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RO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합니다.
‘지금 나오는 노래 완전 좋은데, 이건 다 누가 알고 선곡하는 거지?‘ 이런 생각, 해 보신 적 있나요?
요즘 ‘핫’하다는 거기! 감성 충만한 분위기에 흐르는 노래마저 힙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바로 거기!
이 음악을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도 넣고 싶은데, 주변 소음 때문에 검색에 실패하는 일이 다반사.
그렇다고 점원에게 물어보기는 조금 부끄러운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 – 한 달에 두 번, [핫플힙플]이 전하는 흥미로운 선곡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자료제공: 비스킷 사운드
HOT PLACE 골목바이닐앤펍
이태원 경리단에 위치한 골목바이닐앤펍. 음악 좀 듣는다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알려진 아지트이기도 한 이곳은 음악에 대한 애정과 식견이 깊은 사장님이 운영하는 뮤직 바다. 여길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신청곡을 써내길 권한다. 신청곡을 적어내면 DJ가 그 단서를 잡아 다음 음악을 잇는데, 이 과정이 이 공간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LP의 낭만을 과장하지 않고, 아날로그라는 말의 멋을 빌리지도 않는 곳. 발표된 시간은 흘렀으나 미처 알지 못했던 음악들, 말하자면 ‘오래된 새것’을 발견케 하는 것에 집중하는 곳이 바로 골목앤바이닐 펍이다. 공간을 잘 즐길 수 있는 팁은 단순하다. DJ에게 조금 자유권을 주시길. 그렇다면 훨씬 더 즐거운 음악 여행이 될 것이다.
INTTERVIEW 골목앤바이닐펍
Q. 안녕하세요. 지니뮤직 구독자에게 인사와 함께 골목바이닐앤펍을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서울 이태원 경리단 근처에 있는 뮤직 바입니다. 위스키, 와인, 칵테일, 맥주 등을 판매하며 LP와 CD로 음악을 트는 곳입니다.

Q. 1만 5천여 장의 LP 컬렉션을 갖고 계신 걸로 알고 있어요.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LP를 모으기 시작하셨나요?
음반을 구매하기 시작한 건 대략 40년 전이지만, 본격적으로 사 모은 지는 30년 정도 되는 것 같네요. LP 위주로 모으게 된 이유는 한창 구매하던 당시에는 LP가 쌌기 때문입니다. 수입 CD가 1만4천 원에서 2만 원 대였을 때 중고 수입 LP는 5천 원에서 1만 원 대에 살 수 있었습니다. 아날로그 감성 따위와는 상관없이 순전히 경제적 이유였습니다.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중반에는 사람들이 LP를 중고 시장에 내다 버리다시피 했거든요. 갖고 있는 LP를 세어보는 걸 포기한 지는 오래됐어요. 이러저러한 장르를 잡다하게 건드리다 보니 정작 개별 장르로서 헤아리면 응당 있어야 하는데, 없는 판이 너무 많습니다. 컬렉션이라 부르기 민망합니다.

Q. 골목바이닐앤펍은 LP를 경험하고 듣고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디깅의 공간이자, ‘LP를 매개로 한 문화 커뮤니티’ 같아요. 아날로그적 방식으로 음악을 나누는 데서 특별히 느끼는 매력은 무엇인가요?
그렇게 거창한 생각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 집안에 LP를 둘 공간이 여의치 않아서 장사하는 공간에 활용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겁니다. 각자가 느끼는 ‘아날로그 방식’의 매력이 있겠지만 LP로 음악을 트는 건 귀찮고 번거로운 일입니다. 그렇다고 효능감이 즉각적이지도 않고요. 제가 LP가 갖는 고유의 매력을 느끼는 것과 손님들이 LP바에 와서 기대하고 호응하는 부분들 사이엔 거리감이 꽤 있다고 봅니다. 특별한 매력까진 아니지만, 남이 틀어주는 음악이 더 좋게 들리지 않나요. 남이 끓여주는 라면이 더 맛있는 것처럼요.


Q. 방문객 후기에서 자주 보이는 말이 ‘사장님의 음악 식견에 대한 신뢰’예요. 게다가 사장님은『음악이 죽은 날』의 저자이기도 하시죠. 음악 관련 업계가 아니라 마케팅•광고 일을 하셨다고 해서 조금 놀랐어요. 광고 일을 하다가 음악 공간을 운영하게 된 흐름이 궁금합니다.
짧지 않은 회사원 시절을 견디게 한 원동력은 LP였습니다. 음악으로 위안을 얻었다는 게 아니라, 월급을 받아 레코드 산 돈에 대한 카드값과 마이너스 통장 이자를 갚아야 했기 때문에요. 몸담았던 광고대행사 일은 말 그대로 남이 할 업무를 대신해 주는 일입니다. 언젠가는 남의 일이 아닌, 내 손으로 내 일을 직접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마침, 음반도 적잖이 갖고 있어 그걸 밑천으로 할 수 있는 게 이른바 ‘LP바’였던 거고요. 외국인이 많은 이태원이라는 지리적 특성을 감안해 ’LP‘라는 워딩보다는 바이닐(VInyl)이 낫겠다 싶어 상호도 그렇게 정했습니다. 요즘 세대에게는 바이닐이 더 친숙하겠지만 그때만해도 비닐, 비니루라 부르며 갸우뚱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Q. 사장님을 음악 애호가로 이끈 첫 순간, 혹은 ‘돌이킬 수 없는’ 어떤 계기가 있다면 언제 어떤 순간이었나요?
어릴 때 음악 잡지를 많이 봤습니다. 월간팝송, 뮤직랜드, 음악세계, 핫뮤직, 뮤직피플, 서브, 지구촌영상음악, 음악동아, 객석, 월간음악 등. 팝과 클래식 가리지 않고 음악과 관련한 글과 사진들을 보며 그 안에서 꿈을 꾸었던 것 같습니다. 그 세계에 마음을 빼앗기고 나니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Q. 2013년 개업해 경리단에서의 6년, 4년의 쉼, 그리고 2023년 지금의 공간으로의 귀환까지. 쉼표를 찍게 된 이유와 다시 시작하게 만든 힘은 무엇이었나요? 그리고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6년 간 가게를 운영하면서 장사에 대한 피곤함과 매너리즘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마침, 예전 직장 선배에게서 복귀를 의뢰받았고 잠시 숨을 돌릴 요량으로 다시 회사를 다녔습니다. 공교롭게도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가게를 다시 열 생각을 못했습니다. 그 와중에 회사를 몇 군데 더 옮겼고, 몸담았던 스타트업 회사가 투자를 더 이상 못 받으면서 다시 생계를 고민하는 상황에 처하다가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역시나 가게를 처음 열었던 12년 전과는 많은 게 달라졌습니다. 일단 음주 문화가 변화했고 음악을 대하는 태도도 차이가 나는 것 같습니다. 적응을해 나아가야겠죠.

Q. 선곡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나요? 매장 플레이리스트와 손님들의 신청곡은 어떤 균형으로 흘러가는지도 궁금합니다.
이런 표현이 좀 우습지만 20세기에 발표된 음악을 위주로 플레이합니다. 그럼에도 손님들에게 신청곡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편입니다. 신청곡 용지에 적힌 뮤지션을 보면서 취향을 가늠하여 관련된 곡들을 이어가곤 합니다. 테이블마다 성격이 달라서 신청한 음악이 판이하게 다르더라도 그러한 환경에서 어떻게든 ‘소프트 랜딩’을 이뤄내는 것이 DJ의 역량이기도 합니다. 사실 모든 장르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Q. 각자 LP를 들고 와 함께 듣는 바이닐 잔치부터 공연, DJ 파티까지 정말 다양한 이벤트가 열렸어요. 이런 이벤트들은 어떤 방식으로 기획되는지, 앞으로 예정된 행사도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가게 초창기에는 꽤 다양한 이벤트를 열었는데, 요즘은 예전만큼 하진 않습니다. 준비와 진행에 대한 약간의 피로감도 있고요. 일상적인 가게의 디테일에 좀더 신경 쓰는 방향으로 에너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Q. 공간의 자랑거리가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세요. 처음 방문하는 분에게 “이곳에서 꼭 경험하길 바라는 단 한 가지”를 꼽는다면 무엇인가요?
새로운 음악에 대한 애정과 호기심을 기울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는 분들이라면 중독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여기서 ‘새로운 음악’이란 최신 유행가가 아니라 발표된 시간은 흘렀으나 미처 알지 못했던 좋은 음악, 말하자면 ‘오래된 새것’일 겁니다. 본인이 신청한 곡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것도 만족스럽겠지만 그 곡을 DJ가 이어받아 매력적인 흐름으로 연결하는 퍼포먼스를 지켜보는 것도 꽤 근사한 경험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DJ에게 조금만 더 자유를 주세요.

Q. 이 공간은 앞으로 어떤 공간이 되길 바라는지?
뜬금없는 얘기지만, 저희 가게의 손님 대부분은 지난 세기에 태어난 분들입니다. 20세기는 음반의 역사와 함께했습니다. 그러한 시대의 기운을 정성스레 담아낸 공간으로 오래 남고 싶습니다. 단순한 퇴행이 아니라 인류가 꼭 기억해야 하는, 사피엔스가 제법 그럴싸한 일을 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기도 합니다. 비록 언젠가는 인류가 멸망하고 지구라는 행성도 사라질지라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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