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합니다!
'지금 나오는 노래 완전 좋은데, 이건 다 누가 알고 선곡하는 거지?' 이런 생각, 해 보신 적 있나요?
요즘 '핫'하다는 거기! 감성 충만한 분위기에 흐르는 노래마저 힙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바로 거기!
이 음악을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도 넣고 싶은데, 주변 소음 때문에 검색에 실패하는 일이 다반사.
그렇다고 점원에게 물어보기는 조금 부끄러운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 - 한 달에 두 번, [핫플힙플]이 전하는 흥미로운 선곡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자료제공: 비스킷 사운드
HOT PLACE 시청각실
전기감전 사고를 당한 제리(잭 블랙)가 자력으로 비디오 가게 내 모든 테이프들을 지워버린 뒤 주인에게 이를 들키지 않으려고 장르 불문, 소재 불문으로 '고객 맞춤형' 비디오를 제작하면서 벌어지는 고군분투를 다룬 영화. 미셀 공드리 감독의 '비카인드 리와인드'(Bekind, Rewind)가 세상에 나온 지 10년이 되었다. 당시 주연인 잭 블랙 조차도 "아직도 비디오 대여점이 있냐"고 물었을 정도였으니 비디오테이프가 언제 종말을 고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놀랍게도 만화 《2020 원더키디》로 예견 되었던 미래, 2020년도인 지금 서울 답십리 촬영소 사거리 어느 조용한 골목에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이 추억의 유물이 소환됐다. 비디오 키즈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비디오 펍 <시청각실>이 소환의 근원지다.
<시청각실>은 주인장이 10년간 수집한 약 900장의 비디오테이프가 있는 비디오 펍으로 와인과 맥주를 마시며 비디오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비디오를 경험한 세대에게 <시청각실>은 어딘가 묻어둔 타입캡슐 속 편지를 발견한 듯 아련한 반가움을 선사하는 곳이라면, 비디오를 경험하지 못한 세대에게는 오래된 새로움이라는 신선함을 안겨주는 장소다.
'핫플힙플' 마흔세 번째 인터뷰의 주인공은 비디오테이프와 꿈돌이 인형 그리고 서태지와 아이들의 앨범이 보물이라는 <시청각실>의 김영용 대표다.
INTERVIEW 김영용 대표
#1. 답십리 촬영소 사거리 레트로 펍 <시청각실>
Q. 취재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기 소개를 부탁 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비디오테이프를 모으는 취미를 가진 85년생 남자 김영용이라고 합니다. 현재 답십리에서 <시청각실>이란 상호의 펍을 운영하고 있어요.
Q. <시청각실>은 어떤 곳인가요?
<시청각실>은 와인과 맥주, 위스키 등의 주류와 감바스, 치즈, 카레면과 같은 간편한 안주를 팔고 있는데요, 단순한 Bar나 Pub의 형태가 아닌 옛날 음악과 비디오로 영화 영상이 흐르는 레트로 펍이에요.
Q. 이름을 <시청각실>로 지으신 이유가 있다면요?
학창시절, 학교에 '시청각실'이란 교실이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국. 영. 수 등과 같이 숨막히는 수업을 벗어나 답답함을 환기시킬 수 있었던 공간이 '시청각실'이었는데요, '시청각실'은 주로 음악이나 영상 등을 시청할 때 활용되곤 했어요. '시청각실'에서라면! 평소 좋아하지도 않던 국악, 민요, 클래식, 심지어는 동요마저 천상의 하모니처럼 들렸고 '시청각실'에서라면! 역사나 교육영상, 심지어는 CF도 한 편의 드라마 같았어요. 저에게 있어 '시청각실'은 그런 마법 같은 공간이었죠. 저희 <시청각실>에 오는 손님들도 그런 마법 같은 경험을 하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청각실>이란 이름을 지었어요.
Q. 어쩌다 이런 레트로 비디오 펍을 차리게 되셨는지?
단순해요. Pub과 같은 사업을 하고 싶었던 친구와 비디오 수집이 취미인 친구가 만나 '뉴트로'가 열풍인 2019년에 의기투합 한 거죠.
Q. 답십리라는 공간이 생소한 분도 있을 것 같아요. 이곳에 이런 공간을 차리고 운영하시게 된 이유가 있다면 설명해주세요.
'촬영소 사거리'라는 이름이 좋았어요. 분명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하고 조용한 사거리일 뿐인데 왜 '촬영소 사거리'라 불리는지가 궁금했는데요, '촬영소 사거리'는 60년대까지 한국영화 촬영의 중심지였다고 해요. 물론 지금은 없어지고 '답십리 촬영소 영화전시관'이라는 곳에서만 과거를 간직하고 있지만요. 어쨌든 이 자리를 소개해준 사람은 친한 동생이었는데요, 동생은 이미 이곳에서 책과 영화를 테마로 한 카페를 운영 중이었고 <시청각실> 계획을 듣더니 자기 옆집으로 들어오라고 꼬드겼어요. 마침 이번에 옆 가게가 이사를 간다며 게다가 같은 건물에 독립영화 스튜디오가 곧 입주한다고 이건 운명이니 함께 으쌰으쌰해보자며 말이죠. 우리는 모두 영화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었고, '촬영소 사거리'에서 만난 영화를 테마로 한 3개의 상가! 그 감성적 우연들이 저희를 이곳으로 이끌었어요.
Q. 시청각실의 각 공간과 공간을 즐기는 방법을 소개해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큰 화면을 통해 같이 비디오를 볼 수도 있고 VCR을 통해 혼자 또 조용히 비디오를 볼 수 있게 되어 있어요. 설명 부탁 드려요.
<시청각실>은 '메인 홀'과 '무비 홀' 2가지로 나뉘어요. 이 두 곳 모두 평소에는 음악이 흐르는 공간이고 비디오로 영화가 플레이 되고 있죠. 하지만 손님이 계시지 않을 때 '무비홀'은 보고 싶은 만화나 영화를 골라서 보실 수 있게 하고 있어요. 또 '무비 홀'에서는 토요일마다 정기적으로 지정된 영화 상영회를 하는데요, 50인치의 뚱뚱한 대형 브라운관 TV 화면으로 최대 6명이 모여 관람하실 수 있어요. '토요 영화 상영회'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DM으로 예약을 받아요. 입장료는 5천원이고 와인 한잔이나 맥주 한 병, 또는 음료 등이 포함됩니다. 또 혼자 조용히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손님들을 위해 이어폰을 끼고 볼 수 있는 1인용 TV 비디오도 배치되어 있어요.
#2. 비디오 황금기의 추억과 기억을 같이 꺼내 먹어요.
Q. 어렸을 때 이런 비디오를 접했던 세대이신가요? 원래 이런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좋아하셨는지 궁금해요.
저는 비디오테이프를 정통으로 맞닥뜨린 세대였던 것 같아요. 그 유명한 《슈퍼 그랑죠》, 《피구왕 통키》, 《영심이》, 《드래곤볼》, 《후레시맨》, 《우뢰매》, 《영구와 땡칠이》 등의 빛나는 별과 같은 작품들은 모두 제 유년시절에 출시되었죠. 저 같은 경우,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좋아하고 소유욕이 있는 편이에요. 그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이 비디오테이프이고 그 밖에도 《만화일기 시리즈》나 《월리를 찾아라》, 《드래곤볼》 등의 만화책, 93' 엑스포 꿈돌이 인형 그리고 서태지와 아이들, 김민종, 태사자 등 어릴 적 우상들의 모든 앨범들도 저의 보물들이에요.
Q. 비디오테이프 뿐만 아니라 《키노》같은 영화 잡지도 있고 카세트테이프도 있어요. 각 어느 정도 보유 하고 있으신지 궁금하고 어떻게 수집하셨는지도 알려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시청각실>은 《스크린》, 《로드쇼》, 《키노》와 같은 90년대 영화 잡지를 비롯하여 《비디오무비》, 《비디오플라자》와 같은 90년대 비디오 잡지도 보유하고 있고 총 60여권 정도 됩니다. 이건 원래 소장하던 물건들이 아닌 가게를 준비하면서 손님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구매한 것들이에요. 물론 "사야지" 한다고 살수 있는 흔한 물건들은 아니죠. 수시로 중고사이트에 검색하고, 유명한, 혹은 유명하지 않은 헌책방을 열심히 돌아다니며 수집한 결과입니다.
Q. 그날의 상영작이 있다고 알고 있어요. 이런 기획을 하게 된 이유와 즐기는 방법을 알려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앞서 말씀 드렸듯이 매주 토요일마다 비디오 영화 상영회를 진행하고 있어요. 상영작 목록은 호불호 없이 많은 분들이 좋아할 만한 영화로 올리고 있어요.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는 개인적으로 오셔서 보시면 되니까요. 상영회의 목적을 말씀 드리자면, 요즘엔 모든 영화들을 초고화질로 볼 수 있잖아요? 물론 《아바타》나 《쥬라기 월드》같이 눈으로 즐기는 영화들은 3D, 4D로 보는 게 훨씬 실감나고 재밌겠죠. 하지만 90년대 영화들은 정제되지 않은 필름 화질에 그 감성이 살아 숨 쉰다고 생각해요. 상영회를 통해 비디오로 영상을 봤던 세대들에게는 추억을, 비디오를 안본 세대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싶어요. 혼자서, 둘이서, 여럿이서 오셔서 한 잔 마시면서 비디오로 영화 한편 보시는 것! 추천합니다!
Q. 다가오는 설 연휴, 방구석 1열에서 보기 좋은 옛날 영화 혹은 애니메이션 3선 추천 부탁 드려요.
새해인 만큼 연초에 어울릴 만한 만화 영화로 추천해봤습니다.
1. 《흙꼭두장군》
2. 《빽 투 더 퓨처》
3. 《키드 캅》
Q. 평소에는 펍으로 운영이 되고 있지요? 지금 이렇게 몇 십 분 앉아 있는 사이에도 추억의 가요들이 계속 흘러서 기억을 자극하네요. 선곡은 직접 하시는지? 어떤 기준으로 하시는지?
네. 제가 일 등급으로 직접 엄선하고 있어요(웃음). 제가 음악 쪽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저만의 느낌과 감성으로 꾸려가고 있는 시청각실의 음악을 분류해보면 크게 90년대 감성, 2000년대 감성, 많은 분들에게 사랑 받았던 영화음악 이렇게 나눠진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3. 아련한 반가움과 오래된 새로움이 공존하는 곳
Q. <시청각실>에서 인상적이었던 순간들이 있을까요?
오픈 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즈음 어떤 여자 손님이 친구를 따라 오셨는데요, 별 생각 없이 왔다가 《아기천사 두두》, 《영심이》, 《후뢰시맨》, 《세일러문》, 《천사소녀 네티》 등의 비디오테이프를 보더니 엄청 반가워하시더라고요. 어느 정도였냐면 얼마 전에 개그맨 조세호씨가 '라디오 스타'에 나와서 중국 면세점 직원이 그를 알아보고는 흠칫 놀라 들고 있던 물건을 떨어뜨리며 '챠오슈하오?'라고 몇 번을 되물었다고 하던데 약간 과장해서 그런 리액션을 불러 일으키는 반응이었어요. 다른 손님들은 본인이 봤던 몇 가지 정도의 만화영화만 알고 기억하는 반면, 그 분은 거의 대부분의 만화영화들을 알고 있었어요. 본인 세대가 아닌 만화영화들뿐 아니라 슈퍼 전대물 시리즈까지 모두 좋아하셔서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여쭤봤는데요, 본인은 3남매 중 둘째이고 여동생과 오빠가 있어 본인이 좋아하는, 동생이 좋아하는, 오빠가 좋아하는 만화 영화들 모두를 자연스레 접했다는 거예요. 그 분은 그 자리에서 동생과 오빠에게 화상전화를 걸어 휴대폰으로 비디오테이프들을 보여주었고 동생과 오빠는 왜 혼자만 갔냐며 원망하듯 다그치더니 제발 자기 좀 데려가 달라고 애원하더라고요. 그리고 며칠 후 3남매가 저희 <시청각실>을 방문해주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가끔씩 찾아와 주는 고마운 단골 손님들입니다.
Q. 앞으로 목표한 일들 혹은 이벤트가 있다면요?
이미 했던 이벤트이지만 가장 반응이 좋았던 건 '드림콘서트' 행사였는데요. '드림콘서트'는 SBS 주최로 95년도에 시작되어 매년 대한민국 최고 가수들이 총출동한 최대 규모의 콘서트에요. 이 콘서트는 고화질로 복원되어 DVD로 발행된 적이 있어요. 저희가 틀어드리는 영상이 그 DVD 파일이에요. '드림콘서트' 행사에 참여하신 분들은 술도 좀 들어가니 따라 부르기도 하시고(웃음), 옆 테이블의 사람들과 소통도 하는 등 공감의 힘을 보여주셨죠. 이 '드림콘서트' 행사는 정기적으로 실시 할 예정이에요.
그리고 90년대, 일요일 아침 8시에는 KBS '디즈니 만화동산'이 9시에는 SBS '만화잔치'가 방영됐었는데요. 그걸 떠올리며 일요일 낮부터 만화 시리즈를 정주행하는 '일요 만화동산' 이벤트도 계획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피구왕 통키》, 《축구왕 슛돌이》, 《영심이》, 《드래곤볼》등 1편부터 차례로 계속 틀어드리는 건데요. 이 이벤트의 경우, 관람비 5천원만 내고 드시고 싶은 간식이나 음료 등은 외부에서 사오셔도 돼요.
Q. <시청각실>이 추구하고 또 생각하는 레트로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레트로는 요즘 것에서는 느낄 수 없는... 바꿔 말해 오직 옛 것에서만 느낄 수 있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저희가 추구하는 것도 그런 방향입니다. 비디오테이프의 경우, 분명 영화를 볼 때 필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낭만이 있어요. 정제되지 않은 화질과 음질의 촌스러움이 8,90년대 배경을 만나 비로소 완성되는 아련한 풍경이 말이에요. 디지털로는 표현해낼 수 없는 아날로그 감성이 <시청각실>의 뿌리죠.
Q. 시청각실은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지?
어렸을 때, 허구한 날 비디오가게에 갔었죠. "오늘은 어떤 걸 빌려볼까"하며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신나게 비디오를 골랐어요. 비디오 대여를 하지 않는 날에도 놀이터 가듯 놀러 갔었는데요, 단순히 비디오가 촘촘히 꽂혀 있는 것만 봐도 좋았고 비디오 케이스에 있는 포스터 사진이나 홍보 문구, 요약 된 줄거리만 봐도 재밌었거든요. 그리고 그때 그 신나고 좋았던 감정들은 여전히 4D처럼 생생해요. 제가 비디오를 통해 느꼈던 그 행복의 감정들을 저희 <시청각실>에 오는 손님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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