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합니다!
‘지금 나오는 노래 완전 좋은데, 이건 다 누가 알고 선곡하는 거지?’ 이런 생각, 해 보신 적 있나요?
요즘 ‘핫’하다는 거기! 감성 충만한 분위기에 흐르는 노래마저 힙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바로 거기!
이 음악을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도 넣고 싶은데, 주변 소음 때문에 검색에 실패하는 일이 다반사.
그렇다고 점원에게 물어보기는 조금 부끄러운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 - 한 달에 두 번, [핫플힙플]이 전하는 흥미로운 선곡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자료제공 : 비스킷 사운드
HOT PLACE보안여관, 보안1942
경복궁 영추문 앞에 오래된 여관이 하나 있다. 별다를 것 없이 낡고, 목욕탕 표시 ‘♨’ 가 삽입된 옛날식 간판이 걸려 있는 여관. 하지만 단순히 오래된 여관은 아니다. 1930년대에 지어진 통의동의 상징과도 같은 보안여관은 서정주, 김동리, 김달진 등이 장기투숙하며 글을 써오고 또 이중섭이 드나들 던 곳이며 옛 이름과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현재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며 동시대와 호흡하고 있다. 보안여관과 옆에 나란히 지어진 복합건물 보안 1942를 통해 신-구를 잇는 의미 깊은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한 보안1942를 찾아가봤다.
INTERVIEW프로그래머 최인선
#1. 역사가 깃든 진짜 레트로! 통의동 보안여관
Q. 안녕하세요, 먼저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통의동 보안여관에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 최인선 프로그래머입니다. 통의동 보안여관은 2007년 시작하여 약 200여건의 전시가 열린 곳이에요. 이 공간의 운영을 맡고 계시는 최성우 대표님 감독아래 김유란, 박승연 큐레이터가 전시를 만들고 저는 전시 이외의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만들고 있습니다.
Q. 보안 여관은 어떤 곳인가요?
보안여관은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에 지어진 건물이에요. 저와 함께 보셔서 아시겠지만 일본과 한국의 전통적인 건축기법이 절묘하게 섞인 그 시대의 특징적인 구조물들이 지금도 내 외부에 그대로 드러나 있죠. 2004년까지도 숙박업으로 손님을 받던 이 곳은 ‘역사적으로 의미가 깊은 서울의 여관’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Q.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공간이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이 곳을 거쳐간 분들의 이름들이 놀랍더군요. 조금 더 자세히 들려주세요.
현재 보안여관은 예전 건물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 채 동시대 예술가들의 다양한 전시가 개최되는 곳이에요. 순수 예술 위주로 전시가 기획되고 있고요. 설치, 영상, 퍼포먼스 등 감각적인 작업들까지 다양하게 이뤄지는 보안 여관은 올해로 12주년 째 해마다 기획전시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보안여관이 위치한 통의동은 먼 과거에는 추사 김정희 집터라고 문화재청이 밝힌 곳이며, 근현대로 넘어오면 시인 이상이 ‘오감도’에서 묘사했던 ‘막다른 골목’의 실제 골목이기도 해요. 1930년대 한국문학사의 한 획을 그었던 <시인부락>이라는 문학동인지도 서정주 시인이 김동리, 오장환, 김달진과 함께 바로 이 ‘통의동 보안여관’에 머물며 탄생시켰습니다.
Q. 보안은 무슨 뜻인가요? 그리고 보안1942는요?
최성우 보안여관 대표님은 옛 건물을 리모델링하지 않고 그대로 둔 채로 옆 터에 복합문화예술 공간 ‘보안1942’를 2017년에 신축했는데요. 보안 1942는 보안여관 건물을 수리 할 당시 발견한 ‘상량식 소화 17년’(1942년)이라 적힌 상판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보안]의 각 글자는 보호할 [보](保), 편안할 [안](安)이 쓰입니다. ‘여관에 들어오면 편안하게 보호해준다.’는 뜻인데 정말 베스트 네이밍 아닌가요?
#2. 신구를 잇는 핫플레이스, 보안여관-보안1942
Q. 보안여관 옆에 나란히 보안1942 건물이 있습니다. 두 건물에 대해서 설명을 부탁 드릴게요.
구관 보안여관과 신관 보안1942는 서로 보완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보안1942는 현재 구관에서는 기능하지 않는 숙박의 기능을 이어 3·4층이 스테이로 운영되고 있고요. 나머지 지하 2층까지는 책방, 카페, 전시, 모임 공간이 들어가 있는데요. 두 건물은 2층에서 브릿지로 연결이 돼,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갈 수 있습니다.
Q. 신관과 구관은 보완, 연결 되어 있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어떤 식으로 연계되어 각 공간이 운영되나요?
구관 보안여관에서 전시를 보고 2층 브릿지를 통해 신관으로 넘어오면 책방이 있어요. 33마켓-Eat. 보안스테이-Sleep. 경복궁 영추문 앞 서촌-Work. 전시-See. 보안책방-Read. 이것들이 버무려진 것이 지하에 위치한 boan club이고요. 전시가 단지 전시로 끝나는 것이 아닌, 라이프 스타일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감탄사를 연발했습니다. 각각의 공간도 소개해주세요.
구간에서 신관으로 넘어오는 2층에는 보안책방이 있습니다. 문을 열면 정면으로 돌담길이 담긴 탁 트인 창이 보이실 거에요. 독립출판물과 일반 책들이 두루 섞여 있지만 특별한 시선으로 독특하게 셀렉된 책들이 눈에 띄실 겁니다. 도서의 판매뿐 아니라 세미나, 공연, 워크샵, 등 문화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의 아지트이기도 해요.
서울의 문화, 역사의 중심지인 서촌에 자리한 보안스테이는 도시의 가장 중심에 위치해 있지만 북악산과 경복궁, 서촌의 한옥 등 고아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에요. 객실 내부의 간결하고 절제된 인테리어가 머무는 분들의 기분을 정화하고 휴식을 도와줄 거라 믿습니다. 이곳에 오면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 예술가와 디자이너의 작품인 가구와 소품을 머물면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호사도 누릴 수 있죠.
#3 보호하고 편안하게 해주는 ‘보안’의 음악
33마켓은 시대의 흐름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일과 취향을 찾는 사람들과 함께 합니다. 자신만의 지속 가능한 제품들을 만드는 생산자와 이를 의미 있게 받아들이는 소비자들의 커뮤니티 마켓이고 카페 입니다.
‘생물을 만지고, 흐르는 물을 가두고 손님을 맞이하는 곳’ 전시 이외의 공연, 렉처, 스크리닝, 퍼포먼스, 대담, 팝업식당 등 동시대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프로그램이 이곳에서 열립니다.
Q. 마켓 33에서 흐르는 음악은 대화를 나누기에도, 사람들의 말소리와 음악을 안주 삼아 혼자 기분 좋게 술 마시기에도 즐거운 음악들이더군요. 플레이리스트가 궁금해요.
33마켓은 낮에는 카페로, 밤에는 잔술집으로 운영합니다. 잔술집은 양조장에서 생산한 술을 오세린 공예가가 선정한 작가들의 술잔을 사용하여 마셔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요. 많은 분들이 좋아해줘서 최근 마켓 33은 낮에는 카페로, 밤에는 잔술집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낮에는 클래식 위주로. 밤에는 잔술집 근무하는 작가님들의 플레이리스트를 틀어요.
Q. 공간을 보여주신 날 늦은 밤, 프로그래머님이 직접 음악을 틀어주셨어요. 프로그래머님이 꼽는 추천 곡도 궁금하네요.
최근 출판사 을유문화사와 함께 <시나트라>출간 기념 강의를 진행했는데요. 그날의 기억을 같이 나누고 싶네요. 랄프타우너는 사람들의 소음을 사색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달콤하게 일 하고 싶을 때는 제인 버킨을 듣습니다.
Q. 다양한 형태의 퍼포먼스, 강의도 열리고 있어요. 최근에 진행되었던 것 중에 인상적이었던 프로그램을 알려주세요.
최근에는 재즈평론가 황덕호의 도서<다락방 재즈>의 출간 기념 음감회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감상회를 이끈 황덕호 선생님이 책 속에 이런 말을 썼는데요. “음악은 대충 듣는 것이다.” 그날 그 의미가 이해가 되더군요. 80여명이 함께 모여 눈을 감고 몸을 흔들며 소리에 유영했습니다. 재즈마니아로 잘 알려진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도 보안클럽에 설치된 JBL 4530스피커로 듣는다고 하네요. 이 시스템에서 마일스 데이비스의 ‘So What’ 이 흐를 때는 모두가 무언의 탄식을 내뱉었습니다.
Q. 앞으로 보안 1942가 하고 싶은 것들은 무엇이며 어떤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지.
가장 ‘보안’답다고 생각한 최성우 대표님이 어떤 매체와 인터뷰에서 하셨던 말을 여기에 대신 남깁니다.
“보안여관의 기존 오래된 건물은 그대로 두고, 인간 감성의 컨셉트를 가지고 새로 건물을 지어서, 읽고, 보고, 먹고, 자고, 걷는다는 개념을 가지고…. 가족 나들이도 오시고 연인들의 주말 데이트 코스도 되고, 좀 더 진지하게 문화예술을 즐겨보자는 사람들도 오고, 특정한 사람들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이 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합니다.”
HIP PLAYLIST보안의 낮과 밤, 그 찰랑거리는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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