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합니다!
'지금 나오는 노래 완전 좋은데, 이건 다 누가 알고 선곡하는 거지?' 이런 생각, 해 보신 적 있나요?
요즘 '핫'하다는 거기! 감성 충만한 분위기에 흐르는 노래마저 힙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바로 거기!
이 음악을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도 넣고 싶은데, 주변 소음 때문에 검색에 실패하는 일이 다반사.
그렇다고 점원에게 물어보기는 조금 부끄러운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 - 한 달에 두 번, [핫플힙플]이 전하는 흥미로운 선곡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자료제공: 비스킷 사운드
HOT PLACE <라드 (L.A.D)>
하와이안 식당이 문을 닫고 1년간 방치되어 있던 2층짜리 구옥이 서교동의 떠오르는 핫플레이스로 탈바꿈해 인기가 자자하다. 합정에서 문라이트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문창남 대표가 문을 연 복합공간 <라드 (L.A.D)>가 그 주인공이다. 처음 인상은 색다르다 못해 신묘하게 힙하다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까? 인도네시아에서 날아온 돌 사자상과 ‘애주사(愛酒死)’가 적혀 있는 현판이 반기는 입구를 들어서면 비비드한 컬러의 독특한 가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하에는 전시가 열리고 있었고 2층에 올라가면 이국적 느낌의 식물과 엔티크한 인테리어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라운지 바가 있는데, 탁 트인 테라스에서 저마다 차가운 얼음이 담긴 음료를 테이블에 두고 쏟아지는 햇살을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휴양지 리조트에 온 듯한 착각이 잠깐 들었다. 그러고 보니 무심코 봤던 현판은 무려 ‘사랑, 술, 죽음’이었다. 이곳은 대체 어떤 곳일까? <라드 (L.A.D)>의 문창남 대표와 음악을 책임지고 있는 이민주 디렉터를 만나 공간과 음악에 대한 얘기를 나눠 봤다.
INTERVIEW 문창남 대표
#1. LOVE, ALCOHOL, DEATH <라드 (L.A.D)>
Q. 안녕하세요!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라드 (L.A.D)>를 운영하고 있는 문창남입니다.
Q. 이곳을 운영한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분위기가 정말 독특한데, <라드 (L.A.D)>를 이곳에서 시작하게 된 계기도 궁금해요.
저는 오래전부터 공간을 한번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제가 뮤직비디오와 광고를 주로 촬영하는 스튜디오를 이 근처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다 영화하는 친구들이라서 영화도 보고 술도 마시는 그런 정도를 생각했었고 여기에서 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죠. 오며 가며 여길 보긴 했지만 너무 크기도 했고 아예 생각을 안 했거든요. 그런데 다른 곳 계약을 하기 전날 이상하게 여기에서 “창남아~” 이렇게 부르는 느낌을 받았어요 (웃음). 부동산에 전화해서 “여기 한번 볼게요”하고 와 봤는데 방치된 상태라 폐허였는데도 이곳을 보자마자 가슴에서 뭔가 왔고 스스로도 “어, 뭐지?” 이런 질문을 할 정도로 특별한 느낌을 받았어요. 다 말리긴 했습니다만, 결국 그 자리에서 계약한다고 말해버리고 말았죠. 실질적인 운영은 3개월 정도 되었네요.
Q.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오픈한 건데,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작년 5월인가 계약을 했단 말이에요. 저희는 코로나가 끝날 거라는 막연한 생각도 있긴 했지만 이상하게 기회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잘못된 생각이었죠 (웃음). 여기는 인테리어 전문가가 해주신 게 아니고 저희가 직접 인테리어 하고 공사하고 가구를 들이고 그랬거든요. 한 7~8개월 그렇게 했던 거 같은데 여기서 힘들게 노동하고 고생하면서는 그런 고민할 겨를도 없었던 것 같아요. 고생을 정말 많이 했죠. 인테리어 전문가에게 맡기기지 말고 공간 색깔에 맞춰 우리끼리 해보자 했던 건데... 잘못된 생각이었죠 (웃음).
#2. 공간이 가진 시간의 흔적을 존중하며 탄생시킨 핫플레이스
Q. <라드 (L.A.D)> 이전엔 어떤 곳이었는지 궁금하네요.
이전엔 하와이 음식점이 있었어요. 그리고 그 이전엔 다문화 박물관이었었고, 그 이전엔 가정집이었어요. 저는 이 느낌들이 좋아요. 지층처럼 쌓여 있는 다양한 모습들을 간직하고 싶어요.
Q. 시간도 많이 걸리고 고생스럽지만 이렇게 직접 인테리어를 하신 건 특별히 원했던 방향이 있어서였을까요?
처음에는 당연히 인테리어 전문가에게 맡겼었고 유명하고 잘하는 디자이너도 계셨는데, 뭔가 표현할 수는 없지만 새것 느낌이 들더라고요. 우습게 들리실지도 모르겠지만 이 공간에 첫사랑에 이끌리듯이 확 사랑에 빠져 버린 그런 느낌이었는데요. 공간에 대한 마음이 그렇다 보니, 이 공간 자체를 그대로 살리면서 개성과 매력을 부각 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가장 많이 생각했던 거 같아요. 가구도 공간이랑 어떻게 하면 잘 어울릴까 하는 고민으로 대구도 가고, 부산도 가고 대전도 가고... 가서 작가님들도 만나고 그러면서 꾸렸거든요. 특별히 원했던 방향이 있어서 저희가 직접 인테리어를 했다기보다는 공간을 사랑해서 조심히 소중히 다루는 느낌으로 접근해 저희가 직접 하게 되고, 그러면서 오래 걸리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 과정에서 만나게 된 작가님들도 있고 많은 도움을 받기도 하고 그랬죠. 저희 인테리어는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웃음).
Q. <라드 (L.A.D)> 라는 이름의 뜻이 궁금해요.
LOVE, ALCOHOL, DEATH인데요, 사람들이 사랑 앞에서, 술 앞에서, 죽음 앞에선 위선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이렇게 붙였습니다. ‘먹고 죽자’ 이런 느낌이 아니라 위선적이지 않은 공간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거죠.
Q. 전시, 공연도 하고 브런치, 술도 있고 테라스도 있군요. 뭐랄까 즐길 거리 많은 휴양지 리조트에 온 느낌이랄까요. <라드 (L.A.D)>를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제가 합정에서 산 지 십수 년이 되었는데 예전 합정과 지금 합정은 좀 많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곤 해요. 예전에는 그래도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인들이 모여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창작 활동을 하고 그런 곳이었는데, 점점 땅값도 비싸지고 제 주변의 사람들은 신사동으로 갔고, 망원동, 문래동, 성수동까지 흩어지게 되었죠. 저는 <라드 (L.A.D)>가 동시대의 문화예술인들이 모여서 소통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어요. 그래서 뭔가 표현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재밌게 소비할 수 있는 공간이고 싶은 마음으로 맛, 인테리어, 가구, 서비스, 음악까지 조금 더 좋게 하려고 부단히 신경 쓰고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저희의 바람대로 작가분들, 음악 하시는 분들, 배우분들이 많이 오세요. 여기는 다양한 사람들이 재밌게 노는 곳이니까 그런 기운들, 분위기까지 같이 즐겨 주셨으면 좋겠어요.
#3. 커피 마시러 편하게 왔다가 예술 작품에 치여 보시길!
Q. 전시 기획은 누가 하시나요?
저희 프로그래머님이 합니다. 직업이 큐레이터나 관련 분야는 아니고, 영화 하는 분이지만 이쪽에 관심이 많은 분이고 저는 그래서 더 좋은 거 같아요. 프로그래머님이 제안하시고 저도 좋다고 생각하면 작가님을 직접 만나 뵙고 같이 해보자고 말씀드리기도 하는데요. 저희가 전문 큐레이터가 아니니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물어보면서 소통해 갈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저는 이런 게 참 좋아요.
Q. 좋았던 순간은요?
<라드 (L.A.D)>에서 전시하고 나서 1년 치 스케줄이 잡혔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너무 기쁘더라고요. 특히, 전시를 보려는 목적이 있는 분들에게만 작품을 보인 편이었는데 <라드 (L.A.D)>에서 다양한 분들이 봐주셔서 좋았다는 말씀을 해주시는데 저희가 바라는 게 이런 것이기 때문에 정말 뿌듯하고 좋죠. 저희 목표는 예술가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것입니다.
Q. <라드 (L.A.D)>는 음악 감독님이 따로 있으시죠? 어떻게 합류하게 되었는지?
손님인 어떤 디자이너분이 <라드 (L.A.D)>와 정말 잘 어울리는 진짜 괜찮은 분이 있다고 소개해 주셨어요. 디렉터 민주 씨가 처음 여길 들어오는 순간부터 눈빛이나 느낌 자체가 멋있더라고요. 그날 바로 합류를 결정했죠. DJ MUSHXXX라는 이름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분이고, 앞으로 해보고자 하는 아이디어가 정말 많은 분입니다. 앞으로 실험적인 것들, 재미있는 것들을 많이 하게 될 거 같아서 기대가 많이 됩니다.
Q. 음악 선곡은 전적으로 음악감독님이 하세요?
전적으로 그렇긴 한데, 그전에 저희가 먼저 원하는 스타일을 얘기하죠. 날씨와 분위기에 맞게 추천하기도 하고요. “민주 씨 완전 안드로메다로 갑시다!” 하고 요청할 때도 있어요.
Q. 선곡은 100% 만족하세요?
대부분 만족하지만 100%는 아니고요 (웃음). 너무 실험적이고 어렵다는 생각이 들면 바꿔 달라고 얘기하기도 해요. 언젠가 제3세계 음악으로 선곡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완전 오지로 가기도 했어요 (웃음). 그런데 저는 그런 것까지 들어 볼 수 있는 곳이 <라드 (L.A.D)>가 되었으면 해요. 제가 더 노력하겠습니다 (웃음).
#4. 이왕이면 좋은 음악이 흘러나오는 <라드 (L.A.D)>로 갈래?
Q. 음악감독님의 선곡 얘기를 안 들어 볼 수 없죠. 안녕하세요,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라드 (L.A.D)>의 뮤직 디렉터로, DJ MUSHXXX로 활동 중인 이민주입니다.
Q. 디렉터님의 선곡 기준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요.
수많은 곡들을 듣고 그중 제일 듣기 좋은 곡들을 선별합니다. DJ라는 직업 자체가 사람들에게 좋은 음악을 물 흐르듯이 들려주는 역할이다 보니, 음악과 음악이 끊이지 않고 자연스레 흐름을 이어 가게끔 자석의 S와 N극 같이 끌리는 곡들을 리스트 업합니다.
Q. 음악이 공간에 주는 영향력에 대한 디렉터님의 생각을 듣고 싶어요.
공간 안에 사람과 사람의 대화 속, 어쩌면 그 안에 몇 분 몇 초의 자연스러운 침묵 속에 채움과 비움을 줄 수 있는 유일무이한 만질 수 없는 고귀한 영역과 존재는 음악이지 않을까요?
Q. 음악 감독으로, 앞으로 <라드 (L.A.D)>에서 어떤 걸 해보고 싶으신지?
음악을 듣고 꼭 춤을 춰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러, 또는 술을 한잔하러 이왕이면 좋은 음악이 흘러나오는 <라드 (L.A.D)>로 갈래? 라는 말을 들을 수 있게끔 앞으로도 좋은 음악을 선별하여 리스트업을 하는 것, 다양한 아티스트의 공연 기획, 공간과 아티스트의 콜라보레이션 등 여러 이벤트를 기획해 보려 합니다. <라드 (L.A.D)>는 언제나 열려 있으니 아티스트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Q. 마지막으로 대표님께 질문드릴게요. <라드 (L.A.D)>는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하시는지?
어쩔 수 없이 문을 닫게 되었을 때 사람들이 슬퍼하고 애도해 줬으면 좋겠어요. 다른 말로 얘기하면 사랑받는 공간이 되길 바란단 얘기가 되겠죠. 그리고, 그냥 술 마시러 편하게 왔는데 전시나 음악 이런 것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위선적이지 않은, 자연스럽고 재밌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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