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RO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합니다.
‘지금 나오는 노래 완전 좋은데, 이건 다 누가 알고 선곡하는 거지?‘ 이런 생각, 해 보신 적 있나요?
요즘 ‘핫’하다는 거기! 감성 충만한 분위기에 흐르는 노래마저 힙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바로 거기!
이 음악을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도 넣고 싶은데, 주변 소음 때문에 검색에 실패하는 일이 다반사.
그렇다고 점원에게 물어보기는 조금 부끄러운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 – 한 달에 두 번, [핫플힙플]이 전하는 흥미로운 선곡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자료제공: 비스킷 사운드
HOT PLACE 음악창고
카페와 편집숍, 팝업과 플래그십이 즐비한 핫플레이스의 성지 성수에서 최신의 유행과는 조금 다른 결을 유지하며 8년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음악 사랑방이 있어 소개해 본다. 직사각 구조에 소리를 중심으로 짜인 인테리어, 신청곡을 받아 아날로그 방식으로 턴테이블에 올리는 운영까지. 처음에는 연령대가 높은 손님들이 주를 이뤘지만, 지금은 20~30대 손님들도 자연스럽게 북적이는 LP 바 ‘음악창고’가 바로 그곳이다. 가요와 팝, 오래된 명곡들이 세대와 취향을 넘나들며 흐르고 테이블 위에 남겨진 낙서는 시간의 증거처럼 켜켜이 쌓여 있다.
INTERVIEW 음악창고

Q. 안녕하세요, 지니뮤직 구독자에게 인사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성수동에서 LP바를 8년 넘게 운영하고 있는 40대 초반 주인장입니다. 아마 전국 LP 바 사장님들 중에선 제가 가장 어린 편일 거예요.
음악과 소리를 좋아해서, 듣는 즐거움을 중심에 두고 공간을 만들어왔습니다.
반갑습니다.
Q. 처음 들어서는 순간 입구에 늘어선 너바나, 마이클 잭슨, 오아시스, 비틀즈의 앨범 커버가 반기고, 안으로 들어가면 마주하게 되는 벽면을 빼곡히 채운 LP판들이 마음을 풍요롭게 해줍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이곳은 천국 같은 곳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악창고는 일반적인 LP 바와 다르게 소리를 중심으로 공간을 설계한 곳입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방음과 직사각형의 구조를 기준으로 자리를 찾았고, 모든 인테리어도 중앙으로 소리가 정확히 모이도록 맞췄어요. 덕분에 이곳은 단순히 음악을 트는 곳이 아니라, 음악이 가장 잘 들리는 구조를 가진 공간입니다. 그리고 제대로 LP를 갖춰서 신청곡을 받고 아날로그 방식으로 직접 턴테이블에 올려주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Q. LP 바 하면 흔히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잖아요. 약간은 어두운 조명, 세월의 흔적을 머금은 LP 판들과 흘러 나오는 오래된 명곡들, 음악창고는 딱 그런 분위기에 ‘정겨움’을 더한 느낌이에요. 음악창고를 만들 때 어떤 공간을 꿈꾸며 만드셨는지 여쭤봅니다.
저는 처음 음악창고를 구상할 때부터 여기는 손님들이 단순히 추억만 남기는 공간이 아니라, 앞으로의 시간도 함께 나눌 수 있는, 마치 세월이 음악처럼 자연스럽게 흐르는 공간이 되길 바랐습니다.


Q. 성수가 이제는 모든 기업이 팝업을 열고 싶은 트렌드의 대명사가 되어버렸는데, 그 한가운데 이런 LP 바가 있다는 게 놀랍고 반가웠어요. 방문객들의 연령대도 다양하고, 성수의 다른 바와 비교했을 때 중장년층의 손님들도 꽤 보이는 편입니다. 성수에서 LP 바를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알려주시고, 성수 안에서도 차별화되는 음악창고만의 특별한 분위기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성수동이 지금처럼 핫해지기 전,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공존해 가는 그 분위기가 좋아서 이곳에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연령대가 높은 손님들이 주로 찾아주셨지만, 성수동이 핫해지고 나서 20~30대 젊은 손님들도 자주 오세요. 세대는 달라도 음악으로 자연스럽게 서로가 어우러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내가 좋아하던 과거와 현재의 조화가 이 공간 안에서 이어지고 있구나 싶어요. 그래서 더 애정이 가고, 지금까지 이 자리를 지켜온 시간이 참 보람되게 느껴집니다. 아마 음악창고의 특별한 분위기라 하면 이게 아닐까 싶습니다.



Q. LP가 굉장히 많습니다. 직접 모으신 것들인지, 몇 장 정도 되는지 궁금하고 어떤 장르가 많을지도 여쭤보고 싶어요. 사장님은 언제 어떤 계기로 음악 애호가가 되어 이렇게 음악 사랑방을 꾸리게 되셨을지도 궁금하고요.
음악창고에는 약 3,000장의 LP가 있습니다. 제가 직접 다 모은 건 아니고, 두 분께 통으로 구입한 컬렉션을 바탕으로 구성했어요. 가요와 팝송이 가장 많고, 그 외 장르도 다양하게 조금씩 갖추고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가요톱텐 같은 음악 방송을 즐겨 봤고, 남들이 잘 모르는 좋은 노래를 찾는 것에 큰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그러다 좋아하는 술과 음악이 함께하는 나만의 아지트를 만들고 싶었고, 그 마음이 음악창고의 시작이었습니다.

Q. 특별히 의도하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테이블에 낙서할 수 있는 게 방문객들에겐 꽤 신선하고 레트로하게 느껴지는 듯해요. 이렇게 자유롭게 낙서를 할 수 있도록 하신 이유가 궁금하고, 음악창고를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테이블의 낙서는 제가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손님 한 분이 적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쌓이더라고요. 아마 그 낙서들 속에서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음악창고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인생에서 특별했던 순간에 들었던 노래를 신청해 보세요. 첫사랑과의 추억 같은 곡이든, 어느 시절 나를 위로해 준 노래든, 그 음악이 이 공간에서 다시 흐르면 마치 과거로 짧은 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Q. 신청곡을 받고, 분위기를 읽고, 선곡을 하고… 이 모든 음악의 흐름을 어떻게 만들고 계시는지, 신청곡을 선정하거나 선곡을 하는 기준 같은 게 있으신지?
음악창고의 음악은 손님의 신청곡에서 시작됩니다. 웬만한 곡은 거의 다 틀어드리고, 그 신청곡을 통해 손님의 취향을 읽은 뒤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다음 곡으로 이어가죠. 예를 들어 누군가가 이글스의 'Hotel California'를 청하신다면, 다음 곡으로는 마마스 앤 파파스의 'California Dreamin’' 같은 흐름으로 이어지는 식입니다.


Q. JBL 4344 스피커와 테크닉스 턴테이블 등 장비들이 눈에 띕니다. 더 좋은 음악 감상을 위해 특별히 신경 쓴 세팅이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운영하는 것들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음악창고는 처음에 말씀드린 대로 공간의 소리와 흐름을 가장 먼저 생각한 곳입니다. 아무리 좋은 스피커와 장비를 써도, 그 소리를 제대로 담아줄 공간이 없다면 좋은 소리는 나올 수 없습니다. 음악창고는 그에 반해 소리에 최적화된 구조와 설계를 제대로 갖춘 LP 바 중에 정말 흔치 않은 공간입니다.

Q. 사장님이 바라보는 ‘좋은 바’란 어떤 곳인가요? 그리고 음악창고는 어떤 공간인가요?
음악창고는 그런 공간이었으면 했습니다. 시간이 머물고, 흐르고, 다시 돌아오는 곳. 손님과 함께 나이 들어가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공간, 이런 게 가장 이상적인 LP 바가 아닌가 싶네요.

Q. 음악창고에서 한 잔 마시고, 노래 몇 곡 듣고, 낙서 하나 남기고 돌아가는 손님들께선 저마다 느끼는 바가 다 다르겠지만 사장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사람들에게 음악창고는 어떤 공간이길 바라시는지요?
얼마 전에 이곳에서 수년간 데이트하던 커플이 음악창고에서 웨딩 촬영을 했습니다. 음악창고는 그런 공간입니다. 추억을 지나 지금을 함께하고, 앞으로도 함께할 수 있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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