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듣는 대중음악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노래의 길이가 약 4분 내외라는 것이다. 음악의 길이가 이렇게 정해진 데는 ‘레코드판’의 발명이 큰 영향을 미쳤다.
노래를 듣기 위해 사용하는 검고 동그란 레코드판을 보면, 표면에 미세한 홈이 파여 있다. 이 홈을 ‘소리골’이라 부르는데, 음악 소리를 내는 핵심이다.
LP판의 표면을 확대한 전자현미경 사진. 음악 신호가 담겨있는 홈을 따라 축음기의 바늘이 움직이면서 음악을 재생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음악을 재생하는 ‘축음기’에 레코드판을 올리고 바늘을 얹으면, 레코드판이 돌면서 바늘이 소리골을 따라간다. 이때, 소리골이 파인 형태에 따라 바늘이 미세하게 진동하고, 이 신호를 확대하면 음악이 나온다.
레코드판은 1887년, 독일 출신의 미국 발명가 에밀 베를리너가 처음 만들었다. 초기의 레코드판을 ‘SP’라고 불렀는데, 단점이 많았다. 충격에 약해서 깨지기 쉬운 데다, 한 면에 4분 정도의 노래만 녹음할 수 있었다. 양면을 합치면 한 레코드판에 총 9분의 노래를 녹음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대량 생산이 가능한 덕에 널리 보급됐다.
그 후로도 SP의 약점을 보완한 레코드가 꾸준히 발명됐다. 그중에서 1948년 6월 21일에 ‘콜롬비아 레코즈’에서 나온 ‘LP’가 가장 성공적이었다. 음질이 훨씬 좋아졌을 뿐만 아니라 한 면에 22분이나 되는 음악을 담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1949년에는 콜롬비아 레코즈의 경쟁사인 ‘RCA 빅터’에서 독자적인 레코드를 만들었다. 이 레코드에는 여전히 한 면에 5분 정도의 음악만 담을 수 있었지만, 가격이 저렴해 가게에서 많이 팔렸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한 곡의 길이는 4분 정도로 굳어졌다.
시대가 지나면서 레코드판에서 CD, MP3, 스트리밍까지, 음악을 듣는 방법은 꾸준히 달라졌다. 하지만 초기 레코드판의 자취는 우리가 듣는 음악의 길이에 여전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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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과학동아 12호(6월 15일 발행) 왜 대중음악의 길이는 4분 정도일까? 레코드판 탄생하다!
[이창욱 기자 changwoo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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