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합니다!
'지금 나오는 노래 완전 좋은데, 이건 다 누가 알고 선곡하는 거지?' 이런 생각, 해 보신 적 있나요?
요즘 '핫'하다는 거기! 감성 충만한 분위기에 흐르는 노래마저 힙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바로 거기!
이 음악을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도 넣고 싶은데, 주변 소음 때문에 검색에 실패하는 일이 다반사.
그렇다고 점원에게 물어보기는 조금 부끄러운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 - 한 달에 두 번, [핫플힙플]이 전하는 흥미로운 선곡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자료제공: 비스킷 사운드
HOT PLACE<사루>
경리단 길을 무심히 걸으면 지나치게 되는 곳. 그러나 찬찬히 살피며 걷다 보면 슬쩍하고 존재를 드러내 보이는 작은 가게 <사루>. <사루>는 김순진 대표가 자신의 생애를 가꾸듯 소중히 꾸려 나가고 있는 커피집이다. 메인 스트리트에서 비켜 간 옆 골목 주택가에 간판도 없이 조용히 자리하고 있지만 맛있는 커피와 친절한 사장님, 그리고 매장 가득한 꽃들의 매력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곳에 발걸음을 한다. 운영 6년 차인 <사루>는 단골손님이 많다. 비슷한 이유로 이곳을 처음 찾은 뒤 저마다의 이유로 단골이 되었고 켜켜이 쌓인 신뢰는 꽤 단단해 보였다. 추운 겨울 <사루>에서 사장님이 직접 내려주신 커피를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생각했다. 한 사람의 시간, 그리고 머무는 공간에 대한 사장님의 남다른 배려와 존중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따듯한 공간. 손님을 맞는 모든 과정을 행복하게 여기는 이 멋스러운 커피집에 나 역시 다시 오고 싶다고.
INTERVIEW 김순진 대표
Q.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사루>의 김순진입니다.
Q. 카페 <사루>를 운영한 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2015년 8월에 오픈했으니 5년 넘어 6년 차에 접어들고 있어요.
Q. '사루' 이름에는 어떤 뜻이 담겨 있을까요?
단순한 건데 제 별명이에요. 원숭이라는 일본어이고요. 어떤 가게를 할 때 자기 이름을 걸고 하는 분들 많잖아요. 자기 이름을 거는 건 장난치진 않는다는 거고요. 제가 바리스타로 활동했을 때 대회 나갈 때를 제외하고는 '사루'라는 이름을 썼어요. 그래서 쓰게 되었어요.
Q. 요즘은 워낙 변화가 빨라 3년만 넘겨도 오래 했다는 말을 하는데 5년이면 꽤 오래 하셨네요. 이전에도 카페를 운영하셨어요?
다른 분들의 기준과 속도가 있겠지만 제 기준에 5년은 오래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직 멀었고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여기 전에는 을지로에서 1년 정도 카페를 했어요. 가구 회사에서 운영하는 숍인숍 (Shop in shop) 카페였는데 운영할 기회가 있어서 거기에서 공부도 하고 많이 배웠었죠. 그 이전에는 바리스타로 계속 일을 했어요.
Q. 바리스타를 쭉 해오시다가 내 가게를 갖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시작은 어쩔 수 없이 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하긴 해요. 사실, 저는 커피만 하고 싶었고 커피 공부를 좀 더 많이 하고 싶었어요. 커피에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사람이었고 이성적으로 숫자로 커피를 말하고, 커피에 대해 파고드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어요. 커피와 운영 이 둘을 다 잘하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그런 사람이 못 된다고 생각했는데 바리스타로서 연차가 쌓이다 보니 계속 커피만 할 수는 없더라고요. 저는 바에서 있을 때 가장 행복한 사람인데 말이죠. 그렇게 '어쩔 수 없이'로 시작했지만 <사루>를 하면서는 많이 바뀌었어요. 커피를 좋아해서 오시는 분들이 물론 있지만 <사루>는 이 안에서의 친구들과의 대화 시간이 중요한 공간이기도 하고, 경리단길에 놀러 왔을 때 한번 들러 보고 싶은 카페이기도 하고 꽃 때문에 찾게 되는 곳이기도 해요. 이 여러 가지 이유의 매개가 커피라는 걸 느꼈어요. 그렇다 보니 바리스타는 커피만 만드는 사람은 아니더라고요.
#2. 커피를 마시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곳
Q. 그럼 사장님이 생각하는 바리스타는 어떤 사람인가요?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사장님이 운영하는 <사루>는 어떤 카페일까요?
바리스타는 커피를 만들어서 손님에게 주는 과정을 좋아하고 행복하게 여기는 사람인 것 같아요. 커피를 잘하는 분들이 너무 많고요. 저는 아직 한참 멀었죠. 저희 <사루>는 "맛있는 커피를 드리는 곳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공간이라기보단 "커피를 마시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곳입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곳인 것 같아요. 친절한 주인, 신선한 커피, 좋은 음악 이 세 가지가 저희 가게에 모토에요.
Q. <사루>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고 있는데요. 사장님이 직접 인스타 라이브로 소통을 하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어떤 방송을 하세요?
주로 음악을 같이 듣는 방송을 해요. 제가 원래 음악을 좀 좋아해요. 가족들이 음악을 해요. 클래식 음악을 하는데 저는 음표도 몰라요. 음악도 모르고요. 근데 음악을 듣는 건 좋아하죠 (웃음). 라이브를 통해 같이 듣고 싶은 음악을 들려드리고 음악에 대해서 같이 얘기도 해요. 원래 매장에 턴테이블이 있었는데 강아지들도 많이 오고 그래서 집에 다시 가져다 놨거든요. 에디 히긴스 (Eddie Higgins)를 좋아하는데 LP가 안 나와요. 이런 건 매장에서 같이 듣고 또 LP로 들을 수 있는데 혼자 듣기 아까운 음악들 이런 건 라이브로 같이 듣는 거죠. 매장에서 트는 노래들이 정해져 있어요. 매장에서 못 트는데 같이 듣고 싶은 걸 라이브를 통해 같이 들어요.
Q. 매장에 트는 음악이 정해져 있다고 하셨는데 기준이 있을까요?
제가 좋아하되 모두가 조용히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곡들을 선곡하는 편이에요. 목소리가 들어가는 노래와 현악기로 연주된 음악은 자제하는 편이고요. 뇌피셜이지만 보컬이 있는 노래나 현악기가 연주되는 음악들을 틀으면 더 큰 소리로 말하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사루>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개인이 머무는 공간에 대한 존중이거든요. 저희는 혼자 온 손님도 정말 중요해요. 소음이 주는 폭행도 정말 큰 폭력이라고 생각해서 이런 부분들을 지켜주고 싶어요. 그게 <사루> 찾아와 주시는 분들에 대한 저의 도리라고 생각해요.
Q. 클래식 음악도 좋아하세요?
잘 몰라요. 그런데 아침에 듣는 출근 송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비창이에요 (웃음). 다른 분들은 어떠실지 몰라도 저는 이걸 들으면 신나요.
Q. 매장에서 트는 음악 말고, 사장님이 좋아하는 음악이 궁금하네요.
매장에서 트는 음악들이랑 제가 좋아하는 음악들을 손님들이 물어보기도 해서 플레이리스트를 유튜브에 올려놨어요. 그레고리 포터 (Gregory Porter)도 좋아하고 맥 밀러 (Mac Miller)도 좋아하고 프랭크 오션 (Frank Ocean), 아! 퍼렐 (Pharrell Williams)도 완전 팬이고요. 특히 퍼렐은 국내에서 찍은 뮤직비디오에 참여했을 정도로 좋아해요.
#3. 개인의 시간과 공간을 존중하며 따로 또 같이 즐기는 다방이자 살롱
Q. <사루>를 한 마디로 설명해 주신다면요?
다방이자 커피집이고 살롱이죠. 저희는 고객이라는 말을 안 쓰고 손님이라고 표현해요. 집에 오시는 분들은 손님인 거잖아요. 저희는 재방문율이 높은 곳이에요. 손님의 80% 정도가 재방문 손님일 정도로요. <사루>에 음악 하는 친구, 패션 하는 친구, 미술 하는 친구들도 많이 와요. 여기에 와서 각자 그들만의 것들을 즐기고 서로 대화하고 그래요. 매일 같이 보는 손님들도 많고요. 그렇게 오는 분들의 강아지들끼리도 친해지고 그래요 (웃음). 지금 보이는 저 강아지는 주인이 여행 가서 다른 손님이 돌봐 주고 있는 거예요. 저 친구 없을 땐 제가 봐주고요 (웃음). 다방이자 살롱이죠.
Q. 시크하지만 편안함을 주는 인테리어가 너무 독특해요. 인테리어에 대해서 설명해 주세요.
커피집이라 커피에 집중하다 보니 인테리어에 쓸 수 있는 비용이 많지 않았어요. 블렌딩 만 6개월을 했고 그 과정에서 버린 콩도 상당히 많아요. 제가 쓸 수 있는 최대한의 인테리어 비용으로 하다 보니 이렇게 되었죠. 그리고 저희 <사루>에는 거울이 많아요. 예전부터 카페를 하게 되면 거울을 좀 많이 놓고 싶었어요. 이곳에서는 자기만 봤으면 좋겠거든요. 초창기 엘리베이터는 속도가 느렸는데 사람들이 안에 있는 거울을 보면서부터는 느린 속도를 잘 인식하지 못했대요. 거울은 시간을 잊게 만드는 것 같아요. 이 시간만큼은 다른 걸 잊고 자신한테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Q. 거리두기 격상으로 지금은 없지만 평상시 여기엔 생화가 가득하죠. 꽃을 좋아하시나 봐요. 생화를 사서 직접 이렇게 꾸미는 게 비용과 시간 등 노력이 많이 드는 일 같아요.
바리스타와 꽃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어요. 그리고 커피와 꽃은 공통점이 있죠. 기분이 좋잖아요 (웃음). 저희 친구들은 커피를 하고 있고 서로 일하는 곳에 놀러 가면서 커피나 디저트를 들고 갈 수 없으니 꽃을 많이 들고 가거든요. 커피 하는 사람들은 꽃과 가까울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꽃 때문에 마이너스 아니냐고 묻는 분들도 있는데 이건 뭐 멋있으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사람은 얻을 수 있잖아요. 저희는 정말 사람이 중요해요. 저희는 손님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데 그 이상의 인사가 되는 경우가 많은 거예요. "어~ 누구 왔어?" 이렇게요. 저희가 이렇게 해서 좋아해 주시고 또 찾아주시면 그게 더 좋은 거 같아요. 저는 그리고 이렇게 하는 게 너무 재밌어요.
Q. 공들여 브랜딩이 되어 있고 그걸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고 서로 소통하는 공간이란 느낌을 받아요.
5년간 브랜딩에만 집중을 했어요. 아까 5년이 얼마 안 된 시간이라고 말씀드렸던 게 저는 50년을 보고 있기 때문에 이제 시작이에요. 저희 <사루>는 건축물을 제외한 모든 걸 디자인하고 싶은 회사에요.
Q. <사루>는 어떤 브랜드이자 공간이 되고 싶은지.
혼자 길 걷다가 '아, 사루!' 하고 기억이 나는 그런 곳, 그런 브랜드였으면 좋겠어요. 나이를 먹으면 사람이 기억력을 잃고 그래서 점점 한 해가 빨리 지나간다고 느끼잖아요. 그렇게 빠르게 지나가는 세월 속에 누군가에게 인생 커피집인 그런 곳이었으면 해요. 한 사람의 기억에 단 10초만이라도 기억이 된다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꽃의 이름보다는 꽃의 아름다움으로 기억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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