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RO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합니다.
‘지금 나오는 노래 완전 좋은데, 이건 다 누가 알고 선곡하는 거지?‘ 이런 생각, 해 보신 적 있나요?
요즘 ‘핫’하다는 거기! 감성 충만한 분위기에 흐르는 노래마저 힙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바로 거기!
이 음악을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도 넣고 싶은데, 주변 소음 때문에 검색에 실패하는 일이 다반사.
그렇다고 점원에게 물어보기는 조금 부끄러운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 – 한 달에 두 번, [핫플힙플]이 전하는 흥미로운 선곡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자료제공: 비스킷 사운드
HOT PLACE 레이지 오터
은평구의 한 모퉁이, 햇살이 들어오는 창가에 놓인 나무 테이블과 오래된 LP의 질감이 어우러진 곳. ‘레이지 오터(Lazy Otter)’는 이름처럼 게으른 수달처럼 느긋하게, 하지만 따뜻하게 하루를 품어주는 공간이다. 운영자 임수지는 “내 친구네 집” 같은 편안함을 꿈꾸며, 음악과 커피, 그리고 아날로그의 감성을 한 자리에 풀어놓았다. 집 한 켠을 차지하며 이삿짐의 무게가 되던 부모님의 LP는 시간이 지나며 그의 취향이 되었고, 이제는 집 밖으로 나와 많은 사람들이 함께 듣고 즐기는 음악이 되었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을 돌볼 수 있게 해주는 레이지 오터는 그 느긋하고 귀여운 이름 처럼 오늘도 “여유로운 하루 보내세요”라는 메시지를 건네며 손님들을 맞이한다.
INTERVIEW 레이지 오터

Q.안녕하세요 지니뮤직 구독자에게 인사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지니뮤직 구독자 여러분 저는 은평구에서 LP카페 레이지오터를 운영하고있는 레오지기 임수지입니다.
Q. 상호 레이지오터는 직역하면 '게으른 수달'이에요. 귀엽고 독특한 이름인데 어떤 뜻이 담겨있나요?
어렸을 때 제 별명이 임수달이었어요. 단순히 이름에 '수'가 들어간다는 이유만으로요. 덧붙여서 제가 좋게 말하면 느긋하고 나쁘게 말하면 게을러요. 그래서 게으른 수달. 레이지 오터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그렇게 지어 놓고 그 다음에 캐치프레이즈에 대해 생각했어요. 꿈보다 해몽이죠. 저희 가게 영수증에는 「여유로운 하루 보내세요」 라는 문장이 인쇄되고 있는데요. 현대를 살아내는 일은 너무 숨 가쁘잖아요. 적어도 저희 가게에 머무는 순간만큼은 어떤 형태로든 자신을 돌보며 숨 고르기 시간을 가지고 가셨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Q. 은평구에 이런 공간을 차리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살던 동네가 은평구여서 이곳에 차리게 되었어요. 살아보고, 이렇게 가게를 운영해 보면서 느낀 점은 은평구는 사람 냄새가 많이 나는 동네더라고요. 가끔 손님들께서 써 주시는 쪽지나 후기를 보면 이 동네에 이런 느낌(?)의 가게가 있어 좋다고 해주시는데, 그 말을 듣는 저 역시도 참 좋습니다. 은평구 최고.



Q. LP판이 굉장히 많습니다. 사장님 본인의 소장용과 부모님께 받은 판들이 구비되어 있는 것 같은데 맞나요? LP에 대해서 소개해주시고, 레이지오터를 차리게 된 계기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네 맞습니다. 사실은 늘 집의 벽 한 켠을 가득 채우고 있던 LP판이 지긋지긋했어요. 제가 중학생 때 경상남도에서 서울로 이사를 왔거든요. 서울로 이사를 오고 나서도 자리 잡기 전에는 전세집을 전전했기 때문에 2년마다 이사를 다녔는데 경상도에서 서울까지, 또 서울에서도 수차례 이사를 하면서 단 한 장 LP의 이탈도 허용하지 않는 부모님이 이해가 되지 않았고, 생활하면서도 '저거만 없으면 내 방이 더 넓을텐데' 하는 마음에 정말 인생의 짐이라고 생각하고 살았어요. 생각해보세요. 이사 견적도 더 나오고 그게 또 귀중품이니까 포장 이사를 하더라도 미리 포장해야지, 또 이사해서도 소중히 풀어서 진열해야지. 말도 못하게 번거로웠어요. 근데 환경이 무섭다고 제가 성인이 되어 스스로 돈벌이를 하기 시작하면서 정신차려보니까 월급 날이 다가올 때 쯤이면 ‘이번 달엔 무슨 앨범을 사지?’ 고민하는 사람이 되어 있더라고요. 그렇게 한 장, 두 장 모으기 시작하면서 제 짐도 불어났는데, 재밌는 건 부모님도 저도 집에서 그걸로 음악을 듣지는 않았어요. 그러니까 아깝잖아요 게다가 어느 순간 LP가 다시 유행하기 시작하더라고요. ‘집에서 그저 장식품 노릇을 하는 LP보고 흐뭇해 하지만 말고 세상 밖에 꺼내서 다같이 즐기자’는 마음으로 레이지오터를 차리게 되었습니다.


Q. 공간의 인테리어가 LP라는 아날로그 속성과 잘 어울리는 듯한데요. 우드 톤의 가구와 바닥, 창밖으로 비치는 햇살과 초록 나뭇잎, 엔틱한 의자와 나무로 된 계단까지. 누군가의 저택에 방문해 서재의 문을 열어 보는 것 같은 따뜻한 느낌이 인상적입니다.
우선 물어봐주신 질문 내용 자체가 제게는 엄청난 칭찬이라 너무 감사합니다. 딱히 레퍼런스가 있지는 않았고 '따뜻하고 조화로우나 단조롭지는 않게' 라는 마음으로 진행했습니다. 공사할 때 한 업체에서 한꺼번에 시공을 한게 아니라 한 번에 한 군데씩 바꿔나가면서 단계별로 공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뭐가 더 어울릴지 고민하는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었어요. 제일 먼저 계단을 바꾸고 계단 완성 후에 벽의 색을 바꾸고 테이블 하나 넣어보고 조명 하나 달아보고 이런 식으로요 그래서 말씀해주신 느낌을 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사장님은 언제 어떤 계기로 음악 애호가가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내 인생을 흔든 단 한 장의 앨범을 추천한다면 어떤 앨범일지도 이야기 듣고 싶어요.
돌이켜보면 어릴 때 부터 약간의 반골기질이 있었던 것 같아요. 만약에 어떤 노래가 유행을 한다. 그러면 그 노래를 듣지 않고 그 가수의 앨범 전체 혹은 가수의 전 곡을 들어보며 상대적으로 덜 유명하지만 제 귀에 좋은 노래를 찾아 듣는 일에 만족감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러려면 음악을 많이 들어야 하잖아요 그게 영향을 줬지 않나 싶어요. 내 인생을 흔든 단 한장의 앨범에 대해서는 이 노래일까 아니면 이 노래일까 하루종일 고민했는데, 내린 결론은 정말 음악은 인생의 책갈피라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인덱스 포스트 잇이라고 할게요. 그래서 도저히 하나를 못 꼽겠어요. 그때 그때의 희노애락에 따라 나를 건져 올리고 북돋아주고 즐겁게 해줬던 노래들이 너무 많아요. 근데 요즘 기준으로 하나 꼽으라 한다면 뻔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인생을 관통하는 노래가 아닌가 생각이 드는 이상은님의 ‘언젠가는'을 꼽겠습니다.
Q. 레이지오터에서는 다락방 음악회 같은 공연도 열리는 것 같은데 공연 소개도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어떤 기준으로 섭외하고, 프로그램을 짜고 어떤 공연이 열리는지요. 그리고 앞으로 기획된 공연이나 이벤트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저는 그저 음악을 좋아하며 소비하는 사람이고, 동생은 음악을 업으로 삼고 생산하는 사람이에요. 다락방이 동생의 작업실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기획하게 된 공연이었습니다. 저희집의 LP들이 세상 밖으로 나온 것처럼 동생이 열심히 만든 음악도 나올 세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사심이 들어간 공연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음향이라던지 진행이라던지 미흡한 점을 보완해서 동생과 같이 무대가 필요한 인디 음악 가수들을 우선적으로 섭외해서 공연을 진행하고 싶어요. 아직 한 번밖에 하지 않아서 시간이 조금 필요하지만 차후에는 은평구의 제비다방이 되고 싶습니다.



Q. 이곳을 더 잘 즐길 수 있는 꿀팁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오셔서 비스코티를 드신다면 꼭 크림을 추가해서 드셨으면 좋겠어요. 단단한 식감의 비스코티라는 쿠키를 크림에 푸욱 찍어서 드시는거 꽤 별미입니다. 크림은 며느리도 모르는 비법으로 제가 직접 배합해서 만드는 크림이에요. 그리고 들어오셔서 정면에 보이는 거울에 대고 반대편 창문이 보이게 사진을 찍으면 멋진 거울셀카를 가질 수 있습니다. 참, 레이지오터는 바닥에 보일러가 들어오기 때문에 겨울에 정말 포근하다는 것도 알려드리고 싶어요.

Q. 레이지오터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어떤 공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앞으로 어떤 공간이 되기를 바라시나요?
'내 친구네 집'이라고 정의하고 싶어요. 그냥 '친구네 집' 보다 '내 친구네 집' 하면 더 정감있잖아요. 큰 마음 먹고 들리는 번화가의 핫플레이스 카페가 아니라 그냥 오다가다 들려서 책도 읽고 음악도 듣고 뜨개질도 하고 여행계획도 짜고 수다도 떠는 그런 공간이요. 그렇게 시간이 쌓여서 와주시는 분들의 기억 속에 기분 좋은 추억이 가득한 장소로 남겨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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