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합니다!
‘지금 나오는 노래 완전 좋은데, 이건 다 누가 알고 선곡하는 거지?’ 이런 생각, 해 보신 적 있나요?
요즘 ‘핫’하다는 거기! 감성 충만한 분위기에 흐르는 노래마저 힙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바로 거기!
이 음악을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도 넣고 싶은데, 주변 소음 때문에 검색에 실패하는 일이 다반사.
그렇다고 점원에게 물어보기는 조금 부끄러운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 - 한 달에 두 번, [핫플힙플]이 전하는 흥미로운 선곡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자료제공 : 비스킷 사운드
HOT PLACEmwm
에어로프레스로 내리는 진한 브루잉 커피와 직접 만든 스콘, 큼지막한 창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 까지. 특유의 분위기로 사람들의 발길을 이끄는 매력적인 공간이 있다. 바로 도예가 최수지와 사진가 전수만이 함께 운영하는 카페 겸 스튜디오, ‘mwm’다.
을지로의 한 낡은 건물 계단을 오르면 화이트 톤의 벽지와 원목 가구들로 심플하게 꾸며진 ‘mwm’을 만나 볼 수 있다. 곳곳에 은근하게 배치된 최수지의 작품들은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공간이든 노래든 머무는 사람들이 편안해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는 ‘mwm’의 운영자 전수만을 만나 선곡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INTERVIEW전수만 사진가
#.1 ‘mess we made’. 우리가 만들어낸 엉망의 것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도예가 최수지와 함께 을지로에서 ‘mwm’이라는 스튜디오 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사진가 전수만입니다.
Q.'mwm'이라는 공간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요?
20대 때에는 둘 다 레지던시나 공용 작업실을 전전하면서 작업을 했었는데요. 저희 공간이 아니다 보니까 할 수 있는 것들에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엔 우리만의 작업실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mwm‘을 시작하게 됐어요. 또 평소 커피를 좋아했기 때문에, 카페로도 운영하면 작업실 공간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 싶었죠.
mwm은 ‘mess we made’의 줄임말인데요. 에이미 와인 하우스(Amy Winehouse)의 ‘Love is Losing Game’에 나오는 가사 일부를 따온 말이에요. 한글로 직역하면 ‘우리가 만들어 낸 엉망’이라는 뜻인데, 그 말이 주는 불안하고 불확실한 느낌이 확 와 닿아서 이름으로 사용하게 되었어요. 저희는 사진을 찍기도 하고, 도자기를 만들기도 하고 어쨌든 무언가를 계속 만들어내는 활동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게 무엇이 됐든 ‘우리 맘대로 막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 지금의 ‘mwm’을 만들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서 일부러 내부 인테리어도 최대한 간결하게 진행했고요. 우리가 만든 덩어리들로 공간을 채워나가고 싶었거든요.
Q. 을지로에 자리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작업을 하다 보면 항상 을지로를 기점으로 움직이게 되더라고요. 저의 경우 사진 작업에 필요한 재료들을 사러 오거나 인쇄 감리를 볼 때도 항상 이곳을 찾았어요. 자주는 아니지만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꼭 들러야하는 곳이었죠. 그러다 보니까 올 때마다 짐을 한가득 짊어지고 다녔어야 했는데, 작업실이 이곳에 있으면 편하게 다닐 수 있으니까 좋을 것 같았어요.
또 ‘mwm’을 시작하기 전에 뉴욕 여행을 갔었는데요. 차이나타운에 있는 갤러리나 작업실들이 아주 낡은 건물에, 심지어 1층이 아닌 고층에 위치해 있더라고요. 그곳들처럼 을지로에 있는 낡은 건물들의 매력을 잘 살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 몫 했죠.
Q. 공간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바를 기준으로 반을 나눠 바 앞쪽은 카페로, 바 뒤쪽은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어요. 낮에는 에어로프레스를 이용해서 브루잉 커피를 팔고 저녁에는 내추럴와인을 취급합니다. 또 2주에 1번씩 원데이 클래스도 진행 중에 있고요.
접시 만들기 클래스는 수지씨가 맡아 진행하고 있는데요. 요즘에는 핸드폰을 보지 않고 다른 것에 집중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근데 이 수업에서는 어쩔 수 없이 계속 흙을 만져야 되고 또 계속 만들어야 되니까 저절로 집중할 수밖에 없거든요.(웃음) 그래서 그런지 참여하신 분들이 항상 시간이 너무 금방 간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클래스 자체는 두 시간 내외로 진행이 되는데요. 말리는 시간도 필요하고 또 초벌, 재벌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완성된 그릇은 2주 정도 지나야 받을 수 있어요. 이번 달부터는 그릇 만들기 클래스 외에도 아트 오브제를 만드는 클래스를 새로 개설했는데요. 화병이나 병 종류 또는 자기가 만들고 싶은 걸 만들 수 있는 자유로운 수업으로 꾸려질 것 같아요.
Q.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것 외에도 워크샵, 원데이 클래스 등 공간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예전에 ‘그랑핸드’라는 향수 브랜드와 함께 나만의 향을 만드는 ’퍼퓨머리 워크샵‘을 진행한 적이 있어요. 저희가 판매하고 있는 커피나 와인에도 굉장히 다양한 향이 존재하는데요. 그런 향에 대해 체계적으로 알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아요. 요즘 유행하는 향도 알게 됐고요.
앞으로는 좀 더 다양하고 재미있는 프로그램들을 기획해보고 싶어요. 얼마 전에는 을지로에 있는 펍, 펄프 서울(pulp seoul)에 브룩 캔디(Brooke Candy)의 내한 공연을 보러 갔다 왔는데요. 무대가 생각 보다 낮아 가수와 거리가 엄청 가까웠어요. 그렇게 가까이에서 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큰 공연장이 아니니까 오히려 함께 호흡하면서 공연을 즐길 수 있어 좋더라고요. 이런 공연들도 기회가 되면 참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2 우리가 선곡하는 편안한 무드의 노래들
Q. 선곡은 직접 하시나요?
네. 주로 제가 선곡하는 편이에요.
Q. 나만의 선곡 철학이 있다면?
일단 당연하게도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있어요. 또 이곳이 작업실을 겸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저희가 계속 들어도 부담 없는 편안한 음악들을 주로 선곡하고 있습니다. 노래도 오래 듣다보면 피곤해지는 게 있더라고요.(웃음) 그래서 비트가 너무 세다던가, 가사가 너무 잘 들리는 음악들은 조금 자제하는 편이에요. 그렇다고 장르에 딱히 구분을 두는 건 아니고요. 재즈도 많이 틀고, 가끔 듣고 싶을 때 클래식도 틀고요. 퓨마 블루(Puma Blue)같은 칠한 무드의 얼터너티브 음악이 나올 때도 있어요.
저희가 편안한 무드를 추구하다 보니까, 공간에도 하나 둘 반영되는 것 같아요. 신기하게 오시는 분들도 이곳이 다른 곳들보다 조금 더 편안하다고 말씀을 주시더라고요.
#.3 믿고 듣는 최애 뮤지션의 플레이리스트
Q. 음악을 찾는 나만의 노하우나 방식이 있다면?
좋아하는 뮤지션의 플레이리스트나 추천 음반을 통해서 노래를 찾아요. 저는 못(Mot)의 ‘이이언’을 좋아해서 그 분이 추천하는 곡들을 많이 들었어요. Feng Suave의 ‘Sink into the Floor’이라는 곡도 그렇게 알게 됐고요. 또 이이언씨가 새로 활동하는 ‘나이트 오프’라는 팀의 노래도 많이 듣는데, 카페에서는 잘 안틀고 혼자만 듣고 있습니다. 노래 자체가 우울하고 또 딥한 느낌이 강해서 카페 분위기와는 맞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공유해주는 플레이리스트가 확실히 편하게 듣기 좋은 것 같긴 한데요. 아무리 취향이 비슷하다고 해도 100% 일치하기는 힘들더라고요. 최대한 많이 들어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또 신도시 같은 클럽에서 진행하는 파티나 공연 때 괜찮은 노래를 듣게 되는 경우도 있고요.
Q. 플레이리스트는 주기적으로 바뀌는 편인가요?
따로 주기가 있지는 않고, 기존 플레이리스트에 계속 노래를 추가하고 있는데요. 한 번은 주말에 일하는 친구가 브라질 음악을 한 번에 확 추가한 적이 있어요. 조용하고 잔잔한 노래들인데도 브라질 음악은 약간 정서가 다르더라고요. 최근에는 로드리고 아마란테(Rodrigo Amarante)의 ‘Tardei’라는 곡을 많이 틀고 있는데요. 기분이 좋아지는 편안한 음악이에요. 저도 브라질 음악하면 보사노바 밖에 몰랐는데, 그 친구 덕분에 좋은 노래를 알게 됐죠.
Q. 이 음반만큼은 플레이리스트에서 뺄 수 없다. 믿고 플레이하는 음반이 있다면? 그 이유는?
공간을 처음 시작할 때 구매했던 안토니오 까를로스 조빔(Antonio Carlos Jobim)의 [Wave]요. 당시 구매했던 턴테이블 테스트를 위해 급하게 이 앨범의 LP버전을 구매했었는데요. 앨범 커버도 너무 예쁘고 무엇보다 턴테이블을 통해서 들려오는 소리가 참 좋더라고요. 공간과도 잘 어울리고 분위기도 좋아서 굉장히 자주 듣고 있었는데 요즘엔 살짝 멀리하고 있어요. 카페에서 너무 많이 들어서 그런지, 밖에서 이 앨범의 노래가 들리면 일을 하고 있는 기분이 드는 거 있죠.(웃음) 마치 내가 작업실에 와있는 기분이랄까.
또 재즈 피아니스트 후쿠이 료(Ryo Hukui)의 [Scenery]라는 음반이 공간의 분위기와 잘 맞는 것 같아서 추천하고 싶어요.
#.4 하루를 마감하는 나만의 엔딩 곡
Q. 마감할 때 듣는 노래가 따로 있다고 들었어요.
루치아노 파바로티 (Luciano Pavarotti) 버전의 오페라 아리아, ‘L'elisir d'amore, Act II: "Una furtiva lagrima"’를 들어요. 볼륨도 최대한 크게 틀어놓고 듣는데요.(웃음) 듣고 있으면 이상하게 차분해지면서 혼자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하는 매력이 있는 곡이에요.
Q. 매장 선곡과 별개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아티스트, 추천하고 싶은 곡이 있다면?
20대 때부터 좋아했던 밴드 못(Mot)을 추천하고 싶어요. 당시 못(Mot) 특유의 어둡고 우울한 감성이 제가 느끼던 감정들과 잘 맞았었던 것 같아요. ‘먹구름을 향해 달리는 차 안에서’라는 곡과 ‘가장 높은 탑의 노래’를 제일 좋아합니다. 윤계상 주연의 영화 [발레교습소] OST로도 수록된 ‘Cold Blood‘도 좋아요.
#.5 노래도 공간도, 오랫동안 플레이할 수 있는 곳이 되기를
Q. ‘mwm’이 사람들에게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는지?
카페는 컨텐츠 소비가 굉장히 빨리 되는 공간인 것 같아요. 초반에 공간을 찾던 사람들도 그곳의 컨텐츠가 다 소비되고 나면 새로운 공간을 찾아서 이동을 하는 데, 그 주기가 굉장히 짧거든요. ‘mwm’은 그런 유행에 따라 소비되어지는 공간이기보다는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을지로에 오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편안한 곳, 그래서 오랫동안 사랑받는 ‘mwm’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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