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합니다!
'지금 나오는 노래 완전 좋은데, 이건 다 누가 알고 선곡하는 거지?' 이런 생각, 해 보신 적 있나요?
요즘 '핫'하다는 거기! 감성 충만한 분위기에 흐르는 노래마저 힙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바로 거기!
이 음악을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도 넣고 싶은데, 주변 소음 때문에 검색에 실패하는 일이 다반사.
그렇다고 점원에게 물어보기는 조금 부끄러운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 - 한 달에 두 번, [핫플힙플]이 전하는 흥미로운 선곡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자료제공: 비스킷 사운드
HOT PLACE <삼청동 과수원>
INTERVIEW 감희경 대표, 박수현 매니저
삼청동 주민센터 맡은 편 골목에 위치한 <삼청동 과수원>. 이곳은 천연 암반수가 흐르는 찻집 '삼청동굴', 바와 카페를 겸하며 라이브 공연도 이뤄지는 '텅빈', 갤러리인 '피난처'로 이뤄진 복합문화공간이다. 이곳의 주인장은 '서울전자음악단', '시나위'에서 베이스 연주자로 활동하다 현재는 '버고'라는 팀을 꾸려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 김정욱과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 《기다리다 미쳐》의 각색에 참여한 바 있는 시나리오 작가 감희경이다. 이들은 각자의 일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을 구상하며 이곳을 만들었는데 그런 만큼 미술 전시, 영화 상영회, 라이브 공연, 워크숍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뤄지고 있었다. 천연암반수가 흐르는 '삼청동굴'이라는 공간 덕분에 오픈 6개월 만에 독보적인 분위기를 가진 장소로 입소문이 나고 있는 <삼청동 과수원>. 이곳의 운영을 맡고 있는 감희경 대표와 실무를 맡고 있는 박수현 매니저를 만나 공간과 음악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1. 천연암반수가 흐르는 삼청동의 복합문화공간 <삼청동 과수원>
Q. 취재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기 소개를 부탁 드려요.
희경: 안녕하세요. <삼청동 과수원> 감희경입니다.
수현: 박수현 입니다.
Q. <삼청동 과수원>에서 두 분의 역할은 각각 어떻게 될까요?
수현: 전체적인 운영은 감희경 대표님, 김정욱 대표님 두 분이 하고 저는 옆에서 도와드리고 있어요.
희경: '서울전자음악단', '시나위'를 거쳐 지금은 '버고'라는 팀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정욱 대표가 저와 공동 운영자입니다. 김정욱 대표는 음악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저는 그 외의 것들을 기획해요. 이제까지는 저도 음악과 관련된 기획을 함께했는데 앞으로는 김정욱 대표가 주로 맡아서 하게 될 거고요. 매니저님은 공간의 전반적인 실무를 책임지는 분이죠.
Q. 오픈 한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희경: 6개월이 되었어요.
Q. 건물을 인수한 게 아니라 이걸 위해서 직접 만든 건물이라고 들었어요. 이 공간은 어떻게 구상을 하여 만들게 된 건가요?
희경: 김정욱 대표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하는 일과 연관된 일을 하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저는 영화 일을 하고 있고, 김정욱 대표는 뮤지션이니 이런 각자의 일들이 이 공간 안에서 시너지를 내고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걸 생각했죠. 구상은 오랫동안 했어요. 그 고민만 계속했던 건 아니지만요. 김대표의 경우 뮤지션이기도 하고 외삼촌께서 부산의 재즈 클럽 '몽크'를 만드신 분이기도 해요. 아무래도 그때는 그런 공간이 많이 없었으니까 그 클럽이 있어서 많은 연주자들이 그곳에 모여들었는데, 자라면서 그런 걸 계속 보아왔던 것도 공간에 대한 마음에 영향을 주었던 것 같아요. 음악가들에게 연주할 공간, 소통할 공간은 늘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공간에 대한 생각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았을까 해요.
Q. <삼청동 과수원>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붙이게 되었나요?
희경: 영국에 캠브리지 옆에 그란체스터(grantchester)라는 곳이 있어요. 거기 '오차드 티 가든'(the orchard tea garden)이라고 진짜 사과나무 과수원이 있는데, 원래 이곳을 설계할 때 염두에 둔 공간 중에서 '오차드 티 가든'은 제가 갔을 때 제일 좋았던 곳, 정서적으로 제일 좋았고 항상 다시 가고 싶은 곳이에요. 그곳은 정말로 큰 과수원이고, 여기는 문화적으로 그런 과수원이면 좋을 것 같다는 마음을 담아 짓게 되었어요.
Q. <삼청동 과수원> 소개를 부탁 드릴게요.
수현: 문화복합공간을 표방하고 있고, 운영도 그렇게 되고 있어요. 라이브공연, 영화 상영회 등의 이벤트들이 소소하게 진행되고 있죠. 이 건물은 전체 3개의 층으로 이뤄져 있어요. 1층은 바&카페로 운영되고 있는 '텅빈'이고요, 지하는 '삼청동굴'이라고, 천연 암반수가 흐르는 곳이에요. 원래 찻집으로 시작했는데 술 마시기 최적화되어 있고 오신 손님들도 "꼭 술을 팔면 좋겠다"고 말씀을 하셔서 술집으로도 운영하고 있어요. 저녁 시간에 이곳 '텅빈'에 오신 분들 중에는 차나 술을 아래 '삼청동굴'에 들고 가서 드시기도 해요. 3층에는 갤러리'피난처'가 있습니다. 지금은 노대겸 작가님의 사진전이 이뤄지고 있어요.
Q. 갤러리에는 티켓료가 있나요?
수현: 입장료는 따로 없어요.
Q. 정말로 암반수가 흐르고 있다니 이런 건 이렇게 하고 싶어도 못하는 거잖아요? '삼청동굴'이라는 공간이 독특하고 멋스럽네요.
희경: 신축하면서 돌을 파다 보니, 돌 사이에서 물이 계속 흘러나와서 어떻게 할까 하다가 돌에서 흐르는 암반수가 있는 이것을 그대로 두었어요. 물이 떨어지는 느낌이 상당히 운치가 있어요.
수현: 여기 있는 게 암반수가 흐르는 돌로 된 벽면이고 물은 이렇게 바깥쪽으로 빠지게끔 되어있어요. 처음엔 겨울에 물이 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 겨울에는 따듯하고, 여름에는 시원하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공간들보다 이곳이 훨씬 쾌적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그래요. 날이 따듯해지면 문 바깥 여기 앞쪽까지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볼 생각이에요.
희경: 네 날이 따듯해 지면 낮엔 바리스타가 있는 카페, 밤엔 술집으로 운영해볼 생각이에요.
Q. 1층 '텅빈'의 얘기를 해볼게요. 지하 '삼청동굴'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희경: 두 공간이 너무나 이미지가 달라서 아래만 이용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지금 드시고 있는 게 '생강밀크티'인데요, 말씀 드린 것처럼 지하 '삼청동굴'은 차를 마시는 공간으로 생각하고 오픈을 했어요. 1층 '텅빈'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공연을 할 수 있도록 만든 곳이고 공연 외에 상영회 등 프로그램들이 열리고 있죠.
수현: 사실 어떤 걸 해보자는 틀을 가지고 디자인을 한 건 맞지만 구체적인 걸 세세하게 결정하고 시작하지는 않았어요. 운영을 하다 보면 막상 '우리가 생각했던 거와 다르구나' 생각되는 지점도 있어서 조금씩 조금씩 조율하고 바꿔가면서 해보고 있는 중입니다.
#3. 삼청동 과수원의 대표이자, 뮤지션인 김정욱이 엄선한 음악들
Q. 이곳의 음악 얘기를 빼놓을 수 없어요. 제가 막 들어왔을 때 제가 너무 좋아하는 샤데이의 음악이 나오더군요. 선곡은 누가하시나요?
희경: 저와 함께 이곳의 운영을 맡고 있는 김정욱 대표가 직접 하고 있어요.
Q. 선곡하는 기준이 궁금해요.
희경: 김대표가 선곡을 직접 하니, 제가 메시지로 물어볼게요.
'낮보다 밤에 어울리는 음악, 잘 알려지지 않은 좋은 곡들, 도시적인 음악'이라고 하네요.
Q. 두 분 대표님과 매니저님이 좋아하는 음악도 궁금해져요. 몇 곡만 추천해주세요.
희경: 대표님은 아마 본인 음악 얘기는 안 하실 것 같은데 그러니 제가 해야겠네요(웃음). 버고(VirGO) 의 음악을 추천하고 싶어요. Twilight Zone, 버티고 뮤직비디오 둘 다 김대표가 영상을 직접 편집한 거예요. 특히, Twilight Zone은 예전에 발매한 곡을 편집한 건데, 안양예고 졸업하는 무용과 친구를 섭외해서 잠깐 찍었어요. 저는 연출이라고 할 것도 없지만 굳이 말하자면 그런 역할을 했었던 적이 있거든요(웃음). 예전에는 김정욱 대표에게 이 정도의 편집실력이 없었어요. 'Twilight Zone'을 내는 사이에 김대표가 편집 기술이 발달해서 이렇게 만들 수 있게 되었죠.
수현: 되게 재미있지 않나요. 감희경 대표님은 영화전공을 하셨는데 오히려 김대표님 스스로 영상에 재미 붙이셔서 뮤직비디오를 그렇게 만들었고, 또 김대표님이 뮤지션인데 정작 감희경 대표님이 듣고 좋았던 음악가들의 공연을 이렇게 만들고 있고요. 서로 이런 경계를 넘나드는 모습이 시너지 같다는 생각이 들고, 재미있게 느껴져요.
Q. 오픈한 이후 많은 프로그램들이 진행되었더라고요. 그동안 해왔던 공연이나 프로그램들 소개를 부탁 드릴게요.
희경: 감사하게도 도움을 주신 경우인데 '전인권'의 공연도 했었고, '키라라', '권나무', '미라클 제인', '하헌진', '신승은', '박현준', '이주영'의 공연도 했었고요. '버고(VirGO)'는 과수원의 하우스 밴드 격으로, "과수원 라이브"라는 걸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어요. <삼청동 과수원>의 플레이리스트 중에서 좋은 곡들을 선정해 그만의 느낌으로 편곡해서 들려드리는 라이브입니다.
수현: 그리고 팟캐스트 '안알남'이라고 있거든요. 그 팟캐스트랑 같이 영화 상영회를 했어요. 손님들이 같이 영화를 보고 영화의 뒷얘기를 하고, 그걸 녹음해서 팟캐스트를 만드는데 그럴 때는 갤러리 공간 안에서 공개녹음도 진행해요. <벌새>도 하고, <이타미 준의 바다>도 했었고 임흥순 감독님 영화 <위로공단>도 했었고요.
수현: 갤러리에선 개관전시로 구부요 밴드와 장욱진 화백의 작품을 전시했었어요.
장욱진 전시
구부요밴드<공원의 오후>(2019) 여러 종류의 목재, 가변크기
Q. 이곳을 운영해 오며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이 있었다면 언제였을까요?
수현: 신승은님 단편 <마더 인 로> 상영회 겸 공연 끝나고 자연스럽게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 두 분과 감대표님과 함께 술을 마시게 되었어요. 그때가 생각나는데, 음- 이게 복합문화공간에 장점, 매력? 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술을 마시는 데 뭔가 상큼하더라고요. 저는 예전에 매거진에서 기자 생활을 오래 했어요. 그때는 사람 만나는 게 스트레스였죠. 그런데 여기서는 이렇게 자연스럽게, 가볍게 만나니까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희경: 저는 음악 공연할 때가 되게 되게 좋아요. 내가 운영하는 공간에서,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을 모셔서 하는 공연... 특히, 키라라 '찐팬'께서 최고의 관객으로 <삼청동 과수원>의 관객을 꼽아주셨을 정도로 <삼청동 과수원>은 관객 몰입도가 정말 좋아요. 공간을 설계할 때 공연 할 수 있는 공간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서 공연자와 관객의 시선까지 고려되었어요. 그래서인지 정말 집중도가 높고 친밀감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요. 이곳에 오는 관객분들은 밀도 있게 뮤지션을 만날 수 있죠. 공간을, 또 서로를 탐색하던 뮤지션과 관객이 탁하고 마음을 여는 순간들이 느껴질 때가 있어요. 저는 매번 공연마다 인상적이고 너무 좋아요.
Q. 앞으로 기획된 것들에 대해서 들려주실 수 있나요?
4월에는 서혜진 작가의 전시를 준비 중이고, 5월에는 예능 <윤식당>과 <스페인 하숙>의 미술 감독인 윤상윤 감독님의 첫 개인전이 열릴 예정이에요. 조각가 김창환작가의 작품도 공중에 설치될 예정이고요. "과수원 라이브"는 건반 주자를 다시 영입해서 합주하면서 준비하고 있고요, 그 외 다른 공연들도 계속 열릴 예정이에요.
Q. <삼청동 과수원>에서 앞으로 해보고 싶은 건요?
수현: 영화 강좌, 독서 모임, 벼룩시장, 루프 탑 파티 등... 여긴 정해 놓고 그것만 하고 그러지 않고 그때그때 자연스럽게 아이디어 나오면 시도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접고 그래요(웃음).
희경: 대신 하기로 하면 추진이 빠르죠. 가볍고 유연하게 해보고 있는 편이에요.
Q. 이곳은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지?
희경: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간이자 음악이 좋은 공간이요.
HIPPLAYLIST 낮보다 밤에 어울리는 <삼청동 과수원>의 플레이리스트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