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RO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합니다.
‘지금 나오는 노래 완전 좋은데, 이건 다 누가 알고 선곡하는 거지?‘ 이런 생각, 해 보신 적 있나요?
요즘 ‘핫’하다는 거기! 감성 충만한 분위기에 흐르는 노래마저 힙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바로 거기!
이 음악을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도 넣고 싶은데, 주변 소음 때문에 검색에 실패하는 일이 다반사.
그렇다고 점원에게 물어보기는 조금 부끄러운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 – 한 달에 두 번, [핫플힙플]이 전하는 흥미로운 선곡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자료제공: 비스킷 사운드
HOT PLACE 지미지미
COMPACT DISC PUB & CAFE 그리고 EASY SOUND 신수동 지미지미는 누군가의 깊고 여전한 취향의 산물이다. 주인장 강병역은 영화 ‘QUADROPHENIA’에서 모드(Mod) 청년 지미의 삶을 마주한 뒤, 그 결핍과 담담한 멋의 문화에 깊이 빠져들었고. 화려하게 치장하지 않아도 자신이 지킬 수 있는 멋 하나는 단단히 붙잡는 그 정신이 자연스레 공간의 골격이 되었다. 그 중심에는 음악이 있다. 지미지미의 중심에는 여전히 CD가 있다. 90년대 국산 DJ 플레이어에서 재생되는 한 장의 음반은 값비싼 장비보다 ‘직접 고르고 들려주는 소리’를 더 믿는 모드적 태도를 그대로 드러낸다. 이곳을 가장 잘 즐기려면 좋아하는 CD를 들고 와 그 소리가 신수동의 공기 속에서 어떤 표정을 띠는지 직접 들어보면 된다. 우리는 삼각지와 전포동을 거쳐 신수동으로 돌아온 지미지미의 강병역을 만나 봄을 준비하는 지미지미에 대해 물었다.
INTERVIEW 지미지미
Q. 2021년 서울 삼각지에서 문을 열고, 2023년에는 부산 전포동의 5평 남짓한 골목으로 내려갔다가, 2025년 가을 다시 서울 신수동으로 돌아왔다. 마치 한 사람의 생애처럼 지미지미는 ‘도시를 따라 움직이는 공간’이 되어 왔다. 이 세 이동이 단순한 이사였나, 아니면 취향•노동•삶의 균형을 다시 조정하는 일종의 ‘계절 변화’였나.
20대 중반부터 서울 생활을 시작해 다양한 일들을 하다 결국엔 꿈꾸던 공간을 열었다. 무던히 운영하던 중 2022년 어머니의 건강에 큰일이 생겼고 서울이던 나는 곁을 지키지 못했다. 그때 고향 부산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겼고 자연스레 공간도 이전하게 되었다. 부산에서의 운영은 아마 내 인생에서 가장 복잡하게 꼬인 시절이 아닐까 생각한다. 삼각지 시절과는 모든 게 달랐고 적응하는데 꽤나 많은 시간을 요했다. 그렇게 결국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돌아와 버렸다. 다행인 건 어머니의 건강이 예전보단 조금은 나아졌다는 것. 근 3년간 내가 겪은 3번의 이동에 대해 취향, 노동, 삶의 균형을 맞추는 계절변화냐 묻는다면 변치 않을 취향을 배제한 노동과 삶에 지독한 추위를 동반한 겨울이 왔고 이제 마른 나뭇가지가 되어 봄과 함께 새로운 변화를 기다리는 중이다.

Q. 지미지미는 모드(Mod)라는 문화로 출발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문화에 천착한 계기가 궁금하다. 그리고 ‘모드’란 무엇인가.
2003년 음악방송에 나와 라이브를 하던 러브홀릭을 보고 밴드음악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양한 장르의 것들을 들으며 지내오다 영국의 그들에게 애착이 생기기 시작할 때쯤 모드(Mod)에 관한 영화 한 편을 추천받았다. 나는 유년 시절부터 풍족과는 거리를 두고 매 순간 빠듯하게 지내왔는데 군 전역 직후 유독 일을 많이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군에서 알게 된 형이 ‘QUADROPHENIA’라는 영화를 추천해 주어 보게 되었는데 공감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느꼈다. 그게 2014년이었다. 영화‘QUADROPHENIA’는 JIMMY라는 모드 청년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다큐 같은 영화다. 모드는 영국의 50-60년대 노동계층 청년문화이다. 하루하루 고된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지만 일터를 벗어난 그들은 슈트를 빼입고 스쿠터를 타며 음악과 영화를 즐기는 낭만가들이었다. (다소 폭력적인 성향도 있었지만) 말하자면 ‘빈자의 있는 척’이랄까 ’QUADROPHENIA‘속 JIMMY 역시 그리 살고 있기에 나를 보는 듯했고 항상 자존감이 낮아 낮게 숙였던 나에게 꼭 필요한 돌파구가 ‘Mod’였다. 오늘날의 ‘Mod’는 그들이 가진 아웃핏 즉, 옷과 멋에 주목해 표현하지만 배경과 가치관이 진짜 그들의 멋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들을 상징하는 Modtarget의 색처럼 쿨한 외관과 뜨거운 중심, 빈부 격차에 따른 물질적 부족함을 문화로 채워 이겨내 나가는 모습은 현재를 살아가는 나를 닮아있다. 나뿐만 아니라 정신적 육체적 노동을 필요로 하는 시대를 살아가지만 개성을 지키는 우리가 모즈와 닮아있다고 생각한다. 가치관과 배경이 결핍된 문화는 지속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Mod’는 영원할 거라 믿는다.
Q. 지미지미라는 이름과 하프 타겟 심벌에 대해서 소개한다면?
나와 같다 느낀 영화 ‘QUADROPHENIA’의 주인공 이름이 JIMMY COOPER이다. 만약 지미가 살아있다면 그가 좋아할 만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고 그 마음을 담아 지미지미로 지었다. 본래 모드를 상징하는 타겟은 비어있지 않고 빨간색과 파란색이 온전히 차 있는 모습이다. 나는 영국 사람도 50-60년대 사람도 아니고 그때의 모즈들과 달리 외모에 크게 신경 쓰지도 않는다. 내가 아무리 흉내 내고 쫓아간들 진짜 그들처럼 될 수도 없다고도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가짜나 거짓이라 생각지도 않기에 나는 반쪽짜리 모즈라고 생각해 타겟의 반을 지워 하프타겟을 만들었다. 나는 그들의 배경과 가치관을 쫓는 하프모즈다.

Q. COMPACT DISC PUB & CAFE 그리고 EASY SOUND 이 짧은 슬로건은 지미지미가 ‘음악을 중심으로 하는 공간’임을 말해준다. 지미지미는 본질적으로 어떤 공간인가? 그리고 처음 오는 사람이 이곳을 가장 잘 즐기려면 무엇을 놓치지 않아야 할까?
COMPACT DISC PUB & CAFE 그리고 EASY SOUND라는 슬로건은 2021년부터 지워지지 않고 있는 슬로건이다. 음악을 듣고 소비하는 수단은 여러 가지다. 스트리밍, LP, TAPE 그리고 CD. 그중에서도 CD는 유독 간편하면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매체다. 그렇기에 CD는 나와도 각별히 친밀했고 여전히 그렇다. 각 매체들만의 매력이 있지만 누구나 값비싼 바이닐을 살 수 있는 게 아니기에 CD의 존재가 감사할 따름이다. 어느 순간부터 LP를 주인공으로 둔 공간들이 많기에 나는 나와 친밀하면서 또 누구와도 친해질 수 있는 CD를 주인공으로 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요즘은 공간마다 몇백몇천의 오디오로 손님을 맞이한다. 지미지미는 몇십만의 국산 빈티지 오디오를 쓰며 몇백몇천만의 하이엔드 오디오를 통해 비싼 소리를 들려드릴 수는 없지만 몇천몇만 걸음의 발품을 통해 얻은 오디오를 통해 애정이 깃든 소리는 들려드릴 수 있다. 비싼 소리가 아닌 각자만의 소리를 찾길 바라는 마음으로 EASY SOUND라는 슬로건을 만들었다. 지미지미는 2021년부터 CD를 가져오시면 틀어드리고 있다. 혹시나 방문 계획이 있다면 CD 한 장을 들고 와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머물다 가시면 참 좋을 거 같다. * 90s 국산 DJ용 CD플레이어를 드디어 구해 공간에 두었고 가져오신 CD는 90년대의 소리로 들려드리고 있다.


Q. 인생을 통째로 흔든 ‘단 하나의 앨범’을 꼽는다면 어떤 음반이며, 그 앨범은 당신의 삶을 어디로 데려갔나.
역시 밴드 음악에 눈을 뜨게 해 준 러브홀릭의 정규 1집 F.L.O.R.I.S.T를 빼놓을 수 없다. 지선의 아름다운 목소리뿐만이 아니라 사랑을 주제로 삶을 위로하고 응원하는 가사가 여전히 나를 사로잡는다. 단 하나라고 했지만 굳이 하나 더 하자면 The Verve의 3집 Urban Hymns. 삶에서 오는 다양한 변화는 결국 우리의 의지만이 해결책이라고 덤덤하게 응원하는 앨범이다. 러브홀릭으로 시작해 모드까지 와버린 내 취향들은 어딘가 도착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전히 궁금한 것들 갖고 싶은 것들 투성이고 여전히 모르는 게 많은 2003년 처음 음악을 들었던 12살에 멈춰있다. 다만 지미지미라는 공간을 통해 여러 사람을 만나고 마음을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게 참 다행이다.
Q. 신인류의 리스닝 파티, 모즈 데이, 플리마켓, 비주기적 브랜드 ‘지미 쿠퍼 레코즈’, 영상 채널 ‘thedisfence’ 등 이 일련의 기획은 누구에게서 시작되나. 혼자서 전부 끌고 가는 건가, 아니면 특정한 친구들이 함께 개입하는 방식인가. 어떤 것들을 전개해 왔고 앞으로 펼칠 예정인지, 이런 것들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대부분 그 순간을 살아가는 나로부터 시작된다. 내가 겪어온 희비가 담긴 사건들은 무언가 응어리가 되어 남았고 그걸 어떤 식으로 더 풀어내고 싶어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찾아 세상에 내어왔다. 그걸 내가 사랑하는 모드의 가치관을 담아 진심을 다해 표현하고 싶었다. 다행인 건 그때마다 부족한 나를 위해 친구들의 도움이 따라왔다는 것. 그들에게는 지금까지도 감사함을 느낀다. 대우받고 일해야 할 그들이 선뜻 나서준 것은 평생 잊지 못할 거 같다. 앞으로는 특별히 무언가를 만들진 못할 것 같다. 못한다기보다 안 하는 게 맞겠다. 지미지미라는 공간이 있기에 여기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마음에 담고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갑자기 또 뭔가 할 수도 있다. 나도 내가 뭘 할지 잘 모르겠다.)


Q. 지미지미를 한 마디로 정의 한다면?
빈자(貧者) 최선
Q. 문화를 향유하는 여러 방식 가운데 ‘공간’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10대 시절 내 취향에 맞는 공간들은 보통 술집이거나 미성년자가 갈 수 없는 공간들이 많아 해소하지 못한 갈증을 느낀 때가 많았다. 그래서 나는 10대부터 모든 세대가 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고 카페를 택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물론 요즘은 sns나 여러 온라인 매체들을 통해 모든 걸 접하는 시대지만 오프라인에서 얻는 것들은 확실히 다르다는 걸 알기에 지미 지미를 열고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가끔 나의 10대를 투영하는 고등학생 손님들이 올 땐 가슴이 벅차다.


Q. 지미지미, 그리고 강병역은 어떤 모습이고 싶은가? 사람들이 떠올릴 때, 어떤 장면•표정•이름으로 기억되길 바라나.
지미지미에 머물며 듣는 말들 중 가장 보람을 느끼게 하는 말이 있다. ‘여전하네’ 앞으로 공간이 얼마나 더 유지될지 모르지만 어느 곳에 있던 새롭기보다 모두에게 여전한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강병역을 떠올릴 땐 결국 무표정인 채로 남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삶에 일어나는 대소사에 유독 일희일비가 강한 편이기에 주변에 참 많은 투정을 하며 살아간다. 언젠가 나에게도 안정이 찾아온다면 기쁘지도 슬프지고 않은 모습으로 차라리 표정 없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거기다 역시나 여전한 취향의 사람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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