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합니다!
'지금 나오는 노래 완전 좋은데, 이건 다 누가 알고 선곡하는 거지?' 이런 생각, 해 보신 적 있나요?
요즘 '핫'하다는 거기! 감성 충만한 분위기에 흐르는 노래마저 힙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바로 거기!
이 음악을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도 넣고 싶은데, 주변 소음 때문에 검색에 실패하는 일이 다반사.
그렇다고 점원에게 물어보기는 조금 부끄러운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 - 한 달에 두 번, [핫플힙플]이 전하는 흥미로운 선곡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자료제공: 비스킷 사운드
HOT PLACE 비프 웰링턴 맛집, 프렌치 비스트로 <장화신은 고양이>
한달 전에 예약이 다 찰 정도로 인기 있는 *비프 웰링턴 (beef wellington) 맛집, 망원동 <장화신은 고양이>. 프렌치 비스트로인 이곳은 운영자 김재호 쉐프가 일본 유학 시절, 주방 먼발치에서 희미하게 듣던 고풍스러운 재즈 음악을 들으며 기분 좋게 맛있는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가진 게 없어도 지혜를 발휘해 행복을 선사하는 동화 속 장화 신은 고양이처럼, 풍족하지 않은 조건에서도 맛있는 음식을 제대로 내는 묘수로 사람들에게 좋은 추억을 선물해 주는 김재호 쉐프를 만났다.
*소고기에 푸아그라 (foie gras)와 버섯 페이스트를 바르고 페이스트리 반죽을 입혀 구운 요리.
INTERVIEW 김재호 오너쉐프
Q.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망원동 <장화신은 고양이> 김재호입니다.
Q. '장화신은 고양이'는 무슨 뜻인가요? 가게 이름을 어떻게 이렇게 짓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장화신은 고양이'는 동화 제목이잖아요. 국내에서는 애니메이션 영화 <슈렉>으로 유명한 고양이가 프랑스에서는 되게 오래된 동화의 주인공이기도 하죠. 프랑스어로 '르 샤 보떼(Le chat botté)'라고 해요. '장화신은 고양이' 동화가 맘에 들어서 가게 이름으로 붙이게 되었어요. 거기서 주는 교훈이 맘에 들었거든요. 제가 하는 이 가게가 큰 자본이 있어서 하는 게 아니라 망원동에서 작게 하는 일이다 보니, 동화 내용과 공통된 게 있다고 느꼈어요. 동화 내용이 기억나실지 모르겠는데 방앗간 주인에게 자식이 셋이 있었는데 죽으며 첫째에겐 방앗간을, 둘째에게 당나귀를, 셋째에게는 고양이를 물려줬거든요. 셋째는 말 그대로 거지가 된 거죠. 셋째가 배가 고파서 '고양이라도 잡아먹어야겠다' 하던 차에 고양이가 "장화와 가방을 주면 잘 먹고 잘살게 해주겠다"라고 제안했고, 그걸 믿고 장화와 가방을 고양이에게 줬더니 정말로 고양이 때문에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는 스토리인데요. 돈이 없는 상황에서도 지혜롭게 돌파구를 찾아 행복하게 사는 게 맘에 들어서 그렇게 짓게 되었어요.
Q. 영업한 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처음에는 아시안 푸드로 시작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맞나요?
올해 9월 되면 4년이 돼요. 네 맞아요. 그게 부동산 계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시작했는데 저는 원래 일본, 말레이시아를 유학하다 마지막으로 프랑스에 머물렀고 이후에 한국에 와서 가게를 하게 되었어요. 6-7년을 외국에서 살았죠. 처음에 시작할 때는 부동산 특약으로 윗집이 파스타, 바비큐를 파는 식당이라 겹치지 않는 메뉴를 하는 조건이 걸려 있어서 동남아 음식으로 시작했어요. 유학하며 동남아시아 쪽 음식을 접하고 좋아하기도 했고요.
Q. 원래는 프렌치 비스트로를 하고 싶으셨던 건데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시작하게 되신 거죠? 그렇게 얼마나 하셨어요?
네 맞아요. 프렌치 비스트로를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런 인테리어도 했던 거고요. 처음에는 여러모로 힘들었어요. 다른 가게들도 마찬가지겠지만 1년 동안 적자만 봤죠. 반년 정도 했을 때 한 개씩 프렌치 음식을 넣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조금씩 변형해서 지금 형태가 되었어요. 이해해 주시고 발 끊지 않고 와주시는 게 감사하죠. 그때부터 오시는 손님이 있어요. 신기하고 감사하죠. 결혼해서도 오시고 멀리 계시면서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있고 그래요. 그런 것들이 도움이 많이 되죠.
#1. 동네 밥집 같은 편안함 속에서 양질의 프렌치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Q. 이곳을 한마디로 소개한다면요?
말 그대로 '프렌치 비스트로'인데 비스트로라는 개념이 한국에서는 애매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비스트로는 높은 등급의 양식당이 아니고 캐주얼하고 편안한 밥집 같은 식당이에요. 한국에서 '프렌치' 하면 어렵게 느끼시는 것 같은데 그걸 풀어보고자 일부러 낮은 등급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저도 편안한 마음으로 운영하고 있고요.
오리 다리 콩피 / 오리 가슴살 스테이크
Q. 대표 메뉴를 소개해 주세요.
세 가지를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오리 다리 콩피'라는 메뉴가 있어요. 오리 다리를 오리 기름에 장시간 조리해 만든 요리이고 그게 처음 라디오에 소개되면서 입소문을 탔어요. 그와 별개로 주력 메뉴는 '오리 가슴살 스테이크'가 있어요. 오리고기에서 가장 맛있는 부분이기도 하거든요. 마지막으로 '비프 웰링턴'이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메뉴에요. 코스로 내어드리고 있어요.
비프 웰링턴 / 비프 웰링턴
Q. 비프 웰링턴은 한 달 전에 예약해야 하고 신청일에 바로 마감이 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한 달을 기다려서 먹은 보람이 있는 맛이었습니다. 이 정도면 엄청난 인기인데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감사합니다. 처음부터 이렇지는 않았고요. 처음에는 손님이 없어서 힘들었어요. 메뉴도 그렇고 저희 가게를 생소하게 느끼셨던 것 같아요. 위치도 찾기 쉽지 않고요. 비결이랄 것은 없지만 지나서 생각해 보면 조금씩 꾸준히 해나가다 보니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생긴 것 같아요. 만들기 어려운 만큼 제대로 준비하긴 하거든요. 금요일, 토요일 준비하고 일요일에 내는 요리예요. 1인으로 운영하다 보니 그사이에 다른 것들도 하긴 하지만요(웃음). 손님들이 그런 것들을 알아주시게 된 것 같아서 감사하죠.
Q. 인테리어는 누가 하셨나요? 빨간색이 인상적이고 전체적으로 개성이 느껴져요.
대학 전공이 인테리어 디자인이었어요. 졸업하고 취직을 했는데 밤샘하는 일과 현장 일들이 몸에 잘 맞지 않고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돌아왔죠. 그렇지만 이 공간은 구성, 페인트칠까지 제가 직접 했어요. 다 구현을 못 하긴 했지만 파리에 있는 비스트로를 생각했고요. 파리에 있을 때 오밀조밀한 테이블에 사람들이 꽉 차게 앉아서 무언가를 먹는 모습이 감동이었거든요. 한국의 트렌디한 감수성엔 맞지 않을 수는 있지만 '유럽에 있는 비스트로 느낌이네' 하고 바로 알아보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 개성은 확실하게 있는 것 같아요.
Q. '다시 돌아오셨다고' 말씀하셨는데 대학 전공 이전에도 요리를 하셨었나요?
3년 내내 요리만 배우는 특성화 고등학교를 다녔어요. 거기에서 웬만한 자격증을 딴 상태였거든요. 대학의 조리과 같은 경우 자격증 취득에 교육 과정이 맞춰져 있어서 다른 것도 해보자는 생각에 인테리어를 배웠어요.
Q. 유학은 인테리어 쪽으로 가신 건가요?
아뇨. 요리를 다시 시작하고 처음엔 돈이 없으니까 학자금도 갚아야 하고 한국에서 1년 정도 요리를 하다가 일본에 갔어요. 그리고 그곳에서 3년 정도 주방에서 일을 했죠. 그때 만난 분들이 너무 좋았었어요. 많은 것들을 알려주셨고 요리와 요리 외적인 것들, 한국에서 배울 수 없는 부분들을 디테일하게 많이 알 수 있었어요. 그때 만났던 분들이 안 좋았었으면 음식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을 정도로 좋은 분들을 만나 많은 걸 배웠죠.
Q. 말레이시아에 유학이라니 흥미롭네요.
일본에서 어학교를 다녔는데 거기에 말레이시아 사람이 있었어요. 사실 제가 일본에 있었을 때 대지진이 있었거든요. 어머니가 걱정이 많으셨어요. 그런데 한국에 돌아가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좀 더 경험을 쌓고 싶었죠. 일본 어학원에서 만난 친구가 말레이시아 사람이었어요. 그 친구의 남자친구가 F&B 사업을 하고 있었고, 같이 가게를 하게 되었지만 1년 조금 안 되어서 닫게 되었죠. '피타 브레드'라는 샌드위치인데 직접 개발해서 나름 잘 만들었었고 손님도 꽤 많았는데 만국 공통으로 샌드위치는 점심에만 팔리는 것도 그렇고 제가 헨드 메이드로 만들다 보니까 체인점 제안이 와도 받아들일 수가 없었어요. 결국엔 사업적으로 키울 수가 없어서 문을 닫게 되었죠.
Q. 프랑스에서는 투어가이드를 하셨다고요.
사업을 접고 나와서도 말레이시아에서 일을 하긴 했었는데 생활이 맞지 않아서 한국에 잠깐 들어와서 사업 빚을 갚고 프랑스에 다시 다녀왔죠. 1년 정도 있었는데 요리를 한 게 아니고 투어가이드를 했었어요. 파리 곳곳 지방 도시를 다녔죠. 보고 먹고 구경하고 그랬는데 그랬던 게 실질적으로 지금 도움이 많이 되고 있어요. 프랑스 여행의 진짜 백미는 지방 도시거든요.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어요(웃음). 불편하기 짝이 없죠. 그런데 그 내면에 있는 아름다움을 보게 되면 그것대로 이해하게 되거든요. 지방 도시 여행 경험이 지금 가게를 열게 되는데 상당히 많은 영감과 도움을 줬어요.
Q. 소믈리에이기도 하시죠. 프랑스에서 와인도 많이 드셨겠어요.
네 맞아요. 사실 소믈리에 같은 경우 일본에서 자격을 땄어요. 거기서 기본기를 쌓았지만 본토 경험이 없어 아쉬웠는데 프랑스에서 현지 경험을 채웠죠. 부르고뉴 (Bourgogne), 브로도 (Bordeaux) 등 곳곳 지방 도시를 다니면 되게 좋아요. 메뉴판에 있는 와인이나 음식들을 직접 먹어보고 경험해보면서 알게 되어서 좋았죠.
#2. 동화 속 장화 신은 고양이처럼 지혜롭게, 그리고 꾸준히 일관되게
Q. 선곡은 누가하고 선곡의 기준은 어떻게 되나요?
제가 하고 있어요. 지금 들으시는 재즈 있죠? 와이파이가 끊겨서 예전에 틀던 것들이 지금 나오고 있는데 예전에는 스윙 위주의 재즈를 많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현대적이고 편안한 음악들을 점점 틀게 되었죠. 음악을 잘 몰라서 특별한 기준이 있다기보다 유튜브나 이런 데서 듣다가 '좋네' 이러면 그 음악도 리스트에 넣고 그런 식인데요. 대체로 들었을 때 튀지 않고 식사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음악들 위주로 선곡하는 것 같아요.
Q. 제가 여기 다섯 번 정도 와 본 것 같은데, 그때마다 음악들의 결이 맞는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네. 들었을 때 분위기에 맞지 않고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빼 버려요.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 조예가 깊으신 분들이 음악들을 알아보고 흥얼거리면 신기해요.
Q.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음악 스타일은요?
저는 재즈를 들으면서 일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일본에서 일했던 가게 중에 제대로 면접 보고 들어간 첫 식당이 40년 된 노포였어요. 이태리 식당이었는데 그곳에서 항상 재즈를 틀었어요. 주방에서 일하는 데 집중을 하고 있지만 홀에서 흘러나오는 그 재즈가 하나의 숨구멍 같은 것이었어요. 그걸 듣는 게 기쁨이었죠. 퇴근할 때 맥주 한 잔을 주거든요. 일 끝나고 파스타에 맥주를 한잔하면서 듣는 재즈는 정말 좋더라고요. '나도 나중에 가게를 차리면 재즈 음악을 틀어야겠다' 그때 생각한 거 같아요. 루이 암스트롱, 엘라 피츠 제럴드를 좋아했는데 요즘에는 보컬 없는 연주 음악들을 더 듣는 것 같아요. 아, 그리고 프랑스에 있을 때 그 나라의 문화나 여러 가지 것들에 대해서도 알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에릭 사티 (Erik Satie)가 감상을 위한 음악이 아닌 '가구 음악 (Musique d'ameublement)', 요즘으로 치면 BGM의 창시자라는 걸 처음 알게 되었어요. 그 느낌을 지향하기도 했었죠. 그렇지만 에릭 사티 음악을 매장에서 틀진 않아요. 에릭 사티 음반을 구했는데 틀고 있으면 졸리더라고요(웃음).
Q. 운영하며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아무래도 맛이죠. 요리하는데 상당히 신경을 많이 써요. 작업 시간도 많이 갖고요. 혼자 하니까 시간적 제약도 있기 때문에 반조리도 되어 있어야 하고 당연히 조리 시간도 짧아야 하지만 음식이 맛있지 않으면 아무도 재방문을 안 하시니까 준비 시간을 많이 갖더라도 제대로 만들어 내는 게 저희 가게의 특징이에요.
감자 뇨끼 / 항정살과 알리고
닭고기 테린
Q. 앞으로 새롭게 준비하고 있거나 기획하는 게 있을까요?
크게 화려하게 뭔가 새롭게 하기보다는 소소하게 꾸준히 하던 대로 일관된 맛으로 이렇게 오래 했으면 좋겠어요.
Q. <장화신은 고양이>는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는지?
힐링이 되는 식당이 되는 게 목표죠. "어제 식사가 좋아서 오늘도 그냥 기분이 좋았어요." 이런 말씀 해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최대한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보이지 않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셔서 여유롭고 즐겁게 식사하고 갈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HIPPLAYLIST 고전 영화 속 프렌치 비스트로로 순간 이동하게 만드는 <장화신은 고양이>의 낭만적인 플레이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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