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합니다!
'지금 나오는 노래 완전 좋은데, 이건 다 누가 알고 선곡하는 거지?' 이런 생각, 해 보신 적 있나요?
요즘 '핫'하다는 거기! 감성 충만한 분위기에 흐르는 노래마저 힙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바로 거기!
이 음악을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도 넣고 싶은데, 주변 소음 때문에 검색에 실패하는 일이 다반사.
그렇다고 점원에게 물어보기는 조금 부끄러운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 - 한 달에 두 번, [핫플힙플]이 전하는 흥미로운 선곡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자료제공: 비스킷 사운드
HOT PLACE <실낙원>
공간을 취재할 때마다 모든 가게엔 사장님만의 개성이 묻어 있고 이런 건 복제할 수 없다는 걸 느낀다. 그리고 사랑받는 공간의 사장님들은 대체로 비슷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는데, 그 철학을 요약하면 이렇다.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 한 사람에게는 마음에 쏙 드는 대체 불가능한 곳이 되자.' 범계역에 위치한 카페 <실낙원>이 딱 그런 곳이다. 어떤 사람에겐 수많은 카페 중 하나일지 모르지만 이곳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없이 완벽한 곳. 트렌디한 인테리어도, 유행을 따르는 디저트 메뉴도 없지만 밸런스 꽉 잡힌 커피 맛을 음미하며 턴테이블에서 흐르는 재즈 음악을 즐기며 쉬어갈 수 있는, 범계역에 위치한 카페<실낙원>의 박지훈 대표를 만났다.
INTERVIEW 박지훈 대표
#1. 보이는 것보단 본질에 충실한 카페, 범계 <실낙원>
Q.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실낙원>을 운영 중인 박지훈입니다.
Q. 망원동에서 범계로 옮긴 걸로 알고 있어요. 범계에서 운영한 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2018년 10월 6일에 영업을 시작했으니 이제 2년 넘겼네요.
Q. 사장님은 예전에도 카페를 운영하셨었나요? 이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는지요?
20대 중반부터는 쭉 바리스타로 일했었고, 직접 창업을 한 건 망원동이 처음, 지금이 두 번째입니다.
Q. '실낙원'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되셨어요?
그럴듯한 의미가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아무 의미가 없어요. 망원동에서 범계로 이전을 준비할 때 가게 이름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고, 단골이셨던 영화감독님께 동양적인 단어 3~4글자 아무거나 막 던져달라고 했어요. 그중 하나가 실낙원이었고, 그 자리에서 결정했습니다. 나중에 주변에서 모두 반대했지만 다시 짓기도 귀찮아서 계속 쓰고 있어요.
Q. <실낙원>을 한 문장으로 설명한다면?
"호불호가 명확한 곳"
<실낙원>을 무척 좋아해 주시는 손님이 있는데, 그 손님의 친구는 <실낙원>이 '불호'였어요. 보이는 것부터 판매되는 것, 운영방식 등 오롯이 주인장의 취향만 가득하거든요. 공간은 어떤 목적으로 오느냐에 따라 최고가 될 수도 최악이 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실낙원>은 예쁜 소품도, SNS를 위한 포토존도, 트렌디한 메뉴도 없어요. 제가 이상적으로 여기는 순간을 위해 다른 카페와 비교해 제한되는 사항이 있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그런 만큼 <실낙원>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확실하게 좋은 공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2. 턴테이블에서 5-60년대 재즈가 차분히 흐르는 나만의 명소
Q. 음악 맛집이라는 소문이 자자합니다. 일단 이 LP들이 눈에 띄네요. 음악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 같아요.
뭔가를 수집하는 걸 원래 좋아했어요. 20대 때는 신발이나 청바지, 향수처럼 딱 그 나이 때 멋을 낼 수 있는 아이템을 수집했었고, 지금은 음반이 된 거죠. 원래 음악 듣는 걸 좋아하기도 했고요.
Q. LP나 CD로 직접 음악을 틀어주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매장에 흐르는 음악 선곡을 사장님이 직접 하시나요?
네. 모두 제가 선곡합니다.
Q. 선곡을 하는 기준이 있으신가요?
그때그때 제 기분이나 날씨, 매장 분위기를 고려하고요. 단골손님들의 취향을 기억하고 있다가 틀어드리기도 해요.
Q. 사장님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음악이 궁금해요.
50~60년대 재즈를 좋아합니다. 오디오 세팅도 이런 음악들에 맞춰져 있고요. 같은 곡도 누가 연주하느냐 어떤 악기기 주도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곡이 되기도 하니 질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3. <실낙원>을 좋아해 주는 분들에게는 더없이 완벽한 곳이기를
Q. 내부 인테리어가 차분하면서도 따듯한 인상이에요. 특히,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책걸상 느낌에 테이블과 의자가 눈에 띕니다. 인테리어를 직접 하셨나요? 어떤 콘셉트인지?
망원동에서 가깝게 지낸 목수님들과 작업했어요. 첫 가게 건물주가 바뀌고 모두 원상복구하고 나오면서 들었던 생각이 '아, 인테리어에는 큰돈을 쓰면 안 되겠구나'였던지라 최대한 절감했어요. 의자는 돈이 모자라서 학교 의자를 구하고 나중에 교체할 계획이었는데 다들 콘셉트로 봐주시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아직도 쓰고 있네요. 콘셉트는 그저 차분함과 매장 전체가 한 컷으로 들어오는 그런 느낌을 원했어요. 이것저것 사진 찍기 좋은 요소를 넣는 것보단 공간 자체가 한 컷으로 느껴지는 그런 것이요.
Q. 음악이 공간에 주는 영향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생각보다 크다고 확신합니다. 어떤 공간에서 오브제나 포토존 같은 시각적인 건 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지만 음악은 듣기 싫어도 들리잖아요. 귀는 열려있으니깐요. 매장에서 음악 선곡을 신경 쓰는 사장님들이라면 공감할 거예요. 내가 어떤 곡들을 어떤 의도를 가지고 순서대로 플레이했을 때 머무르던 손님들의 행동이랄까 분위기가 달라질 때가 있어요. 이럴 때 소소한 재미를 느끼죠. 분명 음악이 공간에 끼치는 영향은 큽니다.
Q. 이곳 커피 맛에 대해서도 빼놓을 수 없어요. 하이엔드 머신을 사용하고 있으시더라고요. 물론 머신이 제일 중요한 건 아니지만 <실낙원>은 커피 맛에 대해 공들이는 것이 느껴지고 맛이 좋다는 평이 많아요. 커피와 음료, 또 직접 만드시는 디저트에 대해서도 간단히 설명해 주세요.
보이는 것보단 본질적인 것에 투자하고 싶었어요. 하이엔드 머신이 무조건 좋은 결과물을 가져오진 않지만 잘 사용한다면 변수를 줄여주는 건 확실하니깐요. 제가 메뉴를 만들 땐 밸런스를 중점으로 봐요. 어느 것 하나 튀는 것 없이 어우러지는 그런 거요. 과한 단맛으로 원재료의 향을 해치지 않고, 부담스럽지 않은 그래서 마시고 먹기 편한 게 우선입니다.
Q. 실낙원을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인터뷰 취지와는 다른 대답일 수 있겠는데 저랑 친해 지면 됩니다 (웃음). 단골이라고 서비스를 왕창 챙겨 주고 그러진 않아요. 처음 오신 분들과 똑같이 대해요. 다만 친해져서 얻는 재미도 있을 거예요.
카페가 유리한 점은 다른 업종보다 주인과 고객과의 벽이 두껍지 않거든요. 기본적으로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취향이 확고하고, 그 취향을 나눌 수 있는 손님들을 계속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Q. 이곳에서 음악 공연도 열렸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런 공연들을 앞으로도 이곳에서 만날 수 있을까요? 앞으로 계획하신 것들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이것저것 계획은 많이 했었지만 코로나로 모두 무산됐어요. 사태가 잠잠해지면 방역 수칙을 철저히 적용시켜 소규모로 공연이나 음감회를 진행 하고 싶은 생각은 늘 하지만 아무래도 조심스럽죠.
Q. 앞으로 실낙원은 어떤 공간이 되고 싶은지
재즈를 좋은 음향 기기를 통해 레코드로 틀어주는 카페인 일본의 '재즈킷사'같은 공간을 생각하고 있어요. 사실 올 초에 <실낙원> 2호점을 계획했었는데 일본의 재즈킷사들을 참고했어요. 코로나 장기화로 계획은 접었지만 지금 공간에 당시 생각했던 걸 조금 도입해볼까 해요. 재즈와 커피 그리고 간단한 술이 어우러진 공간이에요. 제 생각대로 구현된다고 해도 굉장히 호불호가 갈릴듯한 콘셉트이긴 한데, 어차피 어떤 식으로 하든 모두에게 인정받고, 사랑받는 건 불가능해요. 모두에게 사랑받진 못하겠지만 어느 누군가에겐 대체 불가능의 공간이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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