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합니다!
'지금 나오는 노래 완전 좋은데, 이건 다 누가 알고 선곡하는 거지?' 이런 생각, 해 보신 적 있나요?
요즘 '핫'하다는 거기! 감성 충만한 분위기에 흐르는 노래마저 힙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바로 거기!
이 음악을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도 넣고 싶은데, 주변 소음 때문에 검색에 실패하는 일이 다반사.
그렇다고 점원에게 물어보기는 조금 부끄러운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 - 한 달에 두 번, [핫플힙플]이 전하는 흥미로운 선곡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자료제공: 비스킷 사운드
사진 : 오현용
#1 커피 향기와 음악, 그리고 나무로 만든 가구들이 주는 위로가 가득한 공간 <책가옥>
용인 동천동에 위치한 <책가옥>은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풍선’으로 유명한 그룹 ‘다섯 손가락’의 멤버이자 싱어송라이터 이두헌이 운영하는 카페이자 문화 공간이다. 책가는 책과 문서를 올려놓는 선반인 서가에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을 함께 두는 ‘책가(冊架)’를 의미한다.
조선시대 후기에 유행한 이 책가는 주인이 좋아하는 칼, 악기, 문방구, 과일이 올려졌고 책가만 봐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짐작할 수 있었는데, 이두헌 대표의 책가도 마찬가지다. <책가옥>에 오면 음악가이자 사람 이두헌의 지식과 관심사, 취향과 내공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두헌 대표는 이 좋은 것들을 자신만의 서재에 가두지 않았다. 때문에 이 공간에서 사람들을 저마다 조용한 휴식을 얻고 정서의 풍요를 채워 간다.
INTERVIEW 이두헌 대표
Q.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책가옥>을 운영하고 있는 이두헌입니다.
Q. <책가옥>을 운영한 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올해 2월 2일 날 오픈 했어요. 코로나 19와 같이 시작한 거랑 다름없죠.
Q. 그 이전에는 와인 바 ‘피노’를 운영하셨었죠. 그리고 지금의 <책가옥> 전에도 같은 이름의 공간이 있었던 걸로 압니다.
‘피노’는 13년 했어요. 아시는 것처럼 거기는 와인 바였어요. 제가 와인을 워낙 좋아해요. 와인 칼럼을 쓰기도 했죠. 거긴 매일 공연이 있는 곳이었어요. 수익은 없었지만 뮤지션들 대우에 애썼습니다. 그렇게 13년 동안 ‘피노’를 했던 건 어떤 공간에 누구와 누가 만나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그런데 술을 판매하는 공간이다 보니 연주자들에 대한 존중이 안 되는 모습들을 보며 실망을 느꼈고 그렇게 용인에 ‘책가옥’을 만들게 되었어요. 일반에 개방은 안 하고 저 혼자 쓰면서 한 달에 한 번 이상 조용히 공연을 만들었어요. 그야말로 완전히 공연만 보는 그런 공간으로요. 그렇게 했더니 제가 좋아지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공간을 완성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제 땅에 건축을 해서 이런 공간을 만든 거예요. 저의 집이 아니면 원하는 걸 하기 어렵잖아요. 천장고라던지… 여기는 그런 것들도 세심하게 계획해서 만들었어요. 세 들어 있는 형태가 아니니 지속성도 생겼죠.
Q. 특히, <책가옥>은 음향설계도 되어 있다고 들었어요.
<책가옥>은 스튜디오나 공연장처럼 음향 설계를 해서 만든 공간이에요. 천장고가 외부에서 11m고 안에서 7m에요. 나머지는 방음과 흡음이고요. 이 정도 높이에 전체가 원목이라 어떤 공연을 해도 이 홀이 주는 사운드가 있죠. 보시면 이 무대는 마이크 들어가는 자리부터 녹음까지도 가능하도록 정리를 해 둔 공간이에요. 좋은 공연이 이뤄질 수 있는 장소로 만들게 된 거죠. 카페 공간 유리창을 보시면 나무로 된 폴딩 도어가 또 있어요. 저기에도 흡음과 방음이 다 되어 있죠. 무대도 자세히 보시면 폴딩 도어로 닫을 수 있게 되어 있어요. 마찬가지로 방음이 되게끔 만들어서 닫아 놓고 연습도 가능해요.
Q. 설계에 얼마나 공을 들이셨을지 느껴지는데요. 외관 역시 압도되는 느낌이 있어요. “성당 같은 느낌이다”, “압도된다” 이런 얘기를 많이 들어 보셨을 것 같아요. 어떻게 이렇게 만들게 되셨어요?
많이 듣고 있죠 (웃음). 성당처럼 만들려고 했던 건 아니에요. 예전에 우리 어렸을 때 살던 집들은 삼각형 지붕이 있는 오각형이었는데 어느 날부터 우리나라의 집 문화가 사각형이 되었죠. 제가 어렸을 때는 멀리서 삼각형 지붕이 보이면 안도감도 있고 ‘아 집에 왔구나’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삼각형이기 때문에 다락방도 있고 그랬죠. 집이란 게 그런 정감이 있는 곳이었는데 이제는 그런 게 사라졌죠. 사실 제가 이곳에 4층 건물을 세울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렇게 안 하고 이렇게 만든 이유는 음향적인 것도 있지만 멀리서 삼각형 집이 보일 때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였어요.
Q. 층고가 높은 것도 그렇고, 두툼한 테이블의 널찍한 거리들도 그렇고 공간 활용에 있어 상당한 여유가 느껴져요. 말씀하신 것처럼 층을 더 올릴 수도 있었을 테고 또 테이블을 하나 더 놓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안 하셨죠.
비효율의 끝이죠 (웃음). 제 신조는 제가 끝까지 몸을 움직이는 노동을 통해 무언가를 얻는 거예요. 제가 여유가 없는 편이 아니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그것과 별개로 저는 제가 손을 계속 움직이는 노동의 행위가 좋습니다. 그래서 계속 기타 연습도 하고 있고 커피를 만들어요. 맞아요. 여기에 기성품은 하나도 없어요. 이 가구들은 가구 작가 유희열이 손수 만든 것들이고요. 100년 이상 갈 물건들이죠.
#2 뮤지션이자 인간 이두헌의 모든 것을 집약해 놓은 그만의 ‘책가(冊架)’
Q. <책가옥>은 어떤 뜻인가요?
조선시대에 책만 놓여 있는 건 ‘서가’라 하고, 책과 함께 그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이 담긴 건 ‘책가’라고 했어요. 선비들은 거기에 자기 삶을 담았죠. 정조 임금이 책가를 좋아하셨다고 해요. 침상 뒤에 책가를 둘 수 없으니 그림으로 책가도를 두고 주무셨다고 할 정도로요.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가에 술병도 놓여 있고, 무예를 하는 사람은 칼도 놓고, 책가에는 책뿐만 아니라 거문고, 그림 이런 것들이 다 들어가는 거예요. 이걸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죠. 저 같은 경우는 여기 보시면 기타도 있고 도자기도 있고 술병도 있고 책도 있고 요리하는 칼도 있고… 이게 저라는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이죠. 책가가 있는 집이라고 해서 ‘책가(冊架-책을 두는 선반) 옥’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발전하고 있어요. 책도 물건도 조금씩 바뀌면서요.
Q. 책가에는 가수 이승환 님의 얼굴도 보이네요. 이곳에 이승환 님의 팬들도 많이 찾아 주신다고요.
친분이 있다 보니 여길 조용히 한번 왔는데 그걸 SNS에 올렸더라고요. 그걸 보고 팬들이 여길 와 주신 거죠. 그렇게 오신 분들과 <책가옥>의 인연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아 승환이가 여기에 사람을 선물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화환이나 다른 선물을 보내 준 게 아니라 여기에 좋은 사람들을 채워 준 거예요. 이 그림들도 다 그분들이 주신 거죠 <책가옥>에 있는 이 아름다운 꽃들도 드팩민의 솜씨에요. 그야말로 식구가 된 거죠.
Q. 이곳의 음악 얘기를 안 할 수 없습니다. 선곡을 직접 하세요? 선곡의 기준은요?
저하고 제 큰아들이 직접 해요. 그 친구는 모던한 앰비언트, 저는 재즈를 많이 트는 편이고 아내는 클래식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 클래식도 많이 들어요. 제가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요. 기준이라면 기본적으로 거슬리지 않는 걸 틀어요. 콜트레인 (John Coltrane)의 ‘임프레션’, ‘러브 슈프림’을 계속 틀 수는 없죠. 하지만 이런 음악들을 전혀 안 트는 건 아니에요. 오전엔 독서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오전에 키스 자렛 (Keith Jarrett) 음악을 듣다가 두 세 시쯤 되면 아방가르드 한 재즈들을 제가 일부러 틀기도 해요. 오시는 분들이 많아서 이런 음악도 자연스럽게 흘러들더라고요. 그리고 너무 평이한 팝은 잘 안 트는 편이긴 해요. 또 앨범 전체를 들려 드릴 때가 많아요. 특히, <책가옥>에서는 찾아 들어야 알 수 있는 곡들을 트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다이애나 크롤 (Diana Krall)을 다들 좋아하시니 그의 음악 중에 유명한 것들을 틀어 드리는 게 아니라 그의 작품 중에서도 ‘나는 이거다’라고 생각하는 그런 걸 틀어요. 그게 또 좋다고 느끼신다면 이것도 들어 보시라고 멜로디 가르도 (Melody Gardot)를 트는 거죠. 그럼 음악이 뭐냐고 물어보세요. 그리고 여기에 있는 턴테이블로 하루에 한 번 정도는 LP로도 음악을 들려 드려요. 오디오가 1958년에 만들어진 건데요. 그 시절에 발매된 원반을 들려 드리죠.
Q. 커피는 언제부터 관심을 가지게 되셨어요?
17년 정도 된 것 같은데 일본 도쿄 여행을 갔을 때였어요.
일본에 유명한 작가들, 예술가들이 조용히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 곳이 오모테산도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때만 해도 저는 차는 마셔도 커피를 마시진 않을 때였는데도 한번 찾아가 봤어요. 마침 그날 ‘다이보 가쓰지’라는 분이 손으로 돌려서 커피를 볶고 털어서 부채질을 해서 식히고 있었죠. 가게는 연기가 자욱했어요. 그렇게 융드립으로 세심하게 내려 준 커피를 마셨는데 그때 너무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갑자기 세상이 확 열리는 느낌이었어요. 돌아올 때는 그분이 쓰던 주전자 이런 걸 다 사서 한국에 돌아왔어요.
그때 ‘다이보 가쓰지’ 선생님이 60대셨는데 아마 지금은 70이 넘으셨을 거예요. 커피를 진지하게 대하는 자세부터 많은 부분에서 정말 감동했어요. 그때부터 커피를 공부하기 시작했고 그러다가 다이보 선생님이 쓰시던 똑같은 핸드 로스터를 운명처럼 구하게 되고 선생님이랑 저랑 인연이 되고 그렇게 로스팅까지 배워서 커피를 하게 되었습니다.
Q. 커피집은 그 가게만의 블렌딩이 있죠. <책가옥>은 어떤가요?
<책가옥>의 블렌딩은 제 노래와 결부를 시킨 ‘풍선 블렌드’, ‘수요일 블렌드’ 이렇게 있는데요. 단지 마케팅 때문에 이름을 이렇게 한 건 아니고요. 어떤 노래를 들으면 사람들이 시각적으로 떠올리는 게 있어요. 그 가사의 내용이 영화나 소설 속에 한 장면처럼 머릿속에 떠오르기도 하고 심지어 어떤 향기를 느끼기도 해요.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이 노래를 들으면 저는 제가 생각하는 어떤 향기가 있어요. 그 노래를 만들었을 때 그 비 오는 날의 상황, 촉촉함, 장미 향 이런 것들이 담겨 있는 커피를 만들 수 없을까 생각하며 만든 커피가 ‘수요일 블렌드’이고 ‘풍선 블렌드’는 마찬가지로 상큼 발랄하면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단맛이 있는 커피를 만들어 봤어요.
Q. 여기에선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음악회가 열리죠. 가요, 재즈, 클래식까지요. 뮤지션이자 인간 이두헌의 음악과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고 향유하는 즐거움 때문에 찾아오기 쉽지 않은 위치에도 많은 분들이 찾아와 주시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렇겠죠. 그런데 저도 이게 재미있어요. 재미없으면 제가 못했을 거예요. <책가옥>은 제가 오래 있어도 지치지 않을 공간으로 만들었어요. 지금 여기는 제가 있는 게 너무 편안한 공간이에요. 오시는 분들을 편안하게 만들기 위해 만든 공간이 아니라 제가 잘 있기 위한 공간으로 만들었어요. 그런 공간에 여러분들이 와 주시는 거죠. “다음 공연은 어떤 걸 할까?, 겨울이니 ‘겨울 나그네 (Winterreise)’ 한번 할까” 이렇게 구상하는 게 좋고 재미있어요.
Q. 공연을 기획하실 때 어떤 원칙이 있을까요?
클래식 공연을 하게 되면 무조건 전 악장을 연주해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요. 처음 시작할 때부터 그렇게 했어요. 소품이나 일부 악장만 하거나 그렇게 말고요. 연주자들이 부담스러워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다 들려 드리고 싶은데 기회가 많이 없었다고 하면서요 관객분들도 “2악장만 들어 봤는데 3악장이 저렇게 아름답구나” 이렇게 느껴 주시고 기립 박수 치고 가시죠. 재즈는 유명한 곡들 위주로 선곡하는 공연은 좀 지양하는 편이에요. 그 사람의 음악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줄 수 있는 콘서트를 만들고 있어요. 재즈 보컬리스트 김마리아와 허성과 함께 4-50년대 재즈를 집중해서 부르는 시간을 가졌었고, 색소폰 연주자이자 작곡가 손성제와는 ‘목포의 눈물’부터 우리나라 트로트를 재즈로 들려 드리는 기획을 했어요.
Q. 13년 동안 운영한 ‘피노’부터 어려운 시기에 문을 열었지만 철학을 가지고 정성스럽게 꾸리고 있는 <책가옥>까지! 공간에 대한 마음이 남다르신 것 같아요.
‘내가 나의 형의 집을 짓는다’라고 하면 아무렇게나 짓지 않잖아요. 한 번 더 만져서 좋아지는 게 있다면 기꺼이 손을 쓰게 되고요. 여기 공간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분들은 다 그런 마음으로 함께해 주는 분들이에요. 여기 있는 가구와 모든 자재는 유희열 작가가 직접 손으로 100년 200년 갈 수 있는 것들로 만들었어요. 놓여 있는 꽃 하나도 하나의 작품처럼 정성이 가득하고요. 이런 사람들과 함께 만들다 보니 누구나의 공간일 순 있지만 아무나의 공간은 아니게 되는 거죠. 결국 공간은 사람인 것 같아요. 공간만 있어도 아무것도 아니고 공간에 음악만 있어도 아무것도 아니죠. 공간에 사람이 있고 그 사람과의 상호작용이 발전적으로 계속 이뤄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Q. 앞으로 계획한 것들이 있다면요?
<책가옥>은 제 생각이 담겨 있는 공간이고 그 생각들을 나누는 사람들이 만나는 곳입니다. 계획한 것 중에는 석학들, 그리고 기업의 수장들의 강연들이 준비되어 있어요. 준비는 먼저도 되어 있었어요. 시기가 어려워서 기다리는 중이죠. 강연들뿐만 아니라 요리 등 전문가들과의 클래스, 그리고 책 읽는 모임도 5명 미만으로 요란하지 않게 해볼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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