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합니다!
'지금 나오는 노래 완전 좋은데, 이건 다 누가 알고 선곡하는 거지?' 이런 생각, 해 보신 적 있나요?
요즘 '핫'하다는 거기! 감성 충만한 분위기에 흐르는 노래마저 힙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바로 거기!
이 음악을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도 넣고 싶은데, 주변 소음 때문에 검색에 실패하는 일이 다반사.
그렇다고 점원에게 물어보기는 조금 부끄러운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 - 한 달에 두 번, [핫플힙플]이 전하는 흥미로운 선곡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인터뷰: 비스킷 사운드
사진: 오현용
HOT PLACE 〈Dive Records〉
얕은 음악적 호기심으로 음반 가게에 들어갔다 뭘 어떻게 찾아야 할지 모르겠는 까마득함에 주눅 드는 기분을 느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레코드 숍은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도 한 번쯤 구경하고 싶은 매력적인 공간이나 소위 말하는 '음잘알'이 아니면 즐기기 어려운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생각을 기분 좋게 바꿔주는 곳이 있어 소개해 본다. 레코드 숍의 문턱을 낮추고 좋아하는 음악을 천천히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 〈Dive Records〉가 바로 그곳이다. 을지로에 위치한 이곳은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만든 공간답게 직접 제작한 청음 시설, 각종 커스텀 디스플레이, 미디어 장치, 인센스 거기에 '사이트 글라스 (Sight Glass)' 원두의 커피까지. 귀로 듣는 음악뿐만이 아니라 시각, 후각, 촉각을 자극하는 다양한 체험 요소가 함께 제공되는 차별화된 레코드 숍이다. 〈Dive Records〉는 이러한 다양한 재미 요소들을 통해 공간에 거리감을 좁힌 뒤 본격적으로 음악을 탐미하는 여정에 초대장을 던지는데, 기막힌 음향 시스템과 숍 마스터의 친절한 큐레이션에 일단 초대장을 받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소울, 힙합, 재즈, 하우스, 일렉트로닉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 중 허투루 만들지 않는 앨범들 한 장 한 장을 직접 듣고 선별해 채운 음반 가게 〈Dive Records〉의 권영진 숍마스터를 만나 봤다.
INTERVIEW 권영진 숍 마스터
#1. 당신의 시도에 도움을 드립니다. 을지로 음반 가게 〈Dive Records〉
Q.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Dive Records〉를 운영하고 있는 권영진입니다. 숍을 저 혼자 운영하는 건 아니고 두 명의 파트너와 함께하고 있어요.
Q. 운영한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1년 정도 되었어요. 코로나와 함께 시작했습니다 (웃음).
Q. 레코드 숍의 면면이 범상치 않습니다. 레코드 숍을 운영하기 이전에 어떤 일을 하셨는지.
2명의 파트너와 함께 인터랙티브 미디어 회사를 운영하고 있어요. 쉽게 얘기하면 기업이 고객들과 소통하는 접점이 있을 거잖아요. 예를 들면 전시장이나 매장과 같은 오프라인 환경에서 다뤄지는 모든 제품과 서비스들을 저희들만의 디지털적인 시각과 해석으로 디바이스와 기술을 활용하여 브랜드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새로운 관점의 미디어 경험을 제시하는 일을 해오고 있습니다. 이전 직장 동료들과 함께 '우리 것을 만들어보자' 의기투합해 2016년 지금의 회사를 설립했어요. 지금도 숍과 병행해 일하고 있어요.
Q. 그런데, 어쩌다 레코드 숍을 차리게 되었나요? 을지로에 차린 이유도 궁금해요.
영국 유학 시절 런던의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직접 몸으로 느끼고 그들과 파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음악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훌륭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그런 덕분에 그들과 교류하며 일종의 좋은 영향을 받은 거죠. 그렇게 지내다 한국으로 돌아와 회사 생활을 시작했고 운명처럼 지금의 파트너들을 만나 독립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비전을 담아 파트너들과 함께 이 공간을 만들게 되었죠. 을지로를 택한 이유는 회사 사무실이 근처에 있어요. 전기 자전거로 오전엔 회사로 오후엔 숍으로 출근하는 식이죠.
Q. 음악을 좋아한다고 해서 누구나 레코드 숍을 차리지는 않죠. 레코드 숍을 운영할 계획을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는지 궁금해요.
사실 처음부터 레코드 숍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아니에요. 숍을 차리겠다는 생각보다는 저처럼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음악을 찾아 듣는 과정에서의 경험들을 온전히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어요. 그런데 최근에 레코드판을 사서 듣는 경험 자체를 신기해하고 호기심을 갖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죠. 시작할 때 누군가 잘 끌어주고 가이드 해서 시행착오를 줄여 주면 좋잖아요. 그 과정에서 즐거움이 무한하게 펼쳐지는 걸 알게 해드리고 싶어요. 제가 경험한 것처럼요.
#2. 개인 맞춤형 큐레이션에 특화된 레코드 숍 (Feat. 친절한 숍 마스터)
Q. 음악을 듣는 과정의 즐거움을 이 숍을 통해서 경험하게 해주고 싶으신 거군요?
취향이라는 게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툭 하고 떨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몰랐던 자신의 취향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기도 하고 또 가꾸어 나가면서 시행착오도 겪고 그렇게 차곡차곡 쌓아가는 거잖아요. 그렇게 쌓이는 경험의 중요성을 알려 드리고 싶은 거죠. "이건 왜 좋지?", "이만큼 좋은 음악이 또 없을까?" 스스로에게 질문하면서 새로운 음악을 탐구하는 분들과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고 싶은 레코드 숍인 거죠.
Q. 믹스 클라우드에서 스트리밍으로 라이브도 하고 계시잖아요 이건 이런 소통의 일환이겠죠?
맞아요. 매장에 오는 분들의 음악 취향이 다 개성이 있고, 음반을 고르는 선택의 기준이 다 달라요. 너무 당연하지만 그런 부분들이 늘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과정을 목격하면서 그분들의 플레이리스트를 담은 지극히 개인적인 음악 이야기들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해보면 유익하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Q. 인기 있는 음반들을 두루 구비해두고 고르도록 하는 그런 숍은 아닌 거 같아요. 오히려 셀렉 숍처럼 느껴지고 어떤 결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Dive Records〉의 주요한 음악의 장르나 콘셉트는 뭐라고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콘셉트나 장르적 특성을 한 마디로 설명해드리는 것은 어려운 일 같아요. 다만, '정직하게 만든 음악을 제대로 들려주고 싶은 레코드 숍'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정직함'이라는 건 미련할 만큼 뚝심 있게 음악을 만드는 태도인데요 그런 음악을 온전히 서포트하는 독립 레이블들과 그들이 소개하는 아티스트들의 특별함을 소개하고 싶었어요. 저희가 소개하고 싶은 음반들 대부분이 다른 곳에서는 만날 수 없더라고요. 그게 늘 안타까웠어요.
Q. 〈Dive Records〉의 베스트 음악을 소개해 주신다면요.
'Neue Grafik Ensemble'의 [Foulden Road]라는 앨범인데요, Neue Grafik이라는 프랑스 출신의 프로듀서를 중심으로 4명 연주자들로 꾸려진 앙상블이고요. 리얼 악기를 가지고 모던하게 전자음을 쓴 하이브리드 재즈 음악인데 최근에 숍에서 종종 소개하고 있는 앨범이에요. 그리고 '2019년 올해의 앨범'으로 저희가 꼽은 앨범은 'Dego'라는 뮤지션의 [Too Much]라는 두 장짜리 음반인데요.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레전드 아티스트죠. 프로듀서라면 자기만의 시그니처 사운드를 만들고 싶어 하잖아요. 근데 Dego는 자기만의 사운드를 하나의 장르적 개념으로 확장하고 정착시킨 프로듀서예요. 원래 그의 음악은 대중 친화적인 사운드는 아니지만 특별히 이 앨범의 구성은 로컬에서 활동하는 7명의 여성 보컬들이 피쳐링으로 참여하여 뭔가 친근한 대중적인 코드를 갖고 있으면서도 탄탄하게 녹아 있는 Dego 본연의 음악적 요소들을 느낄 수 있어요.
Q. 〈Dive Records〉를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신다면요?
당장 턴테이블이 없어도 음악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없어도 레코드로 음악을 듣고 싶은 마음만 있다면 그걸로 준비가 다 된 거예요. 누구나 부담 없이 이 공간을 최대한 편안하게 느낄 수 있게 해드리는 게 다이브 레코드가 지향하는 태도이고 또 역할인 거죠. 자주 오셔서 편하게 구경하시고 궁금한 것들 물어봐 주세요.
#3. 공간에 마음을 열게 하는 〈Dive Records〉의 매력적인 장치들
Q. 가구와 소품이 기성품이 아닌 거 같은데요. 이 기계는 뭔가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작은 공간도 있네요. 공간 내부와 인테리어에 대해 설명 좀 해주세요.
여긴 카페라기보단 음악이 중심인 레코드 숍이니까 원두에 대한 홍보는 적극적으로 하지 못했는데... 원두 구입을 위해 찾아오시는 분들이 점점 많아질 정도로 아는 분들은 또 이미 알고 계시더라고요. '사이트 글라스 (Sight Glass)'는 블루보틀과 더불어 샌프란시스코의 3대 스페셜티 로스터 중에 하나로 다이브 레코드는 한국에서 이 원두를 직접 맛볼 수 있고 또 구입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해요. 한 달에 한 번, 항공편으로 신선한 원두를 제공받아 사용하고 있어요.
좌우 천장에서 소리의 균형을 맞춰 몰입도 높은 사운드와 입체적인 공간감을 선사하는 이 벌집 형상의 Hive라는 무지향성 스피커는 360도에서 소리가 고르게 퍼지도록 직접 디자인했어요. 매장에 오시면 청음 해볼 수 있고 구입도 가능합니다.
메인 사운드 시스템은 '알텍 (ALTEC)' 랜싱 A5라는 모델로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넓은 공간의 극장에서 사용하기 위해 제작된 극장용 스피커 시스템의 표준이에요. 특히, 이 제품은 고역의 소리가 넓게 퍼질 수 있도록 설계된 '혼 (Horn)'을 사용해요. 극장 뒤편에 앉은 관객에게까지 소리가 잘 전달되도록 개발되었어요. 이처럼 울림이 넓고 깊은 스피커와 시스템을 사용하고 개발, 제작하는 이유는 딱 한 가지. 잘 만든 음악을 제대로 들려주고 싶어서예요.
이건 저희가 정한 테마에 맞추어 엄선한 레코드를 순차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아날로그 + 디지털의 조화를 담은 신개념 뮤직 태크 솔루션입니다.
LP판 세척을 위한 초음파 레코드 클리닝 머신도 저희가 직접 설계하고 디자인해서 만들었죠. 초음파의 주파수로 물 분자를 가속시켜 발생하는 진동으로 레코드 그루브 안쪽 깊숙한 영역까지 침투된 이물질을 분해-제거하는 최적의 레코드 클리닝 방식이에요.
이 벽면에 정사각 패널은 저희가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싶은 메시지, 음악을 띄우는 디지털 전시에요.
Q. 〈Dive Records〉가 앞으로 기획한 게 있다면?
여기 중앙에 아일랜드 테이블도 바퀴가 달려서 이렇게 가구 밑에 넣으면 중앙에 넓은 빈 공간이 생겨요. 한쪽 벽면에 있는 의자들은 유럽의 갤러리에서 가볍게 들고 이동하면서 앉을 수 있는 가벼운 의자들이거든요.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면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크리에이터분들과 함께 교류할 수 있는 전시나, 워크숍을 한번 진행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어느 정도 숍으로서의 기능을 갖췄다고 생각되었을 때 즈음 음반 제작을 하는 레이블을 론칭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예요. 그동안 우리 숍이 소개했던 음악을 좋아해 주셨던 분들의 기대에 부합하는 다이브스러운 음반을 올해 안에 제작 - 발표할 계획을 갖고 현재 준비 중에 있어요.
Q. 운영하면서 어떤 때 좋으세요? 그리고 〈Dive Records〉는 앞으로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는지?
"이런 데가 있어서 좋다."라는 말씀을 해주시는 분들을 만날 때가 가장 행복해요. 저희가 이 숍을 안 했으면 만날 수 없는 분들이잖아요. 이런 인연들은 저희가 소개하는 음악들이 연결해 주는 거고요. 많은 사람들과 좋은 추억을 함께 쌓아가는 레코드 숍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오래오래 존재하는 숍이 되어야겠고요. 꼭 그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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