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합니다!
'지금 나오는 노래 완전 좋은데, 이건 다 누가 알고 선곡하는 거지?' 이런 생각, 해 보신 적 있나요?
요즘 '핫'하다는 거기! 감성 충만한 분위기에 흐르는 노래마저 힙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바로 거기!
이 음악을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도 넣고 싶은데, 주변 소음 때문에 검색에 실패하는 일이 다반사.
그렇다고 점원에게 물어보기는 조금 부끄러운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 - 한 달에 두 번, [핫플힙플]이 전하는 흥미로운 선곡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인터뷰: 비스킷 사운드
사진: 오현용
HOT PLACE 진짜 재즈를 편하게, 매일매일 즐길 수 있는 교대역 재즈 클럽 <디바 야누스>
<디바 야누스>는 재즈계의 대모로 알려진 故박성연 선생님이 재즈를 실컷 하고 싶어서 한국인 최초로 차린 재즈 클럽 '야누스'를 이어받은 공간으로, '야누스' 시절인 1978년부터 신촌에서 운영해 오다 교대역으로 옮겨 영업 중인 재즈 클럽이다. 설립자 故박성연 선생님의 건강상 이유로 운영이 어려워지자 그가 가장 아끼는 후배 재즈 보컬 중 한 명이기도 한 '말로'가 이 공간을 이어받았고, 홍대 지역에서 재즈 클럽 '에반스'를 십수 년간 이끌어 온 '에반스 뮤직'이 노하우를 보태면서 재즈계의 산실로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10년간 매주 '야누스'에서 공연을 해 올 만큼 이곳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던 '말로'는 지금도 매주 수요일 자신의 이름을 건 밴드로 <디바 야누스> 무대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고, 재즈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합류한 매니저 김민지 씨가 5년째 살림을 도맡고 있다. 재즈 음악을 가깝고 깊게 느낄 수 있는 곳 재즈 클럽 <디바 야누스>의 운영자 '말로'와 실무자 김민지 매니저를 만나 공간과 음악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INTERVIEW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 디바 야누스 김민지 매니저
Q. 안녕하세요, 매니저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일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김민지: 안녕하세요, <디바 야누스> 매니저 김민지입니다. 4-5년 된 거 같아요. 오픈 한 지 1년 정도는 다른 매니저가 계셨고 그 이후는 제가 계속 일하고 있어요.
Q. 꽤 오래 해오셨네요. 이 일을 하기 이전에 음악 일을 하셨는지 궁금해요.
김민지: 그런 건 아니고요. 실용음악과 피아노 전공이기도 하고 재즈를 너무 좋아해서 일하면서 재즈를 듣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 일을 시작했어요. 지금도 음악 듣는 게 너무 재미있네요.
Q. 공연이 계속 이뤄지는 곳이라고 알고 있어요. 공연을 즐기려면 언제 와야 하나요? 그리고 어떻게 즐기면 될까요?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김민지: 저희는 연중무휴에요. 1년 내내 공연이 이뤄지죠. 특히, 일요일에 항상 '보컬 잼 데이 (Vocal Jam Day)'를 했는데 코로나 이후 '보컬 잼 데이'는 쉬고 있어요. 1만 5천 원의 공연료를 내고 오후 6시 30분부터 입장할 수 있고, 8시부터 9시 50분까지 공연이 진행됩니다. 주류와 간단한 안주도 있고, 커피나 주스 같은 음료를 드셔도 됩니다. 듣는 즐거움과 맛보는 즐거움이 있는 곳이에요.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일단은 오세요!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웃음). 오셔서 라이브 뮤직이 주는 매력을 몸과 마음으로 그대로 받으시면 될 것 같아요.
Q. 공연이 되지 않는 순간들도 이곳은 재즈 음악만 흐르나요? 선곡은 어떻게 하세요?
김민지: 제가 좋아하는 음악들을 틉니다. 권력 남용이랄까요 (웃음). 선곡에 특별히 신경 쓰는 것 중 하나는 계속 재즈만 들으면 질릴 수도 있으니 공연 중간 쉬는 시간은 재즈와 접목된 알앤비, 힙합을 틀기도 해요. 중간중간 바꿔가면서요. 라이브 연주를 듣다가 어떤 연주자가 문득 떠오르기도 해서 트는 경우도 있고요. 쉬는 시간엔 무대 음악과 결이 비슷한 음악을 틀어 드리고 라이브가 끝난 뒤에는 좀 차분한 음악을 틀어드리죠.
Q. 그렇게 권력 남용(?)으로 <디바 야누스>에서 즐겨 트는 음악, 그리고 매니저님이 좋아하는 뮤지션이 궁금해요.
김민지: 최근엔 관악기에 관심이 많아져서 조슈아 레드맨 (Joshua Redman)도 좋아하고요. 키스자렛 트리오 (Keith Jarrett Trio)를 제일 많이 틀었던 거 같아요. 찰리 헤이든 (Charlie Haden)의 녹턴도요. 여기는 술이 있는 공간이잖아요. 술이 들어가고 라이브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많이 '업'되는데 그럴 때 듣기 좋으면서도 조금은 차분하게 마무리할 수 있게 해주는 음악들인 것 같아요.
Q. 실무를 맡고 있는 매니저님의 이야기를 들어봤으니 간판이라고 할 수 있는 운영자 말로 님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어요.
말로: 운영을 한다기보다 저는 적적하지 않게 일주일에 한 번씩 와서 보는 그 정도랄까요. 실무는 잘 몰라요. 우리 매니저님이 더 잘 아시고, 저는 그냥 말 그대로 간판이죠 (웃음). 박성연 선생님이 지켜 오셨던 이 공간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것들을 조금 도와주는 정도예요.
Q. 말씀하신 것처럼 이 공간의 전신은 故박성연 선생님이 운영하던 '야누스'였던 걸로 압니다. 말로 님께서 운영한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간판' 역할이라도 뮤지션 활동과 공간 운영을 병행하는 게 쉽지 않을 거 같은데요.
말로: 쉽습니다 (웃음).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운영이나 실무를 잘 몰라요. 그래서 운영에 대한 의식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어렵게 느끼지는 않아요. 물론, 실상은 어렵긴 하죠. 그런데 저는 낙천적인 성격이라 어떤 어려운 일이 있어도 '무슨 수가 있겠지' 막연하게 생각하고 마음에서 털어 버리는 편이에요. 제가 맡은 건 2015년 8월부터였을 거예요.
Q. 그렇긴 해도 작년과 이어져 올해 현재까지 코로나19 라는 전무후무한 상황으로 모두가 힘들죠. 클럽은 특히 더 어려웠잖아요. 어떠세요?
말로: 참담하죠. 어떤 산업군, 어떤 업종이 가장 타격이 큰가 이런 걸 조사한 결과들을 접하긴 합니다만 이런 재즈 클럽은 그런 리스트에 들어가 있지도 않죠. 하지만 리스트에 없더라도 재즈 클럽이란 게 몇 개 없기 때문에 소식들을 들어보면 거의 전멸이에요. 전멸인데, 규모가 조금 있는 곳들이 더 크게 타격을 받은 것 같고 저희는 조그만 장소니까 큰 곳보다는 타격이 덜하긴 하긴 해도 겨우겨우 눈치 보면서 유지해 나가는 그런 상황이에요. 저희 가게는 그렇다 치고 연주자들이 설 무대가 없어지는 게 너무 안타깝죠.
#2. 재즈가 실컷 하고 싶어서 한국인 최초로 직접 차린 재즈 클럽
Q. 故박성연 선생님이 '재즈가 실컷 하고 싶어서 한국인 최초로 직접 차린 재즈 클럽'이라는 타이틀도 있던데요. 실컷 연주를 해볼 무대가 없어진다는 건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신인들의 기회는 더 줄어들 테고요. 전반적으로 침체되는 게 아닌가 걱정도 드시겠어요.
말로: 재즈라는 게 내가 완벽하게 준비가 된 상태의 음악을 연주 장소에서 보여주는 게 다는 아니거든요. 클럽에서 연주를 하면서 실력이 쌓이고 순발력이 길러지고 창의성이 돋보여지고 내가 나를 실험하고... 이 속에서 나오는 음악들이, 그 과정들이 중요한데 젊은 뮤지션분들, 그리고 한창 활동해야 하는 이런 뮤지션들이 그럴 수 있는 장소를 잃어버리는 게 안타깝죠. 1-2년 정도의 이 기간이 전체적인 한국 재즈 음악 안에 1-2년이라고 생각하면 큰 타격이고 그만큼 늦어지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Q. 역시 직접 무대에 서는 뮤지션이다 보니, 뮤지션 입장에서 말씀을 많이 해주시네요.
말로: 아무래도 뮤지션분들이 이 안에서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음향에 신경 써 주고 이런 건 있죠. 어떤 곳은 '드럼 솔로를 하지 마라', '의상은 이렇게 해주셨으면 좋겠다' 이런 얘기들을 하는 곳도 있어요 (웃음). 제 짐작이지만, 박성연 선생님도 여러 곳에서 그런 말씀을 들으셨겠죠. 그래서 뮤지션이 오로지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이런 공간을 마련하셨을 거 같아요. <디바 야누스>는 그런 게 이어지고 있는 곳이죠. 이렇게 아티스트 위주의 장소이기 때문에 저희는 오히려 규모가 작아도 괜찮고 그런 면에서 어려움에 견디는 마음이 더 센 것도 있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쉬었다 가더라도 이런 무대 자체를 잃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니까요.
Q. <디바 야누스>를 한 마디로 설명을 해주신다면요?
말로: 깊고도 가벼운 공간이요. 무대와 객석이 가깝잖아요. 진짜 재즈 음악을 바로 코앞에서 마음껏 만날 수 있는 곳. 마실 나오듯이 가볍게 오셔서 진짜 음악을 제대로 만날 수 있는 곳이요.
Q. 많은 공연이 이뤄지는 데 기획, 섭외에 직접 참여하시나요?
말로: 따로 기획하고 섭외하는 분이 계세요. 저는 관여를 안 하는데, '보컬 잼 데이 (Vocal Jam Day)'라고 일요일에 잼을 해요. 잼 하러 오신 분들 보다가 '저분 너무 잘하는데?' 그럼 제가 와서 같이 긱 (gig)을 해보지 않겠냐 제안해서 데뷔 무대를 갖는 분들이 계시긴 해요. 재즈는 사람 만나는 거랑 같아요. '열린 토론회'처럼 여기서 우리가 얘기하고 있는데, 저기 좋은 생각 하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같이 얘기해 보자' 이런 거죠. 그럼 음악도 조금 더 발전적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서 저라도 이런 모습을 보여주려고 해요. 이런 게 많아지면 정말 살아있는 무대가 될 거라 믿어요.
Q. 연주를 같이 했던 분들 중 인상적인 연주자가 있다면요?
말로: 어휴... 너무 많은데 어쩌죠? 지금 생각나는 연주자는 이의광이라고 피아노 연주자가 있어요. 같이 연주를 해봤을 때 굉장히 기분 좋은 느낌을 주는 분이에요. 오재철이라고 트럼펫 연주자 같은 경우는 저랑 막 싸우려고 해요 (웃음). 너무 하고 싶어 하는 게 연주에 드러나죠. 그 열정과 탐구심이 너무 좋아요. 송미호 베이스 연주자는 플레이도 너무 좋으시지만, 음악에 대한 열려있는 태도가 좋아요.
Q. 유튜브에 공연 영상을 지속적으로 올리셨는데, 이건 어떤 건가요?
말로: 재즈 클럽을 사람들이 모르니까 '여기 이렇게 있습니다' 알려드리는 그런 것도 있고 제가 클럽에서 음악을 한 지가 20년이 지났는데 저 말로라는 가수가 어떤 음악을 하는지 모르는 분들도 많아요. 저는 한국말의 노래를 음반으로 주로 발표해요. 그래서 저를 성인 음악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으시죠. 그런데 저는 스탠더드를 항상 하는 사람이거든요. 실제로 제가 하는 음악을 보여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간단하게 시작을 한 거예요. 그 주에 실제로 이뤄지고 있는 일들을 올려보기 시작한 거죠. 그렇게 1년 했는데 똑같더라고요 (웃음). 반응이 있기를 원한 건 아니고 재즈 음악이 어떻게 이뤄지며 내가 어떤 음악을 하는지 알 수 있는 자료로 남기고자 했어요.
Q. 앞으로 또 <디바 야누스>에서 기획하는 게 있다면요?
말로: 연주를 계속 못 하다 보니 저도 목소리가 굳고, 연주자들도 손가락이 다 굳었어요. 공연을 다시 시작해서 궤도로 올려놓는 게 먼저죠. 그 외에 것들은 이후에 생각해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Q. 재즈 클럽을 어렵게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초대장을 보낸다면 어떤 말을 하고 싶으세요?
말로: 재즈 클럽에 오는 건 작은 여행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손쉽게 할 수 있지만 그 안에 크나큰 게 들어 있는 여행이요. 어떤 여행지가 좋아서 사진을 보며 느끼는 것과 실제로 가서 보는 건 차이가 있죠. 실제로 그곳에 간다면 그곳만의 공기와 진동, 향기와 내 눈 앞에 펼쳐지는 공간적이고 시간적인 무한함을 직접 느끼는 거잖아요. 그 체감은 경험해보지 않고는 모르는 거고요. 나 자신이 변화하는 그 느낌을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겠죠. 일단 오셔서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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