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소음발광 [도화선]
"아침의 벽두에서 새벽까지. 하나의 좌절이 꼬리를 물고서 끝없이 퍼져 나간다. 그럼에도 해가 뜨는 것처럼, 무수한 약과 눈물에 점철되어 진전이 없을 것만 같은 밤도 언젠가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살아 있기 때문에.
'도화선'. 이것은 우리를 도화 시킬 선이자 시발점. 알 수 없는 자신감. 무엇이든 될 수 있고,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 캄캄하고 부산스러운 지금을 불태워버릴 무언가.
반짝이는 우리들은 폭발하기 직전이다."
ALBUM [도화선]
SPECIAL 소음발광이 소개하는 [도화선]
소음발광의 정규 1집 [도화선]은 분노의 표출, 그리고 그로 인한 치유의 과정을 기록한 음반입니다.
우리는 분노와 치유의 과정에 대해 고민했고, 치유는 표출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치밀어 오른 화는 결국 터져 나올 것이고, 터뜨려내면 흉터는 남겠지만 상처는 아물겠지요. 우리가 분노했던 것과 우리가 좋아하는 것,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가감 없이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도화선]은 소음발광이 이어받은 불꽃들이 타오를 심지이며 감정을 폭발시킬 폭약입니다. 이 작은 불꽃을 누군가가 받아 주기를, 그리고 그렇게 피어오른 불꽃이 앞으로 살아갈 누군가의 원동력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펑크를 가슴속에 품고 각자의 도화선에 불을 피워 봅시다.
INTERVIEW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펑크'
Q. 단편선 (이하 단): 오늘 인터뷰는 대-코로나 시대를 맞아 언택트로 진행되고 있어요. 저는 서울에 있고, 두 분은 부산. 소음발광의 시작부터 이야기를 해보죠.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강동수 (이하 강): 군대에서... 불침번 같은 것을 서는데 어느 날 몰래 MP3를 듣고 있었어요. 크라잉넛과 옐로우 키친의 [아워 네이션 1집]을 듣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도 전역하면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전역하자마자 바로 아는 형한테 연락해서 밴드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Q. 단: 밴드를 하기 전에도 기타를 칠 줄 알았나요?
강: 알긴 했는데 깨짝깨짝 하는 수준이었죠.
김기영 (이하 김): 저는 14살쯤부터 학교에서 기타를 배웠어요. 그런데 1~2년 지나니 관심 있는 친구들은 실력이 느는데 저는 유난히 실력이 안 늘더라고요. 그래서 연주자는 못 되겠다 생각을 했죠.
김: 포크 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김광석 같은. 그러다가 보수동쿨러 (구) 슬한이가 제 동문인데, 어디서 오아시스 (Oasis)를 가지고 온 거예요. 충격적이었죠.
강: 저는 형이 MP3 플레이어에 서태지와 뮤즈 (Muse)를 넣어두었는데, 그런 것들을 듣다가 갑자기 (멜로딕 데스메탈 밴드인) 아치 에너미 (Arch Enemy)를 알게 되어서 'Silverwing'을 너무 열심히 들었어요. 그러면서 고등학교 1학년 때 크라잉 넛에 엄청 빠져서 '1세대 인디'라고 불리는 코코어, 언니네 이발관, 노브레인, 노이즈 가든 같은 밴드들을 열심히 찾아 듣고 그랬어요.
김: 둘 다 2016년부터 밴드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제가 4월에 처음 공연했고 동수가 9월에 첫 공연했고. 저는 블러 (Blur)의 'Song 2' 하고 포크 락 같은 걸 연주했고.
강: 저는 밴드면 무조건 자작곡이다! 이런 생각이 있어서 (소음발광의 지난 EP에 수록되었던) '핑크티' 같은 노래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완전 기타 팝이긴 한데 펑크 느낌이 가미된.
김: (소음발광 공연을 보고선) 보컬이 되게 특색 있다고 생각했어요. 자기 스타일이 분명하다. 연주는 그때도 엉망진창이긴 했는데 컨셉이라고 우기고. (웃음)
강: 제가 원래 보컬이 아니었는데 보컬을 못 구해서 제가 하게 되었어요. 노래방 가면 김바다 노래 같은 걸 목 긁으면서 엄청 따라 불렀어요. 또 군대 전역할 즈음에는 스미스 (The Smiths)의 모리세이 (Steven Patrick Morrissey)에게 엄청나게 감명받은 상태라서... 한편으론 엄마가 듣는 옛날 가요를 따라 많이 들었던 것 같기도 해요. 70~80년대 당시의 노래들.
Q. 단: 지난 EP와 첫 앨범의 차이가 큰데요. 스타일이 바뀌게 된 계기가 있나요?
김: 멤버가 아닐 때부터 이미 동수가 혼자 만든 데모를 다 들었는데, 좋았어요. 그런데 화가 많이 난 것처럼 보였어요.
강: 계속 음악적인 인풋을 넣어보다 보니 하고 싶은 것들도 많아지고, 표현하고 싶은 것도 많아지고. 또 옛날에 듣던 음악을 다시 듣다 보니 자연스레 방향이 바뀌더라고요. 조이 디비전 (Joy Division), 데드 케네디스 (Dead Kennedys)도 듣고, 코코어도 다시 듣고. 다시 듣다 보니 코코어가 정말 너무 멋있더라고요. 앨범이 나올수록 점차 진화한다고 해야 할까.
Q. 단: 작업하면서 가장 포인트를 주고 싶었던 것은.
강: 들었을 때 '와, 이거 진짜 완전 펑크다'라는 느낌이 들었으면 했어요. 저는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진짜 펑크라고 생각해요. 디스토션 걸고 쓰리코드 플레이하고, 이런 것만이 펑크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건 그때 (70~80년대)의 펑크인 거죠.
김: 제게 같이 밴드를 하자 할 때도 "새로운 펑크를 하자"는 이야기를 했어요. 라몬스 (The Ramones)나 블루하츠 (The Blue Hearts)를 보면 진짜 자기 맘대로 해요. 멋있잖아요. 그런 걸 추구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Q. 단: 첫 정규 앨범인 [도화선]에서 가장 중요한 트랙은 무엇인가요?
강: '물결'이 앨범이 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가만히 자위나 하고 있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지만 꽃과 아름다운 것, 빛과 파도에 대해 노래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김: '물결'을 마지막 곡으로 배치한 이유가 있어요. 서사가 깊고. 소음발광의 이전 곡들은 짧은 곡이 많은데 이번 앨범에는 긴 곡들도 많습니다.
Q. 단: 그렇다면 아까 말씀하신, '새로운 펑크'를 가장 강하게 추구한 트랙은 무엇일까요.
강: '오렌지문'이 우리 근처의 밴드들은 잘 하지 않던 스타일이었던 것 같아요. 버즈콕스 (Buzzcocks)나 디어헌터 (Deerhunter) 같은, 좋아하는 것을 때려 박다 보니 이런 게 나온 것 같아요.
김: 저는 '햇살'인데, 2번 트랙으로 넘어갈 때 갑자기 사운드가 엄청나게 커지거든요. 앨범의 정체성을 확 보여주는 트랙이기 때문에 되게 중요한 곡이라고 생각해요.
Q. 단: (부산 출신 밴드들이) 예전에는 어느 정도 커리어가 쌓이면 상경해 활동하는 경우가 잦았는데, 요새는 활동해오던 지역에서 계속 활동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강: 로컬에 남아야죠. 우리가 살고 있으니까요. 서울에 가서 한다고 더 잘될 거라는 생각이 없어요. 그냥 우리 사는 데서, 우리 친구들 가족들 있는 곳에서 하고 싶은 것을 계속할 수 있었으면 해요. 오히려 부산에 있으니까 우리 같은 음악이 만들어진 것이지, 서울에 있었다면 그저 그런 밴드로만 남았을 수도 있었겠죠.
김: 부산대 앞 '마산식당' 같은 데는 아직도 밥값이 3천 원 3천 5백 원입니다. 이제는 서울팀들이 내려오겠죠. (웃음)
Q. 단: 발매 이후론 어떤 활동이 예정되어 있나요?
강: 10월 17일, 정규 앨범 발매기념 공연이 있고요, 11월에는 (소음발광이 참여하고 있는 크루인) '도적단'의 컴필레이션과 관련된 이벤트가 있을 예정입니다. '서울습격'의 컨셉으로 뭔가를 준비하고 있고요, 내년 초에는 싱글 발매 계획이 있습니다. 열심히 돈 모으고 곡 써서 2년 내로 두 번째 정규 앨범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Q. 단: 마지막으로 지니 매거진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김: 저희 음악이 좀 벽이 높을 수는 있는데 하고 싶은 음악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분명히 저희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 봅니다. 많이 들어주십시오.
강: 지니 매거진에 저희 인터뷰가 걸릴 수 있다는 것 자체로 감사드리고, 저희가 꾸준히 음악을 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Q. 단: 마지막 멘트가 너무 엄복동 같은데...
강: 같이 화내고 치유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꾸며 쓴 가사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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