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합니다!
'지금 나오는 노래 완전 좋은데, 이건 다 누가 알고 선곡하는 거지?' 이런 생각, 해 보신 적 있나요?
요즘 '핫'하다는 거기! 감성 충만한 분위기에 흐르는 노래마저 힙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바로 거기!
이 음악을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도 넣고 싶은데, 주변 소음 때문에 검색에 실패하는 일이 다반사.
그렇다고 점원에게 물어보기는 조금 부끄러운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 - 한 달에 두 번, [핫플힙플]이 전하는 흥미로운 선곡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인터뷰: 비스킷 사운드
사진: 오현용
HOT PLACE 서귀포시 이중섭 거리 뮤직 펍 <프레드 허쉬>
핫플힙플이 72번째로 소개할 곳은 그냥 지나 보내기 싫은 제주의 늦은 밤, 가볍게 한잔하고 싶은 순간을 위한 뮤직 펍 <프레드 허쉬>이다. 서귀포시 이중섭 거리에 위치한 <프레드 허쉬>는 포털 사이트 지도에도 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탓에 초밥집 2층으로 통한다. 재즈 피아니스트 프레드 허쉬 (Fred Hersch)를 좋아해 가게 이름을 붙였던 창업자에게서 바통을 이어받은 지금의 운영자 선우 인 대표는 <프레드 허쉬> 운영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합창단에서 지휘를 맡는 등 음악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는 현직 건축사이다.
그는 <프레드 허쉬>를 주민과 여행객 누구든 편하게 들러서 좋아하는 음악을 나누고 가볍게 한잔할 수 있는 힐링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장르를 불문하고 신청 곡이라면 어떤 곡이든지 편하게 들려주려 노력한다. 나아가 공연과 강연을 개최해 지역사회 문화적 풍요에 기여하려는 꿈을 가지고 공간을 운영해 오고 있는 <프레드 허쉬>의 선우 인 대표를 만나 공간과 음악에 대한 얘기를 나눠 봤다.
INTERVIEW 선우 인
#1. 주민과 여행객, 누구든지 편하게 들러 즐기는 음악 한 잔!
Q. 안녕하세요,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프레드 허쉬>를 운영하고 있는 선우 인 입니다. 반갑습니다.
Q. 운영한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이 일을 하기 이전에 음악 일을 하셨는지 궁금해요.
<프레드 허쉬>를 운영한 지는 1년 10개월이 되었네요. 이곳 서귀포에 온 지는 2년 반이 되었고요. 저의 원래 직업은 건축사예요. 지금도 <프레드 허쉬> 운영과 건축사 일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Q. 제주도로 오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저는 건축사이기도 하지만 가족 중에 음악을 하는 사람도 많고, 음악과 밀접하게 관련된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지금은 합창단 지휘도 하고 있을 정도로 음악적인 환경에 살고 있습니다. 음악을 많이 좋아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건축뿐만 아니라 음악과 관련된 인연도 주변에 많은데요. 그중 지인인 작곡가 한 분과 유럽으로 같이 여행을 하면서, 책을 써 보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러시아로 떠나기 전에 그분이 심장 마비로 세상을 떠났고 저도 한동안 쇼크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그런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생각한 게, 제주도였어요. 그렇게 제주도로 내려오게 되었죠.
Q. 가게 이름이 재즈 피아니스트 <프레드 허쉬>죠? 가게 이름을 이렇게 지은 이유가 있을까요? 이곳은 재즈 음악이 주로 흐르는 곳인지?
네, 아시는 것처럼 프레드 허쉬 (Fred Hersch)는 재즈 피아니스트인데, 이 이름은 제가 지은 게 아니고요. 이 펍 자체가 기존에 누군가 하던 걸 제가 이어받은 거예요. <프레드 허쉬>는 재즈뿐만 아니라 다양한 음악이 흐르는 곳입니다. 특히, 장르를 불문하고 오시는 분들이 신청하는 곡을 틀어 드려요.
Q. <프레드 허쉬>를 한 마디로 소개한다면 어떤 곳이라고 설명해 주시겠어요?
많은 사람들이 지쳐 있고, 감수성이 메마른 요즘 같은 시기에 문화 예술, 특히 음악으로 위안이 될 수 있는 공간이 아닐까 해요. 음악 좋아하시는 분들, 건축과 미술 쪽에 관심 있는 분들이 좋아하는 음악과 제주다운 집들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정보를 공유하고 힐링하고 그런 공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후기를 보니, 손님들이 서귀포에도 이런 곳이 있어서 좋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물론, <프레드 허쉬>같은 곳이 서귀포에 이곳 말고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육지처럼 그렇게 많지는 않으니 이런 공간들 자체를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말씀드린 것처럼 제가 건축사 일을 하면서 음악도 공부하고, 합창단 두 군데에서 지휘도 하고 있고 그래서 저녁에는 문화 예술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모이는 장소가 되어 가고 있는 것 같아요. 공간이 협소해서 크게는 못하고 코로나 이전에는 하우스 콘서트 같은 형태이지만 공연도 하고 있고, 토크 쇼도 해 왔어요. 이런 것들도 좋아해 주시는 편이에요.
Q. LP판이 많습니다. 몇 장 정도 있나요? 언제부터 모으셨는지.
제가 개인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건 7천 장 정도 있는데요. 아주 오래전부터 모아 왔어요. 매장이 협소해서 지금 여기 나와 있는 건 1,800장 정도 됩니다. 신청해 주신 곡들 중에 매장에 판으로 없는 음악은 스트리밍으로 틀어 드리고 있어요. 저 같은 사람들은 LP 문화를 경험한 세대라서 익숙하지만 요즘 이 LP라는 게 젊은 분들에겐 호기심을 갖게 하는 것 같아요. 직접 판을 턴테이블에 올리고 바늘을 놓는 것을 경험 시켜 드리는 경우도 많죠. 즐기시는 모습을 보면 저도 즐겁습니다.
Q. 신청곡을 받는 기준이 따로 있는지? 주로 어떤 장르 음악들을 많이 신청하시는지?
장르는 어떤 한쪽으로 치우치려 하지 않고, 원하시는 음악을 다 틀어 드리고 있어요. 아그네스 발차의 (Agnes Baltsa) '기차는 8시에 떠나네'와 같은 곡부터, 요즘 젊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카더가든, 김필, 제이플라까지... 시대를 아우르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김광석, 이문세, 유재하까지 다양합니다.
Q. 신청곡이 흐르지 않을 때 매장 선곡은 사장님이 직접 하시는지,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가장 많이 틀었던 음악들도요.
네, 당연히 직접 합니다. 날씨와 같은 그 날의 분위기 따라 그리고 오시는 분들의 성향에 따라 어울리는 노래를 틀어 드려요. 아무래도 저희 세대가 많이 듣는 김동규, 전인권, 김민기를 많이 틀고 그리스 출신의 메조소프라노 아그네스 발차 (Agnes Baltsa)의 노래를 좋아해서 많이 틀었던 것 같네요.
Q. 건축사이자 음악 공간을 운영해 오고 계신 사장님께 음악과 공간의 관계에 대해서 여쭤보고 싶어요.
그런 제 생각을 나누는 곳이 <프레드 허쉬>이기도 합니다 (웃음). 로마의 '두오모' 성당이 있잖아요. 신부님들이 성당에서 강연을 할 때 마이크 없이 얘기를 해도 들려요. 거기에서 감명을 받아서 건축물과 음향의 울림에 대한 논문을 쓴 적도 있죠. 요즘은 외관만을 중시해 포커스를 거기에 맞춰 건물을 먼저 짓고 그 안에 별도로 음향 시스템을 구축하는 식으로 많이 하는데 중세는 공간 안에서 소리 내는 법을 먼저 알았어요. 그리고 그거에 맞춰서 설계를 했죠. 참 놀라워요. 이쪽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 이런 얘기들을 해 드리면 좋아들 하세요. 그리고 본인들이 또 가지고 있는 생각과 지식을 나눠 주시죠.
Q. 앞으로 <프레드 허쉬>에서 기획한 것이 있다면요?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 코로나 이전에 해 오던 작은 하우스 콘서트를 다시 이어 가보고 싶어요. 각 분야의 예술가들, 전문가들 모시고 주제를 정해서 하는 토크쇼도요. 제주도에 귀한 분들이 참 많아요. 그분들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그런 순간들을 많이 만들고 싶습니다.
Q. <프레드 허쉬>는 앞으로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지?
지금처럼 문화 예술에 고픈 일반인들, 여행객들, 제주도 안에서 음악, 건축, 미술, 연극 등 문화 예술에 종사하는 분들이 스스럼없이 들려서 음악을 듣고, 좋아하는 음악을 교환하고, 작지만 자기 재능을 발표도 하고 정보도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곳. 무엇보다 그 속에서 편안한 위로를 얻을 수 있는 그런 곳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주도가 글로벌화되어 있는 만큼 외국인분들도 많이 오시는데 그분들에게도 마찬가지로.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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