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합니다!
'지금 나오는 노래 완전 좋은데, 이건 다 누가 알고 선곡하는 거지?' 이런 생각, 해 보신 적 있나요?
요즘 '핫'하다는 거기! 감성 충만한 분위기에 흐르는 노래마저 힙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바로 거기!
이 음악을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도 넣고 싶은데, 주변 소음 때문에 검색에 실패하는 일이 다반사.
그렇다고 점원에게 물어보기는 조금 부끄러운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 - 한 달에 두 번, [핫플힙플]이 전하는 흥미로운 선곡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자료제공: 비스킷 사운드
HOT PLACE 여의도 히든 핫플, <골드브라운>
여의도의 오래된 맛집 '청수모밀', '패트릭스 와플'이 위치한 건물 2층에 숨은 핫플 <골드브라운>은 공연 기획과 출판업을 하고 있는 고우리 대표가 운영하는 카페다. 청소년 시절부터 잘 알고 좋아하던 곳에 공간을 꾸린 대표는 동네의 무드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싶어 이전 운영자가 쓰던 이름과 커피 머신을 그대로 이어받고 간판도 최대한 상가에 어울리게 힘을 빼 걸었다. '런던 포그 (London Fog)', '마자그란 (Mazagran)', '포트 와인 에이드'와 같은 이색적인 음료, 쉽게 접할 수 없는 와인, 그리고 월드 뮤직까지. 힘은 뺐지만 <골드브라운>은 매력으로 가득하다. 핫플힙플이 이번에 소개할 공간은 운영자의 깊은 취향을 통해 발걸음을 하는 사람들 마다 새로운 걸 발견하고 재창조되기를 권하는 카페 <골드브라운>이다.
INTERVIEW 고우리 아트앤북 대표
Q. 안녕하세요!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골드브라운>을 운영하고 있는 아트앤북 대표 고우리입니다.
Q. 이전에도 카페를 운영하셨나요? <골드브라운>은 어떻게 차리게 되셨어요?
저는 공연을 기획하고 책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인데요. 카페를 오픈하기 이전에 동교동 작은 공간에서 '책을 여는 음악회'라는 이름의 공연을 쭉 해 왔어요. 공연에서 즐길 커피와 간단한 다과, 와인 등의 케이터링을 준비하는 게 일상이었죠. 주변에서 앞으로 공간을 운영한다면 카페를 해보라는 말씀들을 많이 해주시기도 했고, 저도 '그래야지'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코로나로 1년 넘게 공연을 못 하게 되던 차에 마침 제가 좋아하는 동네에 공간이 나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Q. 여의도 오래된 상가에 위치한 이곳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플루트를 전공했어요. 레슨 선생님이 여기 사셔서 중학생 때부터 이쪽으로 공부를 하러 다녔어요. <골드브라운> 밑에 1층에는 유명한 와플집 '패트릭스 와플'이 있죠. 벨기에 사장님이 운영하는 쫀득한 리에주 와플 (Liège Waffle)을 파는 집이에요. 저에게 이 상가는 중학교 때 레슨 끝나고 항상 와플을 사 먹고 그랬었던 곳이죠. 2층 카페 사장님이 가게를 내놓으셨다고 해서 이때 아니면 언제 카페 운영을 해보나 싶어서 2월에 계약을 하게 되었죠.
#1. 동네 분위기에 스며들 수 있는 공간으로
Q. 운영한 지 3개월 정도 되신 거네요. 주택가에 위치한 오래된 상가 2층이라 간판조차 눈에 잘 띄지 않는데도 손님이 꽤 많은 편이에요.
2월에 계약해서 3월 둘째 주부터 했으니까 3개월 정도 했네요. 드러나 있는 자리가 아닌데 많은 분들이 찾아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이전 카페 손님들이 아직도 계속 와 주시는 거 보면 커피 맛이 나쁘지 않구나 안도하기도 해요 (웃음). 간판은 제가 이 건물에 예쁜 간판은 어울리지 않을 거 같아서 상가 나이에 맞게 옛날 느낌으로 커피라는 글자만 잘 보이게 만든 거예요. 간판 사장님이 “진짜 이렇게 할 거냐”고 간판 거는 당일까지 물어보셨어요 (웃음). 간판이 이 건물에 튀지 않고 잘 묻어나길 바랐는데 그렇게 된 거 같아 좋아요.
Q. 이 특이한 커피 머신은 이전 카페 것을 그대로 이어받았다고 알고 있어요. 이전에 있던 카페도 커피 맛으로 동네에서 유명했다고요.
네 맞아요. 저도 손님이었고, 커피 맛이 좋은 카페였죠. 저는 요식업 운영자라기보다는 기획자로 제 취향을 공유하기 위해 이걸 하고 있어서 그 지점이 이전 카페랑은 좀 다른 게 아닐까 해요. 물론 저도 정말 커피를 좋아해서 커피 맛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말씀하신 기계의 경우 저게 압력 밥솥 같은 개념이에요. 손으로 압력을 넣어 쭉 짜서 추출하는 거죠. 저희 바리스타도 이 머신을 너무 좋아하고 오시는 분들의 맛에 대한 평가도 좋은 편이에요. 힘을 써야 하는 게 저는 좀 힘들지만 이제는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웃음). 원두는 '유동커피'와 '프롬헤라스'것을 써요.
Q. <골드브라운>이라는 이름은 사장님이 지으신 건가요?
예전에 있던 카페 사장님이 쓰시던 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어요. 전 사장님이 이걸 애써서 지으셨는데 굳이 바꾸고 싶진 않더라고요. 사실, 이 건물이나 매장이 제 것이었다면 제가 지은 이름을 썼을 거예요 (웃음). 세를 들어 공간을 운영한다는 것이 참 허무하더라고요. 내 것이 아니면 언제든지 나가야 하는 것이란 걸 이전에 공간 운영을 하면서 느꼈죠. '나는 떠나도 이 공간을 남는 구나'라는 생각을 그때 크게 했던 것 같아요. 이전 <골드브라운> 사장님이 이 이름을 그대로 두고 싶다는 마음을 비치기도 하셔서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2. 이색적인 음료와 월드 뮤직으로 즐기는 '한낮의 카페 멍'
Q. 고우리 대표님이 운영하는 <골드브라운>은 어떤 공간인가요?
여기는 제 취향이 담긴 곳이고 그걸 향유하려고 만든 곳이에요. 영업 시작 첫 달엔 와인도 포르투갈 와인으로 싹 깔았어요. 백화점을 비롯해서 여의도에 와인을 살 수 있는 곳이 참 많거든요. 그런데 포르투갈 와인은 쉽게 구할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오픈 후 첫 달은 포르투갈 와인을 시작해 봤어요. 손님들도 못 보던 라벨, 특이한 병이 있으니까 관심을 가져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노래도 포르투갈 음악만 틀었죠. 그런데 그걸 알아봐 주시진 않고 (웃음) "여긴 모르는 나라 음악이 나와서 너무 좋아요 노랫소리가 방해가 안되거든요" 하는 분들이 많아서 재밌고 그것대로 좋더라고요. 복도에 음악이 틀어져 있으면 그거 듣고 좋다고 오시는 분들도 많아요. 포르투갈, 이태리, 헝가리 이렇게 각각 달마다 다른 나라의 와인과 음악으로 공간을 채웠죠.
포르투갈 와인 'PORTIE'
헝가리 와인 'BOLYKI META TEMA'
이태리 와인 'CROCI VALTOLLA'
이태리 와인 'DONNAFUGATA LUMERA'
Q. 역시 기획자가 운영하는 공간답네요.
저기 보시면 책장에 와인이 있잖아요. 책장에 와인이 놓여 있는 걸 낯설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와인도 책을 만나는 거랑 같은 거 아닐까 해요. 책을 만날 때 어떤 주체와 마주하게 되듯이 와인도 그걸 접하는 사람에게 말을 하는 거죠. 어느 지방 어느 농장에서 자랐고, 몇 년 된 나무에서 자랐고, 어떻게 숙성되었고 하는 이런 이야기들요. 와이너리에서 키운 고양이가 와인 회사 이름이기도 하니, 이런 게 참 재미있잖아요. 저는 소믈리에도 아니고, 전문가도 아니라 제 취향으로 제가 정말 맛있었던 걸 제 나름의 기준으로 분류를 해 놓고 제가 좋았던 느낌을 설명해 드리고 있어요.
Q. 음료 얘기를 해볼게요. 다른데 없는 특이한 메뉴들이 있어요.
지금 에디터님이 드시고 있는 런던 포그 (London Fog) 같은 것도 제가 런던에서 애프터 눈 티를 맛보고 너무 좋아서 여기서 하게 된 거죠. 사용된 티도 런던 브랜드를 쓰고 있어요. 그리고 포르투갈에 대해서 좀 얘기하고 싶어서 '델타 (Delta)'라고 포르투갈에서 유명한 커피 회사가 있는데, 핸드드립의 경우에는 저희가 지금 쓰고 있는 유동커피의 원두나 델타 중에 고를 수 있게끔 해 드렸어요. 그 델타 특유의 향이 낯선 분들이 즐길 수 있도록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레몬을 짜서 먹는 포르투갈 음료 마자그란 (Mazagran)을 내고 있기도 해요. 달달한 포트와인으로 만든 에이드도 있죠. 에이드지만 술이라 계속 마시다 보면 취하게 돼요 (웃음).
Q. 음악은 어떻게 트세요?
저는 클래식 음악 전공자이고 클래식 음악을 많이 듣는 사람인데 이곳에서는 클래식을 거의 안 틀어요. 잘 안 맞더라고요. 포르투갈 와인을 판매하면서 포르투갈 음악을 틀고 그러다 보니 이런 분위기에 오시는 분들 익숙해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월드 뮤직을 많이 찾아보고 공부도 하고 그래요. 가끔 일하는 분들이 듣고 싶은 가요를 틀면 손님들이 음악을 바꿔 달라고 요청하시죠 (웃음). 어떻게 하다 보니 이런 분위기가 잡히게 된 거 같아요. 손님들이 여기서 그렇게들 소위 말하는 멍을 때리세요. 그렇게 하시기에 방해되지 않는(?) 음악들을 틀고 있습니다 (웃음).
Q. 가로수가 보이는 창밖을 보며 즐기는 월드 뮤직과 와인이라니, 멍 때리기 너무 좋은데요. 주로 많이 트는 음악이 궁금해요.
루이사 소브랄 (Luisa Sobral)을 원래 너무 좋아해요. 포르투갈에서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는 분인데 남동생도 가수예요. 이분들 음악을 너무 좋아해요. 그리고 메르세데스 소사 (Mercedes Sosa)의 알폰시나와 바다 (Alfonsina Y El Mar)라는 곡이 있는데요, 소사 음악을 그렇게 좋아한 건 아닌데 한 성악가가 이 노랠 부른걸 듣고 완전 빠져서 여러 버전을 항상 연달아 틀어놓아요.
저는 클래식을 전공하다 보니 클래식 음악가가 다른 장르의 음악을 부르는 것과 다른 장르의 음악가가 클래식 음악을 그들의 기법으로 연주하는걸 비교해 듣는걸 좋아해서요. 스팅이 류트 반주에 고음악을 연주하는 콘서트 실황이 있어요. 제일 좋아하는 콘서트인데 이미 자기 소리가 있는 대가가 다른 쪽의 음악을 하면서 또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 준 최고 버전이라 생각합니다.
Q. 플루트 전공에서 기획자로 그리고 카페까지 운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플루트를 공부하기 위해 프랑스로 유학을 갔어요. 돌아와서 귀국 독주회를 해야 하는데 한 번을 하더라도 다른 걸 하자는 마음을 갖게 되었죠.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책을 가지고 책을 접목한 음악회를 열게 되었는데 오셔서 보신 분들이 인상 깊게 보셨나 봐요. 이후에 도서관들에서 연락이 오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공연을 만들게 되었어요. 그리고 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하다가 지금까지 오게 된 거죠.
Q. 코로나로 공연이 멈춰서 답답함이 있으시겠어요. 이 공간에서는 앞으로 무얼 해보고 싶으세요?
코로나 상황이 괜찮아지면 해 왔던 공연들을 다시 활발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 크고요. 그 외에 해보고 싶은 건 다른 장르 음악과 달리 클래식은 그런 식으로 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저희도 술 마시면서 공연하고 싶어요. 관객뿐만 아니라 연주자도 연주하면서 마시고, 끝나고 또 같이 마시고 이런 거요 (웃음). 코로나로 가까운 시일 안에는 힘들겠지만 해보고 싶은 공연이에요.
Q. 앞으로 <골드브라운>은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지?
저는 기획 일을 하면서 책이든, 음악이든, 와인이든 그것들이 공간에서 사람들에게 주는 시너지를 느끼곤 했어요. 여기서도 뭔가 계속 재창조 되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물론 저는 이 공간에 지나가는 사람일 수 있겠죠. 제 건물, 제 소유가 아니니까요. 그런데 제가 머물고 있는 순간에 오신 분들은 제가 좋아해서 향유하고 싶은 커피, 술, 책, 음악, 식물을 통해서 한 사람 한 사람 여기에서 뭔가를 발견하고 느낀다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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