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합니다!
‘지금 나오는 노래 완전 좋은데, 이건 다 누가 알고 선곡하는 거지?‘ 이런 생각, 해 보신 적 있나요?
요즘 ‘핫’하다는 거기! 감성 충만한 분위기에 흐르는 노래마저 힙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바로 거기!
이 음악을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도 넣고 싶은데, 주변 소음 때문에 검색에 실패하는 일이 다반사.
그렇다고 점원에게 물어보기는 조금 부끄러운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 – 한 달에 두 번, [핫플힙플]이 전하는 흥미로운 선곡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자료제공: 비스킷 사운드
HOT PLACE <아파트먼트 프란츠>
최근, 음악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큰 관심을 받는 브랜드 <프란츠>는 파스칼 키냐르의 《음악 혐오》, 필립 글래스 《음악 없는 말》 등 11권째 책을 내고 있는 출판사이자 음악을 모티브로 한 감각적인 물건을 만들어 내는 디자인 브랜드이고 또, 음악회와 강연을 통해 음악과 사람들을 연결하는 음악 플랫폼이다.
음악과 관련된 다양한 일을 하는 만큼 수식어도 많지만, 그 가운데에는 ‘음악’이 있다. <프란츠>가 하는 모든 일이 결국 보이지 않는 음악을 다양한 감각으로 경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제안하는 일인데 그 중 ‘음악을 같이 들어보고 느껴 보자’고 제안하는 공간 <아파트먼트 프란츠>에서 <프란츠> 김동연 대표를 만나 브랜드와 공간에 대한 얘길 나눴다.
INTERVIEW <아파트먼트 프란츠>
#1. 음악에 관한 여러 가지를 합니다.
Q.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네, 안녕하세요. 저는 <프란츠>, <아파트먼트 프란츠>를 운영하는 김동연이라고 합니다.
Q. <프란츠> 소개를 부탁드려요.
<프란츠>는 음악에 관련된 여러 가지를 만들고 있고요. 그중 가장 중심이 되는 건 책이에요. 다양한 일을 하는 ‘음악 전문 출판사’라고 소개드리고 싶습니다. 시작한 지는 5년째 됐고요, 음악을 중심으로 한 책들을 꾸준히 만들고 있고 최근에 11번째 책을 냈습니다.
Q. 그리고 공간 <아파트먼트 프란츠>도 운영하고 있죠. 주거 공간을 활용한 게 인상적이에요. 어떻게 만들게 된 건지?
음악에 관한 일을 하다 보니, 또 음악을 좋아하면 좋아할수록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음악이라는 예술이 눈에 보이지도 않으니 더 궁금하기도 하고 그렇잖아요. 사람들과 모여서 음악이란 무엇인지 알아가는 시간을 함께 가지고 싶었습니다. 공간을 고민하다가 살고 있는 집을 활용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프란츠>의 취향을 가장 잘 보여드릴 수 있고, 우리만의 아늑한 아지트 같은 느낌도 들지 않을까 싶었죠. 공간의 특성상 상시로 오픈하지는 않고 프로그램이 있을 때 미리 신청을 받습니다. 이곳에 오시는 분들이 저에게는 <프란츠>의 방문객이자 저희 집을 방문해 주시는 손님이기도 해서 늘 감사하고 소중한 마음으로 맞이하고 있어요.
#2. ‘읽을 수 있는 음악, 만질 수 있는 음악’
Q. 브랜드와 공간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가고 계신지 콘셉트랄까 그런 게 궁금해요.
특별히 브랜딩을 체계적으로 계획하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하고자 하는 것을 꾸준히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떤 이미지가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프란츠>에 대해서 ‘읽을 수 있는 음악, 만질 수 있는 음악’이라는 표현을 한 적이 있는데요. 음악을 다양한 감각으로 경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제안을 하는 것이 <프란츠>가 하고자 하는 일입니다. 감사하게도 하나씩 열심히 정성 들여서 내놓는 것들 것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느리지만 힘을 내서 계속해보고 있습니다.
Q. 대표님은 바이올린을 전공하셨고 일반인들을 상대로 레슨도 하셨죠. 그리고 출판사를 차리기 이전에 다른 출판사에서 책을 내셨고요.
네 맞아요. 세광음악출판사에서 처음 책을 낸 게 2008년이었을 거예요. 첫 책은 출판사의 제안이 아니라 제가 제안해서 나오게 된 책인데요. ‘한 권으로 끝내는 취미 바이올린’이라는 책이었어요. 반드시 익혀야 하는 테크닉들을 이왕이면 우리가 익히 알거나 멜로디가 좋은 곡들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테크닉도 익히고 좋은 곡도 연주할 수 있는 그런 책이 있으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열심히 써서 출판사에 보냈고 그 당시에는 그런 책이 드물었기 때문에 바로 출판을 할 수 있었죠.
Q. 그러다 직접 출판사를 차리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그 책을 시작으로 다른 명곡집도 몇 권 펴내면서 책을 만드는 것에 대한 매력을 알게 되었어요. 책을 읽는 것 자체는 예전부터 좋아했지만 그걸 제가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상상은 못 했는데 어느 순간 직접 만들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새로운 책에 대한 아이디어도 몇 가지 있었고요. 많은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출판사에 선뜻 제안하기는 어려운 기획들이나 음악에 대한 좋은 책들을 직접 만들고 싶다는 열정 어린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프란츠>의 책 중 특히, 음악과 함께 읽기 권하는 책이 있을까요?
음, 《음악 혐오》와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라는 두 책이 떠오르는데요. 《음악 혐오》는 ‘알쓸신잡’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김영하 작가가 유희열 작곡가에게 선물을 하면서 더 많이 알려진 책이기도 합니다.
파스칼 키냐르라는 프랑스 작가가 쓴 책으로, 작가 본인이 음악가이기도 해요. 아마도 음악에 대해서 염증을 느끼게 된 시기가 있었던 모양이에요. 그때 작가는 음악이라는 건 무엇이며 그 근원은 무엇인가 그리고 음악은 정말 아름답기만 한 것인가, 이런 질문을 던지고 철학적으로 파고듭니다. 읽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짧게 단락이 나뉘어 있어서 생각하며 조금씩 천천히 읽어보기 좋은 책이에요. 책 중간중간에 특정한 음악 작품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가 있거든요. 그 음악을 같이 찾아서 들어보시면 작가의 의도와 이 글의 분위기를 조금 더 가까이 느껴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저 역시 그렇게 책 속에서 만나 찾아 들었던 음악 중 지금 생각나는 건 슈베르트 현악 4중주 13번 ‘로자문데’인데요. 인간의 잔혹함을 보여주는 대목에서 이 음악이 등장하거든요. 근데 음악은 너무 아름다워요. 거기에서 오는 괴리감이 저한테는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그리고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라는 책은 사실 직접적으로 음악에 관련된 책은 아니에요. 이브 생 로랑은 우리가 잘 아는 그 패션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이 맞습니다. 저자인 피에르 베르제는 이브 생 로랑과 평생을 같이한 사업 파트너이자 연인인데요. 그가 이브 생 로랑 사후에 쓴 편지를 엮은 책이에요. 편지 중간중간에 이런 말들이 나옵니다. ‘오늘 무슨 책을 읽었는데 너무 좋더라, 오늘은 이런 음악을 들었는데 이 사람의 연주가 너무 좋더라’. 피에르 베르제 곁에 이브 생 로랑이 있었으면 이런 얘기를 하고 그 음악을 같이 들었을 수도 있겠죠. 평상시에 우리도 가까운 사람하고 이런 일상을 많이 나누잖아요. 이제 더 이상 그걸 나눌 사람이 없으니까 글로 쓴 거죠. 피에르 베르제가 들었던 음악을 찾아서 들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편지에서 피에르 베르제가 이브 생 로랑에게 “아이팟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의 모든 연주 버전이 다 들어 있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하기도 하거든요. 저자가 얼마나 베토벤 소나타를 좋아하는지 드러나는 대목이죠
Q. 대표님이 진짜 좋아하는 음악은 뭔가요?
요즘 우효의 음악 몇 곡을 돌려가면서 계속 듣고 있습니다 (웃음). 가요는 가사를 즉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아요. 틀자마자 바로 가슴을 치죠. 이외에도 윤상, 김동률, 이소라를 좋아해요. 콘서트가 있으면 꼭 가보려고 할 정도로요.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는 가사가 없는 음악을 주로 듣습니다. 혼자 있을 때는 피아노 솔로 곡이나 피아노 협주곡을 좋아해요. 제일 좋아하는 건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이에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중에 20번 하고 24번 딱 2곡만 단조거든요. 20번은 정말 아름다운 선율 안에 희노애락이 다 들어있는 듯합니다. 들어보시면 정말 아름답지만 인간의 어두운 면이 느껴지면서 가슴 속 뭔가를 자극하는 느낌을 받으실 거예요.
Q. 책에 담긴 음악 얘기를 해주셨으니 이번엔 책에 관해서도 여쭤볼게요. 음악 좋아하는 지니뮤직 구독자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있다면요?
음악 좋아하시는 분들 특히, 피아노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책은 《스타인웨이 만들기》라는 책인데요. 전 세계 연주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피아노인 ‘스타인웨이’라는 피아노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뉴욕타임스 기자가 면밀히 취재한 책이에요. 기자 본인도 취미로 피아노를 치는 사람이라 피아노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이 작업을 시작했고 거의 1년 정도를 공장에 들어가서 취재를 했죠. 한 대의 피아노가 주인공이 되는, 피아노의 일생을 다큐멘터리 같이 다룬 책이라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
#3. 가슴과 뇌를 동시에 자극하는 클래식, 일단 같이 들어 보실래요?
Q. 클래식 음악, 대표님은 왜 좋아하시나요?
클래식 음악은 가슴과 뇌를 동시에 자극하는 느낌이 있어요. 아주 구조적으로 층층이 잘 짜여진 음악이 주는 그러한 자극과 어쿠스틱한 클래식 사운드를 좋아합니다. 이 정도의 느낌과 자극은 어떤 것으로도 받기 어렵지 않나 싶은 생각을 많이 해요. 사랑에 빠지기 시작할 때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너무 알고 싶어서 머리를 쓰기는 동시에 너무 좋아서 가슴이 뛰는 것, 굳이 비교하자면 그 정도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저는 그렇습니다.
Q. <아파트먼트 프란츠>에서 진행되는 ‘살롱 골드베르크’가 궁금합니다. 1년 내내 같은 음악만 아무런 해설 없이 듣는 감상회라고 알고 있어요.
<프란츠>에서의 활동은 클래식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클래식 만이 수준이 높은 음악이라서가 아닙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대중 음악은 좋고 싫고를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음악이고 개인적으로도 충분히 즐기며 감상하기 좋죠. 그에 비해 클래식은 곡의 길이 자체도 긴데다가 몇 번 들어야만 그제야 좋은 곡들도 많아요. 말하자면 ‘견디는 시간’이 필요한 음악들이 꽤 있는 거지요. ‘살롱 골드베르크’에서는 1년을 들어도 좋을, 1년을 들어야 좋을 곡을 선곡해서 함께 듣습니다. 첫해에 들었던 음악이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었어서 모임의 이름이 되었어요.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전형적으로 그런 곡이라 생각해요. 중간중간에는 막 견뎌야 하고 어떤 순간은 지루하기도 하고, 그렇지만 그걸 한 번 뛰어넘고 나면 어느 순간 매료되고야 마는 그런 작품이죠. 그렇게 매달 모여 각기 다른 연주자의 음반을 듣고 있어요. 모임은 어느새 3년 차에 접어들었네요.
Q. 처음 접하는 방식의 감상회인데요. 이렇게 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왠지 클래식 음악이라고 하면 뭔가를 알아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들잖아요. 음악의 본질이 듣는 것이니 그냥 일단 들어보자는 것입니다. 여기에 온 이상 그 곡이 끝날 때까지 어디 갈 수가 없거든요 (웃음). 보이지 않는 문을 잠가놓은 거죠. 한 달만 참석하고 안 오는 분도 많지만 여기에 빠져든 분들은 계속 오세요. 그중에 첫해 1월부터 계속 참석한 분이 있는데요. 클래식에 이제 막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분이었는데 세 번째 달까지는 정말 견디는 시간을 가졌어야 했지만 연말쯤 되니까 누구보다도 그 음악을 잘 아는 사람이 되었어요. 지금 듣는 부분은 어떤 구간인지, 누구의 연주인지를 파악할 정도로 섬세한 귀를 갖게 되는 걸 목격하면서 이 모임은 분명히 의미가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고, 이 모임이 <아파트먼트 프란츠>에서 가장 중요한 모임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번 구성되는 멤버의 조합이 달라지는데, 클래식을 처음 듣는 분부터 음악을 전공한 분들까지 아주 다양하지요. 참여하시는 분들에 따라 매달 나누는 이야기나 결이 달라지는 것도 이 모임의 매력입니다.
Q. 앞으로 어떤 일들이 계획되어 있으신지.
곧 《야생 숲의 노트》라는 신간이 나오는데요. 19세기 한 음악가가 쓴 새소리 악보집 겸 에세이입니다. 그 책의 출간에 맞추어 낭독 공연도 준비 중이고요. 코로나도 안정기에 접어들고 있는 만큼 멈추었던 하우스 콘서트도 다시 재개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예술 문화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을 모시고 그 직업을 탐구해보는 시간을 꾸준히 정기적으로 가져보려고 계획 중이에요.
Q. <프란츠>는 앞으로 어떤 브랜드가 되고 싶은지.
‘음악’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가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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