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 제주에서 온 편지 [제주에 가면 Vol.1' (The Letter From Island)] - 매거진

INTRO 짙은, 재주소년, 섬의 편지, 베이그블러썸 [제주에 가면 Vol.1 (The Letter From Island)]

'제주'라는 지역, 공간이 주는 느낌은 한 단어로 쉽게 정의 내릴 수는 없지만 '어떤 특별함'이 있습니다. 섬에서 태어나고 자란 제가 느끼는 제주와 여러분들 개인이 느끼는 제주는 분명 다르게 다가오겠죠. 그래도 우리가 제주를 사랑하는 이유는 바로 그 '어떤 특별함'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주의 오름을 걷다, 서귀포 밤 하늘의 별을 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범 섬 앞 잔디밭에 앉아 이야기를 나눌 때도 좋겠네요.

아니면 홀로 월정리 바다를 걷거나 평대리 마을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때, 한담해변 벤치에 앉아 저 멀리 수평선을 바라볼 때, 이 앨범이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을 거 같습니다.

그런 생각으로 앨범을 기획하고 만들었습니다.

여러분들만의 제주를 느끼시며 그 여름, 섬에서 온 편지를 잘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함께 참여해 주신 뮤지션 '짙은', '재주소년', '베이그블러썸' 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 2021년 여름, 범 섬 앞 작업실에서 섬의 편지

ALBUM [제주에 가면 Vol.1 (The Letter From Island)]

STORY#1 [제주에 가면 Vol.1 (The Letter From Island)] 작업기

#1. 재주소년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현대시조 작가 우은진의 노랫말과 최근 데뷔앨범 [코스모스]를 발표한 신인 뮤지션 전호권의 곡이 만나는 과정을 바로 곁에서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

제주의 밤하늘 아래서 느꼈던 바로 그 느낌을 이 곡에서도 느꼈고 '이거다' 싶은 마음에 이 곡을 부르고 정리하면서 프로젝트에 숟가락을 얹었다.

#2. 베이그블러썸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 그 안에서 마주치는 숲, 바다, 그리고 구름들. 어느 곳에서 마주해도 늘 한결같은 모습을 주는 제주 모습을 담고자 했던 과정이었습니다. 숲길에서 만나는 새들의 소리, 그리고 흘러가는 구름들, 그리고 마주한 바다. 쑥스럽게 얼굴을 내민 구름과 노을이 짙은 여름밤의 바다는 우리를 숙연하게 하는 마법이 숨 쉬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 다시 와도 늘 그립습니다. 언제나 너그럽게 반겨주는 바다의 모습, 그 모습을 우리는 언제나 사랑하게 되는지도 모릅니다. 그 바다….

#3. 짙은

월정리는 혼자로는 처음 왔던 제주에서 그 풍경에 사로잡힌 곳 중에 하나였다. 그 후에도 1년에 2, 3번씩은 들렀으나 그 변화의 속도를 내가 따라잡기 힘들 정도였다. 물론 처음의 느낌에서 노래의 원형이 떠오르고 시작되었지만 갈 때마다 달라지는 모습에서 음악은 새롭게 변화하고 채색되어졌다. 아직도 제주 월정리는 미완성이고 (완성이 있지 않을 듯하지만) 이 노래도 이번 이 기회가 없었더라면 계속 변화하고 끝맺어지지 않았을 것 같다. 덕분에 이 노래도 완결시키고 월정리에 대한 미묘한 마음도 이제 철 지난 옷처럼 접어서 옷장에 넣을 수 있을 것 같다.

앨범에 싣기 위해서 가사를 쓰고 브릿지 부분들을 만들고 편곡을 하는 이번 작업 중에 일부러라도 월정리를 들르지 않았다. 작품이 어느 정도 자체적인 생명력을 가지기 시작하고 청년으로 성장하기 시작하면 그 원형이나 영감 자체는 수면에 가라앉는 태양처럼 그 빛이 사라지고 퇴장하는 듯하다. 물론 그가 사라진 건 아니고 내가 멀어지는 것이지만. 제주의 다른 측면들 특히 중산간 지역의 불타버린 마을들과 강정의 해군기지 등을 다니면서 이번 노래를 완성시켰다. 약간의 슬픈 기운이 남아있다면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