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RO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합니다.
‘지금 나오는 노래 완전 좋은데, 이건 다 누가 알고 선곡하는 거지?‘ 이런 생각, 해 보신 적 있나요?
요즘 ‘핫’하다는 거기! 감성 충만한 분위기에 흐르는 노래마저 힙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바로 거기!
이 음악을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도 넣고 싶은데, 주변 소음 때문에 검색에 실패하는 일이 다반사.
그렇다고 점원에게 물어보기는 조금 부끄러운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 – 한 달에 두 번, [핫플힙플]이 전하는 흥미로운 선곡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자료제공: 비스킷 사운드
HOT PLACE 저장고
통영 바닷가의 은밀한 오솔길 입구, 주황색 바탕에 적힌 ‘히든에스프레소바’라는 글귀를 따라 걷다 보면 오래된 주택을 품은 에스프레소바 ‘저장고’를 만나게 된다. 제주 감귤저장고의 바랜 글씨에서 비롯된 이름은 낮은 돌담,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 높이 솟은 오름의 상징을 품었고, 그 의미는 통영으로 자리를 옮긴 지금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섬에서 살다 섬을 바라보고 싶어졌다”는 고백처럼, 제주의 구석진 풍경을 찍던 사진작가의 시선은 이제 통영의 바다와 숲, 그리고 사람들로 향한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다운 좋은 사람들’, 문화의 결을 알아보는 통영다운 감수성은 저장고가 뿌리내리기에 더없이 적합한 토양이 되었고, 그 위에서 저장고는 오래된 멋스러움과 편안함을 사람들에게 건네고 있다. 벽돌과 목재의 질감, 창 너머의 초록과 바다, 진공관 스피커의 잡음을 타고 흐르는 로파이 음악까지, 모든 요소가 편안함을 만들어내는 저장고. 그 편안함 속에서 만나는 유니크한 에스프레소는 누군가에겐 새로움으로, 또 다른 이에게는 위안으로 다가온다.
INTERVIEW 저장고
Q. 안녕하세요, 지니뮤직 구독자에게 인사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통영 바닷가마을 비밀스러운 오솔길 끝에 잘도 숨겨진, 농밀한 에스프레소를 전문으로 하는 히든에스프레소바 저장고 입니다.

Q. 상호 저장고는, 어떤 뜻이 담겨 있나요? 한자를 보면 저장하여 쌓아두는 ‘저장고( 貯藏庫)’가 아닌, ‘저장고(低長高)’입니다. 수익률 곡선을 설명할 때 쓰는 ‘단저장고(短低長高)’가 연상되기도 해요.
사실 ‘저장고’라는 이름은 저장고가 처음 시작되었던 제주의 시골 마을 가시리의 오래된 감귤저장고에서 부터 그 이름을 자연스레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입구 위 벽면에 언제 쓰여졌는지 알 수 없는 오래되어 바래진 페인트 글씨의 ‘저장고’가 왠지 지우기 아쉽고 서러워 그 이름 그대로를 사용하면서 그 뜻만 살짝 바꿔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저장고(低長高)’의 뜻은 저(低)-낮은 돌담, 장(長)-멀리서 불어오는 바람, 고(高)-높은 오름 이란 뜻으로 제주를 상징하는 상징성을 저장고의 이름에 부여하고 싶었고 통영으로 이전한 지금도 저장고 공간에 스며있는 정체성은 제주에서 시작되었기에 그 뜻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Q. 제주도에 있다가 통영으로 이전하셨죠. 통영이란 곳을 선택하신 계기가 궁금해요. 여름부터 영업을 시작해서 이제 한 계절을 지나오고 있는데 통영에서 저장고를 운영해보니 어떠셨는지도 여쭤보고 싶어요.
‘섬에서 10년을 넘게 살다 보니 이제는 섬을 그저 바라보며 살고 싶어졌습니다’ 사실 저장고를 하기 전 제주에서 사진작가로 10년을 넘게 살면서 제주의 이름없는 구석진 곳들과 눈부시게 아름다운 곳들을 속속들이 누비며 생활하다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제주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오는 알 수 없는 한계와 갇혀있는 듯한 느낌들이 어느 순간 들기 시작하더군요, 그래서 떠날 계획을 가지고 남쪽지방을 중심으로 저장고와 어울리고 우리의 감성에 어울릴 만한 오래되고 숨겨진 장소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섬에서 살다가 이제는 그 섬을 그저 바라보며 살고 싶어졌습니다.
연화도를 가기 위해 통영을 와본 게 전부였지만 그때의 통영과 연화도의 기억이 저희에게는 너무 강렬했고 좋았기에 자연스레 관심을 두게 되었고 무엇보다 통영만이 가진 촌스럽지 않은 예스러움, 그 유니크한 모습들이 저장고의 정체성과 너무 잘 어울릴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지금의 공간에서 약 두 달 동안의 공사 후 7월19일 한창 덥던 여름의 중간에 오픈을하고 지금까지 짧지만 강렬한 2달여를 운영해보니 자연스레 느끼는게 있었습니다. 그건 ‘통영사람들’ 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물론 많은 여행객분들이 전국 각지에서 찾아주셨지만, 손님뿐만 아니라 생활하면서 만나보고 겪어본 통영 사람은 참 ‘사람다운 좋은사람들’ 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수준높은 문화를 즐길 줄 알고 또 그런 문화와 자신들만의 통영다운 문화들을 매우 아끼고 사랑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현재까지 누가 물어보더라도 통영으로 오길 참 잘했구나 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입니다.

Q. 저장고로 올라오는 길이 은밀하고 신비롭단 인상을 받았어요. ‘히든에스프레소바’라는 설명처럼 조금은 숨겨져 있는 느낌입니다. 지금의 장소를 저장고로 택하신 이유가 있으세요?
지금의 저장고 자리를 처음 보러왔던 날 사실 그 입구의 오솔길에서부터 이미 우리의 마음을 빼앗겼었고, 그 집에 사시던 어르신 내외분과 이 집이 가지고 있던 히스토리 그리고 그 풍경에 두 번 고민할 겨를도 없이 저장고를 이곳에서 꼭 하고 싶다는 욕심을 부리게 되었습니다.
그때도 저희 눈에는 그저 오래되고 낡은 옛날 주택이 아니라 유니크한 예스러움과 멋스러움 그리고 빈티지함이 깃든 모습을 세월에 살짝 감춰둔 듯한 주택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저장고를 처음 시작하게 된 모티브였던 ‘히든에스프레소바’ 그 히든이란 단어에 이 공간처럼 잘 어울릴만한 곳이 또 있을 것 같지 않았고, 저장고가 가진 ‘오래된 멋스러움과 편안함’이란 공간의 정체성 한 부분과 이 집이 이어져 있는 그런 느낌을 처음부터 받았기에 기꺼이 욕심을 부릴 수 있었던것 같습니다.


Q. 옛 주택을 개조한 인테리어가 멋스럽습니다. 벽돌, 타일 사용과 목재의 질감, 나무의 초록 잎이 액자같이 걸리는 창과, 바다 뷰를 즐기며 에스프레소를 즐길 수 있는 바 테이블까지... 단순한 인테리어를 넘어서 오는 분들의 경험까지 설계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공간을 꾸릴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이나 소개하고 싶은 포인트가 있다면요?
감사합니다! ‘공간 경험’의 의도를 알아봐 주셔서요. 위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장고의 공간 정체성은 ‘오래된 멋스러움과 편안함’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하여 처음부터 오래된 히스토리를 가진 옛 주택만을 고집하였고 또 그 공간만이 가진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거실의 천장 목재와 거실 벽체의 세월은 최대한 보존하고자 하였습니다. 오시는 분들이 작고 협소한 공간에서 자칫 답답함을 느끼실 수 있기에 큰 창을 통해 통영의 바다와 숲을 공간 안에서 편안히 느끼실 수 있게 의도하였고, 벽체의 질감과 컬러 그리고 커피바 부분의 샹들리에와 조명등 모든 부분에서 디테일을 놓치지 않고 저장고만의 분위기에서 에스프레소의 진한 향미와 색다른 느낌의 ‘통영 바이브’를 느끼실 수 있도록 구성을 하였습니다.

Q.에스프레소 바 답게 흔히 접할 수 없는 메뉴들이 있습니다. 더블샷 에스프레소와 생크림, 수제 귤 마멀레이드가 어우러진 ‘만다리노’, 브랜디가 가미된 ‘카페로얄’, 에스프레소와 쉐이킹된 거품이 올려진 ‘샤케라토’ 같은 메뉴들이요. 메뉴에 대해서 소개해주시고 저장고만의 커피 자랑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누구나 그렇듯 취향은 참 개인적인 것입니다. 특히나 에스프레소라는 일반적이지 않은 장르에서는 그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날 수밖에없죠. 저희가 생각하고 만드는 저장고의 커피는 대중적이지도 않으며 대중성을 지향하지도 않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취향저격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반대의 경험일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다만, 질 좋은 생두를 로스팅하는 것에서부터 적절한 장비에 적절한 기준으로 정성스레 잘 뽑아낸 에스프레소 한 잔, 커피 한 잔이 어떤 분들에게 위안과 감동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 잔 한 잔 내립니다. 저장고 에스프레소 메뉴 또한 대중적이고 일반적인 메뉴들 외에 특별한,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메뉴들이 꽤 있습니다. 귤마멀레이드와 상큼달달한 생크림 그리고 에스프레소의 조합이 특별한 ‘카페 만다리노’와 버터 스카치의 진하고 달달한 풍미에 히말라얀 솔트 그리고 에스프레소의 단짠하고 진한 맛이 일품인 ‘카페 히말라얀 말로네’, 부드럽고 포근한 밀크폼과 달달한 연유, 시나몬이 겨울을 생각나게 하는 ‘카페 알렉산드리노’ 등 어디에서도 쉽게 접하기 쉽지 않은 메뉴들이 있습니다. 다행히도 소수를 넘어 다수의 분들이 너무 사랑해 주시는 메뉴들이기도 하니 ‘뜻밖의 대중성’이라 해도 되지 않을까요?

Q.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 느껴지는 저장고의 음악은 의외로 칠아웃(chill-out)계열의 엠비언트 음악들이에요. 그래서 공간에서의 경험이 더 편안하고 감각적이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평소 선곡의 기준이 궁금합니다.
사실 선곡은 그때그때 그 공간의 분위기에 따라 조금씩 달랐던 것 같은데요, 처음 귤 저장고를 개조해서 운영하던 공간에서는 조금 더 아날로그적인 음악들과 소프트 재즈 그리고 자연의 소리가 섞인 듯한 뉴에이지 음악을 주로 선곡해서 틀었고, 두 번째 공간이었던 이국적인 느낌의 벽돌집에서는 공간의 분위기에 맞춰서 주로 재즈풍의 진한 음악을 주로 선곡해서 틀었다면, 이번 통영 저장고에서는 좀 더 자유롭고 비트감이 있는 Lo-fi / chill-out 음악을 주로 선곡해서 틀고 있습니다. 제 느낌에는 저희 공간에서 보이는 통영의 풍경들이 잔잔하지만, 알 수 없는 묘한 들뜸의 비트감이 있고, 그 풍경들이 공간에서 음악과 어우러질 때 동화되는 느낌을 받고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사실 제가 좋아합니다. 저희 오래된 진공관 라디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잡음 가득 섞인 로파이/칠아웃 음악을요.

Q. 이곳을 더 잘 즐길 수 있는 꿀팁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조용히 공간과 풍경, 커피를 오롯이 즐기고자 하신다면 12시 이전, 오후 4시 이후에 방문하시는 걸 추천해 드리고, 별도로 마련돠어 있는 LP청음석에서 조용히 혼자만의 세상을 잠깐 가져보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다른 것보다 복잡하지 않은 시간대에 오래된 진공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잡음 섞인 음악을 무심히 흘려들으며, 커피를 홀짝거리고 풍경을 멍하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힐링의 경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Q. 저장고를 한 마디로 정의하면 어떤 공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앞으로 어떤 공간이 되기를 바라시나요?
진한 커피 향 속 옛것의 멋스러움과 편안함이 스며있는 공간. 누군가에게 영감을 줄 수 있고 오는 이들에게 별거 아닌 감동과 편안함을 줄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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