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합니다!
‘지금 나오는 노래 완전 좋은데, 이건 다 누가 알고 선곡하는 거지?’ 이런 생각, 해 보신 적 있나요?
요즘 ‘핫’하다는 거기! 감성 충만한 분위기에 흐르는 노래마저 힙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바로 거기!
이 음악을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도 넣고 싶은데, 주변 소음 때문에 검색에 실패하는 일이 다반사.
그렇다고 점원에게 물어보기는 조금 부끄러운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 - 한 달에 두 번, [핫플힙플]이 전하는 흥미로운 선곡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자료제공 : 비스킷 사운드
HOT PLACE 지구의 시름을 잊게 만들어 주는 달나라의 술집 '계루'
연남동 번화가를 뒤로 한 조용한 길목에 은근하게 숨어 있는 뮤직 바가 있다. ‘숨어 있는 공간이고 싶다’는 주인장의 바람과는 달리 어느 샌가 음악을 제대로 즐기고 싶은 이들이 애정 하는 곳으로 등극한 이 가게는 차릴 때부터 음악 감상에 적합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공을 들여 시스템을 구축했다. 주인장은 드라마 <다모>를 시작으로 <킬미, 힐미>, <역적>외 다큐멘터리 등 24년째 60여편 작품의 감독 및 스태프로 참여하고 있는 드라마 음악 감독 김수한이다.
소리가 좋은 공간에서, 음악 감독이자 애호가인 주인장이 직접 선곡 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음악 다락방 계루. 가끔 신선한 재료로 메뉴에 없는 귀한 요리를 내놓기도 하는 이 곳은 음악과 술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천국이라 여겨질 법하다. 공간의 공력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지만 역시나 다양한 매력을 갖고 있는 주인장을 만나 얘기를 나눠 봤다.
INTERVIEW 김수한 대표
#1. 음악이 먼저인 곳, 계루
Q.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좀 부탁 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연남동 구석에 자리잡은 2년차 뮤직 바 ‘계루’의 주인장 김수한입니다.
Q. 계루는 무슨 뜻인가요? 그리고 어떤 곳인가요?
계루는 음악을 들으며 술과 음식을 즐기는 곳입니다. 계수나무[계](桂), 다락[루](樓)를 씁니다. 직역하면 '계수나무로 지은 누각'이란 뜻인데요, 원래는 고대 중국의 일반명사로, '계수나무로 높게 지은 화려한 주점'을 말합니다. 이러한 의미 외에도 연남 계루는 중의적인 의미가 하나 더 있어요. 한국에서의 계수나무는 달나라에나 있는 상상 속의 나무잖아요? 그래서 계루는 달나라 누각인 동시에 지구의 시름을 잊는 달나라의 술집입니다. 참고로 계루의 로고에는 달과, 계수나무와, 방아 찧는 토끼 대신에 귀를 쫑긋 세우고 음악을 듣는 토끼가 그려져 있습니다.
Q. 지금의 계루는 어떻게 만들게 되셨나요?
일산에서 6년 동안 계루라는 이름의 술집이자 제 개인적인 공간이자 지인들의 놀이터를 운영했는데요, 그때보다 좀더 진화해서 연남동에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계루예요.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 역시 별생각 별 계획 없이 꾸몄습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지금은 꽤나 성실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것. (웃음)
Q. 문을 열고 들어 오자 마자 빼곡히 꽂혀 있는 음반과 그 앞에 펼쳐진 넓은 테이블에서 손님을 맞아 주시고 또 음반을 틀어 주시는 사장님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음반은 전부 사장님 소장 음반인가요?
가지고 있던 LP앨범을 전부 친구에게 주고 새로이 CD를 모으기 시작한 게 대학 3학년 때였으니까 아마 1992년쯤이었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음반만큼은 꾸준히 사고 있어요. 그것 외에도 제 컴퓨터에 무손실 파일로 10만 곡 정도가 들어있습니다. 그래도 신청 곡이 들어오면 없는 곡이 부지기수이죠. (웃음)
Q. 계루에 있는 음반들을 사진 찍어 SNS에 올리기도 하시던데, 이게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상당한 미끼입니다. ‘오늘은 계루를 가야겠다’ 결심하게 만든달까요. 최근 즐겨 듣는 앨범들을 소개해주세요.
Caetano Veloso - Omaggio A Federico E Giulietta, Byrne and Barnes - An Eye For An Eye, David Gilmour - On An Island, Frank Ocean - Nostalgia, Ultra, Blood, Sweat And Tears - B, S & T ; 4 등이에요.
Q. 사장님 서재에 놀러 온 듯한 느낌을 주는 이 낮은 테이블이 참 좋게 느껴집니다. 일반 BAR와 달리 테이블을 이렇게 낮춘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첫째는 술도 술이지만 음식을 편하게 앉아서 드시라고 이렇게 설계했어요. 둘째는 더 좋은 소리를 들으시라고 의자 높이를 낮췄어요. 부연 설명을 좀 드리자면, 계루의 메인 스피커는 직진성의 투 웨이 모니터 스피커입니다. 제조사의 개성이기도 한데요. 아무튼 이 스피커를 천정에 매달았거든요. 그래서 귀의 높이가 높아지면 소리가 좀 강하게 들려요. 장시간 들으면 귀가 피곤해지죠.
#2. 공간의 분위기만큼이나 독특한 주인장의 이력
Q. 계루는 설계부터 메뉴, 선곡까지 곳곳에 사장님의 생각과 매력이 가득 담긴 공간 같아요. 그래서 사장님이 대체 어떤 분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전에도 바를 운영하셨나요? 어떤 일을 해오셨나요?
대학에서의 전공은 예술학이었어요. 졸업 후에 상업화랑과 미술잡지에서 일을 하기도 했는데 좀 재미가 없었어요. 잠깐의 방황이 있었고 결국 찾아낸 것이 드라마 음악이었습니다. 올해로 24년째 드라마 음악감독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Q. 이곳만의 소리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방문 후기에 앰프를 찍어서 올리신 분도 있더군요. 조금은 전문적인 얘기가 될 수 있겠지만 케이블, 앰프, 스피커 등 시스템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어요.
파워앰프는 골드문트 모노블럭, 프리앰프도 골드문트, 진공관 인티앰프는 유니슨 리서치 신포니아, 리시버는 메킨토시, 메인 스피커는 JBL4367, 서브 스피커는 클립쉬 콘월3, 씨디 플레이어 1은 네임, 씨디 플레이어 2는 데논, 씨디 플레이어 3은 아캄, DA 컨버터는 자작입니다.
Q. 음악감독을 하며 여러 녹음에 직접 참여하셨기 때문에 소리에 대해서 조금 더 고민하며 이런 공간을 만들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이런 감상 시스템을 구축하실 때 특별히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요?
기계의 매칭도 중요하지만 음향을 고려한 공간의 설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장비들로 소리를 재생한들 우리 귀까지 전달되는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절대 좋은 소리를 들을 수가 없어요. 계루는 이 부분에 정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임대이다 보니 당연히 처음부터 음악을 듣기 위해 지어진 건물은 아니지만 공간의 곳곳에 수많은 장치를 해 놓았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스튜디오 레코딩의 경험에서 얻은 노하우도 한 몫 했어요.
Q. 음악 선곡은 직접 하시나요?
예. 직접하고 있어요. 플레이 리스트를 쭉 틀어 놓는 경우는 없고요, 대신에 음반 한 장을 정주행할 때는 종종 있죠. 신청 곡도 틀어드립니다.
Q. 직접 하신다면 어떤 기준으로 하시나요? 선곡에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손님들의 취향을 존중하는 편입니다. 대화에 집중하고 있는 듯 보이는데 하드록을 틀면 좋은 선곡이 아니겠죠. 연령대도 고려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제1의 기준은 역시 '좋은 음악'입니다.
#3 음악을 진정으로 즐기고 싶은 이들의 사랑방
Q. 계루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BAR에서 찾아보기 힘든 나물 등 몸에 좋은 재료로 만든 안주 아닐까 싶어요. 계루의 메뉴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바의 안주는 그 한계가 분명하더군요. 술에 어울리는 부담 없이 간단한 것. 계루의 안주들은 몸에 이로운 재료들을 선별해서 최소의 조리 과정으로 완성해 냅니다.
Q. 이렇게 메뉴를 구성하신 이유가 있다면요.
이것은 제 개인적인 음식 취향이기도 한데요, 좋은 맛을 내는 신선하고 귀한 재료에 갖가지 양념과 식품첨가물로 범벅 된 소스류는 어울리지 않아요. 오히려 망치죠. 또 지나치게 시각적인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음식들도 별로 예요. 소박하고 꾸밈없는 맛. 이게 제가 만들고 대접하고 먹고 싶은 음식이에요.
Q. 가끔 메뉴에 없는 별미도 만드신다고 들었어요. SNS에 올라오는 사진들을 보면 군침이 도는 건 물론이고, 식재료 그리고 요리에 남다른 애정이 느껴 지기도 해요. 어떠세요?
장을 볼 때는 여러 곳을 다녀요. 좋은 재료를 파는 곳이 각각 다 다르다 보니 어쩔 수 없더군요. 그런데 예를 들어 안동 참마를 사러 갔다가 참마 옆에 (메뉴에는 없지만) 다른 좋은 재료가 눈에 띄면 그걸 사지 않고는 못 배기는 거예요. 그럼 그날 오신 운 좋은 손님은 메뉴에 없는 안주를 드시게 되죠(웃음). 음식과 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 에요. 둘은 항상 같이 갑니다. 음식의 끝판왕이 술이잖아요. 삼각형을 그리면 제일 위 꼭지점에 술이 있다고 봐요. 정말 멋진 음식이죠.
Q. 단골손님께서 이곳에 손님으로 오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는 즐거움을 계루의 매력으로 꼽으시더군요. 저 역시도 손님과의 대화가 너무 즐거웠고요. 마치 사랑방 같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단골들이 이 곳을 사랑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우선 찾아주시는 분들께 깊이 감사를 드려야겠네요. 사실 저는 친절과 봉사 뭐 이런 면에서는 좀 약해요. 고집도 있는 편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골들이 계루를 찾아주시는 건 역시 음악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음악, 좋은 소리.
Q. 앞으로 여기서 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작은 공연들을 기획하고 있어요. 멋진 프로젝트 밴드들의 공연이에요.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녹음까지 해서 그날 오신 분들께 드리고 싶어요. 그 밖에도 작가들의 작품 전시, 단골들의 애장품 플리마켓, 쿠킹 클래스, 계절음식 파티... 이런 것들도 생각하고 있어요.
Q. 계루는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지?
오래도록 사랑 받는 하지만 여전히 숨어있는 그런 곳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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