민이에요.
여기 이렇게 시계가 많지만 하나의 시계를 제외하고 현재 시간을 가리키는 시계는 없거든요. 그래서 오시는 분들이 많이들 물어보세요. “시계가 왜 이렇게 많냐”, “시계가 왜 제각각이야?”, “왜 시계가 안 가?” (웃음). 카페 들어오는 입구에 작은 액자가 있어요. “숲의 시계는 천천히 시간을 새긴다”라는 글이 써져 있는데요. 일본 드라마 <자상한 시간>에 나오는 말이에요. 사람마다 느끼는 시간과 속도가 다 다르잖아요. 나이도 다르고요.
그리고 이곳에서 어떤 시간을 가졌어도 이후에 각각 기억되는 시간은 또 저마다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전 이게 좋더라고요. 각자 다르게 흐르는 시간을 이 안에서 자유롭게 그리고 여유를 가지고 느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해봤어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영화 ‘더 베스트 오퍼 (The Best Offer)’의 마지막 장면에 주인공이 나잇 앤 데이(Night and day)라는 레스토랑에서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리는데, 거기도 사방이 시계로 되어 있어요. 또 제가 좋아하는 나라인 영국, 그리고 영국의 ‘몬모스 (MONMOUTH)’ 카페의 영향을 받은 부분도 있고요. 저의 취향과 다양한 영감이 복합적으로 표현된 건데, 이 모든 걸 관통하는 핵심은 ‘슬로우’예요.
Q. 내려주신 커피가 정말 맛있습니다. 제가 전문가는 아니라서 정확한 설명은 못 하겠지만 하여간 달라요. <더블하모니>의 커피가 다른 곳과 어떻게 다른지 설명을 좀 해주세요.
얘기가 조금 길어지고 지루할 텐데 괜찮으세요? (웃음). 요즘 우리나라의 커피는 미국 프랜차이즈들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제가 처음 커피를 했을 때는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었고요. 요즘은 가볍고 산뜻한 커피가 트렌드인데 저는 그런 쪽은 아니에요. 저의 스타일은 강배전 커피예요. 제가 좋아하고 추천하는 거지만 시대가 좀 변했죠. 커피는 기호 식품이고 그 시대 사람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 반영되는 거잖아요. ‘뭐가 좋다’, ‘맞다’ 이런 건 전혀 없고요. 저는 이런 게 유행일 때 커피를 시작했고, 이게 좋아요. 그래서 이건 저한테 의미가 있는 거예요. 그래도 커피는 결국 오시는 분들, 손님이 맛있어야 하니까 제 것과 트렌드 사이에 균형을 맞추려고 해요. 그 안에 다른데 와는 완전히 구별되는 저만의 개성과 색깔이 커피 맛에 녹아 있다면 그걸로 된 거죠. 저에게 커피는 당연히 생계유지 수단이지만 사는 보람이고, 내 개성을 나타내는 거고, 또 평생 하는 일이니까 인생이기도 하거든요.
Q. 적당히 따듯한 조도에 은은한 커피 향, 빈티지 한 소품이 가득한 이곳에 재즈 음악이 정말 잘 어울리네요. 음악은 어떻게 트세요?
저는 음악을 CD로 들어요. LP 세대고 또 CD로 음악을 듣던 세대거든요. 지금은 스트리밍으로 많이들 들으시지만 전 아직까지 손으로 틀고 이런 게 좋더라고요.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배경에 깔리는 음악 중에 좋다고 느끼는 곡이 있으면 그 곡이 담긴 CD를 사요. 최근에 노라 존스 음반 두 개를 샀어요. 하나는 1집이고 하나는 영화 <마이 프린세스 다이어리2> OST예요. ‘러브 미 텐더 (Love Me Tender)’ 곡 하나 때문에 샀어요. 유해를 못 찾아서 고인에 대한 정리를 못 하는 분들에게 미국에 있는 유해를 찾아서 유족에게 돌려 드리는 우리나라의 다큐멘터리를 봤는데요, 영상 마지막에 노라 존스의 음색으로 엘비스 프레슬리의 ‘러브 미 텐더’가 나오는데 저한테 뭔가 딱 주더라고요. 예전엔 사라 본을 많이 들었는데. 요즘은 노라 존스만 틀고 있어요.
Q. 앞으로의 <더블하모니>는요?
맞은편에서 가게를 하다 이사 한 달 전에 통보를 받았어요. 지난번 자리는 1년을 거쳐 찾은 자리였는데, 여기는 급하게 오게 된 곳이죠. 여건이 되면 이전을 하고 싶어요. 정말 원하는 곳에. 조그맣지만 마당이 있고 그 마당을 주차장으로 쓰는 게 아니라 정원을 꾸린 그런 곳에서 카페를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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