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RO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합니다.
‘지금 나오는 노래 완전 좋은데, 이건 다 누가 알고 선곡하는 거지?‘ 이런 생각, 해 보신 적 있나요?
요즘 ‘핫’하다는 거기! 감성 충만한 분위기에 흐르는 노래마저 힙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바로 거기!
이 음악을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도 넣고 싶은데, 주변 소음 때문에 검색에 실패하는 일이 다반사.
그렇다고 점원에게 물어보기는 조금 부끄러운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 – 한 달에 두 번, [핫플힙플]이 전하는 흥미로운 선곡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자료제공: 비스킷 사운드
HOT PLACE 실락원
홍대에 있는 로큰롤 뮤직바 실락원은 사장님의 록 음악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다. 이름은 언니네 이발관 ‘후일담’ 앨범의 수록곡에서 가져왔고, 먼 곳으로 떠난 친구를 떠올리며 들었던 그 시절의 음악이 이 공간의 출발점이 됐다. 평일엔 장르를 가리지 않지만, 토요일엔 록만, 일요일엔 80~90년대 가요와 올드 팝만 튼다. 선곡은 철저히 사장님의 취향에서 시작해, 신청곡이 들어오면 그 결에 맞춰 다음 곡을 잇는다. 아이돌 밴드 음악은 틀지 않지만 그것은 실락원만의 흐름을 만들기 위해서 인데, 실락원은 뻔히 예상되는 곡보다는 처음 듣는 노래에서 느끼는 설렘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사장님이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그렇게 고른 곡이 손님의 귀에 처음 닿아 표정이 변하는 때다. “자기가 음악 진짜 좋아한다! 싶으면 맘에 안 들 수가 없는 멋진 뮤직바”, “속이 빵 뚫리는 사운드”라는 후기가 이곳을 설명한다. 실락원은 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취향을 알아보고, 시원한 생맥주 한 잔에 친구가 되고, 때로는 로큰롤의 로망을 함께 나누는 아지트다.
INTERVIEW 실락원
안녕하세요. 홍대에 있는 로큰롤 뮤직바를 운영하는 김현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Q. ‘실락원’이라는 상호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록 음악과도 관련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언니네 이발관의 ‘후일담’ 앨범에 있는 곡 제목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아주 먼 곳으로 떠난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후일담 앨범을 많이 좋아했었습니다. 그 친구를 떠올리다 후일담 앨범을 많이 들었던 시기에 문득 실락원이라는 이름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상호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Q. 얼마 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 다녀온다고 SNS 게시물을 올리셨더라고요. 록을 사랑하는 지니뮤직 구독자분들이 궁금해하실 올해 펜타 후기, 짧게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가장 인상 깊었던 팀의 노래도 한 곡 추천해 주세요.
점점 더 무더워지고 있는 여름에 3일 내내 록 페스티벌을 간다는 것이 녹록지 않습니다. 그치만 젊을 때 사서 고생도 해보고, 땡볕 아래서 맥주 한 잔 하며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을 즐기며 록 페스티벌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낭만이 있기에 록 음악을 이제 막 입문하신 분들이나 록 페스티벌을 한 번도 가보시지 않으신 분들은 꼭 한번 가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이번 펜타포트는 토요일 헤드라이너인 ‘PULP’를 보기 위해 갔는데요, 47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이어져 온 밴드의 연륜과 헤드라이너의 품격이 느껴지는 90분이었습니다. 이번 펜타포트에서도 선보였던 곡인데 PULP의 SUNRISE라는 곡을 추천합니다.
Q. 실락원은 록 음악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한 곳이에요. 어떤 계기로 록 음악을 좋아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TV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의 ‘필승’ 뮤직비디오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인생 처음 들었던 록음악이 ‘필승’이었고, 서태지가 다음 해에 갑자기 은퇴를 하더니 2년 뒤에 미국에서 모습은 감춘 채 솔로 앨범을 발매했었는데 완전히 록으로만 구성된 앨범이었어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록 음악에 빠져버리고 되었습니다.
Q. ‘로큰롤 뮤직바’라고 해서 록 음악만 트는 건 아닌 것 같아요. 80~90년대 가요나 올드팝, 때로는 재즈도 선곡하시는 것 같던데요. 선곡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려요. 선곡의 기준이나 방법이 궁금합니다.
평일은 장르 구분 없이 선곡하고 토요일은 록 음악만, 일요일은 가요나 올드팝으로만 선곡하고 있습니다. 선곡의 기준은 사실 철저히 저의 취향이 큽니다. 그리고 재생되고 있는 곡과 결이 비슷하거나,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뻔한 곡보다는 신선한 신청곡을 우선으로 선곡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망케이트’라는, 손님들과 함께 만드는 인터뷰 콘텐츠가 인상 깊습니다. ‘실락원 중간고사’, ‘록 파티’ 같은 행사도 진행하셨던데요.
뮤직바라고 해서 단순히 술 마시고, 음악 듣고 하는 게 조금 진부하다고 느껴졌어요. 그래서 손님들의 취향을 알 수 있는 앙케이트 이벤트도 계속 진행 중이고, 록 마니아 분들에게 좀 더 실락원이라는 공간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록 파티를 진행했었는데 덕분에 단골 손님도 생기게 되었습니다. 브릿팝만 트는 록파티도 해보고,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 한국 인디 록 파티도 진행 했었는데 특정 장르의 팬들만 모이는 분위기가 재밌어서 앞으로도 종종 특정 장르의 록 파티를 진행해 보려고 합니다.

Q. 실락원을 더 잘 즐길 수 있는 팁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뻔하지 않은 곡을 신청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이 곡 제목이 뭐냐고 물어보시는 손님들을 보면 새로운 음악을 만난 손님의 표정에서 소소한 행복이 느껴지고, 저 역시 잘 모르는 곡인데 틀었다가 좋은 곡을 만나면 그 순간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더라고요. 새로운 음악을 만날 준비를 하고 뮤직바를 찾는다면 그보다 즐거운 순간이 있을까요. 평일은 특별한 장르 구분없이 선곡하고 있고 토요일은 록 음악만, 일요일은 8090 가요나 올드 팝만 선곡하고 있습니다. 실락원은 생맥주가 시원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생맥주를 술 중에 가장 좋아해서 뮤직바에 가면 무조건 생맥주를 시킵니다. 그리고 다른 가게에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미숫하이(미숫가루 하이볼)’를 어쩌다 만들게 되었었는데 실락원의 효자 메뉴입니다.
‘두유하이’도 술같지 않은 듯 마시고 나면 알딸딸해져서 미숫하이와 함께 대표 효자 메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락원을 자랑하자면, 제 가게를 제가 자랑한다는 것이 너무 어려운데 좀 허무하게 들리시겠지만 ’좋은 음악’이 있습니다. 당당하게 내세울 수 있는 건 음악 밖에 없습니다.
Q. 사장님이 록 페스티벌에 가는 것을 손님들이 다 함께 응원하는 가게라니 멋져요. 펜타포트 이전에는 아시안 팝 페스티벌에도 다녀오셨죠. 실락원은 서로의 록 음악 사랑을 응원해 주는 공간, 그런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록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워낙에 소수이다 보니 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취향이 비슷한 사람을 만났을 때 전우애 비슷한 걸 느껴요. 저도 손님들에게 그런 감정을 느끼고, 반대로 손님들도 저에게 그런 감정을 느끼시는 것 같고 그런 감정들이 모여서 실락원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신청곡 안내문도 인상적입니다. 동종업계 사장님들의 방침을 참고하신 뒤 실락원만의 방식으로 정리하신 것 같은데요.
뮤직바마다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서 특정 곡이나 장르가 아예 신청이 불가능한 곳들도 있습니다. 저도 제 가게 만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자신과 결이 맞는 뮤직바를 찾아가면 된다고 생각해요. 실락원에서는 아이돌 밴드 음악은 틀지 않겠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아이돌 밴드의 음악을 들으시는 분들의 취향에 대하여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다만 제 취향과는 거리가 있고, 제가 잘 모르는 분야이기도 해서 제가 자신 있고, 좋아하는 장르의 음악을 선곡하고 싶을 뿐입니다. 신청곡에 관련하여 유난스럽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리라 생각되지만, 실락원만의 분위기를 지키려는 제 나름의 노력이니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Q. 후기에 이런 글이 있더군요. “자기가 음악 진짜 좋아한다! 싶으면 맘에 안 들 수가 없는 멋진 뮤직바.” 뮤직바에 주어질 수 있는 최고의 찬사가 아닐까 싶은데요. 실락원이 사람들에게 어떤 공간이었으면 하시나요?
록 음악을 들으면서 술 마시고, 록 음악 좋아하는 친구를 사귀고 그런 것들이 젊은 날의 저에겐 로망이었는데, 아지트 혹은 별천지 같은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실락원을 만들게 되었어요.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 문득 여쭤보고 싶습니다. 사장님, 밴드 붐은 왔나요? 그리고 사장님에게 ‘록 음악’이란 무엇인가요?
록 붐은 모르겠지만 밴드 붐은 확실히 온 것 같아요. 나이가 어린 손님들이 오셔서 요즘 밴드 음악을 많이 신청하는 걸 보면 확실히 밴드 붐이 왔다는 걸 느낍니다. 몇 년 사이에 페스티벌을 찾는 관객도 확연하게 늘었어요.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밴드붐에서 록붐으로 이어져서 좀 더 록음악을 향유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합니다. 록은 저에게 이 시대 마지막 낭만 같아요. 록은 번거롭고, 고생스러운 것 투성이에요. 공연을 보기 위해 줄 서서 기다려야 하고 굿즈 사려고 또 줄 서고 공연도 서서 봐야 하고 온통 불편한 것 투성이인데, 록 음악, 록밴드 공연만큼 저에게 행복감을 주는 것은 없습니다.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그건 변하지 않을 것 같아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