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도시 속에서 살고 보고 느끼는 나무(들)의 중얼거림
생각의 여름 [The Republic of Trees]
싱어송라이터 박종현의 1인 프로젝트 '생각의 여름'이 2016년 가을부터 구상해왔던 연작을 비로소 완성하여 선보이게 되었다. 작년 미리 선보인 싱글 [From a Tree Perspective]를 포함한 여덟 곡이 수록되어 있다.
기존에 선보여 온 정규 앨범들과는 다른 결을 가진 한 덩이의 작업을 의도했다. '생각의 여름' 앨범 중에서 처음으로 모든 노랫말이 영어라는 점이 첫 번째 차이일 텐데, 이는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나무)가 하는 말을 표현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는 모국어가 아닌 이질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싶었던 까닭이라고 한다.
더불어 앰비언트 음악의 방법론을 두드러지게 느낄 수 있는 것도 이전과의 차이인데, '프립과 이노(Fripp & Eno)' 혹은 '트래비스와 프립(Travis & Fripp)' 등 라이브-앰비언트 듀엣의 음악을 알게 모르게 참고했고, 그 결과 신디사이저를 비롯한 전자 악기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를 위해 밴드 '실리카겔'의 김한주가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하여 군 입대 직전까지 음악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발매 이후에는 3월 30일(토)와 31일(일) 양일간 ‘벨로주 망원’에서의 단독 공연을 시작으로 꾸준하게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음은 수록된 노래들에 대한 박종현의 간단한 주석.
01. Preface (서설)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앓는 사람들, 나무들을 바라봅니다. 자신의 앓음도 함께 바라봅니다."
02. Looking Downward for Decades (공터라 부르는 곳을 오래 내려다봄)
"심어져 있는 곳에서, 계절이, 사람이, 물건이, 사건이 주변을 들고 나는 것을 목격하고 또 목격합니다."
03. Implanted in the Past (과거에 심겨)
“본능이 욕망을 계속 자라게 하고 그 욕망이 ‘나’라는 나무를 한 ‘곳’으로 얽어맵니다. 얽힘이 곧 생이 됩니다.”
04. Relapse (덧)
“꽃들은 종종 큰비에 찢겨 떨어집니다. 비는 찢긴 상처를 봐주지 않고 또 떨어집니다.”
05. From a Tree Perspective (나무의 시점)
“사람들이 비바람이나 어떤 사건들에 흔들거리고 불안해하고 휘청거리는 것을 봅니다. 그 흔들림은 그들의 내부에서 기인한 것이 아닙니다.”
06. Love Me as Mosses Do (이끼처럼 사랑해 주어요)
“이끼는 때로 나(무)와 공생 관계를 맺고 살아갑니다. 순록이 데려가기 전까지 이끼들은 무릎을 매만지고 사랑합니다.”
07. By This Bonfire (불 곁에서)
“가끔 인간들이 나무를 모아 타닥타닥 태우는 것을 봅니다. 나무의 생이 노랗게 허공에 적힙니다.”
08. Late Autumn (늦가을)
“잎에 실어져 있던, 빛을 향한 욕망들을 내려놓습니다. 때가 되면 욕망은 다시 자랄 것입니다.”
붕가붕가레코드 대중음악 시리즈 38번째 작품. 모든 곡은 박종현이 만들었고, 박종현과 김한주가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녹음은 박종현의 방과 필로스플래닛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다. 마스터링은 밴드 ‘실리카겔’의 김민수(우리모두 레코딩).
글 / 곰사장 (붕가붕가레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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