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RO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합니다.
‘지금 나오는 노래 완전 좋은데, 이건 다 누가 알고 선곡하는 거지?‘ 이런 생각, 해 보신 적 있나요?
요즘 ‘핫’하다는 거기! 감성 충만한 분위기에 흐르는 노래마저 힙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바로 거기!
이 음악을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도 넣고 싶은데, 주변 소음 때문에 검색에 실패하는 일이 다반사.
그렇다고 점원에게 물어보기는 조금 부끄러운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 – 한 달에 두 번, [핫플힙플]이 전하는 흥미로운 선곡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자료제공: 비스킷 사운드
HOT PLACE 스태틱(STATIC)
신사동의 바이닐 바 스태틱은 음악이 가장 중요한 곳이다. 정확히는 재즈, 그 중에서도 1950~60년대 모던 재즈가 중심을 이룬다. 진열장에 놓인 LP는 단순히 벽면을 채우는 장식이 아니다. 많이 갖추기보다, 지금 이 자리에서 직접 들려주고 싶은 앨범만을 골라 채운 큐레이션의 결과다. 인테리어 역시 그 태도와 닮아 있다. 가구와 소품의 밀도를 의도적으로 비워내고, 꼭 필요한 요소만 단정히 배치했다. 그렇게 구성된 최소한의 환경은 오로지 음악에 집중하도록 설계되어 있고, 지극히 스태틱답다. 바이닐로 음악을 들으며 가볍게 위스키를 마시는 여느 바와 다름없는 편안한 곳이지만 한 가지만큼은 분명하다. 스태틱에서 재즈는, 그 자체로 이유가 된다.
INTERVIEW 스태틱 (STATIC)
Q. 스태틱(STATIC)이란 이름을 붙이게 된 이유가 궁금하고,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지 여쭤보고 싶어요.
스태틱(STATIC)이라는 단어는 명사로도, 형용사로도 쓰이는데요, 그 각각의 의미가 모두 마음에 들어서 이 이름을 선택하게 됐어요. 우선 형용사로는 ‘정지된’, ‘정적인’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저는 이 공간이 그런 정적인 분위기를 담고 있기를 바랐고, 이곳을 찾은 분들도 그 안에서 차분해지는 감정을 느끼셨으면 했어요. 반면, 명사로서의 스태틱은 ‘잡음’을 뜻해요. 정적인 분위기만 너무 강조하면 자칫 무거워질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런 의미에서 위트를 조금 넣고 싶었어요. 바이닐로 음악을 트는 공간의 이름이 잡음이라니, 모순적이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고, 이 공간의 성격과도 묘하게 잘 어울린다고 느꼈습니다.

Q. ‘음악이 우선인 곳’이란 후기들이 많아요. 음악을 BGM이 아닌 진지한 감상의 대상으로 다루는 태도가 인상적입니다.
정말 기분 좋은 후기입니다. 실제로 매장의 인테리어만 보더라도, 턴테이블이 바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습니다. 바 동선만 놓고 보면 사실상 효율을 완전히 무시한 구조죠. 하지만 그런 불편함조차 감수하면서도 음악이 중심에 있는 공간이란 걸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저는 음악을 단순한 배경음악이 아니라, 이 공간의 본질적인 행위로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LP를 고르고, 턴테이블에 올리고, 세팅하고, 바늘을 올리고. 그 모든 과정이 손님들에게는 하나의 공연처럼 느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하나의 곡이 재생되기까지의 흐름도 이 공간의 일부이자 감상의 대상이라고 생각해요.
Q. LP는 사장님의 소장품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다른 LP 바에 비해서 그 양이 압도적으로 많은 그런 느낌은 아니지만 한 장 한 장 정성스럽게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주로 재즈 판 일까요? 특별히 소개해 주고 싶은 앨범이 있다면요?
인테리어적으로 LP가 벽을 가득 메우는 장관을 보여드리기보다는, 손에 닿는 몇 장이더라도 소개하고 싶은 음반들로 구성하는 게 더 스태틱답다고 생각했어요. LP로 장을 채우는 게 목적은 아니고요, 지금도 꾸준히 구매는 하고 있지만 큐레이션을 위한 선택에 가깝습니다. 보유한 앨범의 80% 이상은 재즈, 그중에서도 특히 1950~60년대 모던 재즈에 집중되어 있어요.
그중 한 장을 소개하자면, 트럼펫 연주자 Donald Byrd의 1960년 작 Byrd in Flight 앨범을 소개하고 싶네요. 이 앨범을 고른 가장 큰 이유는, 그냥 정말 좋은 앨범이기 때문이고요. 그리고 또 하나, 이 음반을 들어보시면 “아, 스태틱은 이런 음악을 다루는 곳이구나” 하고 바로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아서 에요. 질문을 받고 떠올려봤을 때, 가장 먼저 머릿속에 생각난 앨범이 바로 이거였어요.

Q. ‘미니멀한데 볼드하다’, ‘여백 안에서도 가득 차 있는 게 느껴진다’ 스태틱에 대한 느낌입니다. 가구들은 나무의 따듯함이 느껴지는 동시에 믹서 같은 장비 사이즈에 딱 맞게 갖춰져 있어서 정교한 느낌마저 듭니다. 공간을 꾸미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게 있다면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스태틱에서는 주로 50~60년대 재즈를 선보이기 때문에, 그 전제를 염두에 두고 공간을 구상했습니다. 하지만 음악은 과거의 것이어도, 공간만큼은 클래식하거나 레트로, 앤틱한 분위기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오히려 현대적인 무드 속에서 오래된 음악이 흐르기를 바랐고, 그 사이에서 생기는 오묘한 이질감과 믹스 앤 매치의 즐거움을 손님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니멀한 공간을 만들고자 했어요. 일반적인 LP 바에는 일정한 ‘공식’ 같은 게 있다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면 인테리어 소품으로 공간을 촘촘히 채워 넣는 방식이랄까요.
저는 그런 공식을 과감히 비워내는 방향을 택했고, 아무것도 놓지 않는 방식으로 그 틀을 거부했습니다. 그래서 정말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 꺼내 놓는 구성을 선택했고, 그 안에서 정확히 맞춰 넣은 장비, 나무의 따뜻함, 조도가 어우러지면서 오히려 손님들께는 단단하고 볼드한 인상으로 다가갔던 것 같습니다.
Q. 인스타그램 상단 프로필에 ‘재즈 및 블루스 클럽’이라고 적혀 있는 게 눈에 띄어요. 스태틱은 재즈가 그 중심에 있는 공간이라는 선언 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왜 재즈인가요?
50~60년대 재즈를 다룰 생각이 아니었다면, 아마 이 가게를 시작하지도 않았을 거예요. 스태틱을 처음 구상할 때부터, 제 머릿속에는 그냥 자연스럽게 재즈가 있었어요. 재즈는 결코 대중적인 음악은 아니지만, 그만의 고유한 리듬과 여백, 긴장감이 사람의 마음을 오래 붙잡는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Jazz’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꽤 익숙하잖아요. 여기저기 쓰이긴 하는데, 정작 제대로 들어본 사람은 많지 않은 음악이기도 하거든요. 그 낯설고 묘한 거리감이 오히려 저한테는 매력적이었어요. 그래서 스태틱이라는 공간을 통해, 재즈를 좀 더 편안하고 일상적인 방식으로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직접 찾아 듣기엔 어려운 음악도, 누군가 자연스럽게 들려주면 훨씬 쉽게 마음에 닿을 수 있거든요. 스태틱은, 결국 재즈를 위한 공간입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Q. LP는 아날로그적인 특성에 적합한 사운드로 감상하는 게 중요하잖아요. 장르가 고려된다면 더 좋고요. 스태틱에 오신 분 중 사운드에 대해 호감을 갖는 분들이 많은데, 음향 시스템도 궁금합니다. 어떤 장비와 세팅으로 운용하고 있고, 그 기준은 무엇이었는지.
스태틱에서 사용하는 스피커는 1950년대 JBL의 C40 Harkness라는 모델입니다. 재즈 애호가라면 익숙하실 텐데요, 굉장히 정직한 소리를 내면서도, 중역대의 밀도감과 혼의 표현이 뛰어난 스피커입니다. 이 공간에서 재즈를 중심으로 틀 계획이었기 때문에, 하크니스는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매칭한 앰프는 1980년대의 Accuphase P-400입니다. 트랜지스터 방식이지만, 섬세하고 맑은 음색과 안정적인 출력, 그리고 무엇보다 오래 지속되는 내구성이 큰 장점이었어요. 하크니스 특유의 묵직한 바디감과 따뜻한 음색을, P-400이 너무 과하지 않게 잘 정돈해 주는 조합이라고 생각합니다. 턴테이블은 Technics의 SL-1200 MK5를 두 대 사용하고 있어요. 이 역시 내구성을 우선에 두고 선택한 장비입니다. 사실 이 모든 장비가 ‘완벽한 매칭’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이 공간에 필요한 충분히 좋은 사운드를 오래도록 안정적으로 내주는 조합이라 생각해요. 가끔 손님들이 “사운드가 너무 좋다”고 반응해 주실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혼자 속으로 꽤 뿌듯해집니다. 그리고 사실 저는 하크니스가 예쁜 스피커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요, 몇몇 손님들이 “스피커도 너무 예쁘다”고 하실 때는, 그 말이 이상하게 더 기분 좋더라고요.

Q. 한 잔의 술과 한 곡의 음악이 때로는 잊을 수 없는 특별한 밤을 만들어 주기도 하는 것 같아요. 스태틱의 술에 대해서도 알려주세요. 스태틱을 더 잘 즐길 수 있는 팁이 있다면 그것도 같이요.
스태틱은 위스키, 와인, 칵테일, 생맥주를 중심으로 주류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재즈와 가장 잘 어울리는 술은 위스키라고 생각해서, 스카치와 버번 위주로 라인업을 꾸렸어요. 고도수 술이 부담스러우신 분들을 위해 조금 더 부드럽게 즐기실 수 있는 칵테일도 준비해 두었고요. 와인은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해서 정성껏 라인업을 구성했는데, 찾으시는 분들이 다른 술에 비해 적어서… 조금 아쉽긴 합니다. (웃음) 개인적으로는 위스키 한 잔에 맥주를 곁들이는 조합을 추천 드려요. 음악에 집중하면서도 부담 없이 오래 즐길 수 있는 방식이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스태틱은 긴 시간을 머물러도 지치지 않는 공간이었으면 좋겠기에, 술 역시 그런 흐름에 맞춰 골랐어요. 부담스럽지 않지만,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술들로.
그리고 이곳은 제가 혼자 운영하는 작은 공간이에요. 조용히 음악을 감상하시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저와 가볍게 한두 마디 나누는 순간도 이 공간의 일부가 되었으면 합니다.
좋은 술과 좋은 음악, 그리고 가끔은 좋은 대화. 그게 스태틱을 가장 잘 즐기는 방법이 아닐까 싶어요.
Q. 사장님의 선곡이 공간을 완성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선곡은 어떤 기준으로 하고 있는지, 올여름 스태틱에서 가장 많이 흐른, 그리고 흐르게 될 음악은 뭔지.
선곡은 그날의 손님, 그 순간의 분위기에 따라 달라집니다. 차분한 분위기일 땐 발라드나 여백이 많은 연주 위주로, 조금 더 활기찬 에너지가 느껴질 땐 리듬감 있는 흥겨운 세션을 고르게 됩니다. 그렇다고 같은 톤으로만 밀고 가지는 않아요. 중간중간 연주곡 사이에 보컬 재즈를 섞거나, 혼 중심의 연주가 이어졌다면 피아노 트리오로 환기를 주는 식으로 흐름에 변주를 주며, 공간의 온도를 천천히 조절하는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말 이따금, 재즈가 아닌 음악을 가볍게 섞기도 해요. 재즈는 본래 뜨거운 음악이에요. 그래서 이열치열로 여름을 밀어붙이는 곡들도 많지만, 역시 여름엔 보사노바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남미의 리듬이 담긴 재즈는 무더운 계절, 뜨거운 태양, 바다와 어울리는 음악이니까요. 올여름 스태틱에서도 그런 보사노바와 쿨 재즈들이 자주 흐르게 될 것 같습니다.

Q. 이 공간을 한마디로 정의 내린다면 어떤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스태틱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저는 재즈 놀이터라고 말하고 싶어요. 절대 격식 있는 공간, 딱딱한 감상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싶진 않거든요. 그보다는 언제든 편하게 들러서, 재즈 음악을 들으며 술 한 잔 가볍게 할 수 있는 곳. 굳이 뭔가를 잘 알지 않아도 되고, 조용히 혼자 있어도 괜찮은, 그런 여유롭고 차분한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Q. 스태틱은 사람들에게 어떤 공간이 되기를 바라나요?
스태틱은 그냥, 재즈를 들을 수 있는 곳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특별할 것도, 과하게 의미를 부여할 것도 없이요. 그리고 만약 누군가에게 이 공간의 팬이든, 안티든 어떤 감정을 남긴다면, 그 이유가 모두 ‘재즈’였으면 좋겠어요. “그곳은 재즈가 좋아서 좋았다”거나, 혹은 “나는 재즈가 안 맞아서 별로였다”거나. 좋든 싫든, '재즈'라는 이유가 선명한 곳. 그런 공간이 스태틱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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