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합니다!
'지금 나오는 노래 완전 좋은데, 이건 다 누가 알고 선곡하는 거지?' 이런 생각, 해 보신 적 있나요?
요즘 '핫'하다는 거기! 감성 충만한 분위기에 흐르는 노래마저 힙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바로 거기!
이 음악을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도 넣고 싶은데, 주변 소음 때문에 검색에 실패하는 일이 다반사.
그렇다고 점원에게 물어보기는 조금 부끄러운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 - 한 달에 두 번, [핫플힙플]이 전하는 흥미로운 선곡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자료제공: 비스킷 사운드
HOT PLACE MOTTO
"분위기도 음악도 되게 좋아요"라는 음악 산업 관계자의 추천으로 찾아간 뮤직 바 〈MOTTO〉. 외관이나 내부 인테리어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LP 판 가득한 뮤직 바와 크게 다를 것 없이 아늑한 분위기였는데 바에 앉아 맥주 한 잔 시켜 놓고 사장님과 대화를 이어 가다 보니, 사람들이 여기를 왜 좋아하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편안한 분위기, 귀에 감기는 선곡, 이야기를 나눌수록 진솔함과 음악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사장님. 이 완벽한 조화 때문에 필자 역시 인터뷰를 얼른 마치고 음악이나 들으며 마저 한잔하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다. 변화가 빠르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홍대에서 뮤직 바를 14년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과 선곡의 비법을 묻자 "음악은 손님들에게 배웠고 손님들과의 관계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가게를 그만두는 일이 어려워진다"라고 말하는 사장님. 아닌 게 아니라 가게 한 편에는 300여 권의 신청 곡 노트가 꽂혀 있는 책장이 있었고 이 신청곡 노트들은 손님들과의 추억과 사장님만의 선곡 노하우가 켜켜이 담긴 보물이었다. 다른 뮤직 바와 다른 점으로는 새로 나오는 좋은 음악을 찾아 들려주려는 노력을 꼽는 '음악에 진심인' 뮤직 바 김준용 사장님을 만나서 〈MOTTO〉와 음악에 대한 얘길 나눴다.
INTERVIEW 김준용 대표
Q.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MOTTO〉를 운영하고 있는 김준용이라고 합니다.
Q. 운영한 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14년이요. 상상마당 앞에서 하다가 이쪽으로 옮긴 지는 4년이 되었어요.
Q. 굉장히 오래 하셨네요.
예전 같으면 14년이 그렇게 오랜 시간은 아닌데, 요즘 14년은 좀 그런 감이 있네요.
Q. 예전에도 이런 바를 운영하셨었나요? 아니면 다른 일을 하셨었는데 음악을 좋아해서 이렇게 뮤직 바를 하게 되신 건가요?
좋아하니까 이렇게 음악 바를 운영하고 있겠죠. 아주 어렸을 때는 밴드를 하기도 했지만 말씀드린 것처럼 음악을 좋아하다 보니까 이렇게 하고 있네요. 어렸을 때도 이런 곳을 운영 하긴 했어요. 어렸을 때는 실패도 해보고 중간에 다른 일을 해보기도 했죠. 그런데 하다 보니 이렇게 계속하게 되었어요. 지금은 큰 수익이 안 나도 그것 때문에 관두고 그렇게 되지를 않아요. 저희는 초창기 손님이 아직도 오시거든요. 해가 갈수록 더 힘든 것 같아요. 관두기가... 손님들과의 관계 때문에요.
Q. 〈MOTTO〉라는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되셨어요?
다들 많이 물어보시는데 별 의미는 없어요. 특별한 이름이 있는 건 아니에요. 고민은 많이 했었는데 마땅한 게 안 떠오르더라고요. 그냥 부르기 쉬운 걸 찾다가 이렇게 짓게 되었어요. 음악이랑 관계있는 이름은 아니라서 바꿀까도 했는데 못 바꾸고 그냥 쭉 하게 되었어요. 부르기는 쉬운 거 같아요.
Q. 〈MOTTO〉에 대해서 소개해 주신다면요?
우리가 알고 있는 '음악 바'라는 틀이 있잖아요. 7-80년대 혹은 90년대 초반 정도까지의 음악들을 주로 틀어 주는 바요. 그런 바에서 나오는 음악도 들려 드리지만 저는 요즘 음악을 좀 많이 틀어드리려고 해요. 신청 곡만 들어오면 다 트는 바도 있을 거고 여러 장르를 트는 바도 있겠지만 〈MOTTO〉는 여기 신청곡 노트 앞에도 설명이 되어 있지만 록 음악과 인디 음악 위주로 트는 곳이에요. 가게마다 특성이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오시는 손님들과의 소통에 있어서 완전한 벽을 쌓아 두는 건 아니에요. 아주 예전에는 좀 벽을 쌓아 두는 편이었는데 지금은 그렇게는 안 하죠. 트는 이유와 그렇지 않은 이유를 잘 설명해드리고 있어요. 다른 바와의 비교를 한다면 록 음악, 인디 음악이라도 요즘 음악을 많이 틀어 준다는 거죠.
Q. 사장님이 맨 처음 좋아한 음악은 록이었죠?
네, 그렇긴 해요. 그런데 저는 재즈도 좋아하고 퇴근해서는 다른 장르 음악을 듣기도 해요. 예전에는 라이브를 하는 재즈 바도 운영을 했었어요. 제가 투자까지 한 건 아니고 운영을 맡아서 1년간 했었죠.
#2. 음악에 진심인 사장님
Q. 신청곡을 받는 뮤직 바는 많이 봤지만 신청곡을 책처럼 이렇게 차곡차곡 모아 둔 곳은 처음 봐요.
저도 음악을 많이 듣지만 모든 음악을 다 알 순 없잖아요. 요즘 나오는 것들은 특히요. 그런 면에서 저는 손님들에게 음악을 정말 많이 배워요. 신청곡들을 보면서 '이런 것도 있구나' 알게 돼요. 그래서 이렇게 신청곡들을 모아 두게 된 거예요. 저도 제가 이걸 이렇게 모으게 될 줄은 몰랐어요 (웃음). 말씀드린 것처럼 손님들에게 음악을 배우거든요. 숨은 명곡들도 있을 거고 세대마다 좋아하는 곡들도 다 다를 거고요. 저에게는 이 신청곡들이 소중한 자료입니다.
Q. 신청곡이 없는 지금 같은 때 흐르는 음악은 미리 선곡해두시는 건가요?
네. 제가 미리 선곡해 둔 곡으로 트는 거죠. 사실 예전에 그러니까, 좀 더 유동 인구가 많은 상상마당 쪽에서 바를 했을 때는 음악으로 손님을 끌어 드린다는 느낌으로 했어요. 스피커를 밖에다 해 놓고 음악 좀 들리게 틀어 놓으면 듣고 내려오는 분들이 정말 많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안 하죠.
Q. 선곡의 기준은요?
손님들이 좋아하는 곡이요. 신청곡들을 여기에 적어 주시면 제가 찾아보고 들어 봐요. 그런 것들 중에 제가 좋다고 생각했는데 많은 분들이 찾는 걸 틀어 드리는 편이에요. 신청곡과 많이 좋아해 주시는 것들이 어떤 건지를 보면서 데이터가 쌓이잖아요. 그런데 그게 14년이니까 데이터가 많이 쌓인 셈이죠.
Q. 그런 곡들 중에 꽤 최근에 신청곡으로 많이 들어온 것들은요?
'1975'는 다들 좋아하시지만 여자분들이 특히 좋아하시는 것 같고요. 'Tame Impala'는 젊은 분들도 그렇고 예전 록 좋아하시는 분들까지도 좋아하는 음악이에요. 음악이 요즘 것도 담겨 있지만 정통 록 스타일도 담겨 있지 않나 싶어요. 국내 인디는 '새소년', '검정치마'가 많고요. 물론 이분들은 인디를 넘어서 더 넓게 활동하는 분들이긴 하지만요.
#3. 한결같은 공간, 사람이기를
Q. '신청곡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고 신청곡 노트 맨 앞에 이렇게 양해를 구하셨는데 곡목을 보면 틀 음악과 안 틀 음악을 다 아세요?
신청곡이 들어오면 일단 모르는 곡은 검색해 봐요. 그리고 들어서 〈MOTTO〉 음악들과 이질감이 안 들면 틀어 드려요. 손님이 많을 때는 제가 모르는 곡들은 뒤로해 놓고 나중에라도 그 곡들 중에 여러 분들이 찾으시는 곡이면 또 틀어 드리기도 하고 그 곡이 좋았으면 계속 트는 곡이 되기도 하고 그래요.
Q. 음악에 대한 사장님의 애정이 가득 느껴집니다. 가장 좋아하는 음악이 궁금해요.
저는 낙이 음악밖에 없어요 (웃음). 저한테 '제일 좋아하는 게 뭐냐' 많이들 물어보세요. 근데 그런 질문을 받으면 좀 곤란하더라고요. 저는 새로운 좋은 음악을 듣게 너무 기쁘고 좋아요. 새로운 좋은 음악이 계속 나온다는 사실이 제가 계속 음악을 좋아할 수 있는 이유가 됩니다. 음악적 호기심이 되게 많은 편이에요. 제가 어렸을 때 밴드에서 기타를 했었기 때문에 공연을 통해서 현장에서 뮤지션에게 감탄하고 새롭고 좋은 걸 접하면서 더욱 즐기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 경우에는 "누굴 제일 좋아하냐", "뭐가 제일 좋냐" 대신 신곡 중에서 뭘 요즘 제일 좋아하는지 물어봐 주시면 대답하기가 쉽습니다.
Q. 그럼 신곡 중에선 어떤 걸 좋아하세요?
최신곡은 아니고 근래의 음악들 중엔 'Men I Trust', 'Tame Impala'를 저도 좋아해서 자주 틀은 것 같네요.
Q. 14년을 운영해오셨는데 잊지 못할, 기억나는 순간이 있으신가요?
상상마당 쪽에 있었을 때 그 음악 듣고 들어오시는 분들 중 외국 분들이 되게 많았어요. 거의 50%가 외국인일 때도 많았는데 그분들이 〈MOTTO〉를 너무 좋아해 주시는 거예요. 본인들 나라에서는 신청곡은 팁 주고 이래야 틀어 주는 건데 여기선 그냥 적으면 틀어 주는 것도 그렇고 제가 "당신과 같은 나라 사람들 왔을 때 이런 거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한번 들어 보라"고 좋아할 법한 음악들을 틀어 주면 반가워하고 고마워하고 그랬어요. 그 사이에서 소문도 나고 그랬나 봐요. 예전엔 저희 〈MOTTO〉가 클럽 가기 전에 가볍게 들려서 음악 듣고 한잔하는 곳이었죠. 외국인 손님들도 고마워하셨고 좋아하셨지만 저에게도 정말 고마운 순간들이었어요. 전 세계 외국인들이 다 오시니까 각 나라의 문화를 많이 알 수 있었죠. 러시아, 몽골 사람들까지요. 손님으로 이렇게 만나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던 다양한 나라의 문화적 취향을 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죠. 이러면서 하나씩 음악에 관한 노하우와 데이터가 쌓인 거 같아요. 즐거웠어요. '이런 음악도 있구나' 많이 알게 되었고 그러면서 해외 페스티벌에 대해 많은 관심도 생기고 직접 가게 되고 그런 것 같아요.
Q. 여기에 이렇게 공연 포스터가 많이 붙어 있어서 안 그래도 여쭤 보고 싶었어요. 사장님이 직접 공연에 가셔서 한 장씩 가져온 것들인가요? LP판도 많고요. LP는 몇 장 정도 있나요?
몇 장 정도 되는지는 모르겠어요. 중학교 때부터 샀던 거니까요. 그때부터 가요는 당연하고, 팝 음악을 들었으니까요. 많이는 못 샀지만 하나하나 사던 게 이렇게 되었네요. 포스터는 공연에 직접 가서 다 가져온 것들이죠. 가면 손님들도 많이 만나기도 하고 해외 페스티벌을 손님들이랑 같이 가기도 했어요. 휴가와 페스티벌 시기가 맞으면 가게 문 닫아 놓고 떠나는 거죠. 그런데 손님들도 이해해 주시고 응원해 주세요. 다들 음악 좋아하시는 분들이니까. 그런데 요즘에는 페스티벌이 없어서 너무 아쉽죠. 여기 오시는 분들도 다 그게 아쉽고 힘들다고 하세요. 어서 빨리 페스티벌이 열리는 시기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독일 RockimPark Festival 2018에서
독일 RockimPark Festival 2018에서
Q. 앞으로 〈MOTTO〉에서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1년에 한 번씩 개업한 날 기념으로 공연을 작게 했었어요 이 공간에서 손님들 초청해서 라이브로요. 소규모로 어쿠스틱 하게 말이죠. 처음에 인테리어 할 때 무대 생각을 못 한 게 아쉽긴 한데 그래도 자연스럽고 편하게 음악을 듣는 분들은 듣고, 술 드실 분들은 드시고 그래서 나름 괜찮아요. 코로나 상황이 좋아져서 라이브를 할 수 있게 되면 그런 라이브를 조금씩 조금씩 하지 않을까 생각해보고 있어요. 손님들도 좋아하고 그래서요.
Q. 〈MOTTO〉는 앞으로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는지?
변하지 않는 공간이요. 14년이 짧은 시간은 아닌데, 저 신청곡 노트를 보고 있으면 시간이 별로 안 간 것만 같아요. 예전에 신청곡들을 아직도 신청해 주시고... 10년 전에 제 모습과 10년 후에 제 모습이 다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손님들이 올 때마다 저한테 "왜 이렇게 변한 게 없냐"라고 하시는데 저는 계속 그러고 싶습니다. 〈MOTTO〉도 이곳을 찾아 주시는 분들에게 늘 한결같은 공간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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