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합니다!
‘지금 나오는 노래 완전 좋은데, 이건 다 누가 알고 선곡하는 거지?‘ 이런 생각, 해 보신 적 있나요?
요즘 ‘핫’하다는 거기! 감성 충만한 분위기에 흐르는 노래마저 힙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바로 거기!
이 음악을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도 넣고 싶은데, 주변 소음 때문에 검색에 실패하는 일이 다반사.
그렇다고 점원에게 물어보기는 조금 부끄러운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 – 한 달에 두 번, [핫플힙플]이 전하는 흥미로운 선곡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자료제공: 비스킷 사운드
HOT PLACE 모스레코즈앤 커피
오늘 소개할 핫플힙플은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카페를 겸한 작은 음반 가게 <모스레코즈앤커피>다. 처음 매장을 방문해 조용히 머무르며 적잖이 놀랐는데 이 작은 음반 가게는 베스트는 물론, 마니아층까지 두루 아우를 수 있는 알찬 구색을 갖추고 있었고 사장님은 음반에 대해 물어오는 손님들에게 풍부한 답변과 추천을 해주셨다.
80년대생인 필자의 어린 시절엔 동네마다 음반 가게가 있었고 자주 드나들며 사장님과 대화를 트기 시작하면 사장님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추천과 이야기를 들려줬었다(운 좋으면 받는 샘플 음반이나 사은품은 덤이었다). 이곳에 머무는 잠깐동안 그 시절 음반가게의 추억을 소환할 수 있었다. 오프라인 음반 가게의 미덕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 모스레코즈앤커피를 소개한다.
INTERVIEW <모스레코즈앤커피>
Q. 안녕하세요,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모스레코즈앤커피> 최정하입니다.
Q. <모스레코즈앤커피> 상호에 담긴 뜻이 궁금합니다.
Moss는 단어의 뜻 그대로 이끼입니다. 조금 축축한 동네 산책길, 하천변이나 산속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수많은 이끼들처럼 세상의 많은 음악. 그 음악들 사이에서 내 취향에 맞는 음악을 우연처럼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고 그렇게 벌인 일이 여기까지 왔네요(웃음).
Q. 이끼라는 단어를 굉장히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말씀하시는데요. 평소에도 이끼를 좋아하셨는지 문득 궁금합니다.
여행을 간다거나 어떤 장소에서 이끼를 발견하면 사진을 찍어 기록 해 두기도 해요. 컬렉션이 있을 정도니 이 정도면 많이 좋아한다고 할 수 있겠네요.
*사진설명: 사장님의 이끼 컬렉션 중
Q. 예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는지?
10년 가까이 여러 오프라인 음반 매장에서 일했습니다. 잠깐 음원을 취급하거나 음악 교육사업을 하는 회사에 다니기도 했지만 생각해보면 주로 음반 매장에서 손님을 만나왔어요.
Q. 피지컬에 대한 사장님의 마인드가 좀 남다른 것 같아요. 사장님과 제가 세대가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일을 시작하셨던 때가 음반이 사양산업으로 하락세를 걷고 있을 때고 지금 처럼 LP 열풍이 있던 시기도 아니거든요.
과거에서 나오지 못했다고 해야 할까요? 지금 보시는 판, 이게 마침 신보인데 2012년에 나온 에스페란자 스팔딩의 앨범이에요. 제가 이게 처음 나오자마자 너무 좋아서 CD를 샀었거든요. 오늘, 이 앨범을 LP로 받아봤는데 2012년에 내가 뭐 하고 있었고 어떤 데서 이걸 샀고 이걸 들으면서 뭘 했는지 기억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거예요. 12곡의 트랙 수와 음악들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아침에 한 번 LP를 돌렸는데 좋았던 때의 기억을 한꺼번에 가져다줬어요. 저한테 음반은 특히, 피지컬은 어떤 순간을 돌이킬 수 있게 하는 촉매 같은 거예요.
Q. 앞서 피지컬에 대한 남다른 마음에 대한 질문을 드렸는데 온라인숍이 아니라 대면해서 접객하는 숍에서 계속 일해오셨고 또 직접 차리셨잖아요. 계기가 있을까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조심스러우면서도 제가 예전 다른 매장에서 일할 적에 어떤 손님과 나눴던 대화가 떠오르곤 해요. 피지컬을 취급하는 오프라인 음반매장의 필요성과 그 의미에 대해 나눴던 대화인데요. 말미에 그 손님께서는 '그래도 이렇게 밖에 나와서 실물로 만지고 보고 하는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옛날 동네 음반 가게에서 사장님이 추천해준 앨범이나 처음 직접 보고 산 앨범이 지금까지 기억에 선명하다'라는 말씀을하셨었습니다. ‘본인이 평소에 즐겨 듣는 음악을 접하는 경험이 면 대 면으로 반드시 필요한 거라고 생각한다’는 말씀과 함께 말이죠. 그런 대화를 여러 손님과, 지인들과 오래도록 나눈 후 모스레코즈는 탄생했습니다.
Q. 이런 질문 어려우시겠지만, 사장님이 음악에 대해 큰 관심을 갖게 만들어준 앨범이나 아티스트에 대해서 여쭤볼게요.
맞습니다. 어렵고 어려운 질문이에요. 에디터님도 그렇지 않으세요? 저의 경우는 좋아하는 게 계속 도는 것 같아요. 게다가 저는 참 두루두루 다 좋아하는 편인데 그렇게 관심이 가서 그와 관련된 걸 검색하다가 오히려 그걸 더 좋아하게 되고 문어발식 감상을 하게 되고 체계도 없고…(웃음). 어려운 질문이지만 좀 판을 보면서 말씀을 드려볼게요.
첫 번째로 말씀드리고 싶은 앨범은 아트 블래키 더 재즈 메신저스 의 <Moanin>앨범 입니다. 그 중에서도 4번 트랙 Are You Rear?은 좀 충격이었어요.
이런 식으로 자유롭게 주고받는 음악은 처음이었거든요. 주제가 있고 그 안에서 뭐든 해도 된다는 식으로 열려 있는 연주를 하는데 ‘이런 것도 가능하구나, 이런 음악도 있구나’ 하고 놀랐어요. 그리고 이제 일렉트로닉 음악으로 넘어가는데요.
재즈에서 저를 일렉트로닉의 세계로 안내한 앨범은 에이펙스 트윈의 <Selected Ambient Works 85-92>입니다. 매시브 어택의 <Mezzanine>앨범도 그렇고요. 일단 묘하게 규칙적인데 괴상한 효과들이 잔뜩 들어 있는 게, 음악인데 음산하고 긴장감을 자아내 호기심을 자극했고요. 일렉트로닉 음악이 페스티벌에서 요란하게 춤추거나 어두운 지하 클럽에서 무리하게 차려 입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음악이구나. 장르 안에서도 여러 요소들이 있구나, 어떤 곡은 음악이라고 할 수 있는 걸까…? 싶은 곡들을 하나씩 만나면서 음악을 듣는 일이 더 재미있어졌어요.
그리고 이제 훌쩍 건너와서 2017년도쯤 될 텐데요. 제가 업계 종사자로 있으면서 대중 지향성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 준게 이 음반입니다. 늘 새로운 걸 찾고 있는 저에게 좋으면서도 많은 분들도 듣고 공감할 만한 음악이지 않을까 생각했던 앨범이죠. 개인적으로는 힘겨웠던 시점에 위로가 되어 준 앨범이기도 하고요.
The Big Moon <Walking Like We do>앨범도 소개하고 싶어요. 이 분들한테는 이게 일하는 건데 자기들끼리 연주하면서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그런 느낌이 보는 사람까지 기분 좋게 해줍니다.
에디터님도 잘 아시겠지만 음악, 나아가서 문화/예술 관련 산업 종사하시는 분들끼리는 항상 고민이 있잖아요. 자기가 하고 싶은 것과 삶을 유지하는 것 사이의 간극이나 그 사이를 잘 유지하는 방법 같은 거요. 이 분들 노래에는 항상 그런 종류의 삶에 대한 고민이 있어요. 거창한 서사가 아니라 일상에서 시작되는 작은 갈등이나 좌절 같은 이야기가 있는데, 그걸 노래하면서 ‘그래도 난 이게 좋다!’라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그걸 보다 보면 공연을 보는 사람이나 음악을 듣는 사람까지 기분 좋게 해줍니다.
Q. 판에 대해 문의하는 손님께 굉장히 자세하게 친절한 설명을 해주시는 게 인상적입니다. 사장님의 지식과 내공이 범상치 않은 듯한데요.
지식, 내공이라니 부끄럽습니다. 그런거라기 보다 오프라인숍의 미덕은 예상치도 않았는데 갑자기 사장님 추천으로 알게 된 어떤 음악으로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경험 같아요. 그래서 항상 디깅하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뭐든지 물어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웃음). 제가 아는 한 부담스럽지 않으실 정도로 밀착 큐레이션을 해드릴게요.
Q. 앞으로 <모스레코즈앤커피>는 어떤 공간이 되기를 바라시나요?
지금으로선 일단 자리를 잘 잡는 게 중요하겠고요. 꿈이 있다면 어떤 음반을 사러 가야 하는데 ‘왠지 여기엔 이게 있을 것 같아, 없으면 다른 비슷한 거 추천해달라고 할까?’ 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들를 수 있는 가게가 되고 싶어요. 물론 어떤 음반을 사러 가야 하는데 생각나는 서울 시내의 음반가게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숍이 되었으면 좋겠고요. 물론 이 생각을 이어 나가려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것을 압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경제 상황은 좋지 않고, 당분간 이 어려운 시기가 나아지리라는 전망은 하기가 어렵다더군요. 그래서 올 한 해 모스는 여러 일들을 시도해 보려고 해요. 온라인 스토어 오픈을 준비중이고, 계절이 따뜻해지면 새로운 메뉴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별로 특별해 보이지 않는 이런 작은 시도라도 꾸준히 줄기차게 해 나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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