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합니다!
'지금 나오는 노래 완전 좋은데, 이건 다 누가 알고 선곡하는 거지?' 이런 생각, 해 보신 적 있나요?
요즘 '핫'하다는 거기! 감성 충만한 분위기에 흐르는 노래마저 힙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바로 거기!
이 음악을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도 넣고 싶은데, 주변 소음 때문에 검색에 실패하는 일이 다반사.
그렇다고 점원에게 물어보기는 조금 부끄러운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 - 한 달에 두 번, [핫플힙플]이 전하는 흥미로운 선곡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인터뷰: 비스킷 사운드
사진: 오현용
HOT PLACE <웬디스 보틀>
연남동의 메인스트리트에서도 한참이나 떨어진 작은 골목에 동굴같이 숨어 있는 와인 편집숍 <웬디스 보틀>. 이곳은 와인 바 '웬디앤브레드'를 운영하며 동시에 와인 보틀 숍 <웬디스 보틀>을 운영하고 있는 서진영 대표 부부의 와인 판매점이다. 대형 와인 숍에서 쉽게 구할 수 없거나 소량만 입고되는 특색 있는 와인들과 내추럴 와인, 로제 와인들을 다양하게 구비한 편집숍으로 유명한 <웬디스 보틀>은 와인을 좋아하는 서진영 대표의 안목과 취향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곳이다. 특히, 햇살이 내리쬐는 이태리에서의 아름다운 한때를 떠올리게 하는 몽환적인 음악과 프랑스 시골 마을의 와인 창고를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는 이곳을 한층 매력적으로 만들어 주는 요소다. 사람들과 좋아하는 와인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기쁨으로 <웬디스 보틀>을 운영해오고 있는 서진영 대표를 만나 공간과 음악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INTERVIEW 서진영 대표님
#1. 프랑스 시골 마을 와인 창고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와인 편집숍 <웬디스 보틀>
Q.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웬디스 보틀>을 운영하고 있는 서진영입니다.
Q. 운영한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작년 8월에 오픈을 했으니 약 6개월 정도 되었네요.
Q. 워낙 소문을 많이 들어서 반년밖에 안되었다고 생각을 못 했어요. 빠른 기간에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게 된 공간이네요.
<웬디스 보틀> 말고도 '웬디앤브레드'라는 와인 바를 3년째 운영해 오고 있어요. 와인 바에 오시던 손님들이 <웬디스 보틀>로 넘어오기도 했죠.
Q. 와인을 원래부터 좋아하셨나요?
좋아해서 시작한 건 아니고 와인 바를 하고 싶다고 마음먹으면서 좋아하게 된 경우라고 할 수 있어요. 파리 여행을 갔는데 그때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점심에 와인 마실 장소가 거의 없었거든요. 그런데 파리에서는 노천카페에서 점심에도 와인을 한 잔씩 가볍게 마시더라고요. 우리나라에도 낮에 와인을 편하게 마실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와인 바를 시작했어요. 지금은 카페에서도 와인을 파는데, 제가 와인 바를 시작할 때만 해도 별로 없었거든요. 그렇게 조금씩 알아가면서 와인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죠.
Q. <웬디스 보틀>은 와인 편집숍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로제 와인 맛집'이자 '특색 있는 내추럴 와인 숍'이라는 명성이 단기간에 자리 잡은 듯해요. 저도 몇몇 지인들의 추천을 받고 선물용 내추럴 와인을 사러 온 적이 있어요.
레드 와인은 부담스러워하는 분들도 있고 타닌 (Tannin)에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데 로제 (Rose Wine)는 가볍게, 부담스럽지 않게 즐기시더라고요. 그 향기가 좋아 로제만 즐겨 찾으시는 분들도 있죠.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먹다 보니 너무 좋더라고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제가 운영하는 와인 바가 낮에도 와인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보니, 로제는 부담 없이 마시기 더 좋죠. 그래서 저희 와인 바는 '낮', '공간', '로제 와인'이라는 특히 여성분들이 선호하는 것들의 조화가 잘 맞아떨어져 더 사랑받는 것 같아요.
Q. 내추럴 와인은 어떤 와인인가요?
일반적으로 우리가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와인은 산화를 방지하는 방부제 같은 역할의 '이산화황'이라는 게 들어가요. 그런데 이 내추럴 와인은 산화방지제를 소량만 첨가하거나 전혀 넣지 않아요. 그래서 내추럴 와인은 김치가 익을 때 여러 가지 맛을 내면서 자연 발효되는 것처럼 그렇게 발효됩니다. 그러면서 맛이 달라지는데, 동치미 같은 맛이 나기도 해요. 저도 내추럴 와인이 처음부터 입에 맞았던 건 아니에요.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내추럴 와인을 잘 몰랐기 때문에 취향도 없었고 잘못 골라서 입에 맞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이제는 맛을 알게 되니 제 취향에 맞는 그런 내추럴 와인들을 선택하게 되고 잘 맞는 것들을 접하며 좋아하게 되었어요. 그 동치미 같은 맛 때문에 한국 음식과 잘 어울리기도 해요. 이제는 사람들이 내추럴 와인에 빠지는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손님들에게 이런 저의 경험도 같이 얘기해드리면서 내추럴 와인에 대해서 설명해 드리면 공감하고 좋아해 주세요.
#2. 사장님의 취향으로 엄선된 다양한 와인이 한가득
Q. <웬디스 보틀>을 한마디로 표현해 주신다면요?
<웬디스 보틀>은 제 취향으로 셀렉된, 제가 좋게 느끼고 추천해드리고 싶은 다양한 와인들이 모여 있는 편집숍이에요. 와인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분들도 편하게 들러 이 안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공간이에요.
Q. 엔티크하면서도 묘한 느낌의 인테리어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어떤 콘셉트인지, 직접 인테리어에 관여하셨는지 궁금해요.
인테리어는 직접 했고, 프랑스 작은 시골 마을에 있는 와인 가게, 창고 같은 느낌을 지향했어요. 보틀숍을 할 공간을 찾고 있다가 여기를 보고 너무 마음에 들어서 이곳에서 하게 되었죠. 와인이 지상에 있으면서 해를 많이 받는 건 안 좋으니까 살짝 밑으로 들어와 있는 이런 공간을 선택하게 된 건데요. 이 동굴 같은 느낌이 좋더라고요. 사실 진짜 동굴 형태로 인테리어를 하고 싶긴 했어요 (웃음).
Q. 와인 진열대 맞은편 테이블에 놓인 이 엔티크 와인잔들도 공간과 어울리면서도 매력을 발산합니다. 숍인숍 (shop in shop) 형태로 운영하고 있으시다고요.
네, '크렘므 오브제'라는 엔티크 숍과 함께하고 있죠. 사실, 바를 운영하면서 손님들이 와인 잔에 대해 많이 물어봤었어요. 그런데 와인이란 게 음식과의 페어링이 중요한 만큼, 바를 운영하는 동안은 음식과 와인에 집중하느라 그릇과 잔까지 디테일하게 신경을 쓰진 못했어요. 그게 아쉬웠는데 보틀숍을 오픈할 즈음에 친한 동생이 빈티지 소품 숍을 마침 준비하고 있어서 같이 하게 되었죠. 특히, 와인을 사 가면서 와인 잔이 없는 분들이 많은데 여러 면에서 시너지를 내고 있어요.
#3. 아름다운 햇살이 내리쬐는 이태리의 한여름 밤을 연상케 만드는 음악들
Q. 분위기를 완성하는 음악에 대한 얘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적당히 살랑이는 몽환적인 음악이 공간의 분위기를 더 신비롭게 만드는 느낌이에요. 선곡은 어떻게 하세요? 직접 하시나요?
사실 제가 '음알못'이에요. 완전요 (웃음). 그런데 와인 바는 음악이 정말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와인 바를 오픈하기 전에 음악에 대해서 잘 아시는 분들께 음악 추천을 받았었어요. 그걸 하나하나 들어보면서 제가 생각하는 저희 와인 바에 어울리는 음악들을 플레이리스트에 추려 넣었죠. 그래서 처음엔 저희 와인 바에서 듣는 음악이 딱 정해져 있었어요. 한 바퀴가 금방 돌았죠. 손님들은 한번 오시니 괜찮겠지만 전 물리더라고요 (웃음). 그 리스트를 기반으로 길을 지나면서 어울릴 만한 것을 들으면 생각해 놨다가 리스트에 추가하고, 영화 보고 좋았던 음악을 하나씩 넣으면서 와인 바에서부터 지금 <웬디스 보틀>까지 음악 리스트가 완성된 거예요.
Q. 일반적인 와인 바에서 듣는 음악보다는 약간 몽환적이면서도 화사해요. 음악과 전체적인 공간의 분위기가 어쩐지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속 햇살이 내리쬐는 이태리 별장의 아름다운 모습을 연상케 하는 느낌이랄까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OST를 자주 틀기도 하고 전체적인 분위기나 느낌도 영화의 느낌을 지향하기도 했죠. 말씀드린 것처럼 저희 와인 바와 보틀 숍은 밤에 오는 손님들만을 위한 곳은 아니거든요. 햇살이 들이치는 곳이죠.
Q. <웬디스 보틀>의 플레이 리스트 중 대표님이 가장 좋아하는 음악은 어떤 걸지 궁금해요.
클래식을 잘 알지 못해도 프랑스 연주자 '알렉상드르 타로 (Alexandre Tharaud)'가 연주한 바흐 음악만큼은 너무 좋아요. 같은 바흐라도 타로의 연주는 느낌이 조금 다른 것 같아요. 타로의 바흐가 저에게는 어렵지 않고 경쾌하게 와닿아요. 그리고 '서프 안 스티븐스 (Sufjan Stevens)'도 참 좋아해요.
알렉상드르 타로 [Bach: Concertos italiens]
Q. 곧 설인데 가족들과 함께 즐기기 좋을 와인을 설명해 주신다면?
내추럴 와인은 발효되면서 나는 특유의 맛 때문에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는 낯설 수 있어요. 설 같은 명절에는 부모님도 함께하시니 가장 거부감 없으면서도 맛있게 드실 수 있는 피노누아, '본 라몽 떼 루즈'를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내추럴 펫낫'은 전과 같은 기름진 음식과 잘 어울려요. 내추럴 와인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도 괜찮게 드실 수 있는 와인입니다.
Q. 최애인 알렉상드르 타로의 바흐 음악과 페어링 하고 싶은 와인은?
'지오반니 끼아레또'요. 뭔가 클래식한 거 같으면서도 발랄한 느낌의 로제 와인인데 제가 생각하는 타로의 연주가 딱 그런 느낌이에요. 저는 '음알못'이라서 클래식은 어렵고 무겁게 느꼈는데 타로의 연주는 클래식을 조금 더 현대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줬어요. 이 와인이 제게는 그렇게 와닿아요.
Q. <웬디스 보틀>이 애정하는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 어울리는 와인을 꼽으라면 어떤 걸 꼽으시겠어요?
'일레븐 미닛' 이라는 이태리 로제 와인인데요. 영화 속 화이트 와인이 나오는 장면에 화이트 와인 대신에 채워져 있으면 좋을 와인을 생각해 봤어요.
Q. 말씀하신 와인들 전부 집에 데려가고 싶네요. <웬디스 보틀>에서 앞으로 계획하신 것들이 있다면요?
서서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시음회를 생각했었어요.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해보고 싶어요.
Q. <웬디스 보틀>은 앞으로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는지?
다른 곳에서 구하기 힘든 와인들 소개해드리고 싶고요. 안 사고 구경만 해도 사장님이 눈치 안 주는, 언제든 부담 없이 들릴 수 있는 곳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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