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합니다!
‘지금 나오는 노래 완전 좋은데, 이건 다 누가 알고 선곡하는 거지?’ 이런 생각, 해 보신 적 있나요?
요즘 ‘핫’하다는 거기! 감성 충만한 분위기에 흐르는 노래마저 힙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바로 거기!
이 음악을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도 넣고 싶은데, 주변 소음 때문에 검색에 실패하는 일이 다반사.
그렇다고 점원에게 물어보기는 조금 부끄러운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 - 한 달에 두 번, [핫플힙플]이 전하는 흥미로운 선곡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자료제공 : 비스킷 사운드
HOT PLACE 오데옹 상점
‘빈티지 소품, 또는 그런 감성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번 들러 봐야 할’이라는 수식어로 유명한 상점이 있어 찾아가 봤다. 메인 스트리트에서 떨어져 한적한 골목에 위치한 이 가게는 일부러 찾지 않으면 우연히 마주하기 힘들 곳에 자리하고 있지만 공간이 가진 독보적인 분위기 때문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지는 곳이다.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말한다. ‘다른 세상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 ‘마치 유럽 어딘 가에 있는 상점을 그대로 옮겨 온 듯하다’. 필자 역시 처음엔 그런 인상을 받았지만 유럽에 있는 빈티지 상점을 그대로 가져와 꾸민다 해도 이곳의 분위기와 같아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비슷하게 재현하는 일이 <오데옹 상점>에게는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할 테고 말이다. 이곳은 단순히 빈티지한 소품을 가져다 진열하고 판매하는 매장이 아니라 주인장 개인의 독특하고 고유한 감성, 경험 그리고 현재의 영감이 응집되어 있는 단 하나의 공간이었다. 주인장의 시선이 담긴 오래된 물건과 직접 만든 작품, 상점에 온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머물 수 있도록 소중하게 공간을 가꿔나가는 곳 <오데옹 상점> 정세희 대표를 만났다.
INTERVIEW 정세희 대표
#1. 새 것일 때 보다 낡을수록 더 매력적인 것들을 만들고 파는 곳. 빈티지 샵 <오데옹 상점>
Q. 안녕하세요! 자기 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 연희동에 있는 <오데옹 상점>을 운영하는 정세희입니다.
Q. <오데옹 상점>은 어떻게 만들게 되신 건가요? ‘오데옹’이라는 이름의 뜻도 궁금합니다.
저는 섬유디자인과 금속공예를 전공하고 약 7년여간의 직장생활을 했었어요. 그리고 직장생활을 마쳤던 29살의 가을, 파리 오데옹 지역에 머물며 여행을 했죠. 여행 마지막 날 오데옹 극장 계단에 앉아 생각해보니 ‘내가 그동안 간절하게 원했지만 29년만에 이곳에 왔구나…이토록 오기가 힘들었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돌아가면 또 이곳에 다시 오기는 어렵겠지’ 하는 생각에 많이 서글펐어요. 그러다 불현듯 ‘다시 오지 못한다면 여기서 내가 생각하고 느꼈던걸 똑똑히 기억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걸 표현해낸 공간이 오데옹이에요. 그 기억의 상징적 의미로 <오데옹 상점>으로 이름 짓게 되었고요. 프랑스 오데옹 지역이 영감을 줬다기보다는 그 순간 마침 그 생각을 하게 된 장소가 오데옹이었던 거죠. 다시 가지 못 할 것이기 때문에 만든 것이 오데옹인데 이제는 <오데옹 상점> 때문에 다시 떠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Q. <오데옹 상점>은 어떤 곳인가요?
<오데옹 상점>은 제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스케치북 같은 공간이에요. 저는 <오데옹 상점>을 운영하며 출장 차 여행을 하는데요. 여행을 통해 시간을 품은 물건도 찾지만 제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요. 그리고 그 마음은 그림으로 그려지고, 사진으로 찍혀지고 또 어떠한 형태의 물건으로도 만들어지죠. 저의 생각, 오래된 물건, 제가 만든 물건들은 <오데옹 상점>을 만들기 위해 존재해요. 이 안에서는 모두 하나로 연결됩니다.
Q. 언제부터 오래된 것을 좋아하셨는지.
어릴 적 주말 저녁에 텔레비전에서 ‘토요명화극장’이 나오면 졸린 눈을 부여잡고 텔레비전 앞에 앉아 영화를 봤어요. 영화속에는 제가 가보지 못한 시대와, 세상이 존재했고 그 속에서 나오는 오래된 물건들이 신기하고 궁금했어요. 그 호기심이 첫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마찬가지로 저의 가장 큰 취미는 영화보는 것이에요. 좋아하는 이유도 어릴 적에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와 똑같고요.) 그런 호기심과 좋아하는 마음을 간직한 채 시간은 흘렀고 마음에 품었던 영화 속 물건을 돈을 벌어 제돈으로 구입할 수 있게 되면서 저의 수집은 시작되었어요.
Q. 오래된 것이 가진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저의 경우 오래된 것은 그냥 물건처럼 느껴지지 않아요. 분명 그냥 테이블 이거나 단순한 소품이라 생각해야 하는데 저는 어쩐지 그렇게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오랜 시간을 지내온 물건들은 살아있는 듯한 느낌이 들거든요. 그래서 <오데옹 상점>의 물건들도 제가 물건을 사서 소유하고 있는게 아니라 나와 같이 살아가고 있다고 느껴요.
Q. 어떤 식으로 물건을 선택하여 가져오시는지 궁금해요. 직접 만드신 제품에 대해서도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물건들을 선택하는데 어떠한 기준은 없어요. 그저 나와 마음이 통하는 것들. 겉모습이 예쁘거나 멋지지 않아도 눈길이 가고 마음이 간다면 가져오곤 합니다. 제가 만드는 물건은 ‘갖고 싶은데 존재하지 않는 물건’ 또 ‘어떤 날의 기억과 잔상으로 만들어진 제품’ 이렇게 두가지로 나뉘어요. 거기에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여 만듭니다.
Q. 조금씩 다른 모양을 하고 있는 이 그릇들도 멋스러워요.
어느 날 갑자기 중학교 때 보았던 ‘최후의 만찬’ 이라는 그림이 떠올랐어요, 정확히는 그 그림 속 테이블위에 놓여져 있던 그릇들이요. 그게 생각났지만 다시 그림을 찾아보진 않았고, 어릴 적 기억의 잔상으로 그릇의 이미지를 그려냈어요. 그렇게 그리다 보니 수십개의 이미지가 나왔어요. 기억 속의 성배 잔 그릇은 명확하지 않은 그야말로 잔상일 뿐이라 그걸 그려내다 보니 여러가지의 그림들이 그려지더라고요. 저희 어머니는 도예작업을 하시는 분이라 그런 제 기억 속 물건들을 현실로 만들어 주시 길 의뢰 드렸죠. 그렇게 제 기억의 잔상과 어머니의 손길로 탄생한 것이 이 그릇들입니다.
Q. 완성된 이후에 다시 그 그림을 찾아보셨는지.
그림을 아직도 찾아보지 않았어요. 다시 그 그림을 본다면 아마 저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일수도 있을 거 같아요.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게 없을 수도 있겠고요. 어느 날 우연히 그 그림을 만날 수는 있겠지만 스스로 찾아보진 않을 것입니다.
#2. <오데옹 상점>의 하루를 완성시켜주는 음악들
Q. 방문 후기를 보면 흐르는 음악도 좋았다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매장의 음악을 세심히 신경 쓴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실제로 그러 한지, 직접 선곡하시는 지?
네. 모든 음악은 직접 선곡합니다. 음악이 공간에 주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거든요! 음악은 어떤 날엔 위로가 되기도 하고, 또 사랑의 감정을 더 커다랗게 만들어 주기도 하는 것 같아요. 절대 소홀히 할 수 없죠.
Q. 음악 얘기를 할 때 눈이 정말 반짝 이시네요. (웃음) 음악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데요.
사장님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음악이 궁금해집니다.
알란파슨스 프로젝트의 Time이라는 곡은 오래 전 음악이지만 저는 영화 ’판타스틱 우먼’의 OST로 접하게 되었어요. 영화는 강해 보이지만 연약한 여인, 특별한 여자의 이야기인데요. 이 곡을 들으면 지나간 시간들이 아련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영화 속 남녀가 끌어안고 블루스를 추던 장면이 떠올라요. 음악 덕분에 단순하게 ‘연인이 블루스를 추고 있구나’ 라는 느낌 이상의 무언가가 느껴지거든요. 춤추는 장면 속에 보이지 않는 여러 가지가 감정이 느껴졌어요. 특히 알란파슨스 프로젝트 특유의 신비한 멜로디와 음색때문에 이 곡은 영화 이름처럼 판타스틱하게 느껴져요.
Q. SNS에서 보게 되는 매장의 영상 속 흐르는 음악이 인상적이에요. ‘이날의 오데옹은 이런 분위기 일까?’ 나름의 상상을 하게 만듭니다. 선곡하는 기준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플레이리스트는 어떻게 만드세요?
음악을 선택하는 기준이 정해져 있지는 않고요. 자유로워요. 그날의 날씨, 또 저의 기분에 영향을 받기도 하고요. 어떤 날은 전날 라디오에서 들었던 음악이 너무 좋아 그의 음악을 찾아 듣다 너무 좋아서 앨범 전체가 궁금 해질 때 상점에서 음악을 틀어서 듣기도 해요. 또 어떨 때는 상점에 들어온 손님에게 어울리거나 들려주고 싶은 곡이 생기면 (손님은 알지 못하겠지만)그 곡을 플레이 하기도 합니다.
Q. 샵 오픈 이후부터 지금까지 <오데옹 상점>에서 가장 많이 플레이 되었던 음악은요?
가장 많이 플레이 된 곡은 독보적으로 스티비 원더입니다. 어릴 적부터 그의 음악으로 위로 받았고 지금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수많은 곡이 플레이 되지만 그 중에서도 더 자주 틀게 됩니다.
#3. 해지고 낡은 물건이 갖는 시간의 가치, <오데옹 상점>에서 쌓이는 모든 것들의 온기.
Q. 문을 열고 들어오면 눈에 띄는 게 계단입니다.
상점 안에 계단을 만들게 된 건 상상 속의 장소와 이곳 <오데옹 상점>을 연결해주는 다리를 만들고 싶어서였어요. 영화 ‘나니아 연대기’속 그 옷장 안 다른 세상처럼, 그때 그 순간의 그리운 곳. 잊고 싶지 않은 기억들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상상으로 만들게 되었어요.
Q. 물건과 공간이 조화를 이루는 데는 가구의 역할도 있는 것 같아요.
맞아요. 건물과 가구는 오래된 것이 아닌데 오래된 물건이 놓여 있으면 동떨어지게 보일 수 있죠. 이 공간에 있는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있게 신경을 썼어요. 가구들을 직접 제작하여 느낌과 톤을 맞췄습니다.
Q. <오데옹 상점>을 만들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만들면서도 그리고 지금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상점에 흐르는 음악, 흔들리는 불빛, 그 안에 오래된 물건과, 제가 만드는 작업물, 또 그 안에 사람까지 모두 자연스럽게 머물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작위적이지 않고 모두 원래 이곳에 있었던 것처럼요.
Q. 공간을 오픈한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운영을 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혹은 지키고자 하는 가치 같은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공간을 운영한지는 3년하고 3개월이 지났어요. <오데옹 상점>은 저의 꿈이고 상상 속 이야기를 현실로 옮길 수 있게 해주는 아주아주 소중한 공간이에요. 이 안에서는 끝까지 진실되고 싶고 처음 이 공간을 만들었던 그 간절했던 마음, 순수한 그 마음을 지키고 싶어요. 가끔 흔들릴 때도 있었지만요. 이 공간, 이 곳을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사람들 또 제 자신을 위해서 변치 않고 싶어요.
Q. 공간과 물건에 대해서 제일 잘 알고 있고 또 하나하나 만들어 가고 있는 본인에게 직접 설명을 들으니 그냥 볼 때와 달리 깊이 알게 되는 느낌이라 참 좋았습니다. 이 공간에서는 이런 소통이 참 중요할 것 같아요. 어떠세요?
이 공간에서는 서로의 나이, 직업... 이런 것들과 상관없이 이야기해요. 이 곳을 좋아해주는 사람들과 저는 이 공간을 좋아한다는 단 한가지의 공통점이 있을 뿐이죠. 서로의 겉모습과 생활에서 벗어나 편견을 버리고 이야기합니다. 그런 이야기와 사람은 너무나 소중하고 제가 이곳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어줍니다.
Q. <오데옹 상점>에서 앞으로 하고 싶은 것들이나 계획이 있을까요?
공간에 대해 손님들이 해 주신 말들이 있는데요.
‘오데옹은 오래된 물건, 흔들리는 불빛, 반짝이는 눈, 에워 쌓인 목소리로 채워진 공간이에요.’
‘이 안에서는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하게 돼요.’
‘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밖에서의 생각은 잠시 잊고 이 공간에 집중하게 되고 공간에서 위로를 받게 돼요.’
‘오래된 물건들을 만지며 여행하는 기분이 들어요.’
‘골목을 들어오는 순간부터 희미하게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행복해집니다.’
이런 이야기들이 저를 움직이게 해요. 이런 말들을 해 주신 분들이 이렇게 계속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것이 바람이자 목표이기도 해요.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또 있지만 그건 아직은 비밀이라 이야기할 수 없고요(웃음). 그 비밀스러운 일이 멀지 않은 날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 볼게요!
Q. <오데옹 상점>은 어떤 브랜드, 어떤 공간이 되길 바라는지?
‘거기에 예쁜 물건이 많다’라고 생각되기 보다는 ‘그 곳에 가면 그곳에 집중하게 된다’고 생각될 수 있는 깊이 있고 진실된 아름다운 공간으로 남고 싶어요. 오데옹 하면 물건들이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오데옹 상점>그 자체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이 안에서 저는 앞으로도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진심을 담아 자유롭게 표현할게요. 그걸 함께 지켜봐 주신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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