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RO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합니다!
‘지금 나오는 노래 완전 좋은데, 이건 다 누가 알고 선곡하는 거지?‘ 이런 생각, 해 보신 적 있나요?
요즘 ‘핫’하다는 거기! 감성 충만한 분위기에 흐르는 노래마저 힙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바로 거기!
이 음악을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도 넣고 싶은데, 주변 소음 때문에 검색에 실패하는 일이 다반사.
그렇다고 점원에게 물어보기는 조금 부끄러운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 – 한 달에 두 번, [핫플힙플]이 전하는 흥미로운 선곡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자료제공: 비스킷 사운드
HOT PLACE <전축>
을지로 3가역 9번 출구를 따라 3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만나게 되는 오늘의 핫플레이스는 1970년대 매킨토시 앰프와 AR턴테이블, 영국제 탄노이 스피커로 클래식과 재즈는 물론이고 프렌치 EDM을 넘나드는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충무로의 엘피 바 <전축>이다. 문화예술 덕후인 안성호 대표를 중심으로 영상디자이너, 건축가가 의기투합하여 만든 이 공간은 60년 넘은 고택이 가진 날것의 기운을 그대로 드러내면서도 이용자의 몸에 닿는 가구를 직접 디자인하고 소품 하나까지 직접 셀렉한 세심함이 돋보인다. 찬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3월의 어느 날 밤 전축에 들렀다. 문화예술, 그리고 술 애호가이기도 한 운영진이 까다롭게 고른 우리 술 한 잔에 고기가 올라간 맑고 칼칼한 국물의 떡볶이를 곁들이며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를 탄노이 스피커로 듣는 호사를 누려봤다. 좋은 술과 음악은 일상을 풍요롭고 윤기있게, 조금은 우아하게 까지 만들어준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INTERVIEW <전축>
#좋은 술과 음악으로 일상을 풍윤하게 만드는 아늑한 공간
Q. 안녕하세요,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충무로에서 LP바 ‘전축’을 운영하고 있는 안성호입니다.

Q. 상호인 ‘전축’, 어떤 뜻인가요?
‘전축’은 오디오시스템을 일컫는 예스런 명칭이죠. 옛 시절 거실 한켠에 큼직하게 자리하고 있던 전축을 기억할 분이 여럿 있을 겁니다. 어원을 찾아보니 ‘전기 축음기’의 약어라고 하더라고요. 고급 오디오를 뜻하고 고풍스러운 어감을 지닌 우리말이라는 점에서 저희가 지향하는 공간에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 생각하여 붙였습니다.

Q. 공간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어렵겠지만 그래도 간단히 한 줄 정도로 소개한다면 어떤 공간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지?
‘좋은 술과 음악으로 일상을 풍윤하게 만드는 아늑한 공간’으로 소개하고 싶습니다.


#음악에 대한 사랑과 공감이 <전축>의 근원
Q. 사장님은 홍보 관련 일을 일해오셨고, 음악 애호가이자 오디오와 영화, 사진의 ‘덕후’라고 알고 있어요. 사장님의 이력, 취향, 관심사는 무엇인지 그게 ‘전축’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여쭤볼게요.
홍보학을 전공하고 PR인으로 직장생활을 하다 뜻이 맞은 친구들과 함께 ‘전축’을 차리게 되었습니다. 저 개인으로서는 어릴 적부터 다양한 잡기에 관심이 많았어요, 특히 집에서 늘 음악을 틀어두셨던 어머니와 여러 기계장치를 손보는 데 능숙하신 아버지의 영향이 컸습니다. 덕분에 어릴 적부터 다양한 취미를 가질 수 있었어요. 그중에서도 음악은 가장 오래 누리고 있는 취미입니다. 같이 들어야 하므로 누군가 특정한 사람이 소유할 수 없다는 점에서 미술과는 다른 공공하고 평등한 매력이 있고, 한가지 작품도 여러 음악가의 다양한 버전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와는 달리 다채로운 즐거움이 있죠. 그렇기 때문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파티나 잔치에는 늘 음악이 같이 있었습니다. 그런 음악에 대한 사랑과 공감이 ‘전축’이라는 공간을 만드는 근원이 되었습니다.



Q. 골조가 그대로 드러난 천장, 직접 디자인한 테이블과 체어, 그리고 ‘전축’의 분위기를 완성시켜주는 탄노이 스피커까지... 공간이 전체적으로 아늑하고 또 단정한 매력이 있습니다. 공간 인테리어에 대한 얘기도 들려주세요.
말씀드린 것처럼 영상디자이너 친구, 건축가 친구와 함께 동업으로 ‘전축’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두 친구의 세련된 감각 덕을 많이 보았어요. 아늑하고 단정하다는 감상이 아주 반가운 소감으로 들립니다. 그런 공간을 생각했거든요. 60년 넘은 고택이 간직한 날것의 기운을 그대로 드러내면서도 이용자의 몸에 닿는 공간은 편안하고 정갈하게 갈무리하도록 신경 썼습니다. 공간의 모든 색과 오브제를 예스러우면서도 흔한 레트로가 아닌 독특한 감성을 갖도록 마련하였고요. 또 무엇보다 전축이 소개하는 맛깔난 술과 요리를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우리 전축의 음향이 명료하고 풍부하게 즐길 수 있도록 공간을 설계하였습니다.


Q. 음향 시스템 자랑도 해주신다면요?
1970년대 미국에서 제작한 매킨토시 앰프와 AR턴테이블, 영국제 탄노이 스피커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뛰어난 음질은 물론 고아한 아름다움이 있는 외관이 눈도 즐겁게 하고 우리 ‘전축’ 공간의 핵심을 담당하고 있죠. 전축의 음향은 오래 들어도 편안하게 조율했습니다. 우선 구식 AR턴테이블은 현대식 턴테이블의 또렷한 음질과 달리 LP의 그루브를 낭창하면서도 구수하게 읽어줍니다. 매킨토시의 전통적 설계를 고수한 앰프는 묵직하면서도 뭉근한 박진감이 있죠. 그리고 이 모든 음향신호를 최종적으로 전달하는 탄노이 스피커는 풍부하면서도 웅혼한 울림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축의 음향 시스템은 오래 들어도 편안하고 푸근하며 장대한 소리를 갖고 있습니다. 테너 색소폰이 주가 되는 재즈콰르텟이나 첼로협주곡을 들어보면 기가 막히죠. 오셔서 들어보시면 정확하고 화려한 소리를 내는 현대식 하이파이와는 완전히 다른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을 겁니다.



#단순한 상업 공간이 아닌 문화를 창조하고 나누는 ‘전축’
Q. 전통 증류주로 만든 하이볼, 차슈가 얹어진 떡볶이 등 메뉴 하나하나 고민과 정성이 느껴지고 무엇보다 맛있습니다. 메뉴에 대해 소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우선 트렌디한 전통주와 오소독스한 와인을 다양하게 전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통주는 어느 정도 사명감을 갖고 소개한 것인데 고객들의 호응이 아주 뜨거워 저희도 놀란 대목입니다. 질이 좋으면서도 마시기 편하고 젊은 고객의 감성까지 만족할 수 있는 전통주 발굴을 위해 늘 힘쓰고 있습니다. 와인에 있어서도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고전적인 전통을 간직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찾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로 직접 출장을 다녀올 정도로 와인에도 진심이랍니다.(웃음)
또 저도 술을 좋아하기 때문에 푸짐하고 맛있는 안주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좋은 술과 음악을 고르는 것 만큼이나 안주 메뉴에도 많은 정성을 쏟았습니다. ‘전축’이 소개하는 전통주와 와인에 두루 어울리면서도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레시피가 전축 메뉴의 특징입니다. 칼칼한 돈사골육수맛이 일품인 ‘전축떡볶이’가 특히 고객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메뉴입니다. 개점 반년 만에 천 그릇이 넘게 팔렸죠.
Q. 이곳에 들어서자마자 뜻밖에도 클래식이, 그것도 관현악곡이 흘러나왔어요. 클래식 덕후의 공간 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선곡은 누가 어떻게 하는지 여쭤볼게요.
저뿐만 아니라 전축을 같이 운영하는 친구와 직원들 모두가 음악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저마다의 특색있는 취향을 갖고 있습니다. 직원 중 한 명은 클럽신에서 손꼽히는 믹셋DJ고 또 다른 한 명은 서울음대 출신의 작곡가일 정도로요. 그래서 저희 모두가 전축만의 특색있는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가는데 합심하고 있습니다. 물론 기본적인 클래식과 재즈 분야에서는 조금 더 경험이 많은 제가 중심을 잡지만 프렌치EDM이나 K-POP, 베를린 테크노나 하우스음악, 영화음악 등에서는 친구들의 제안이 전축의 음악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축에 앉아 계시면 고전적인 재즈와 클래식은 물론 때때로 깜짝 놀랄 신선한 레퍼토리를 들으실 수 있답니다. 빈티지 오디오로 듣는 K-POP이 얼마나 풍성하고 근사할지 꼭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Q. 예술 섹션, ‘전축전’이라는 이벤트를 열고 계시잖아요. 어떤 건가요?
음악과 영화는 물론 미술, 건축, 무용, 자동차, 경제 등 다양한 문화 소재를 주제로 하여 한달에 한 번 ‘덕후’를 초청하여 관객과 대담을 나눌 수 있는 문화 세션입니다. 볕이 좋은 토요일 오후에 낮술을 마시는 자리로 개최하고 있습니다. 전축이 단순한 상업공간이 아니라 문화를 창조하고 나누는 공간으로 가꾸어나가고 싶은 염원에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앞서 말한 전축 식구들과 같이 제 주변에 참 훌륭한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이 저마다 자신이 사랑하는 분야가 있어서 늘 모일 때마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는데요, 그런 이야기를 저만 듣기 아까워 좀 더 많은 분들과 대담을 나눌 수 있도록 만든 세션입니다. 우리 주변에 숨겨진 고수 덕후들이 많다는 발견과 더불어, 문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는 수요가 아주 많다는 사실에 매번 놀라고 있습니다. 전축전은 오픈 공지가 올라오고 거의 반나절만에 매진되거든요. 지금은 일손이 모자라 한달에 한 번 개최하고 있지만 점차 횟수를 늘려갈 예정입니다.
Q. 예술과 문화 전반에 관심사가 다양한 사장님과의 대화가 참 즐겁습니다. 사장님이 최근 좋게 본 영화도 궁금해지네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펄프픽션’을 재관람한 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최근 감독이 은퇴 전 마지막 작품을 촬영한다는 기사를 본 계기로 다시금 초기작을 찾아봤습니다. 영화의 각본에서 오는 감동이나 즐거움 보다는 단편적인 시퀀스들이 주는 강렬한 이미지와 영감을 원할 때 찾는 영화입니다. 조용한 휴식 보다는 때론 강한 자극이 필요할 때도 있잖아요. 그런 분들에게 추천해드리는 영화입니다. 특히 트와이스의What is love 뮤직비디오 등 많은 작품에서 오마주한 무도회장의 익살스러운 댄스 배틀을 벌이는 씬을 참 좋아한답니다.
펄프픽션의 ost 중 어지 오버킬 (Urge Overkill)이 부른 Girl, You will be the woman soon 트랙을 추천합니다. 순수하고 맹목적인 사랑의 감정을 걸걸하게 노래하는 것이 이 영화의 매력을 배가시켜 준다 생각합니다. 또, 국내 밴드 자우림이 커버한 버전도 있으니 꼭 비교해가며 들어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간혹 전축을 영업하다가 영화 이야기가 많이 오가는 날에는 영화 펄프픽션의 ost LP를 틀어드리기도 한답니다.
Q. 사장님의 인생 앨범 TOP5를 꼽아주신다면요?
베토벤 교향곡의 정수를 담백하면서도 강렬하게 해석해낸 명지휘자 토스카니니의 역사적 녹음입니다. 이소룡처럼 군살없는 근육질의 연주가 베토벤 교향곡의 골격을 견실하게 드러내면서 교향악의 순수한 음악적 백열을 느끼게 합니다.
극적인 드라마와 성악의 카타르시스가 조화로운, 오페라의 진수를 담아낸 앨범입니다. 테너 델 모나코의 영웅적인 목소리와 소프라노 테발디의 격조 높은 자태, 카라얀의 박진감 넘치는 지휘가 들을 때마다 가슴을 뛰게 만듭니다.
‘독일가곡을 좋아한다면서 분덜리히를 듣지 않는다면 단적으로 말해 죄짓는 일이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분덜리히는 독일 가곡의 영원한 청춘입니다. 처연하면서도 맑게 들려오는 노랫말은 음악적 성취를 넘어 지적인 사유에 다다르게 합니다.
흥겨운 보사노바 멜로디를 자유로운 변주와 신사적인 사운드로 구사해내는 데스몬드의 연주가 이 앨범의 은은한 품격을 더해줍니다. 웨스트코스트 재즈의 숨겨진 보석이자 금자탑이죠.
연주, 음질, 선곡의 3박자가 완벽한 앨범입니다. 저마다 경쾌한 스윙의 극을 달리는 트리오가 혼연일체로 어우러지는 조화가 청자를 행복하게 합니다. 재즈클럽에서 사랑받는 인기 신청곡들을 한데 모아 앨범에 담은 선곡곡도 이 앨범을 사랑하게 만드는 이유죠.
#우리 일상을 조금 더 두툼하고 부드럽게 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Q. 앞으로 기획하고 있는 일들이 있다면?
전축의 일관된 핵심가치를 유지하면서도 언제나 새로운 콘텐츠를 보여드리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선 전축의 음악 스펙트럼을 더 넓힐 수 있도록 레코드 디깅에 늘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즌별로 새로운 메뉴와 함께 발견할만한 가치가 있는 술을 찾아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앞서 소개한 문화세션 ‘전축전’도 더욱 다양한 주제를 선정해 지금보다 더 자주 열 예정이고요. 전축에 오시는 분들이 언제나 새로우면서도 동시에 늘 편안하고 아늑한 공간으로 느낄 수 있도록 성심을 다하고 있습니다. 또 전축과는 다른 미학을 가진 제 2의 공간도 오픈 준비하고 있습니다. 좋은 음악과 좋은 술로 일상을 풍윤하게 만드는 점에서 전축의 핵심가치를 이어가지만 그 매력과 결은 완전히 색다르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많이 기대해주세요.
Q. ‘전축’, 앞으로 어떤 공간이 되길 바라는지?
편하게 오시고 많이 누려주셨으면 합니다. 언제나 방문해도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고 맛있는 술과 메뉴가 준비된 편안한 공간으로 가꾸어 나가고 있습니다. 더불어 ‘전축전’처럼 알찬 문화 콘텐츠까지 선보이는 이곳이 우리 일상을 조금 더 두툼하고 부드럽게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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