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합니다!
'지금 나오는 노래 완전 좋은데, 이건 다 누가 알고 선곡하는 거지?' 이런 생각, 해 보신 적 있나요?
요즘 '핫'하다는 거기! 감성 충만한 분위기에 흐르는 노래마저 힙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바로 거기!
이 음악을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도 넣고 싶은데, 주변 소음 때문에 검색에 실패하는 일이 다반사.
그렇다고 점원에게 물어보기는 조금 부끄러운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 - 한 달에 두 번, [핫플힙플]이 전하는 흥미로운 선곡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자료제공: 비스킷 사운드
HOT PLACE 빠레트
단지 홍대에서 일 한지 5년이 되었다는 이유로 지인들로부터 홍대 로컬 맛집을 추천해달라고 부탁받는 경우가 있는데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필자 역시 포털 사이트와 SNS 해시태그로 #홍대로컬맛집을 검색하는 '비(非)로컬인'이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진짜 로컬인들이 드나드는 곳은 해시태그로 검색되는 그런 곳이 아니었고 검색 결과는 언제나 나를 커플들로 가득 찬 핫플레이스로 이끌었다. 그럴 때마다 진심으로 궁금했다. "도대체 진짜 로컬 맛집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물음이 체념으로 바뀔 때 즈음 섬광처럼 진짜 로컬 술집이 눈앞에 나타났다. 사장님을 만나 얘기를 들어보니 동네 사람들이 자연스럽고 편하게 머무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비결은 오랜 시간 버텨서 얻어낸 축적된 시간과 사장님의 존재감. 그 존재감은 핫도그 장사를 하다 술집을 차려도 사장님 만나러 오는 단골을 만드는 존재감이었고 그런 단골들이 편하게 들를 수 있는 술집이 되기 위해 남다르게 마음을 쏟는 사장님의 시간은 쌓여서 <빠레트>만의 독특하고 고유한 팔레트(palette)가 되었다. 켜켜이 쌓인 것은 시간만이 아니다. 손님들이 1인 1곡씩 신청한 음악들도 차곡차곡 쌓여서 <빠레트>만의 플레이 리스트가 됐다. 핫플힙플 45번째 인터뷰의 주인공은 맛의 끝은 소통이고, 인테리어의 정점은 사람이라 여기는 로컬 술집 <빠레트>의 김일수 사장님이다.
INTERVIEW 김일수 대표
#1. 동네 사람들의 동네 술집 <빠레트>
Q. 취재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빠레트의 김일수 입니다.
Q. <빠레트>는 무슨 뜻이고 공간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이름 정하는 데 시간이 좀 오래 걸렸죠. 이걸 하기 전에 친구들한테 "나 술집 같은 거 할 거 같은데"라고 말했거든요. "술집 할 건데"라고 하지 않고요. 술을 좋아하고 바 가는 것을 좋아해서 양주를 팔고 싶긴 한데, 저는 술 먹는 거 좋아하니까 술 먹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빠레트>라는 이름에서 제가 생각한 건 알록달록한 느낌이었어요. 이 색깔 저 색깔 다 있는. 빨간색일 수도 있고 노란색일 수도 있고... 저희 가게에 글 쓰시는 분이 올 수도 있고 음악 하시는 분이 올 수도 있잖아요. 그냥 여기를 찾는 다양한 분들이 자기 생각을 얘기하는 공간이 <빠레트>인 것 같아요. 그리고 술 먹으면서 항상 아쉬웠던 게 어떤 사람은 소주를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양주를 좋아할 수 있잖아요. 근데 결국 1차, 2차 가다 보면 각자가 원하는 주종에 따라가고 싶은 곳이 갈리잖아요. 누군가의 취향 때문에 한쪽이 그걸 따라야 하고 그런 게 아쉽더라고요.
Q. 알록달록한 술집이요?
공간을 알록달록하게 만들고 싶다는 바람은 다양한 의미가 있어요. 이를테면 너무 소줏집스럽지도 않고, 양줏집스럽지도 않기를 바랐고 여러 가지 것들이 그냥 이렇게 있는 '팔레트(palette)'같은 곳이었으면 했어요. 또 지게차에 쓰이는 '빠레트' 있잖아요. 여기 보시면 테이블이나 이런 것들은 그거 뜯어다 제가 만든 거예요. 그리고 사전적으로 정확히는 '팔레트(palette)'인데, 대부분 어른들이 조색판 말씀하실 때 '빠레트'라고 하시잖아요 여기는 술 먹는 Bar니까 그냥 '빠(Bar)레트' 이렇게 중의적으로 써야겠다 해서 이름을 쓰게 됐죠.
Q. 이전에도 술집을 운영하셨나요?
저는 이거 하기 전에 홍대 정문 앞에서 '밥스바비'라는 핫도그 체인점 장사를 했어요. 저희가 시작해서 한 30개까지 매장이 늘어나기도 했었어요.
Q. 핫도그 장사를 하시다가 술집으로 업종을 바꾸신 이유가 있을까요? 운영 기간은 각각 어떻게 되는지도 궁금해요.
핫도그는 한 5년 했고, 여기는 이제 8년째 되어가는 거 같아요. 별로 하고 싶지 않아요(웃음). 저는 회사원이고 싶어요. 그래야 무슨 인생이 진도가 나가지(웃음). 우선은 술을 좋아해서 이 가게를 만들었는데 핫도그 팔면서 아쉬웠던 게 있어요.
"어서 와",
"안녕하세요 사장님 잘 지내셨어요?"
"시험 본다는 건 잘 봤어?"
핫도그를 만드는 1분~5분 사이에 술은 안 먹지만 매일 같이 손님들과 주고받는 대화들이 있거든요. 저는 그게 좋았어요. '아! 나라는 사람은 이런 유대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을 좋아하는구나' 그걸 느꼈죠. 그렇게 자주 오는 손님들 잘 지내는지 궁금하고 또 오면 시험 잘 봤는지 물어보고요. 그때 20대였는데 길거리에서 뭘 팔면 다 아저씨라 그러거든요(웃음). 미대 준비하는 학생이 손님이었는데 제가 핫도그 그만두고 술집을 하는데도 그 손님이 또 여기에 술 마시러 와요. 근데 아직도 아저씨라고 해요(웃음). 핫도그 팔다가 알게 된 건 음식은 질리게 되어 있다는 거였어요. 손님들이 오늘은 핫도그 사 먹을 건 아닌데 얘기하고 싶어서 오는 경우가 있는 거예요. 핫도그를 만들고 있는데 애들이 자꾸 말을 시켜요 바빠 죽겠는데(웃음). 근데 저도 이 친구들이 그렇게 하는 게 싫지 않고 좋더라고요. 일주일에 패스트푸드를 몇 번이나 먹겠어요. 근데 핫도그는 먹고 싶지 않은데 아저씨랑 얘기는 나누고 싶고 그래서 눈치 보면서 그냥 가는 경우들도 생기더라고요. 손님이 눈치를 보는 게 너무 미안해지는 거예요. 그때 테이크아웃만 했었거든요. 앉아서 얘기도 못하고 추운데 서서 눈치 보다 가기도 하고 그러는 게 미안했어요. 핫도그라는 메뉴에 묶여서 이런 유대감을 놓치는 게 아쉬웠죠.
#2. 가게는 생명이 있다는 믿음, 로컬 술집일수록 예의가 필요하다는 철학
Q. <빠레트>는 한 마디로 어떤 곳일까요.
동네 술집이요. 그 네 글자에 다 들어 있는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찾아와주는 걸 바라고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트렌드를 따라가고 그런 것도 없어요. 그냥 '동네 술집', '이 동네 사람들이 왔다가는 술집' 그게 <빠레트>에요.
Q. 초창기에 이곳을 다녀가신 분의 후기를 보니, '심야 식당' 같다는 말이 있더라고요 그런 얘기는 왜 나온 거예요?
시작하고 몇 달은 메뉴판이 없었어요. 그냥 시작 먼저 한 거예요. 그때만 해도 핫도그 팔던 때의 마음들이 남아 있어서 주력 메뉴가 있어야 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먹을 게 있어야 사람이 온다는 생각이요. 그래서 시작은 했고 사람들은 오는데 주력 메뉴를 못 정해서 메뉴판을 못 만들고 있었어요.
"날도 추운데 떡국 먹을래?"
"치즈 있는데 좀 잘라드릴까요?
"고기 좀 있는데 구워줄까?"
그렇게 했던 거예요. 당연히 지금은 메뉴가 있고 그렇게 못해요(웃음).
Q. 다른 가게도 마찬가지겠지만 <빠레트>는 특히 더 사장님의 색깔이 곧 가게의 색깔이 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요.
그런 부분이 있죠. 제가 사장으로서 사람 대하는 거랑 알바하는 분들이 대하는 거랑 당연히 다르잖아요. 예전에 복제 가능한 비즈니스를 해봤지만 세상에 완벽한 복제를 할 수는 없구나 느꼈어요. 여기가 없어지면 그냥 없어진다고 생각해요. 이걸 누가 똑같이 한다고 해도 지금의 이 가게를 똑같이 재현할 수는 없어요. 체인점 문의하러 오신 분들도 오시면 참 이 가게라는 것을 자판기처럼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가게는 결코 '오토 숍'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매니저에게 가게를 맡겨놨는데 잘되면 매니저가 잘 한 거죠. 그런 사람은 자기 가게를 만들게 되어 있고요. 가게는 생명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소중하게 가꿔 나가야 하죠.
Q. 말씀하신 유대관계가 사장님에겐 중요한 부분 같다고 느껴져요.
맛의 끝은 소통인 거 같아요(웃음). 인테리어의 최고 정점은 사람이라고 하잖아요. 참 번거로운 과정일 수 있는데, 어떤 분위기를 만드는 건 꾸준히 소통하는 거예요. 제 생각에 저희 가게는 10년을 버텨야 진가가 나타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 가게가 이 지역에 필요하다는 느낌을 동네 구성원들이 느끼고 있을 때, 여기 온 사람들이 쌓이고 쌓여서 그분들이 찾아주실 때 바로 그때 말이죠. 그러기 위해선 쉽지 않지만 버텨야겠죠. 장사하는 다른 분들은 안 그런 분들도 많을 텐데 저는 장사하면서 좋다고 생각하는 게 하나 있어요. 저는 손님들과 말할 기회가 있는 게 너무 좋아요. 이건 SNS에서 줄 수 없는 소통이에요. 화장실 설명도 굳이 적어 놓지 않아요. 저에게 물어봐 주고 눈을 마주치고 손님한테 제가 안내를 해주고 이런 게 저는 좋더라고요. 다녀오면 "추우셨구나" 말하면서 빈 병에 따듯한 물 넣어서 껴안으라고 주기도 하고요. 이런 감성을 가지고 있는 가게가 어떤 분들한텐 아마 좋을 수도 있을 걸요(웃음)?
#3. 오래오래 함께 하고 싶은, 술 맛나는 <빠레트>
Q. 이곳의 음악 얘기를 빼놓을 수 없죠. 선곡은 직접 하시나요?
저는 음악에 관해서는 문외한이에요. 선곡은 제가 다 하진 않아요. 손님들에게 신청 곡을 한 명에게 한 곡씩 받고요. 또 손님들과 얘기하다 보면 알게 되는 곡들도 있을 거 아니에요. 그런 것들도 하나씩 넣어서 들으면서 조금씩 조금씩 제가 추려요. 유행 따라서 적는 것들이 너무 많이 겹치면 좀 적당히 떨어뜨려 놓고 센스 있게 지금 나오는 음악의 느낌으로 좀 신청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하는데 그러면 잘 해줘요. 그렇게 받은 곡들 중에 '와 이런 곡도 있네' 하면서 듣기도 해요.
Q. 선곡의 기준이 있으신가요?
선곡의 기준이 있습니다. 아이돌 노래는 잘 안 들어요. 아이돌 노래를 싫어하는 건 아니에요. 핫도그 팔 때는 힙합을 진짜 많이 들었어요. 템포가 빨라야 제가 빨리 만들거든요. 여기는 빠른 게 안 어울려요. 그렇게 빠를 필요도 없고요. 1인 1곡만 신청 곡을 받는 이유는 총알이 한 개 밖에 없으니 진짜 듣고 싶은 한 곡을 신청해 달라 이런 의미도 있어요. 한 분의 취향을 많은 사람이 억지로 들을 이유도 없고요. 이 리스트는 여기 오는 사람들의 흔적이에요. 대신 플레이리스트를 한번 만질 때 또 정교하게 맞춰요. 여러 장르를 다 틀지만 그 안에서 결을 맞추고 템포도 신나기만 한 게 아니라 업 다운도 좀 분위기에 맞게 맞추고요.
Q. 사장님이 정말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은 뭔가요?
정미조 선생님의 '37년' 너무 좋아요. 그다음에 나온 앨범도요. 가게 만들면서는 김광석님 노래 정말 많이 들었어요. 안홍근이라고 아세요? 같이 일하는 직원입니다(웃음).
글쎄요 백현진, 김오키, 다린, 장영규 감독님 달파란 감독님 카더가든, 다누, 가야금산조를 기타로 친 걸 이번에 낸 재즈기타리스트 상흠, 중식이밴드 중식이는 여기 지하에 살았었고 아시안체어샷도 있었고 구남도 종종 오시고 조정치랑 미미시스터즈, 피아 옥요한 형님... 막상 말하려고 하니 생각이 잘 나지 않는데 어쩌다 보니 생각나는 팀 중에 여자분들은 많이 없네요(웃음).
Q. 8년째 운영해 오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어떤 갈등 해소에 이 공간이 도움을 줬을 때가 기억에 남아요. 이 친구와 저 친구가 서먹해졌는데 우연치 않게 이 공간에 왔다가 감정이 풀린 거예요. 이런 건 어느 술집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저는 동네 사람으로서 기분이 좋아요.
Q. <빠레트>를 운영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뭘까요?
편안한 분위기를 만드는 거요. 술집이라서 벌어지는 일들이 있어요. 원치 않는 상대와 말을 안 섞게 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로컬 술집이라는 게 더 예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서로 얼굴 오래 봐야죠.
Q. 앞으로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알려주세요.
여기 안에서 공연을 한번 해볼 계획을 가지고 있고요. 개인적인 거는 3D 프린팅을 배워서 장난감을 만들고 싶어요. 사이언스 토이 같은걸요. 재미있어서 한번 취미 삼아 해보고 싶어요.
Q. <빠레트>는 앞으로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지?
술집이죠. 술집이고 싶어요. 술맛 나는 술집이요.
HIPPLAYLIST 손님과 사장님이 공들여 쌓아 올린 <빠레트>의 플레이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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