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합니다!
'지금 나오는 노래 완전 좋은데, 이건 다 누가 알고 선곡하는 거지?' 이런 생각, 해 보신 적 있나요?
요즘 '핫'하다는 거기! 감성 충만한 분위기에 흐르는 노래마저 힙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바로 거기!
이 음악을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도 넣고 싶은데, 주변 소음 때문에 검색에 실패하는 일이 다반사.
그렇다고 점원에게 물어보기는 조금 부끄러운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 - 한 달에 두 번, [핫플힙플]이 전하는 흥미로운 선곡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자료제공: 비스킷 사운드
HOT PLACE 피망과토마토
홍대 일대에서 공연기획을 하는 지인이 음악도 좋고 술 맛도 좋은 공간으로 추천한 <피망과토마토>. 필자는 이름만 들어서 피자를 떠올렸다. 도대체 어떤 곳일까? SNS 프로필엔 고양이 사진이, 그리고 간단한 한 줄 설명이 적혀 있다. '신촌 피망과토마토 망가 Bar' 망가Bar 라니! 만화를 보면서 술을 마시게 해준다는 것인가? 근데 저 고양이는 뭐지? 호기심이 동했다. 궁금증을 참을 수 없어 한달음에 찾아가 봤다.
'어쩌다 인수한 만화 카페가 망해서 그걸 개조해 차린 bar'라는 사장님의 설명은 너무 겸손했다. 바(Bar)로 운영하기 위해 상당수의 책을 숨겼다고 하지만 진열된 책들도 꽤나 많고 그래픽 노블까지 있어서 굳이 읽지 않아도 구경하는 즐거움이 쏠쏠했다. 뿐만 아니라 입구를 열자마자 상쾌하고 밝은 이상은의 '담다디'가 흘러나와 흥을 고조 시켰고, 맥주를 한 병 다 들이키고 나니 귓가를 스치는 남궁옥분의 목소리가 마음을 달뜨게 했다. 그런데 그때, 어떤 귀여운 생명체가 내 테이블을 자기 것인 마냥 오가며 애교를 부리는 것이 아닌가! 취기를 떨치기 위해 눈을 비비고 곳곳을 보니 고양이가 세 마리다(원래는 네 마리). 아 도대체 여긴 어떤 곳일까? 경험해 보니 더욱 알 수 없고 이상한데 너무 매력적인 곳! <피망과토마토>다.
INTERVIEW 황순욱 대표
#1. 만화 카페를 개조해 만든 망가 Bar, 신촌 <피망과토마토>
Q. 취재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기 소개를 부탁 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황순욱 입니다.
Q. 어쩌다 이걸 차리게 된 건가요?
이걸 제가 차린 건 아니에요. 원래 있던 만화 카페를 제가 인수한 건데요. 만화카페 놀러 왔다가 사장님이 내놨다고 해서 갑자기 인수하고 생각이 없이 시작을 하게 되었어요. 원래 만화를 좋아했고 만화를 전공하기도 했거든요. 만화 카페는 한 5년정도 운영을 했고 이렇게 Bar 형태로 바꾸어서 운영한지는 2년정도 되었어요.
Q. 이름을 <피망과토마토>로 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지은 이름은 아니고요. 인수하기 전 만화 카페 이름인데 그냥 쓰고 있어요. 바꾸고 싶은데 만화 카페를 할 때는 바꿀 이유가 없었고 지금은 뭔가로 바꾸고 싶은데 잘 모르겠어요. '피망과토마토'가 지금의 공간과 어울리는 이름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제 스타일도 아닌데, 이 이름을 알고 계시는 분들도 많고, 바꾸면 복잡하게 또 해야 할 일이 있기도 하고 그래서 지금은 이렇게 쓰고 있어요.
Q. Bar 형태로 변경해서 운영을 하게 된 이유는 뭘까요?
원래 술도 좋아해서 만화 카페를 할 때도 만화를 읽으면서 술을 마실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만화 카페를 운영해보니 그게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만화도 술도 둘 다 좋아하니까, 놓기 싫어서 조금씩 붙잡고 하다 보니, 이렇게 하게 되었네요.
Q. 그렇다면 이곳을 찾아오시는 분들에게 지금의 <피망과토마토>를 설명한다면 한마디로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요?
만화카페 망해서 개조한 수입맥주전문 바(Bar)?
Q. 그건 조금 슬프고 겸손한 설명 아닐까요. (웃음) '만화를 즐기며 주인장이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수입 맥주를 마실 수 있는 <피망과토마토>. 하지만 현재는 본격 만화 바(Bar)로 운영되진 않으며 이전 만화카페를 그대로 둔 채 있는 것들을 즐길 수 있게 되어 있다.' 이 정도로 설명이 될까요?
만화는 이제 인테리어죠(웃음).
Q. 이렇게 벽 한 면이 책으로 둘러 쌓여 있어서 쭉 훑어 보는 것만으로 즐거운걸요. 와서 책 보는 분들고 있고요. 그건 그렇고, 술 종류가 굉장히 다양해요. <피망과토마토>를 찾는 분들은 술 때문에 오나요? 만화책 때문에 오나요?
원래 만화카페라는 게 계속 책을 새롭게 들여놔야 하는 거라서 만화카페를 할 때는 계속 사들였어요. 그런데 바(Bar)형태로 바꾸고 나서 일부러 진열을 안 해놓고 있어요. 그리고 그 이후에는 책을 안 사기도 하고요. 지금 보이는 저 책장 뒤에 또 책장 몇 단씩 더 있어요. 공간 활용을 좀 못하는 건 아쉽지만 이미 사들인 만화책들은 제가 소장하면 되는 거니까 크게 아쉽지는 않아요. 이제는 책방은 아니지만 책 읽으러 오시는 분들이 아직 많이 계시고 맥주 종류가 많다고 해도 그런 맥주들을 즐기는 분들의 수가 절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맥주 마시러'라기 보다 분위기로 오시는 것 같아요.
Q. 카세트 테이프도 많이 있어요. 얼마나 가지고 있나요?
제가 음악을 좋아해서 예전부터 많이 들었어요. 한 400-500장 정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처음부터 다 저의 것은 아니었고, 버릴 거 저 준 경우도 많아요. 그런 것들 가지고 있다 보니 이 정도 되었네요. 카세트 테이프는 막상 틀어보니 느낌, 질감이 좋더라고요.
#2. '남궁옥분'부터 '우주소녀'까지, 기준은 없지만 <피망과토마토>스럽게!
Q. 본격적으로 바(Bar) 형태로 바꾸면서 가장 신경 쓰고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요?
누구나 나만의 아지트 같은 공간을 꿈꾸잖아요? 약간 특이하고 편안한 곳을 만들고 싶었어요. 프랜차이즈 아니고 북적거리지 않으면서도 오면은 편하고 그런 곳을 생각했던 것 같은데 돌이켜 보면 좀 아무 생각 없이 시작했던 것 같아요. 아지트 라는 건 남들한테 알리고 싶지 않은 곳이잖아요. 그러면 잘되기 힘든 것 같아요. 저는 그건 몰랐거든요. 사실, 아지트를 꿈꾸며 공간을 시작하는 분들이 저처럼 별 생각 없이 '얼마 정도만 팔리면 되겠지' 하고 생각 하고 아지트 같은 공간을 여는 것 같아요. 그런데 막상 경험해보니 그런 아지트 같은 특성으로는 운영이 힘든 것이 현실이라서 저도 계속 고민하고 바꿔보고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아주 조심스럽게 조금씩 바꿔요. 또 너무 급격한 변화는 지금의 공간을 즐기시는 분들이 불편하실 수도 있으니까요.
Q. 사실 어떤 공연 기획자께서 여기가 '음악 맛집'이라고 추천해주셔서 방문했거든요. 선곡은 평상시에 직접 하세요? 누가 하세요?
제가 직접하고 있어요. 신청 곡은 받지 않고 있습니다(웃음).
Q. 이곳이 음악을 신청하는 바(Bar)는 아니잖아요?
네. 이곳이 그런 곳은 아니지만 간혹 신청하시는 분이 있는데 정중히 말씀 드려요. 왜냐면 앞 뒤로 나오는 음악의 분위기가 있고 그걸 즐기고 있는 다른 분들이 있는데 그 중간에 좀 다른 음악이 들어오면 그걸 듣고 있던 분들의 분위기를 깰 수도 있고요.
Q. 입구를 들어오는데 이상은의 '담다디'가 나오고 맥주를 한 병 마시니 남궁옥분의 '사랑사랑 누가 말했나 말했나'가 나오더군요. 옛날 음악을 주로 트시는 건가요? 선곡의 기준이 궁금해요.
기준은 없어요. 그때 그때 제가 틀고 싶은걸 틀어요. '옛날 노래' 그런 것도 많이 틀긴 해요. 요즘 보면 예전 음악들을 굉장히 좋아하긴 하더라고요. 사실 다 틀긴 하거든요. 저는 평소에 팝을 많이 듣기는 해서 새로 나오는 팝음악들 대부분 체크해서 들어요. 그렇게 담아서 리스트 업을 해놓은 게 있어요. 또 막 꽂히면 계속 음악만 듣는 때도 있고요. 찾기 귀찮으면 있는 것들 중에 그때 틀고 싶은걸 틀어요. 그런데 또 그때 그때 틀고 싶은 걸 튼다고 해서 제가 좋아하는 것만 트는 것도 아니에요. 선곡의 기준이라는 게 없어서 그 부분이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이게 참 설명하기 힘든데 그게 우리 가게 음악이라고 하기에는 좀 아닌 것 같은데 이게 뭐는 되고 뭐는 안 된다고 할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Q. 듣고 있으니 그게 지금의 <피망과토마토>의 색깔이 아닌가 싶어지네요. 그럼, 리스트 업을 하는 방법은요?
요즘엔 인공지능이 알아서 취향에 맞춰서 비슷한걸 찾아 주잖아요. 저는 그렇게 추천해주는 걸 많이 들어요. 프랑스의 음원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아무래도 프랑스 사이트이다 보니 유럽 음악이 많아요. 미국 팝 말고도요. 그렇게 추천되는 유럽 음악을 많이 듣는데, 그 중 제 귀에 좋은걸 리스트 업 해서 매장에 틀어놓으면 손님들이 막 물어봐요. "이 노래 뭐냐"고 아무튼, 한 마디로 리스트 업도 기준은 없는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음... '잘 안 알려졌는데 좋아서 추천하고 싶은 노래들?'을 찾는 것 같네요.
Q. 장르는 정해져 있나요?
그때 그때 틀긴 해도 장르는 정해져 있는 거 같아요. 음악 들을 때 틀을 걸 생각하고 듣거든요. 걸 그룹 음악, 옛날 노래, 포크와 보컬이 있는 재즈, 로파이(lo-fi)? 한 때 10년정도는 미국 힙합만 빠져 미쳐있었던 때가 있었어요. 아웃 캐스트를 좋아했던 거 같고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들으려니 시대와 트렌드가 바뀐 것 도 있겠지만 저 혼자 들으라면 듣겠는데 같이 듣자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더라고요.
Q. 만화 카페를 운영 할 때의 음악은 어땠는지 궁금해지네요.
음악을 틀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했어요. 책 읽는 분위기와 안 맞더라고요. 도서관처럼 조용히 운영했었는데 그러다 이렇게 음악 트는 바(Bar)로 바꿔서 저는 너무 좋았죠. 전 사실 하루에 12시간씩 음악 듣고 음악 찾고 그랬어요. 저는 음악을 되게 좋아하기도 했고, 시간이 많았어요. 그때는 전문가처럼 들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이 가수가 누구지 찾아보고 이러면서 들었어요. 요즘에는 얼굴도 몰라요(웃음).
Q. 디제잉 파티도 한다고 들었어요. '타이거 디스코' 같은 유명 DJ도 와서 플레이를 한다고요?
토요일, 금요일 주말에 하루 정도는 주말에 DJ하는 친구들이 와서 DJ를 해주거든요. 최근엔 걸 그룹 특집도 했어요. 친구 중에 업은 아닌데, 음악 좋아하는 친구들이 몇몇 있고 그 친구들이 취미 삼아 재미로 와서 틀어요. 비정기적으로요. 아, 타이거 디스코도 신촌에서 장사를 했어요. 그래서 친해졌고 타이거 디스코는 그때 와서 음식만 했는데(웃음)? DJ 파티는 매주 하기는 했는데 최근에 고양이 한 마리를 잃어 버리고 좀 파티하고 이런 분위기는 아니어서 자주는 못하고 있어요.
#3. 특이한데 편안한 나만의 아지트
Q. 사장님이 생각하시기에 공간에 음악이 주는 영향력은 어떻다고 생각하세요?
음- 50%이상이지 않을까요? 물론 매칭이 중요하겠지요. 가게 외관이 세련되지 않아도 좋지 않은 컴퓨터 스피커에서라도 김광석 음악이 나오고 그게 또 그곳과 어울린다면 또 그만의 느낌이 있고 그런 것 같아요.
Q. <피망과토마토>의 주인은 어쩌면 고양이가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고양이가 주는 영향력이 큰 공간인 것 같습니다. 네 마리인가요? 고양이는 어떻게 키우게 된 건지 고양이들 소개를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지인 분이 건강 문제로 입원을 하게 되어서 고양이들의 임시 보호 처를 찾고 있었는데 그때 맡았다 다시 보냈다를 몇 번 반복하다가 결국 여기에 정착해 버렸습니다. 네 마리 중에 세 마리는 엄마, 아빠, 딸 가족 고양이고요. 다른 한 마리는 지난 여름에 다른 지인 분의 고양이가 새끼를 낳아서 입양했습니다. 아무래도 고양이를 보고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여기서 적응을 못할까 봐 집에서 키울 생각을 하고 처음에 만났는데 애들이 굉장히 순하고 적응을 잘 해서 이제 이곳의 주인이 되어버렸습니다.
Q. '길보드 차트', '가요 대축제' 등 재미있는 기획들을 하고 계신데 앞으로 기획한 일들 혹은 이벤트가 있다면 어떤걸까요?
1-2주에 한 번 정도 취미로 디제잉을 하는 친구와 함께 주제를 정해서 음악을 트는 이벤트를 하고 있는데, 미리 치밀하게 계획하고 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의 계획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여기서 무언가 하는 것들이 조금 다양한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공연장이 아니라 한계도 있긴 합니다. 그래도 앞으로 계획중인 한 가지는 음악만 트는 게 아니라 뮤직비디오나 라이브 공연 클립을 편집해서 트는 것입니다. 이미 준비는 되어 있는데 공간이 좁아서 배치에 고민이 많아요.
Q. <피망과토마토>는 앞으로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는지?
제가 원하는 공간이랑 수익을 내서 운영을 이어갈 수 있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게 가장 걱정이에요. 그 간극을 줄여 나가는 것이 과제가 아닐까 합니다. 일단 좋은 분위기에서 맥주를 맛있게 마실 수 있는 곳이 되려고 합니다. 망하지 않는 것이 제일 처음의 목표입니다.
HIPPLAYLIST 나만 알고 싶은 아지트, <피망과토마토>에서 지금 흐르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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