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우리네 '보통 사랑'에 대한 에필로그, 김그레 (Kim Gre)
ABOUT 김그레의 EP [AFTER ROMANCE]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착실하게 쌓아 올린 사랑의 과정은, 결국 그것을 완벽하게 무너트리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사랑의 과정이 신실할수록 그 무너진 빈자리는 아이러니하게 '공허'로만 가득 채워졌다.
거울 앞 상실감에 젖어 생명을 잃은 내 눈빛을 보는 것이 두려웠다.
그 설레던 순간이 그 뜨거웠던 순간이 가장 찬란하게 빛나던 우리의 모든 관계가 무(無)로 돌아가는 것. 아무것도 없는 무게에 짓눌리는 무거운 하루가 버거웠고, 일상에 어눌해지는 내가 싫었다.
과연 이리도 아무것도 남지 않을, 그냥 그렇고 그런 관계도 안되기 위해 이렇게나 너를 사랑할 필요가 있었을까. 결국은 '공허'만이 맴돌 뿐인 이런 이야기에.
김그레의 첫 EP [AFTER ROMANCE]는 사랑의 시작과 끝을 이야기한다.
앨범 속 '핑', 'After Romance', '조제', '바람이 분다', '지웠어 (feat. 헨)' 이 다섯 개의 독립된 이야기는 슬픔과 공허, 위로와 환희, 인정을 담고 있다.
사랑의 주체, 그 둘의 이야기를 김그레는 과하지 않고 덤덤한 보컬로 그려냈다. 감정의 과잉으로 슬픔을 분출하기보다는 한 글자 한 글자, 한 소절 한 소절, 감정을 억누르며 이야기를 끌어간다.
잔잔한 밤바다와 같아 듣는 이의 눈물샘을 자극하며 슬픔을 극대화하는 그녀의 담담한 목소리는 마치 우리네 보통 사랑을 닮았다. 드라마나 영화처럼 극적인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 우리의 평범한 사랑 이야기처럼.
타이틀 곡 'After Romance'에서는 현재 프랑스 재즈 씬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연주자 김여레가 하모니카로 참여하여 극의 서사를 더했고, 프로듀서로 이소라, 정인, 권진아, 스텔라 장 등과 작업으로 이름을 알린 싱어송라이터 헨이 함께 하여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하였다.
어떤 이야기... 나무를 사랑한 소년, 소년을 사랑한 나무.
어느 비바람이 몰아치는 밤, 소년은 그 나무를 끌어안고 밤이 새도록 큰 소리로 울었다. 그 소년이 그리 슬피 울었던 다음 날, 나무는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열매를 맺어 그 소년을 위로하였다. 나무의 풍성한 열매는 소년의 슬픔에 대한 나무의 화답이었다. 둘의 관계는 슬펐던 만큼 함께 메마른 것이 아닌 슬픔의 크기만큼 마음의 기쁨을 더하는 것이었다.
소년과 나무의 이야기를 돌아보며 생각하니 우리 사랑의 에필로그는 '공허'가 아니었다.
사랑의 이야기를 기억하며 다가올 더 나은 사랑을 위한 성장, 이것이 우리가 이번에 한 사랑의 끝맺음이었음을 그것을 이제는 알 것 같다.
김그레의 첫 EP [AFTER ROMANCE]도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글 김소천 @akuma_79
ALBUM 보통의 사랑에 대한 에필로그 [AFTER ROMANCE]
STORY 타이틀 곡 'After Romance' M/V 촬영기
CONVERSATION 그레와 프로듀서 헨, EP [AFTER ROMNCE]를 이야기하다.
그레) 드디어 완성했네요. 참 힘든 작업이었는데 헨 덕분에 무사히 완성할 수 있었어요. 함께 작업하며 시간을 보내니 전 우리가 처음 만났던 시절이 많이 떠오르더라고요. 헨은 우리 작업 (인연)의 시작이 생각나나요?
헨) 물론이죠. 서울예대 동기로 만나서 인연이 되어 친분을 쌓다가 제가 언니의 곡들을 너무 좋아해서 늘 함께 작업을 하고픈 소망이 있던 거 알았나요? 오랜 기다림 끝에 이번에 함께 작업할 수 있어서 너무 기뻐요. 타이틀 곡 'After Romance'는 언니가 학교 다닐 때 만든 곡이잖아요. 오랜 시간 묻혀 있다가 드디어 빛을 보게 됐는데 발매까지 특별히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그레) 맞아요. 오랜 시간 묻혔다가 드디어 세상의 빛을... 하하. 학교 졸업 공연 때 이 곡을 연주했었는데요. 그날의 날씨와 학교 강의실 안으로 들어왔던 햇살과 그 공기를 잊을 수가 없어요. 덕분에 제가 가졌던 이 느낌을 많은 분들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됐어요.
이번에 제 앨범의 프로듀서로 함께 하며 친구가 아닌 뮤지션 김그레의 모습은 느낌이 달랐을 것 같아요. 프로듀서로 바라본 김그레는 어떤 모습이었나요?
헨) 언니는 멜로디도 좋고 가사도 좋지만 곡을 들을 때 이미지가 상상되게 들리는 그런 곡을 쓰는 멋진 싱어송라이터라 평소에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냥 동네 언니로서 김그레는 최고의 술친구 ^^
프로듀서 헨
그레) 그럼 이번 앨범을 프로듀싱하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헨) 곡의 가사가 잘 전달되게 편곡하려고 신경 썼고, 5곡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들리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지난밤 녹음을 마치고 1번 트랙부터 차례대로 들어보니 언니의 아티스트로서 마음이 많이 녹아 있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앨범을 마친 언니의 마음이 어떤지 궁금해요.
그레) 오랜 시간 고민하고, 준비한 앨범이 드디어 세상의 빛을 보게 됐어요. 헨의 도움이 정말 컸어요. 고마워요. 이 앨범으로 사람들에게 김그레라는 이름이 오래 기억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음 하는 바람이 드네요.
STORY 프로필 촬영기
이번 앨범의 프로필과 앨범커버의 촬영장소는 다름 아닌 아티스트 김그레 본인의 '방' 이었습니다. 사진 촬영 역시 뮤직비디오 감독을 맡아준 박현(@warmherself) 감독이 장소 아이디어부터 즉흥적인 공간 연출까지 도맡아 따뜻하면서도 개성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합니다. 아티스트 김그레와 포토그래퍼 박현 오직 두 사람이 편안하게 공감하며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고 하는데요.
가장 자신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 그녀의 방에서 이루어진 사진 작업물들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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