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합니다!
'지금 나오는 노래 완전 좋은데, 이건 다 누가 알고 선곡하는 거지?' 이런 생각, 해 보신 적 있나요?
요즘 '핫'하다는 거기! 감성 충만한 분위기에 흐르는 노래마저 힙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바로 거기!
이 음악을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도 넣고 싶은데, 주변 소음 때문에 검색에 실패하는 일이 다반사.
그렇다고 점원에게 물어보기는 조금 부끄러운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 - 한 달에 두 번, [핫플힙플]이 전하는 흥미로운 선곡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자료제공: 비스킷 사운드
HOT PLACE 힙지로의 재즈바 <기원>
낡은 건물로 가득했던 도시 상공업 지역에서 힙스터의 놀이터로 탈바꿈한 을지로. 그 안에 있는 다양한 가게들 중에서도 독특한 개성을 뿜어내며 힙지로의 핫플레이스에 등극한 재즈 바 <기원>. 어떤 것의 근원과 바둑을 두는 곳이라는 중의적인 뜻을 모두 가지고 있는 <기원>은 재즈 음반 기획자이자 뮤지션인 강웅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은 30년 전에는 바둑을 두는 기원이 있는 곳이었지만 이제는 주인장의 취향이 반영된 재즈 음악과 네추럴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재즈 바로 사랑받고 있다. 인상적인 순간을 묻는 질문에 "매 순간 그 기억을 갱신 시켜 주는 건 매주 토요일 공연의 뮤지션분들과 새로운 와인들입니다."라고 답할 만큼 매주 펼쳐지는 재즈 뮤지션들의 인상적인 공연도 <기원>의 인기 요소다. 공간과 순간에는 언제나 어울리는 음악이 있다고 말하는 주인장에게 <기원>과 기원에 흐르는 음악에 대해 얘기를 들어봤다.
INTERVIEW 강웅 대표
Q.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본격 로-파이 (Lo-Fi) 재즈 바 <기원>의 사범 강웅입니다. 저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이 공간에 있는 누구에게든 훈수를 둘 수 있는 사람이에요.
Q. '기원'은 무슨 뜻인가요? 가게 이름을 어떻게 이렇게 짓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여기가 30년 전에 내기 바둑이 횡행하던 기원이었다고 해요. 바둑 대국 중 준비한 한 수 한 수를 즉흥적으로 대처하는 모양새가 재즈의 즉흥연주 (improvisation)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중의적 의미도 너무 좋았고요. 예를 들면 "당신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합격을 기원합니다" 혹은 "여기가 로-파이 (Lo-Fi) 재즈 신의 기원이야" 뭐 이런 뜻도 좋고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또 유독 이 원조에 집착하잖아요. 원조 부대찌개, 원조 소머리국밥처럼--- (웃음)
Q. '바둑'과 '재즈 바'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이곳 곳곳에서 바둑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이렇게 꾸미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바둑과 재즈는 생각보다 많이 닮았어요. 닮은 점만 가지고도 제가 내년까지 이야기할 수 있는데 몇 가지만 말씀드릴게요. 일단 바둑은 아는 만큼 보이고 재즈는 들은 만큼 들립니다. 그리고 대중들은 이 마니악한 두 분야를 막연한 이미지로 좋아하고 소비해요. 바둑의 마니아들이 얼마나 극성인지 알면 놀라실 거예요. 다만 대중들은 (저 포함) 바둑의 막연한 지적인 이미지 그리고 어린이들이 배우면 나중에 구글 입사할 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막연함으로 소비하죠. 줄바둑의 일종인 오목은 다들 둘 줄 알잖아요. 재즈도 마찬가지예요. 음- 뭔가 럭셔리하면서도 스트릿의 열정을 담은 장르는 재즈라고들 생각해요. 음악 애호가들의 끝판왕이 재즈 마니아라고 생각하는 막연함으로 소비합니다. 재즈와 바둑은 또 그들만의 언어가 있어요. 그들만의 언어가 교양 있는 사람들이 흔히 쓰는 언어가 된 케이스도 많고요. 바둑 기사들은 복기합니다. 재즈 뮤지션들은 모니터하고요. 바둑 기사들은 한 수 한 수 준비합니다. 케이스 스터디를 하고 정석을 두죠. 재즈 뮤지션들은 아이디어를 확장, 발전시키는 연습을 프로 바둑 기사들처럼 합니다. 정석의 언어 (비밥 랭귀지)를 스윙 (그루브)에 맞춰 익히고 재해석합니다. 재즈의 인터플레이는 초읽기에 들어간 바둑 기사의 즉흥성과 맞닿아 있어요. 좀 어렵나요? 기원에 오세요.
Q. '저희 기원은 절대로 살롱문화의 선봉장으로 불리고 싶지 않습니다'로 시작한 안내글을 봤습니다. 이곳을 짧게 한마디로 소개한다면 어떻게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그걸 미국의 코미디언 그라우쵸 맑스 (Groucho Marx)의 표현을 빌려 다시 말하자면
"I Don't Want to Belong to Any Club That Will Accept Me as a Member"
"나는 나 같은 자를 멤버로 받아 주는 클럽에는 절대 가입할 생각이 없어."
같은 류의 위트를 이해하는 분들이 많이 모이길 기원하는 마음에서 그렇게 썼습니다.
#2. 분위기를 만드는 건 음악
Q. 영업한 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사장님은 이전에도 바를 하셨는지, 그리고 음악과 어떤 연관이 있으신지도 궁금합니다.
저는 풀 타임 재즈 뮤지션입니다. 그리고 게으른 음반 제작자입니다. (재즈 가수 허소영의 정규 3집 B.B.B를 제작했습니다) 깁슨 아치탑 기타를 사용하고 Jim Hall의 위트와 Wes Montgomery의 로직을 사랑합니다. 외식 서비스업은 손댄 지 얼마 안 됐어요. 다만 이 쪽 분야 전문가 파트너들과 함께 운영해요. 본래 기원은 제 작업실이었어요. '기원' (@___key001)과 한 층에 있는 '화담' (@hwadam_winebar)을 먼저 오픈했어요. 화담은 와인 분식집인데 최근에 <하트시그널3>에 나오면서 좀 핫해졌어요. 아무튼 이 '화담'을 만들면서 '기원'을 제 휴식 공간이자 작업 공간으로 사용하다가 네추럴 와인과 로-파이 (Lo-Fi)오디오 페어링에 꽂혀서 '기원'도 오픈했어요.
Q. 이곳을 즐길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일단 저희 인스타그램 계정 기원 (@___key001)을 팔로우해 주세요. 평일엔 바이닐로 재즈를 들어요. 모던 재즈를 주로 트는 편입니다만 선곡의 맥락은 손님들이 분위기로 만들어 줍니다. 네추럴 와인이 80퍼센트 정도 지분을 가진 와인 리스트가 있고요. 와인 선곡은 좀 진보적인 편입니다.
공연은 인스타그램 디엠으로만 예약을 받고 있어요. 보통 공지 이후 바로 예약이 마감되는 경향이 많습니다. 공연은 예약을 적극 권해 드립니다. 공연 스케줄은 인스타그램 통해서는 1주 전 공지, 기원에 직접 오시면 한 달 스케줄을 미리 아시고 선 예약 할 수 있는 베네핏을 드립니다.
Q. 공연이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공연은 어떻게 기획하게 되셨는지?
'기원' 공연에 있어서만큼은 제가 DJ입니다. 'D'는 '독', 'J'는 '재' 입니다. 농담이고요. 공연 기획도 제 취향이 반영됩니다. 제가 좋아하고 라이브 연주를 목도하고 싶은 뮤지션분들 어렵게 모셔오는 편입니다. 3개월에 한 번씩은 '후레쉬사운즈'라는 기획으로 데뷔작을 발표한 뮤지션을 모시고 있습니다.
Q. 이곳엔 LP판도 있어요. 직접 소장하진 건지 신청곡도 받아서 틀어 주시는지 궁금해요.
저는 레코드 콜렉터입니다. 제게 고마움이나 미안함 혹은 축하를 주고 싶은 분은 무조건 레코드 사주시면 됩니다. 신청곡은 많이들 신청을 안 하는 편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던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기원에 오시는 손님들은 대부분 "내 신청곡을 틀어주는 리퀘스트 바에는 가고 싶지 않아"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Q. 선곡은 직접 하시나요? 그렇다면 기준은?
동료 DJ나 뮤지션이 오면 선곡을 맡기기도 하는 편입니다만 DJ가 뭐의 약자인지 모르시죠? D는 독, J는 재 입니다. DJ는 독재자입니다.
Q. '기원'에서 가장 많이 플레이된 음악을 말씀해 주신다면요?
플레이리스트 카운터가 없어서 정확하지는 않아요. 다만 Ahmad Jamal "At the Pershing" [1958],
Thelonious Monk "Thelonious Himself" [1957] 를 많이 틀었던 기억이 있네요.
Q. 사장님이 좋아하는 음악 스타일, 그리고 좋아하는 뮤지션은 누군지 궁금하네요.
주로 재즈, 흑인 음악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 공간 그 순간에 어울리는 음악이 있다고 생각해요. 분위기를 만드는 건 음악입니다. 스필버그 필름에는 존 윌리엄스가 나와야만 해요. 그건 스시를 먹을 때 고추냉이가 있어야 하는 것과 같죠.
#3. 기억보다는 추억이 남는 곳
Q. 이곳을 운영해 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매 순간 그 기억을 갱신 시켜 주는 건 매주 토요일 공연의 뮤지션분들과 새로운 와인들입니다. 그 기억은 움직이는 거예요.
Q. 운영하면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요?
접객과 배웅입니다.
Q. 앞으로 새롭게 준비하고 있거나 기획하는 게 있을까요?
보편적 일상을 살짝 업그레이드해 주는 공간 구성과 서비스 제공에 관심 있어요. 음악 작업과 서비스가 한 맥락이라는 것도 삶으로 증명하고 싶고요.
Q. <기원>은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는지?
스트릿 young and rich가 Timeless classic이 될 때까지 기억보다는 추억이 남는 곳이었으면 해요. 기억은 단편적이지만 추억은 3D입니다.
HIPPLAYLIST 언제나 그 순간에 어울리는 음악으로 인상적인 기억을 갱신시켜 주는 '기원'의 플레이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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