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합니다!
'지금 나오는 노래 완전 좋은데, 이건 다 누가 알고 선곡하는 거지?' 이런 생각, 해 보신 적 있나요?
요즘 '핫'하다는 거기! 감성 충만한 분위기에 흐르는 노래마저 힙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바로 거기!
이 음악을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도 넣고 싶은데, 주변 소음 때문에 검색에 실패하는 일이 다반사.
그렇다고 점원에게 물어보기는 조금 부끄러운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 - 한 달에 두 번, [핫플힙플]이 전하는 흥미로운 선곡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자료제공: 비스킷 사운드
HOT PLACE <을지로 쎄시봉>
을지로에 위치한 와인 바 <을지로 쎄시봉>은 음악 예능 '너목보' 시즌 6에 '쎄시봉'으로 출연해 따듯한 감성을 전해준 가수 허준석이 운영하는 공간이다. 을지로 하면 흔히 힙한 인테리어를 생각하는 데 이곳은 좀 다르다. 매장에 들어서면 소박하고 따듯한 엔틱 감성의 인테리어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데, 사장님의 어머니가 직접 구운 웰컴 쿠키가 이 와인 바의 분위기를 대변하는 듯하다. 김광석부터 잔나비, 검정치마까지 손님이 원하는 노래라면 어떤 곡이든 연습해 정성껏 들려주는 사장님이 운영하는 감성 충만한 라이브 와인 바 <을지로 쎄시봉>을 소개한다.
INTERVIEW <을지로 쎄시봉>의 허준석
Q. 안녕하세요!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싱어송라이터 '레트로 (ReTro)'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을지로 쎄시봉> 와인바를 운영 중인 허준석입니다
Q. 대표님은 음악 예능 <너의 목소리가 보여> 시즌 6에 쎄시봉으로 출연하셨죠?
맞아요. '너목보' 시즌 6 10화에 형제처럼 지내는 동생과 함께 출연하였습니다.
Q. '쎄시봉'이라 하면 송창식, 윤형주, 이장희 등 포크 열풍을 일으킨 가수를 배출한 음악 감상실로 기억하는 분들이 있으실 거고 또 영화 《쎄시봉》으로 알고 있는 분도 있을 것 같아요. '너목보' 출연도 그렇고 가게 이름도 그렇고 대표님에게 '쎄시봉'이 남다른 의미를 갖는 것 같아요. 그런가요?
사실, <을지로 쎄시봉>이라는 이름은 '너목보' 작가님께서 지어주신 이름인데 당시 많은 분들께서 응원해 주시고 기억해 주셔서 자연스럽게 애착을 가지게 되었어요. 1회성 방송으로 사용되고 끝내는 게 너무 아쉬웠던 차에 제가 매장에서 하는 음악과 콘셉트가 맞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쓰게 되었어요. 또, 프랑스어로 'C'est Si Bon' 뜻이 "매우 멋지다", "훌륭하다"라는 의미여서 매장을 방문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멋진 하루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기도 합니다.
Q. 영업한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2020년 2월에 오픈하여 현재 1년 6개월 정도 되었습니다.
Q. 코로나와 함께한 영업이네요. 뮤지션이자 바 대표님이기도 하시잖아요. 가수로서의 생활과 가게 운영은 많이 다를 것 같은데요. 두 생활을 병행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다면요?
처음에는 육체적인 어려움보다는 정신적인 어려움이 컸어요. 공연장에 오시는 분들은 음악을 듣기 위해 오는 분들이고, 공연에 대한 사람들의 집중도도 높은데 바는 그렇지가 않으니 노래에 전혀 집중하지 않으시거나 술에 취해 본인도 노래를 하겠다고 마이크를 뺏어 가신 분들도 있었거든요. 막상 운영을 해보니 제가 꿈꾸던 모습의 라이브 바가 아니어서 처음에는 마음고생이 많았지만 오히려 그 시간들이 정신적으로 저를 더 성장하게 해주었고 마음가짐을 바꿔주었어요.
Q. 마음가짐의 변화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그래도 내 노래를 듣고 위로받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기로 한 거죠.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고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건지 어느 순간부터는 라이브를 듣기 위해 오는 손님들로 매장이 가득 찼고 요즘은 오히려 반대로 손님들께서 숨죽이고 라이브를 들어주셔서 가끔 술집인지 콘서트장인지 헷갈릴 때도 있을 정도로 감사한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게 되었어요. 운영 방식을 바꾸어야 하나 라이브를 하지 말아야 하나 고민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제가 꿈꾸던 공간을 고집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Q. <을지로 쎄시봉>은 어떤 공간인가요? 간단하게 설명해 주신다면요?
조금은 낡고 부족해도 따듯하고 소박한, 그리고 음악과 늘 함께하는 장소입니다. 평범한 일상 속에 잠시나마 위로가 되고 추억이 되는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Q. <을지로 쎄시봉>을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취하지 않을 정도의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주종을 찾다 메인 주류는 와인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병맥주와 칵테일 등이 있어요. 안주로는 핑거푸드가 있고요. 준비된 술과 흐르는 음악과 함께 기분 좋게 한잔하시는 게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Q. 라이브 바답게 상당히 분위기가 있는데, 또 뭐랄까 예쁜 포인트들이 있는 게 인상적이에요.
레트로하면서도 엔틱하고 오래 있어도 편안한 매장 분위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시끄럽고 불편한 매장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최대한 편한 느낌으로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의 사진과 물건들을 놓으면서 자연스럽게 쉼터 혹은 아지트 같은 분위기의 매장이 된 것 같아요.
Q. 음악 얘기를 안 할 수 없습니다. 선곡은 어떻게 하세요?
유명한 가수분들의 노래보다는 인디 싱어송라이터분들의 노래 위주로 틀어요. 저도 디지털 싱글과 1집 앨범을 발매한 가수지만, 발매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한 번이라도 누군가에게 노래가 들려진다는 게 굉장히 어렵다는 걸 알아서 일부러 시간을 내어 최신 포크 음악이랑 싱어송라이터 음악을 전체적으로 찾아 들어봐요. 그리고 제가 맘에 드는 분들의 음악을 그때그때 추가하며 틀어요. 손님들께서 제목과 가수를 물어보신다거나 핸드폰으로 음악 검색하는 모습들을 종종 보는데, 워낙 매장이 소규모라 크게 도움이 되진 않겠지만 이렇게 한 사람, 두 사람 귀에 다양한 싱어송라이터분들의 음악이 들려진다 생각하면 괜히 기분이 좋더라고요. 라이브는 현재 저 혼자 진행하지만 다른 의미로 옛 쎄시봉 음악감상실과 닮은 건 아닐까 가끔 생각합니다.
Q. 사장님이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궁금해요.
영원한 가객 김광석 선생님을 가장 좋아하며 존경합니다.
Q. 라이브 공연이 열리죠. 설명을 좀 해주세요.
사실 처음엔 라이브 공연까지는 아니었어요. 아무런 장비도 없이 통기타 한대로 노래를 하다 언제부턴가 많은 분들이 라이브를 요청하셨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간도 정하고 장비도 사게 되었는데 아직도 "라이브 공연"이라는 단어는 조금 어색하고 민망하지만 공연답게 느껴지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Q. 신청곡도 받으신다고 들었어요.
어느 순간부터 매장이 바빠지면서 어떤 손님들이 방문해 주셨는지 기억도 못 하는 게 너무 아쉬웠어요. 저에게 음악은 위로와 소통인데 일방적으로 "내가 준비하고 잘하는 노래만 들으세요!"하고 강요하는 느낌도 싫었고요. 바쁘다는 이유로 기계처럼 운영되는 모습 또한 지양하고 싶었죠. 신청곡을 받는 게 저에게는 하나의 소통이라 느껴졌고 손님들의 신청곡을 불러드리는 작은 변화였지만 기계적으로 일하는 답답한 느낌보다는 "항상 노력하고 있어요"라고 보여드릴 수 있는 저 만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니 스스로에게 환기도 되더라고요. 조금 부족할지 몰라도 신청곡을 불러드리는 게 그분들에겐 또 하나의 추억이 될 수 있고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어서 불러 드리고 있어요.
Q. 운영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이 있다면 언제일까요?
매장이 콘서트장처럼 바뀔 때면 매번 마음이 뭉클해지고 행복하지만 그래도 운영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날은 어느 토요일 밤 갑작스럽게 한 손님이 제 1집 앨범 중 "이 밤"이라는 노래를 신청하셨는데 처음 시작부터 끝까지 그 테이블의 손님들이 함께 불러 주시는 거예요. 슬픈 노래가 아닌데 눈물을 참느라 힘들었고 그날 라이브가 끝나고 평소처럼 홀서빙을 하려는데 갑자기 손님들이 감사하다며 한 번 더 환호와 박수를 쳐주시더라고요. 그날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Q. 앞으로 이곳에 기획된 게 있을까요?
지금까지는 제가 혼자 라이브를 진행하고 있지만 코로나 상황이 나아진다면 싱어송라이터분들을 모시고 일주일에 하루는 쎄시봉 이름처럼 음악 감상의 날을 만들면 어떨까 해서 계획하고 있어요. 그리고 음감회 같은 모임을 만들어 좀 더 깊이 있게 음악을 들으며 소통하는 모임 또한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 <을지로 쎄시봉>은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하시는지?
넉넉지 못한 형편과 성공에 대한 집착으로 20대를 이리저리 치이며 살았기에 늘 내가 쉴 수 있는 공간, 그리고 눈치 보지 않으며 내가 나답게 있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저와 같은 분들이 있다면 그분들에게 쎄시봉이 아지트이자 쉬어 가는 곳이 되길 바라고 많은 포크 음악들이 시대가 변해도 잊혀지지 않고 한 사람에게 추억과 향수를 남기는 것처럼 <을지로 쎄시봉> 또한 추억과 향수가 되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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