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의 '디스커버리 모드'
[김도헌 기자]
▲ 스포티파이가 11월 2일 공식 뉴스룸을 통해 새로 공개한 '디스커버리 모드'는 개인화, 큐레이션을 아티스트와 회사에게 일부 일임한다는 데서 음악계 갑론을박을 불러왔다.
ⓒ Spotify
최근 음악계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스포티파이가 발표한 디스커버리 모드(Discovery Mode)다. 11월 2일 스포티파이가 공식 뉴스룸을 통해 공개한 이 시스템은 스포티파이의 가장 강력한 강점인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에 대한 인위적 조정을 포함하고 있기에 갑론을박이 뜨겁다.
디스커버리 모드는 스포티파이의 라디오 세션과 오토플레이 기능, 그러니까 '개인화된 세션'에만 우선 적용된다. 디스커버리 모드에 참여하는 아티스트들, 음악 회사들은 본인의 노래 추천, 우선 노출, 플레이리스트 채널 등을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이를 스포티파이가 알고리즘에 따라 개인화 추천으로 소비자들에게 제공한다. 자동화된 큐레이팅 시스템을 수동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추가 비용은 전혀 들지 않는다. 하지만 이 세션에 참여하여 스트리밍 되는 곡들은 일반적인 스트리밍 수익보다 적은 수익으로 집계된다. 스트리밍 1회당 1센트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가정하면, 디스커버리 모드에서 재생된 곡들 (라디오 세션, 오토플레이)의 경우 0.7센트의 수익만 집계되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는 0.03$에서 0.05$ 정도의 수익 감소가 있을 예정이라고 한다.
스포티파이는 뉴스룸을 통해 '월 160억 명의 새로운 뮤지션을 이용자에게 소개해왔으며, 스포티파이 사용자 1인당 평균적으로 3억 2천만 명 이상의 전혀 몰랐던 뮤지션을 새로 접하게 된다'며 그간의 개인화 추천 서비스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후 디스커버리 모드에 대해 "아티스트들 역시 알고리즘, 개인화 추천 선곡 과정에 발언권을 줘야 한다"는 설명을 덧붙이며, 개인화 플랫폼 조정 권리를 일부 양도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자칫 디스커버리 모드는 일반적인 곡 광고의 형태와 유사해질 위험을 내포한다. 이는 스포티파이 프리미엄 가입 기준에 명시되어있는 '광고 멈춤 없음' 조항을 어기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그래서 디스커버리 모드는 처음부터 스포티파이 모든 세션에 전면적으로 적용되지 않고 라디오와 오토플레이 세션에만 먼저 적용된다. 아티스트에게 강제되는 시스템도 아니다.
'디지털 시대 페이올라?'
▲ 그룹 포티셰드(Portishead)의 멤버 제프 바로우(Geoff Barrow)는 이번 스포티파이의 디스커버리 모드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언급하며 날선 비판을 가했다.
ⓒ Geoff Barrow 트위터 캡처
많은 이야기가 오가지만 대체로 음악계의 입장은 부정적이다. 포티셰드의 제프 바로우(Geoff Barrow)는 이번 디스커버리 모드 도입에 대해 스포티파이를 도널드 트럼프와 연결하여 비판하기도 했다.
10월 말 4000여 명 이상의 음악인들이 결성한 뮤지션 및 음악 관계자 조합(Union of Musicians and Allied Workers)은 "스포티파이에 정의를(Justice For Spotify)" 캠페인을 전개하며 스포티파이의 로열티 분배, 스트리밍 수익, 거대 레이블들의 관행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중 주목해야 할 단어가 바로 페이올라(Payola)다. 페이올라는 돈을 지불한다는 단어 'Pay'와 축음기 기기 이름 'Victrola'의 합성어다. 1950년대 로큰롤이 인기 장르로 부상할 때 DJ들이 레코드 회사들로부터 금품을 받고 음악을 틀어줬던 행태로부터 파생된 단어다. 당시 관행이 심각해지자 1959년에는 미국 하원에서 특별위원회를 열어 감사를 진행했을 정도로 대중음악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용어다.
시대를 막론하고 페이올라는 그 형태를 바꿔가며 존속해왔다. 뮤지션 및 음악 관계자 조합은 이번 스포티파이의 디스커버리 모드를 '현대화된 페이올라' 시스템일 수 있다며 비판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디스커버리 모드는 페이올라와 다르다.
대중음악의 역사 속 페이올라는 항상 돈 많은 거대 레이블과 정상급 아티스트들의 전유물이었다. 반대로 스포티파이의 디스커버리 모드는 그들의 설명처럼 '공평한' 서비스가 될 수 있다. 음반 회사, 저작권자, 뮤지션들이 성공의 가능성을 위해 재정적으로 어느 정도 희생하면 그만큼의 보상을 안겨주겠다는 취지인 덕이다. 거듭 강조하듯 스포티파이 자체에서 강요하는 서비스도 아니다.
유명하지 않은 인디 뮤지션의 경우 센스 있는 개인화 추천 및 리스트를 활용한다면 스포티파이의 강력한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타고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스트리밍 수입이 높지 않은 아티스트들, 어느 정도 커리어가 있는 아티스트들의 경우 달갑지 않은 서비스가 될 수도 있다. 개인이 원하지 않더라도 레이블 차원에서 수익을 증대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디스커버리 모드를 사용할 수도 있다.
자금난 시달리는 스포티파이의 타개책?
▲ 스포티파이의 디스커버리 모드는 개인화 서비스를 일부 양도하며 지속된 자금난을 타개하려는 여러 정책 중 하나라는 해석이 존재한다. 사진은 스포티파이의 위기를 다룬 포브스(Forbes) 기사.
ⓒ Forbes 캡처
스포티파이의 디스커버리 모드에 대해 대중에게 더 많은 아티스트를 소개하고 아티스트들에게 수익 결정권을 넘겨주겠다는 선한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음악 전문지 '피치포크'가 기사 '스포티파이의 디스커버리 모드는 정돈된 페이올라인가?'(Could Spotify's New Discovery Mode Be Considered Payola?)에서 주장한 것처럼 스포티파이의 핵심 목적은 스포티파이 자체 수익 증대일 가능성이 높다.
스포티파이는 위기가 아닌 적이 거의 없었다. 광고 매출은 2020년 내내 지속적인 하락세고 프리미엄 가입자의 수도 늘기는커녕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올 한 해 스포티파이가 아티스트들에게 지불하는 로열티 역시 줄어들었다. 이는 코로나 사태로 타격을 입은 뮤지션들이 조합을 결성하고 스포티파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배경이 되었다.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스포티파이는 팟캐스트 투자, 동영상 광고 등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디스커버리 모드가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스포티파이는 훌륭한 명분 아래 아티스트 지급 로열티를 효과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매년 적자를 기록하는 스포티파이의 입장에서 던지는 여러 가지 승부수 중 하나다. "아직까지 확장 생각은 없다"라고 이야기하지만, 성공적으로 정착한다면 홈 화면에서 디스커버리 모드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이 서비스의 존속 여부는 결국 음악인들, 레이블, 음반 업계가 이 서비스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려있다. 스포티파이가 종합 오디오 콘텐츠 채널, 소비자 중심의 생산 플랫폼을 지향하여 스트리밍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나 여전히 음악 회사들과 레이블들의 자본 권력에 의해 흑자 전환을 한 번도 이루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회사 권력이 변하지 않는다면 아티스트들과 소비자들을 얼마나 설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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