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RO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합니다.
‘지금 나오는 노래 완전 좋은데, 이건 다 누가 알고 선곡하는 거지?‘ 이런 생각, 해 보신 적 있나요?
요즘 ‘핫’하다는 거기! 감성 충만한 분위기에 흐르는 노래마저 힙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바로 거기!
이 음악을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도 넣고 싶은데, 주변 소음 때문에 검색에 실패하는 일이 다반사.
그렇다고 점원에게 물어보기는 조금 부끄러운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 – 한 달에 두 번, [핫플힙플]이 전하는 흥미로운 선곡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자료제공: 비스킷 사운드
HOT PLACE 러브러브디럭스
러브러브디럭스. 누군가는 샤데이의 앨범을 떠올릴 테고, 누군가는 ‘여기 뭐 하는 곳이지?’ 하고 고개를 갸웃할지도 모른다. 빨간 간판이 강렬한 첫인상을 남기고, 귀여운 상호가 지나가는 발걸음을 붙잡는다. 겉은 키치하지만 막상 들어서면, 속은 정갈하다. 이자카야 특유의 어둡고 진중한 분위기 대신, 록도 힙합도 재즈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밝고 유쾌한 선술집. 하지만 음식과 서비스만큼은 결코 가볍지 않다. 누군가의 생일엔 미역국을 끓여주고, 록밴드 티셔츠를 입고 온 손님이 있으면 슬쩍 록 음악으로 분위기를 맞춘다. 오아시스가 재결합해 첫 공연을 여는 날이면, 하루 종일 오아시스 노래만 흘러나온다. 이런 섬세한 선곡의 변주야말로 러브러브디럭스의 매력이다. 이곳에 흐르는 음악과 사람들의 표정은 매일 조금씩 달라지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다녀간 이들 모두가 저마다의 따뜻하고 구체적인 기억 하나쯤은 품고 돌아간다는 것.

Q. 상호가 러브러브디럭스라니, 샤데이를 아는 이들에게는 미소를, 또 어떤 사람들에겐 궁금증을 자아내는 이름입니다.
안녕하세요. 러브러브디럭스를 운영 중인 장윤호, 권정수입니다.
가게 이름에는 직관적으로 우리 둘 다 담기길 원했어요. 전체적인 콘셉트는 이미 정해져 있었고, 일본어를 배제한 채 영어와 한글로 이름을 짓자는 생각이었죠.
이름을 고민하던 중, 정수가 가장 좋아하는 만화 ‘죠죠의 기묘한 모험’ 속 등장인물을 ChatGPT에 열거해 달라고까지 했고요. 그러다 눈에 띈 이름이 ‘러브러브디럭스’였는데, 평소 좋아하던 앨범명이기도 해서 ‘러브러브디럭스’로 이어졌습니다. 이후 주변에 물어보니 “이름이 착 감긴다”, “약간 야하다(?)”라는 반응이 있었어요. 그 느낌이 우리가 추구하는 서브컬처 감성과 잘 맞는다고 느꼈습니다. ‘러브’와 ‘디럭스’ 모두 긍정적인 단어니, 좋다 싶어 자연스럽게 지금의 이름으로 굳어졌습니다.

Q. 군자에서 가장 트렌디한 이자카야라는 입소문을 타고 있어요. 어떤 후기는 러브러브디럭스를 ‘군자의 축복’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더라고요. 공간을 처음 기획할 때 군자라는 동네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 그리고 군자와 어떤 시너지를 기대했는지 궁금합니다.
“가장 트렌디한 이자카야”, “군자의 축복”이라는 말은 저희에겐 정말 과분한 표현입니다. 사실 저희는 ‘이자카야’라는 단어조차 조심스럽게 사용하고 있어요. 군자엔 이미 훌륭한 정통 이자카야들이 여럿 있어서, 저희는 오히려 색다른 무언가를 시도해 보고 싶었죠. 군자는 5호선과 7호선이 만나는 교통의 요지예요. 성수로, 강남으로, 종로로 출근하는 사람들이 모두 거쳐 가는 곳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저희 또래 20~30대 자취 인구도 많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예전에 군자에 놀러 왔을 때, 이 동네 특유의 고즈넉함과 어딘가 힙한 감성, 그리고 작지만, 확실하게 느껴지는 문화의 힘이 좋았어요. 그래서 ‘이 동네엔 대중적이면서도 개성 있는 가게가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SNS를 보면 늘 ‘왜 우리 집 앞엔 이런 가게 없지?’라는 말이 많잖아요. 군자에는 그런 가게가 분명히 어울릴 거라 확신했고, 그 빈자리를 우리가 채워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Q. 시선을 단숨에 붙드는 빨간 간판, 아늑한 조명과 맞춤 가구로 디자인된 인테리어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기에 충분한데요, 공간을 꾸밀 때 어떤 무드를 의도 하였는지.
저희 둘 다 이전에 일하던 가게가 흔히 이자카야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분위기였어요. 그런 공간은 전체적으로 톤이 무겁고, 뭔가 진지해져야 할 것 같은 느낌이 강했죠. 그래서 저희는 반대로 밝고 가벼운 톤을 선택했어요. 컵라면을 내놔도 괜찮을 것 같고, 힙합을 틀어도 어색하지 않고, 록 음악도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그런 분위기요. 좀 더 캐주얼하고 장난스러운 무드로, 대신 음식과 서비스는 진지하게. 그런 반전 매력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간판은 무조건 잘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빨간색으로 제작했는데요. 덕분에 처음엔 성인용품점 같다, 피자집 같다(?)는 오해도 받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밖에서 볼 땐 화려한데 안에 들어오면 의외로 정갈하고 감각 있다’는 반응을 많이 듣고 있습니다. 저희가 의도한 ‘겉과 속이 다른 매력’이 손님들에게도 잘 전달되고 있다고 느낍니다.

Q. 러브러브디럭스는 뮤직 커뮤니티를 표방합니다. 디제잉 세션은 그 정체성에 부합하는 이벤트가 아닐까 싶은데요, 뮤직 커뮤니티로서의 러브러브디럭스에 대해 더 알고 싶어요.
가게 이름 후보 중 하나가 우리 세대의 추억이 담긴 ‘소리바다’였습니다. 소리바다의 부제가 ‘인터넷 뮤직 커뮤니티’였는데, ‘뮤직바’라는 단어는 저희에겐 어딘가 진지하고 무거운 느낌이 있었어요. 그래서 좀 더 가볍고 캐주얼하게, 음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뮤직 커뮤니티’를 표방하고 싶었습니다. 디제잉 세션은 누가 무대에 서느냐에 따라 같은 공간과 같은 장비임에도 완전히 다른 분위기가 연출되는 매력이 있어요. 디제이가 음악으로 공간을 지휘하는 순간이랄까요. 같은 러브러브디럭스인데도 디제이에 따라 전혀 다른 가게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이 문화적인 변화를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저희 가게에 손님으로 오셨다가 ‘언젠가 오픈 덱에서 디제이를 해보고 싶다’고 말씀하신 분이 계셨어요. 저희는 그게 진정한 뮤직 커뮤니티의 모습이라고 생각했고, 주저하지 않고 무대를 열어드렸습니다. 두 분 모두 무대를 마치고 정말 행복해하셨고, 자아실현을 이뤘다는 뿌듯함을 이야기해 주셨어요. 지금도 정기적으로 디제잉을 함께하며, 이제는 단순하게 손님과 사장이 아니라 ‘음악을 좋아하는 동료’로 이어지는 관계가 된 것 같아 무척 기쁩니다.

Q. ‘토마토 컵라면’, ‘생참치 김밥’, ‘구황작물 튀김’, ‘북해도 롤케이크’ 등 개성이 담긴 독특한 메뉴 구성이 인상적입니다. 참치 맛집으로도 사랑받는 러브러브디럭스만의 특별한 메뉴들을 소개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저희 둘 다 정말 좋은 사장님들과 주변 사람들을 만난 덕분에 이렇게 부족하지만, 가게를 운영하고 음식을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먼저 그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어요. 손님들께서 가장 많이 좋아해 주시는 메뉴는 ‘생참치김밥’, ‘가라아게’, ‘감자사라다’입니다. 시판 제품보다는 가능하면 직접 만들어, 홈메이드 같은 느낌을 주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단순한 컵라면이라도 저희만의 방식으로 터치해서 내는 이유는, 그 안에 담긴 최소한의 성의는 꼭 보여드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작지만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메뉴는 ‘생일자 미역국’이에요. 생일날 저희 가게를 찾아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그날이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으면 하는 마음에 간단하게나마 미역국을 끓여드립니다. 물론 “대기업에서 만든 인스턴트 제품”이라는 건 꼭 덧붙이지만요(웃음).

Q. 두 분 사장님은 어떻게 의기투합해서 지금의 러브러브디럭스를 운영하게 되셨어요? 그 시작이 궁금하고 두 분의 음악에 대한 사랑의 출발도 궁금합니다.
저희 둘은 대학교 동기이자 오래된 친구입니다. 성향은 꽤 달랐지만, 자연스럽게 음악으로 가까워졌고, 군 제대 후 정수가 붕어빵 장사를 해보자고 제안하면서 손님을 직접 마주하는 재미를 처음 알게 되었어요. 이후 현실에 타협해 각자 취업도 했지만, 3년쯤 지나고 나니 ‘과연 이게 내 길일까?’ 하는 막막함이 들더라고요. 그 무렵, 함께 붕어빵을 팔며 느꼈던 감정이 떠올랐고, 다시 의기투합하게 되었습니다. 각자 다른 업장에서 2년 동안 바닥부터 배우며 준비했고, 지금의 러브러브디럭스를 만들게 됐어요. 음악에 대한 사랑은 공통으로 ‘좋은 누나들’을 통해 시작된 것 같아요. 어릴 때는 누나가 듣는 음악이 왠지 더 멋있고 성숙해 보였고, 자연스럽게 그 감성에 빠지게 되었죠. 저희가 좀 더 본격적으로 음악 취향을 가지게 된 계기는
윤호 : 일본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내던 1년 동안 자연스럽게 시티팝과 AOR에 빠졌고, 그때 디제잉도 처음 접했어요.
정수 : 이전에 일했던 ‘프루’라는 가게에서 음악을 사랑하는 다양한 직원들과 사장님을 만나면서 취향이 한층 넓어졌어요.
지금의 러브러브디럭스에는 그때 우리가 받은 감정과 음악의 힘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습니다.
Q. 주로 어떤 스타일의 음악들을 플레이하는지, 선곡 기준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희는 특정 장르에 갇히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러브러브디럭스가 ‘이런 음악만 나오는 곳’으로 기억되기보다는, 어떤 음악이든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팔색조 같은 공간이었으면 하거든요. 날씨나 분위기에 따라 선곡이 달라지기도 해요. 비가 오는 날엔 ‘비’를 테마로 한 노래들을 틀고, 더운 여름엔 여름 노래들을 플레이하죠. 손님들 대화 분위기가 밝고 유쾌할 땐 그 세대가 좋아할 만한 음악을 고르고, 부모님과 함께 오신 손님이 계시면 그 세대에 맞는 음악을 틀어드리기도 해요. 티셔츠에 록밴드 프린팅이 보이면 록 음악을 틀어드리기도 하고, 어떤 아티스트의 중요한 공연이나 컴백이 있으면 그날은 그 아티스트 노래 위주로 플레이합니다. 예를 들어 오아시스가 재결합해서 첫 공연을 하면, 저희는 그날 하루 종일 오아시스를 틀죠(웃음). 또 사케 메뉴 중에 재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상품도 있는데, 그런 사케를 주문하시면 그에 어울리는 재즈 음악을 틀어드리기도 해요. 손님과 눈 마주치며 그들의 기분을 읽고, 음악으로 살짝 분위기를 더하는 게 저희가 가장 좋아하는 일 중 하나입니다.

Q. 러브러브디럭스만의 ‘음악과 공간의 조율법’은 무엇일까요? 선곡은 물론, 음향의 셋팅이나 구성도 중요할 것 같은데요.
사실 저희가 ‘뮤직바’라는 이름을 쉽게 붙이지 못한 이유 중 하나가, 장비가 엄청나게 대단하지는 않아서예요. 오디오 애호가분들이 오시면 코웃음을 칠 수 있는 구성이긴 하죠.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한 건 ‘기기’가 아니라 ‘분위기’였어요. 음악을 잘 모르는 손님들도, 그저 음식과 술을 즐기러 오신 분들도, 어느새 음악에 귀 기울이게 되고 다찌 자리에 앉고 싶어지는 분위기. 그게 저희가 만들고 싶었던 무드였어요. 물론 다찌석에 앉으면 스피커가 가까워서 볼륨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어요. 그래서 데시벨 측정기를 비치해서 자주 볼륨을 체크하고, 손님들이 편하게 음악과 대화를 모두 즐기실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습니다. 저희에게 중요한 건, 음악이 ‘주인공’이 아니라 ‘분위기를 완성해 주는 친구’로 함께 있다는 감각이에요.

Q. 마지막으로, 러브러브디럭스를 찾는 손님들에게 이 공간이 어떤 기억으로 남길 바라는지, 그리고 앞으로 더 만들어가고 싶은 러브러브디럭스만의 색깔이나 방향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저희는 손님들이 러브러브디럭스를 떠올릴 때, “아, 거기 미역국 주던 데!”, “그날 그 노래가 흘렀던 곳”, “디제잉을 직접 눈앞에서 볼 수 있었던 가게” 이런 따뜻하고 구체적인 기억 하나씩을 떠올리셨으면 좋겠어요. 꼭 엄청난 인상을 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냥 “좋았던 무언가 하나”가 남는 공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진짜 ‘군자의 뮤직 커뮤니티’로 뿌리내리는 게 목표예요. 예를 들어 여름이 끝나기 전, 이웃 가게인 모리스 샵(모타운 감성의 빈티지 숍) 사장님을 모셔 와 음감회를 열 계획이에요. 또 가을에는 그룹 디제잉 클래스를 기획 중이에요. 8주간 함께 디제잉을 배우고, 마지막에는 러브러브디럭스에서 직접 무대에 오르는 프로그램이죠. 디제이가 탄생하고, 또 누군가는 그 순간을 통해 자신의 새로운 가능성을 만나게 되길 바랍니다. 저희가 만들고 싶은 공간은, 음악이 흘러가고 누군가가 연결되며, 추억이 남는 곳이에요. 그런 러브러브디럭스의 색을 앞으로도 천천히, 그리고 단단하게 쌓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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