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만화를 좋아했던 친구들, 원대한 프로젝트의 서막
때는 2001년, 서울의 한 남자 중학교에서 여섯 명의 소년이 만나게 된다. 이들은 모두 만화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어 쉽게 친해질 수 있었고, 그 중 만화를 그리는 실력이 가장 빼어난 '정헌'을 중심으로 평생의 흑역사로 남을 크루 'M.Fam'(만화 패밀리)을 결성하게 되었다. 이 때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이것이 15년 후의 고생길이 될 것이라는 것을..
1st EP2019 첫 번째 EP [돌보지 않은 마음]
"틀어놓은 수도꼭지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사람들이 멀어지는 것을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습니다. 이제 나도 그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 헤아릴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감정들이 소용돌이치며 일상을 무너뜨리고 나서야 새삼스레 깨닫는 것이 있습니다. 적어도 한번은 돌봐야 했던 건 단지 타인의 마음뿐만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TEASER에펠
18년 5월, 군 전역과 동시에 2년간 품어왔던 꿈을 펼치려는 '석원'. 12월, 홀로서기 후 첫 번째 싱글 앨범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발표하게 되지만 곧 깨닫게 된다. 곡을 발표하는 것만큼이나 적극적인 홍보도 중요하단 것과 기획사 없이 활동을 재개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해야만 한다는 것을. 물론 2010년 처음으로 음악을 발표했던 시절부터 계속 정헌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조금 더 본격적인 컨텐츠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손 닿는 곳에 오래된 친구들이 있었다.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는 일을 좋아한 친구들이라 현재 예술계통에 종사하고 있거나 직업은 아니더라도 모두 예술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 중 '태건'은 사진 촬영에 취미를 두고 있었고, 그것은 석원에게 한줄기 빛으로 보였다. 태건은 석원에게 혹사당하며 그와는 조금 다른 것을 보았겠지만, 어쨌든 처음치고 꽤나 훌륭한 영상을 찍어주었다. 그렇게 첫 번째 EP의 티저 영상 다섯 개(!)가 완성 되었으며, 석원은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이 어느 정도 제시 되었다고 느꼈다.
STORY작가님 작가님 우리 작가님 (a.k.a. 제수씨)
석원에게 정헌은 여러모로 도움을 주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같았다. 활동 시작 때부터 지금까지 쭉 로고 및 앨범 디자인을 도맡아준데다가 심지어 실력 있는 사진 작가님과 결혼을 해 프로필 사진에 앨범 커버 이미지까지 상당한 우대를 받고 작업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러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군생활 중에 있었던 정헌의 결혼식에 석원은 휴가를 내어 축가를 불러줬으나, 왠지 부끄러움은 오롯이 신부의 몫이었다.
2nd EP2019 두 번째 EP [아름다웠던 날에]
"뛸 듯이 기뻤던 날도 무너져 내렸던 밤도 다 지나간 지금, 그 시절을 아름답게 하는 건 오늘 차분히 길어 올린 마음이었습니다. 나 자신 외엔 아무도 온전히 떠올릴 수 없는 그 때를 내가 아니면 누가 토닥여 줄 수 있을까요? 나를 바라보던 눈빛과 목소리들을 하나 둘 기억해 내다 보면 사소하게 흘렸던 눈물이 조금 우스워지기도, 행복하게 짓던 웃음에 온통 먹먹해져 버리기도 합니다. 정말 아름다운 날들이었어요."
석원은 앨범 발표를 앞두고 태건과 서울 등지로 촬영을 떠났다. 서울식물원, 파주 등 아름다운 풍경을 가진 장소를 떠올려 가봤는데, 그 모든 곳에 풍경과 더불어 수많은 연인이 있었고 시커먼 남자 단 둘이 데이트인지 촬영인지를 하고 있으니 기분이 매우 즐거웠다. 뒤늦게 정헌이 합류하고 장소를 하늘공원으로 옮겨 결정적이라고 생각되는 영상들을 많이 찍었다. 전과 달리 태건은 가벼운 마음으로 촬영에 임할 수 있었다. 영상을 업으로 삼고 있는 M.Fam의 또 다른 친구 '동욱'이 두 번째 싱글 앨범의 자료를 정리하던 중 위기의 순간에 구세주처럼 등장하여 문제를 해결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열정으로 일하는 동료가 한 명이 더 늘어 석원도 더욱 마음이 든든해졌다.
하늘공원도 별 다를 것 없이 연인이 참 많았다.
촬영이 끝나고 시간을 내어준 친구들이 고마워서 간단하게나마 대접을 하려 홍대 인근 맥주집으로 갔다. 함께 웃고 마시며 촬영했던 자료들을 살펴보는데, 정적인 분위기의 영상에 비해 타이틀곡이 또 많이 밝았다. 이 모든 것은 석원의 잘못이었다.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만 생각하고 정작 그 영상이 쓰일 음악을 간과해 애초부터 디렉션을 잘못 준 탓이었다. 머리를 맞대고 사태 수습 방법을 궁리하던 중, 정헌과 태건은 가게 천장에서 커다란 미러볼이 돌아가고 있는 것을 동시에 발견했다. 레트로 풍의 타이틀 곡과는 당연히 찰떡이었다. 이 곳 저 곳을 담아온 영상은 앨범 분위기를 대표하는 곡의 리릭 비디오로 만들기로 결정했고 우연히 발견하게 된 미러볼은 타이틀 곡의 티저가 되었다.
오랜 친구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 그리고 희생에 이번 앨범 역시 여러 가지 컨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석원도 친구들 덕분에 험난한 가시덤불을 헤치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이제 프로젝트의 정확히 반이 남은 지금, 앞으로도 제군들 힘내주길 바란다.
이국의 꽃 촬영지 홍콩에서 차례대로 석원 정헌 태건 순용 (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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